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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글방-여교황 조안
intotheself |
조회수 : 1,383 |
추천수 : 25
작성일 : 2006-02-17 10:54:19
언제 어느 책에서 읽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카톨릭 역사상 단 한 명의 여자교황이 있었다는 간단한 기록을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제 반응은 과연 그것이 가능했을까?
어떻게 그녀는 남자로 변장하여 그 상황을 이겨낼 수 있었을까?
정신적으로 물리적으로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그런 간단한 생각을 하고 말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기록의 신빙성은 그 글을 쓴 사람이 믿을만한 사람이어서 의심하거나 하지는 않았지요.
그리곤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그 이야기를
마두도서관의 서가에서 빌릴만한 책이 있나 돌아다니던 중
소설로 만났습니다.
책은 너무 오래 되어서 누렇게 변색이 되었고
요즘 나오는 디자인과 글자체도 눈에 쏙 들어오는 책과는 달리
손이 가기 어려운 그런 상태였고
그나마 일권은 어디있는지도 모르고 이권만 눈에 들어왔지요.
순간 읽어? 말어? 갈들이 일었지만
찬찬히 뒤져보니 다른 곳에 꽂혀있던 일권이 있더군요.
소설가의 이력을 읽어보니 마음이 당기더군요.
그래서 빌려온 두 권으로 번역된 소설 여교황 조안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시대도 역사적으로 보면 역사책에서 서너 페이지로 요약되어서
실제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상상하기 어려운 9세기인데요
800년하면 역사적으로 프랑크 왕국의 샤를마뉴 대제가 로마 교황으로부터 크리스마스에
대관식을 통해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로 취임하게 되어 교권과 속권이 밀착하게 되는 그런 시기이지요.
814년 샤를마뉴 대제가 죽는 바로 그 해에
프랑크 왕국의 변방에서 휘몰아치는 눈으로 사람의 운신이 어려운 날
한 아이가 태어납니다.
아버지는 잉글랜드 출신으로 이 곳에 선교의 임무를 띠고 온 참사회원이고
어머니는 색슨족으로 샤를마뉴의 군대에 의해 종족이 거의 죽음을 당한 전쟁에서 살아남아
선교하러 온 아버지의 눈에 띄어 결혼하게 된 이교도 (기독교인의 눈으로 볼 때) 인 셈이지요.
당시 이교도라고 하는 말은 지금의 기독교 신자가 생각하는 그런 개념보다 훨씬 위험하고
불온한 그래서 언제라도 지탄의 대상이 되는 말이었습니다.
마녀재판이 시퍼렇게 살아있던 시대이니까요.
산파의 도움으로 간신히 태어나게 된 아이,그 아이가 딸이라는 말을 듣자
이 아버지의 반응은 짐작하시겠지요?
이미 두 오빠가 있는 상태에서 태어난 조안은 호기심덩어리입니다.
왜 그럴까?
그것에 대한 논리적인 설명을 듣지 않으면 만족하지 못하는 지칠줄 모르는 호기심.
그것은 여자로서 살아가는 것이 그만큼 어려울 것을 예고하는 측면이기도 하지요.
참사회원인 아버지는 큰 아들이 사제가 되길 바라기때문에 라틴어공부를 시킵니다.
물론 이 공부에 대단한 흥미를 느낀 어린 조안은 오빠에게 사정하여 글자를 배우게 되는데
오빠는 단순히 이름이라도 쓸 수 있다면 여동생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여
시작한 일이었지만 그의 기대보다 훨씬 빠르게 언어를 받아들이는 동생을 보고
아버지에게 걸릴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동생과 공부를 함께 합니다.
그러나 그런 기쁨도 잠시
동네에 번진 전염병으로 큰 오빠가 죽게 되고
아이에게는 열렸던 한 세상이 닫혀버리고 맙니다.
반면 둘째 오빠 존은 글에 대해서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사냥이나 무기에 관심이 있지만
아버지는 그를 위해 가정교사를 초빙합니다.
가정교사는 당시의 세계에서는 금기라고 할 수 있는 고전에 관심이 있고 그리스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인물인데요
그는 존을 시험해본 다음 이 아이는 학문에 맞는 아이가 아니라고
다른 길을 권합니다
그렇지만 역시 그 시기에도 아버지는 그 말을 받아들이지 않지요.
시험과정에서 지켜보고 있던 조안은 자신이 아는 내용이 나오고
가정교사로 오신 분이 그냥 가려고 하자 불쑥 라틴어로 대답을 하고 맙니다.
놀란 선생은 그녀를 조금 더 시험해 보고
만약 두 아이를 다 가르칠 수 있다면 그 자리를 받아들이겠다고 제안합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그 제안을 수락하고
조안은 날개를 얻어서 사유와 논증의 즐거움을 알아가지요.
교사가 떠나야 할 때가 되자 필사본으로 호머의 서사시를 그리스어와 라틴어 번역으로 묶어서
그녀에게 선물로 주고 가는데
그녀는 그 책을 몰래 공부하면서 자신의 지식을 넓혀가지요
그러나 결국 아버지에게 들켜서 거의 죽을 지경으로 매를 맞고 몸과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가
생깁니다.
선생이 떠나가면서 어떻게든 네가 공부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보겠노라고 약속한 그 약속을
마음에 새기고 살아가는 그녀에게 어느 날 정말 구원이 찾아오지요.
스콜라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오고
여자를 스콜라에 받을 수 없다는 스콜라 선생에 대해서 기회를 준 주교는
문답을 주선합니다.
그 때 그녀가 명쾌하게 여자도 배울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증명하자
교사는 마지못해 그녀를 받아들이지요.
그 때 그자리에서 그녀를 응원해준 한 남자가 제롤드라는 그 지방 백작인데요
그는 앞으로 그녀의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소울 메이트의 역할을 하지요.
한 번도 여학생이 없었던 그 지역에서 어디에 거주할지가 문제가 되자
그 백작은 순수히 자신의 집을 제공합니다.
그녀는 스콜라의 수준이 실제로 자신이 배웠던 스승의 지식보다 덜 하다는 것에 실망하지만
백작과의 대화를 통해 ,그리고 나중에는 백작의 서가에서 만난 책들을 통해
지식을 습득합니다.
그리고 신앙으로 믿는 것과 자연에서 이론을 추출해내는 것 사이의 갈등에 대해 고민하게
되지요.
맹목적으로 신앙하는 것이 그녀에겐 불가능하게 되자
백작은 생각은 때로 위험할 수 있으니 아무때나 그대로 발설하지 말라
그러면 자칫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고 걱정을 하면서도 어린 영혼의 기발한 생각에 매료되지요.
둘 사이의 감정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백작의 부인이 그가 없는 틈을 타서
그녀를 결혼시키려고 서두릅니다.
그러나 결혼식 당일 (물론 저항하지만) 성당에 노르만족들이 쳐들어오고
결혼식은 물론 참석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첨한 죽음을 당하고
그녀는 남자로 변장하고 풀다수도원에 들어갑니다.
그 곳에서 약을 다루는 수사에게서 의술을 배우면서 살아가기 12년
지역에 역병이 돌자 사람들을 치료하다가 자신도 병에 걸립니다.
치료를 받자면 여자라는 것이 밝혀질까봐
수도원을 나와서 매여있는 보토를 타고 무작정 떠내려가다가 구조를 받고
그녀는 결국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다가 로마행을 택합니다.
로마에서 그녀가 교황이 되기까지의 이야기
그 안에서 한 인간
아름다운 영혼을 지닌 한 인간의 삶이 드라마틱하게 펼져지는데요
이 글을 쓴 소설가가 7년에 걸쳐 자료수집을 하면서 공부했다고 하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로 당시의 로마,당시의 역사가 잘 버무려져 있어서
역사책 읽기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에겐 소설적 상황도 상황이지만
역사책의 보완자료로서도 아주 훌륭한 자료가 되더군요.
이번 여행에서 가본 성당인 라테란 성당이
그 시절에는 교황청이 있었던 자리더군요.
그 곳 지리에 대한 설명, 당시 테베레 강 주변에 있던 성베드로 성당을 중심으로
사라센인들이 쳐들어오자 성벽을 쌓게 되는 이야기가
현재 베드로 성당 주변의 성벽의 기본이 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9세기에 로마에 살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교도 선조들에 대해서 느끼는 양가감정
교황청의 풍속도,
이방인 출신의 사제들에 대한 배타감
민중의 비참한 삶
사를먀뉴의 죽음 이후 그의 아들 루이,
그의 손자 로타르때의 프랑크 제국의 모습
로타르와 교황의 대립
이런 다양한 이야기들도 마치 태피스트리의 한 조각처럼 잘 버물려있어서
제겐 서양사를 다시 들여다보는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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