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무르익어가는 날~
삼각산 여우굴을 찾아가기로 큰 마음 먹고 차려나섰습니다~
모처럼 약간의 바위맛도 보아야하니까 특별히 40미터 자일도 챙겨넣고...
모르는 길 찾아가려니 약간의 긴장감도 맛보니 참으로 기분 굿입니다~
코스는 염초봉 릿지 초입로에서 직벽 아래로 우회전^^
올려다본 원효봉의 기세가 멀리서 바라보는 것보다 훨씬 당당합니다.
신발끈 단단히 조여매고 바윗길을 오릅니다...
이 곳에도 공해는 바위에 영향을 미쳐서 표면이 부식되는 중이라 여기 저기 껍질이 벗겨지고있습니다.
조심해야죠~
경사도는 점점 심해지고 다 풀어져버린 다리의 힘은 호흡만 가쁘게 나를 재촉합니다~
두 달 전만해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이를 악 물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단내가 납니다^^
이 곳에서 젊은 바위꾼(30대 중반의)을 만나 동행하게 되었지요.
나는 가장 경사가 급한 곳으로 오르는데,
그 친구는 오른쪽으로 슬쩍 방향을 바꾸더니 길섶에 안착하네요.
아뿔사~ 예전 생각을 하고 오르는데 신발이 닳아서 약간씩 슬립을 먹습니다.
두 걸음만 떼면 혹부리 영감의 혹처럼 생긴 돌출된 부위를 잡아 오를텐데.......
오늘도 또 도움을 받았습니다.
자일을 던져주어 허리에 동여매고 살금살금 일미터 가량 내려와 오른쪽으로 다가가며 안착~
땡큐 베리 감사^^*
드디어 원효봉에 오른 오늘의 까메오~
되지도 않은 폼을 잡고 한 컷 찰칵^^
까메오의 모자 높이만큼은 일단 올라가야 합니다.
거기가 직벽이 있는 곳이니까요.........
이 곳까지 왔으니 사주 경계를 안 할 수 있나요?
왼편 저 멀리로 보이는 도봉과 오봉의 예쁜 모습^^^^^*
그 앞에 능선은 지난 주에 달렸던 상장능선이구요.......
북문의 아취가 아름답죠?
이렇게 작은 문에다가 아취를 꾸며놓은 조상님들....참 거시기 합니다.
여기서 거시기란 제 의견으로 실용적이지 못하고 비 경제적이었다는 얘깁니다.
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산성문에 아취까지 해다 붙일 게 있었을까???
아마 무슨 사연이 있겠죠?
더 튼튼하다거나 보기에 좋다거나 기타 등등..........
이제 직벽 아래 주의 사항을 적어놓은 현수막이 걸려진 곳까지 왔습니다.
저기 나뭇가지에 묶어놓은 배낭요?
바로 이 사람 것입니다~
ㅎㅎㅎㅎㅎㅎㅎ
국립공원 북한산성 관리원으로 있는 청년이지요.
저도 오늘 처음 만났습니다.
여러가지 지도를 하고 있었는데, 5월부터 염초봉에 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핼멧을 써야한다는군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이 점 널리 계몽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하나 사야겠어요^.^
이 양반에게 다시금 길안내를 받고 아자씨 앞길로 앞으로~
아자씨 왈 "여우굴 찾기 쉽지 않을텐데요.........."
참 여기서 그 젊은 바위꾼 아자씨와는 BYE~~~
이 곳엔 아직도 봄이 오려면 멀었나보다 했는데 마른 풀 사이로 예쁜 꽃 한 송이를 발견.
이름이 뭐죠?
노랑 제비꽃인가???
통과!
우퉁불퉁 너덜지대를 지나와 넓직한 공터를 발견하여 이 곳이 '시발클럽'인가보다 하며
바위 위를 암만 쳐다봐도 문패가 없어 쉬는 이들에게 물어도 모두 "아이 돈 노우!"
인터넷에서 찾아 인쇄한 글을 읽어도 긴가 민가...
근데 이건 또 뭔가?
바로 아래에 약수암이 있넹%^#^&*(#@!~@$
맞아 그렇게 써 있었지...그럼 괜한 고생하면서 여기까지 돌아온거네...................
아무튼 여기서 부터가 여우굴 찾기에 시작인데..하면서
계속 올라가니 돌계단뿐.....
여긴 위문 가는 길임에 분명한데?????
올라오는 사람, 내려가는 사람에게 물어도 모두 모른다는 대답뿐~
여우굴????? 시발클럽?????
위문까지의 중간쯤 갔을 무렵 어느 여자분이 가르쳐준다.
"약수터 왼편으로 올라가시면 돼요~"
다시 컴 백!
이럴 때가 가장 고단하지요~
다시 너덜길을 올라 가면서 맞은편 노적봉의 모습과 잔설을 눈에 담았습니다.
거의 다 올라와서 능선에 이르렀는데 여우굴은 도대체 어디에 숨었단 말인가?
염초봉이 바로 코앞에 있는데...
다시 내려오면서 바위 틈마다 샅샅이 뒤지기를 한 시간여.......................
여우굴이 뭐길래 내가 이렇게 험한 산속을 헤매나???
배도 고프고 목도마르고%$^@#&*(@&!
기브 업!
찾기를 포기하고 위문을 거쳐 백운봉에 올랐습니다.
몇 분이 계시길래 "여우굴이 어딥니까?"
그 중 한 분이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보일리는 없지만 조 아래 있다고..............
'꼭꼭 숨어있거라 다시 내가 너를 꼭 찾아내고야 말겠다' 속으로 맹세하면서
꿩대신 닭이라고 호랑이굴에나 다녀가자~
올라온 김에 다시 한 번 사주경계~
인수 릿지 저 편으로 상장능선이 바로 내려다 보입니다,
그 뒷편으로는 도봉^^
이제 호랑이굴을 찾아가는 길~
잔설이 분분하고 절벽 길이라 바위를 만지고 내려가기엔 손도 시려워 조심 또 조심~~~
그래도 멋진 인수봉은 담아봐야 하지 않겠니?
숨은벽의 종착점엔 몇몇 사람이 인수봉에 오르는 바위꾼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작년 가을 이 앞에서 들어가지 않고 하강했던 기억이 새롭다~
약간의 폐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오늘 이 호랑이굴을 통과하련다!
배낭속엔 자일이 있지만 꺼내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