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번역을 맡은 곰브리치를 예습하다가
오늘 만난 화가는 티치아노와 코레지오입니다.
르네상스 3개 거장이 갖추고 있다는 자질이 모자라지만
물감을 쓰는 법을 터득하여 한 시대를 풍미하고
뒤에 오는 후배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화가라고 곰브리치는 소개하고 있더군요.
흔히 이야기되는 전기작가들의 말, 당시의 카를로스 5세가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가
떨어뜨린 붓을 허리를 굽혀 주웠다는 일화가
예술가의 위상이 얼마나 올라갔는가에 대한 하나의 증명처럼 이야기된다고 하네요.
초상화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그에게
당대의 유명한 인사들이 어떻게라도 초상화를 한 점 그려받으려고 한 이유는
그림을 통해서 불멸의 존재가 되고 싶은 욕망때문이었다고 하는데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미술사에 실린 한 영국남자의 초상화가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찾아보려고 검색을 시작했으나 그 작품을 찾기가 어려워 포기하고
다른 그림을 보고 있는 중입니다.
혹시 미술사를 소장하고 있다면 16장 빛과 색채에 나온 티치아노의 그림을 한 번 들여다보실래요?


티치아노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화가들의 이름을 열거해보면
그가 후대의 미술사에 얼마나 지대한 공헌을 했나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루벤스,벨라스케즈,그리고 렘브란트가 그에게 빚지고 있다고 말을 했다고 하네요.

그림속의 인물은 피에트로 아레티노,당대의 유명한 풍자작가라고 합니다.
생각에 잠긴 그의 모습도 모습이지만 옷 색깔의 처리에 눈길이 가네요.

추기경 피에트로 벰보의 초상화인데요
이 사람에 대해서는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다룬 소설이나 글에서 가끔 이름을 읽어서 그런지
그저 그림속의 인물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좀 더 다른 눈으로 보게 되는군요.
그런 것을 모른다해도 추기경의 옷 색깔을 처리한 화가의 역량이 눈부십니다.

이 그림에 관한 설명이 간단하게 소개가 되어 있네요.
Ranuccio Farnese was twelve years old when Titian painted his portrait. The boy had been sent to Venice by his grandfather, Pope Paul III, to become prior of an important property belonging to the Knights of Malta. As a member of the powerful and aristocratic Farnese family, Ranuccio went on to an illustrious ecclesiastical career. He was made Archbishop of Naples at the age of fourteen, and he later served as Bishop of Bologna, Archbishop of Milan and Ravenna, and Cardinal Sant'Angelo, dying when he was only thirty-five years old.
Adult responsibility came to Ranuccio when still a child, as Titian so brilliantly conveyed through the cloak of office, too large and heavy, sliding off the youth's small shoulders. The boy in the role of the man is what gives this characterization such poignancy.
Portraits by Titian were in great demand, distinguished as they were for their remarkable insight into character and their brilliant technique. Nowhere is the painter's genius more in evidence than in this image. Limiting his palette to black, white, and rose, Titian enlivened the surface with light: the dull gleam rippling over the sleeves of the velvet cloak; the fitful pattern flickering across the slashed doublet; and the changing reflections on the satin Maltese Cross.

티치아노의 그림을 원화로 처음 본 것은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에서 입니다.
이 그림앞에서 마치 다리가 저절로 붙어버리는 그런 경험을 한 기분이었지요.
그런 그림이 몇 점 더 있었는데
렘브란트가 그린 노인, 라파엘로가 그린 교황의 초상도 그런 작품중에 해당했다는 기억이 새롭습니다.
기다리는 일행에게 갔다가 한 번만 더 보고 싶다고
다시 들어가서 본 그림중의 한 점이 바로 이 그림이라서
요즘도 티치아노 그림을 보려고 들어오면 다시 찾아서 보게 되네요.
그래서 처음 만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혼자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다른 날보다 일찍 시작한 일요일,그래서일까요?
정말 하루가 길었던 느낌입니다.
오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서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살인으로 인해 피해자 유가족이 된 사람들이 가해자를 용서하고
사형폐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에 관한 책인데요
그 책을 읽고 들어와서 그런지 이 그림이 더 눈길을 끄네요.
그래도 역시 긴 하루여서 피로감을 느낍니다.
오늘은 이 그림으로 그림보기를 마무리하고 자야 할 모양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