
밤12시 쯤일까???
난 3일의 휴일을 백담사에서 보내기로 맘먹고 서울을 떠났다...
어제 그놈의 모기 때문에 한숨도 못잔 탓도 있었지만
초행길에 비까지 내리니 더 이상 운전이 어려워
강원도로 가는 길가의 휴게소에서 잠깐 눈을 붙이기로 했다...
새벽 2시가 좀 넘었을까???
빗소리에 잠을 깼다....10시...잠깐 눈을 붙인다는 것이
무려 7시간 이상을 차안에서 자고 만 것이다...

목적지가 백담사이기는 했으나 그 목적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였다...
그저 한 이틀 쉴 수 있는 조용한 곳이 내게 필요했고
가다가 산사가 있으면 준비해간 책을 벗삼아
그 동안 복잡했던 기분을 좀 달래려 했을 뿐이다....

난 눈 뜨자마자 양양쪽으로 다시 출발했다....
얼마가지 않아 차가 막히고 앰블런스가 다닌다...
그런 참에 옆 휴게소로 들어가
세면도구와 담배 커피...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핸드폰 충전기를 구입하고세수하고 이 닦고 옷도 갈아 입고 다시 출발했다...
이 때 까지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속초통제"라는 금방 갈겨 쓴 표지판이 보이고...

경찰이 와서 차를 막는다...
"어디까지 가십니까?"
"양양이요"
"산사태로 갈 수 없습니다"
"다른 길은요?"
"대부분 막혔습니다"
"양구쪽으로는 갈 수 있습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경찰은 바쁜지 아니면 더 이상의 정보가 없는지
거기까지 알려주고 양구쪽도 위험할꺼라며 내 뒷차로 갔다...
오리지날 네이티브 강원도 사투리가 얼마나 웃기던지....
이때 까지는 웃었다...

이미 객기는 발동되었고
홍천쪽으로도 다시 돌아갈 수 없다면 양구다!!!
차를 돌려 양구쪽으로 갔다....
물이다....길이 보이지 않는다...
건너편 차들도 오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없다...아마 방금 전 길에 물이 찬 듯하다...
다시 차를 돌려 휴게소로 갔다...
사람들이 웅성웅성...모두 길 통제 이야기다..

12시가 조금 넘었고 어짜피 당장 출발하지 못한다면 밥이라도 먹자!!
나는 라면을 먹었다...휴게소 음식 중 맛으로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 라면....
라면을 먹으며 아까 오던 반대편 길에서 양구로 들어가는 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동시에
난 다시 반대편 길 쪽에서 양구길로 들어섰다....
타이어 높이의 물을 힘차게 통과해서 일단 위험한 곳은 빠져 나왔다...

한참을 가다가 난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
내 앞....내 뒤....반대편 길....차가 한대도 없다...20분 정도를 달리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쿵....돌이 하나 굴러왔다... 갑자기 소름이끼친다...
곧 무너질 듯 한 예감이 들고...
겁이 난 나는 산 쪽은 쳐다 보지도 못한채 앞만 보고 달렸다...
여전히 차는 보이지 않는다...

양구대교 표지판이 보였고 난 약간 안심했다....
양구대교만 넘어가면 양구를 통해 백담사도 갈 수 있고
만약 통제가 되어 갈 수 없다면 별로 가고 싶진 않지만
옛날 근무하던 부대 근처에서 하룻밤 묵을 것이라 생각했다...

양구대교가 보이고 이 번엔 군인이 길을 막는다...
통과금지란다...여기까지 어떻게 왔냐고....그냥 왔다고....
홍천으로 가서 춘천으로가면 양구길이 열렸다고 했다....
난 다시 출발했고
돌아가는 길 역시 차가 안보인다....
내가 통과한 후 통제가 시작되었나???
만약 아까 그 곳이 막혔다면 난 다시 군인들이 있는 초소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았다...
살아야 하니까....
역시나 돌아가는 길은 상태가 더 좋지 않다....
너무 위험한 곳 에서는 사진을 찍을 여유가 없었다...

막혔다....계속 막히고 있었다...
망설일 틈이 없다...
빨리 통과하지 않으면 더 무너질 것이고
더 힘들어질 것이다....
계속 무너지고 있다...
차 한대가 빠져나갈 공간은 될 듯하다...
빠져 나가자....
무서운 것은 길 아니다...아무도 없다는 것....아무 정보도 없다는 것...그게 무서웠다...

어렵게 다시 양구길 초입에 돌아오자 역시나 통제....

.................언제까지 비가 내릴 것인가.....

다시 홍천까지 가는 길은 너무 차가 막힌다....
긴장이 풀렸고 난 음악을 틀었다...비도 약해졌다...

모두 시동을 끄고 상황이 정리되기만을 맥놓고 기다려야했다....
문자가 왔다...귀가나 대피....
그 둘다 쉽지 않다...
그 때 차 한대가 옆으로 빠져 공사장 길로 추월을 하고
몇대가 그 뒤를 쫓아간다....
당신은 살고 싶은가?...
만약 정말 누군가 저 사람 때문에 한 발 늦어 죽는다면???
"저 사람은 살인"이다 라고 생각하니 우울해진다....
약 40여대를 추월하고자 양심을 파는 저 사람의 뇌 속은 어떤 모양일까???

저길 빠져나가 비교적 빠르게 춘천으로 달리고 있었다...
어느 순간 부터 아까 양구 갈 때 처럼 차가 보이지않는다....
또 불길한 예감...
춘천을 거의 다다를 지점에서 또 한번 통제를 받았다....
5시가 훨씬 넘었다...
배도 고프고 갈증도 나고 담배도 떨어지고....화장실도 가고 싶다....

다시 차가 움직이기 시작한 건 멈춘지 2시간 만이다...
길이 물에 잠겨서 옆으로 임시 도로를 만들었다...
저걸 신고하고 기다리고 만드는 동안 기다린 것이구나...

돌아가는 길에 휴게소에 들렸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휴게소 안으로 들어서려니
문이 잠겼다...안에 냉장고에는 불이 켜있다...
뒤를 돌아 봤다....
아무도 없다....주인도 손님도...
내가 대 낮에 이렇게 무서워 해 본 적이 있는가....

근처 주유소는 문닫은 지 좀 된 것 같다...

또 돌아오는길은 통제다....

왜 계속 내가 지나가고 나면 통제냐....
미리 통제 당하면 좋을 것을.....

그 흔한 네비게이션도 없이
두뇌네비게이션만 믿고....
고려시대 네비게이션을 가지고
경찰과 한참을 상담한 결과....
그냥 쭉 가보란다....ㅋㅋㅋ강원도 경찰 참 친절~~!!!
경찰과 대화 중 "급한 일로 가십니까?"
아마도 급한 일 아니면 가지말라는 말 같은데...
그 말이 내게 갑작스런 여유를 준다...
급한일????
난 급한 일이 없다...휴가를 받은 기분? 보너스?
엔돌핀 상승~~~
급하진 않아도 어딘가는 가야한다...
아니면 잘 곳도 없는 이 곳에서 노숙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양양가는 사십 몇번 국도 인지는 기억이 안나고...암튼 가는 길도 수월치 않았지만
그래도 앞에 차가 있다....따라갔다...ㅋㅋㅋ
너무 배가고프고 몸이 거지 같다... 가게가 보인다....
물도 사고 담배도 사고 먹을 양식은....고를게 별로 없다....
암튼 화장실을 다녀오고 먹을 것이 생기니 기분이 좋아졌다...
나...아무리 생각해도 단순하다...무식한 건 아닐까???
그건 아니겠지...
가게 주인 아줌마는 양양까지 원래 여기서 두시간 정도 걸리지만 오늘은 모르겠다고 한다...
그래도 신중하게 고른 달콤이들은 정말 달콤하기만 했다...다른 맛은 별로 느낄 수가 없다...쭈욱 달콤하다...
그래도 물은 맛있었고 이런 와중에 좋은 길도 나오고 비고 조금 그쳤다...

노래가 절로 나온다....
아주 오랫만에 환기도 시킬 겸 문을 활짝 열고
DeepPupl의 Highway Star을 크게 불렀다...
난 미쳤다고 생각했다...

7시 쯤 되었을까....
오늘 9시간을 이 근처에서 헤메었다고 생각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서울에서 부산을 왕복할 시간을...

암튼 갈 수 있는 길로 갔다....
결국 강릉까지 갔고 내일 백담사로 가면 여떠랴~~~
도시가 보이니 한결 마음이 편해지고
난 지금 이 상황이 너무나 궁금해 PC방으로 갔다...
네이버뉴스 머릿기사가 강원도 고립에 관한 기사다...
평소 이런 때 놀러가거나 등산, 낚시 등을 하는
사람들을 한심하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 꼴이다...
만약 내가 어제 홍천까지 오지 않았다면
결코 난 이 어려운 길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나를 달랬다...

혹시 연휴라 잘 곳이 없을까봐 검색어 "강릉"을 쳤다...
"정동진"이 눈에 띄었고
정동진에 있는 여관을 찾아 예약했다....
방은 널널하단다....모두 예약 취소란다...그럴 수 밖에....
PC방을 나서려다 PC방 주인이 자장면을 먹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 나....
"저도 하나 부탁하겠습니다...."
내 배에는 과연 무엇이 살고 있을까???
낯선 곳에서 그것도 PC방에서 혼자 자장을 때리고 있다....
PC방 주인이 내게 관심을 갖는다....
만약 내가 PC방 주인이라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자장면을 잘 먹고 PC방 주인의 길 안내로 난 정동진으로 출발했고 어렵지 않게 숙소를 찾았다...
내가 강릉 해안 도로에서 이곳 까지 약 20분을 오는 동안 역시
차를 한대도 보지 못했다...늦은 시간이기는 했지만...
비가오는 해안 도로에서 본 간첩선이 왜 그리 무서웠는지...
원래 내 심장이 약했던가???

여관에 들어오자마자 샤워도 하기 전에 티비부터 틀었다...
역시 강원도 이야기다.....
혹시 여관 주인이 나를 자살이라도 하려 온 것 처럼 느낄까봐
혼자 왔냐고 묻길래 빵끗 웃으며 그렇다고 했다...
난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이다!!!....다짐 다짐...
그 어느 때 보다도 샤워가 개운했다...
피로가 몰렸고 죽은 것 처럼 잠들었다....

전화소리에 잠을 깼다....
전화의 주인공이 내가 이 곳에 온걸 아는 유일한 사람....
10시....우선 밥을 먹고 어떻게 백담사로 갈 것인지 생각하자....

정동진 역이 보이는 2층 음식점...
갈비탕....과연 어떤 악의를 가지고 음식을 만들면 이런 맛이 날까????
하지만 난 맛있게 먹었다....긍정적이니까...
여전히 티비에서 난 눈을 떼지 못했고...
재난 구조 방송을 보면서 식당 아주머니 두 분은
왜 가지 말라는데 가서 위험에 처하냐는...
"다 죽음이 불러서 저러는거야"....두 분이 그런 대화를 나눴다...
난 내 이야기 같아 부끄러웠다...난 그런 의도가 아니였다고 말 할 수 도 없고....
바로 위 커피숍이 있다....음....내겐 아침 밥 보다는 커피가 맞다...

문을 닫았다....
나 왜이리 어제 오늘 운이 꽝이지???
다행이 정동진 입구에 Sun이라는 카페가 있다...

커피를 마시면서 국도 상황실과 고속도로 상항실에 전화를 했다...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단다....서울로 돌아갈 수도 없단다...
암튼 커피는 맛있었다....
속이 타서 아이스커피를 한 잔 더했다...

"산사태 무서워서 다시는 안온다.....06. 7. 15......

낙서 벽에 다짐하고 이왕 온거 정동진역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도 별로 없다....내 발자국만 길게 남겼다....

다시 비가 세차게 내렸다...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은
꼭 집으로 돌아가야한다는 생각으로 확대되었고

어두워지기 전에 강릉 시내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암튼 고속도로가 열리는 순간 가야한다고 맘 먹고
기름을 넣었다....주유소에서는 서울가는 건 힘들다고 한다....

강릉에 갔다....다실이 보인다....
아...다실....다방도 아니고 ....다실....
"티비 볼 수 있나요?"
볼 수 있단다....
다방 종업원이 자기도 커피한잔 사달라고 한다....사줬다....
티비에서 나오는 교통상황을 계속 보고있자 종업원이 자꾸 말시킨다...
서울에서 왔냐? 집에 못가서 그러냐? 어떻게 왔냐? 등등등...
몇 번 답해주다가 티비좀 보겠다고 하니
티비 보지말고 자기 한테 물어보면 다 안다고 한다...
다실에서 나갔다.....
근처 기사식당에서 A4용지만한 돈까스와 새우한마리 생선까스 하나가
왕돈까스정식으로 되어있는.....정말 여기서 먹고 운전하는 기사는
이틀 동안 금식해도 될만한...그런 돈까스를 기분 좋게 먹었다....
어제 오늘 통 털어 가장 맛있는 식사다...
다시 어제 그 PC방으로 갔다 주인이 반갑게(?) 맞아준다...
계속 고속도로 정보와 국도 정보를 보고 전화하고....난 지치고 있었다....
자주 다니는 게시판....나중엔 한게임 고스톱.... 그리고 또 전화....
결국 고속도로 상황실에서 내일 오후 6시 길이 뚤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일 6시....이건 아니다....
계속 연락 끝에 국도 상황실에서 미시령을 통해
구룡쪽으로 방금 길이 뚤렸다고 했다....
차는 막힌다고...
그래도 가야하지 않겠는가...
다시 차로 돌아가니....이런...
누가 차를 열려고 시도한 흔적이 보이고 안열리니 사이드 밀러를 부숴놓은 것 같다....
황당하다....이 빗길을... 초행길을.... 창문도 열 수 없는데....
어떻게 저러고 다닐 수 있지????
11시가 넘은 여기 저기 전화해 봐도
강릉에서는 지금 차를 고칠 만한 곳이 없다고 한다...
PC방 주인의 도움으로 일단 테이프로 사이드밀러를 고정시켰다...

속초로 올라가는동안....난 피곤했고 기분도 좋지않았다....
빗속에서 테이프로 감아놓은 저 사이드밀러가 언제까지 버텨줄 수 있을지....

강릉에서 속초를 가는 동안....
새로운 경험을 했는데....
자꾸 왼쪽 귀에서 켱쾌한 하모니카 음악이 들렸고
오른 쪽 귀에서는 타악기 음악이 들렸다....
난 라디오를 켜지도 않았고 창문도 닫았고
주변엔 늘 그렇듯 차도 사람도 없었다....
등골이 오싹해진 건
그 경쾌한 하모니카 음악이
내게 서럽게 들리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 때 였다....
길 한가운데 차를 세웠다....도저히 무서워서 움직일 수가 없다...
북강릉 쪽 고속도로 진입로에서
마지막으로 고속도로 상황실과 통화했다....
방금 고속도로를 임시 개통했다고 한다...
어제의 악몽으로 국도로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역쉬!!!
내 긍정적임을 시기한 하늘이
내 사이드 밀러를 망가뜨렸을지언정 내겐 늘 희망이 있다!!!!
고속도로를 달렸다...
서울 서 오는 길을 반으로 나눠 임시 개통을 했고
강릉서 서울로 가는 도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횡성 휴게소를 다다를 무렵 좋지 않은 도로사정과 비로
사이드밀러는 떨어졌다...
새벽 3시....
난 휴게소로 들어가 우동과 라면 둘중에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메뉴에서 라면을 선택하고
처량하게 쭈그리고 앉아 비를 보며 담배하나를 물었다....
날이 밝아야 차도 고치고 집에도 갈수 있다....
난 또 차에서 잠들었다...
정확히 10시에 일어났다....
3일 연속 10시에 일어난다...ㅋㅋ
보험회사에 연락하고 휴게소에 렉카가 왔다...
횡성의 한 공업사에서....
물난리에 휴일에....없는 사이드밀러를 찾고 찾은 것이
은색 밀러다....
차라리 테이프로 붙이고 다니는 것이 덜 쪽팔리다...
그래도 그게 어디냐....뒤가 보이는데....

죽전 휴게소에 오니 집에 온 것 같았다...
이렇게 3박4일(?)의 여행은 끝났다
낯선 곳에서 내게 힘이 되준 사람에게 어떤 보답을 해야할 지...고민을 남긴채...
* 달력에서 3일연휴를 확인하고
전 주부터 설레였습니다...
뭔가 새로운 계획을 해야하고
또 답답한 마음에 쉴 곳을 찾았고
얼마 전 메뉴판 작업을 부탁한 사람이
"백담사어때요" 한마디에 마음은 이미 백담사에 있었습니다....
늘 그렇듯 혼자하는 여행에서
돌아올 때는 부담과 함께 희망을 가지고 옵니다...
결국 푹 쉬겠다는 기대는 깨지고 말았지만
새로운 걸 깨닫기도하고
무엇을 해야할까라는 고민도 해결되었습니다...
계획에 없던 차 문제로 빈털털리가 되어왔지만
내 맘은 무언가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내 눈으로 직접 확인 된
많은 수해가 빨리 복구되길 바라며 그 들의 맘에 희망이 생기길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