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미술사 시간에 제가 맡은 부분이 바로
미켈란젤로입니다.
제가 보는 예술가의 전범이란 바로 이 사람이라서
오래전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주 그와 만나게 되는군요.
잊혀지지 않는 기억중의 하나는
언젠가 (지금 그 때가 언제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새해가 시작되는 시기에 몸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힘이 없는 상태에서 우연히 까치출판사에서 번역한
미켈란젤로를 읽기 시작했는데 (그것도 누워서)
조금 읽어나가다 보니 글의 힘으로 몸이 서서히 회복되는 것을 느끼는 희안한 경험을 했습니다.
상당히 긴 분량의 글이었는데 마치 스폰지로 빨아들이는 것처럼
매혹당한 기억이 나네요.

이 작품을 비티칸에서 보았습니다.
그런데 보기 전에 가이드가 제게 보여준 책이 한 권 있었는데요
사진집이었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사진을 잘 찍을 수가 전율이 일어났습니다.
다양한 위치에서 이 작품을 찍은 것인데
어느 쪽에서 보면 한없이 고통스러운 모습이
다른 쪽에서 찍은 것을 보면 환희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고
평화란 바로 이런 것을 말하는가
저절로 감동하게 하는 표정도 있었지요.
그래서일까요?
막상 작품을 실제로 보니 (감상자가 가까이 가지 못하도록
조치가 취해지는 바람에 ) 사진속의 감동만큼은 아니더군요.
그런데 왜 그 때 사진집을 구하지 않았을까
지금도 후회가 되는 책중의 하나입니다.
아마 그 날 서점에서 구해야 할 책이 너무 많아서
마음으로 새기면 되었지,그렇게 마음먹었던 것 같은데
지금도 가끔 사진속의 표정이 생각이 나고
언젠가 누가 로마에 간다하고 하면 책을 부탁해야지
그렇게 마음먹고 있는 책이지요.
오늘 아침 피에타를 바라보고 있으니
다시 구하지 못한 책으로 생각이 뻗어갑니다.
언젠가 교황의 연인이란 소설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왜 마리아가 그렇게 어려보인 것인지
비밀을 알게 되었지요.
마리아의 모델로 등장하는 사람이 바로
소설속의 교황의 연인이라
두 사람이 미켈란젤로에게 피에타의 모델로 발탁되어
작업하는 광경이 소설속에서 잠깐 등장을 하더군요.

이 곳을 실제로 들어가서 보았을 때의 느낌을
평생 잊기 어려울 것 같아요.
가기 전에 오랫동안 도판을 보고 공부를 하였지만
실제로 가보니 그런 기본은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고개를 들고 한참을 바라보고
다시 그 자리에 가면 느낌이 새로와서
보고 ,다시 가 보고 이렇게 여러차례 돌아다니면서
바라본 천장
그 곳에 한 세계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창조의 이야기를 신앙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인가
아닌가에 따라서 이 그림을 보는 느낌이 다를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창세기의 이야기를 일종의 설화로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그 순간 마치 그 현장에 초대받은 기분이 드는 묘한
시간이더군요.


시스틴 천장화를 보고 있으니
불현듯 그 시간 그 자리에 다시 돌아간 느낌이 드는
추억으로의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