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언어분야를 좋아하게 타고 났는지 저는 외국어에도 관심이 많고 당연 국어에도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그중에서도 맞춤법 바로쓰기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표출(?)되기 시작한 것이 지금 생각해 보면 90년대 초중반쯤부터였던 것 같아요.

당시 TV의 오락 프로그램에는 자막이 등장하기 시작해 자막 없는 오락 프로그램은 상상할 수 없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채널을 돌리는 곳마다 공해처럼 꼬박꼬박 달리는 자막.
그대로 가다가는 사람들의 청각기능이 저하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정도로(애써 듣지 않아도 되었으므로^^)
심지어 드라마에는 자막이 안 나오는 것이 좀 답답하게까지 느껴지던 그야말로 자막이 난무하던 시절이었어요.
뭐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요.

정말 문제였던 것은 그렇게 수시로 TV화면에 뜨는 자막에 말도 안되게 틀린 맞춤법이 너무 잦은 것이었죠.
자막이 한 줄 뜨면 틀린 맞춤법이 한 개 정도는 들어있을 정도로 정말 심각했답니다.
그런 맞춤법이 나올 때마다 흥분하여 주먹으로 애꿎은 방바닥을 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

남녀노소 구별없이 보는 오락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자막.
가장 큰 사회적 공신력을 가졌다 해도 과언이 아닌 공중파 방송에서 나오는 자막의 영향이 얼마나 대단할 것인지는
확인해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지요.
개인이 일기장에 적는 글이나 몇몇이 특정공간에 모여 나누는 글귀와 말이야 좀 틀린 데가 있다 해도
그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방송은 막대한 전파력을 가졌기 때문에 그냥 작은 실수로 치부할 수 있는 문제가 절대 아니었습니다.
책도 많이 읽지 않는 세상인데 TV와 각종 매체는 바로 우리들의 국어 교과서나 다름 없지 않습니까.
더구나, 아직 맞춤법을 완전히 알지 못하는 어린 학생들이 그 자막을 다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입에서 험한 욕이 한바가지 튀어나올 정도로 얼마나 화가 났었는지 모릅니다.
오늘 아침에 이런 기사가 인터넷에 접속하자마자 눈에 들어오네요.
"영어 배우느라 한글 잊었나"... 초중고생 국어교육 소홀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602160109
요즈음 인터넷의 국어사용을 보면서 익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긴 하지만 생각만큼 정말 심각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이러다가 한 백년쯤 뒤에는 국어의 본모습이 얼마나 남게될지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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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맞춤법이 틀림을 지적하는 일은 별로 환영을 받지 못하는 일임을 압니다.
하지만 이젠 이 공간이 특정 부류만의 공간이 아닌 또하나의 사람들 세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이제는 어쩌면 TV보다 막강한 전파력을 가지게 되는 일도 일부 벌어지고 있어
인터넷상의 글이 그냥 개인의 글이라고 보기에는 무리인 그런 시대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물론, 친목으로 모인 공간에서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글이 전부 맞춤법 검열을 거쳐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 또한 이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그렇게 딱딱한 것, 뭔가 제제를 받는 것, 엄격한 틀에 가두는 것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지요. ^^
그러나, 국민으로서 국어 사용자로서 또 무엇보다도 내 아이의 부모로서 주의는 기울이고
최소한의 것은 알려고, 너무 말도 안되는 오류는 스스로 고치려고 노력은 해야하지 않나 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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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을 많이 가져도 국어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정말 완벽한 맞춤법까지 지키는 것은 국어학자가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요.
띄어쓰기 같은 경우는 국어에서 정말 어려운 부분 중 하나라고 느낍니다.
저도 당연히 완벽하게 모릅니다만, 이대로 국어가 무너져가는 것을 보고 있기에는 너무 안타까워서
작은 힘이라도 애써보고 싶답니다.
너무 안타깝게 틀리는 맞춤법들, 맞게 쓰는 이보다 틀리게 쓰는 이가 더 많은 무너진 맞춤법들,
교단의 선생님들조차 틀리는 맞춤법들, 그리고 우리 국어에 대한 이야기들을 생각나는대로 올려보려고 합니다.
아, 노파심에 하나 첨언하자면...... ^^;;
인터넷 상에서 심각하고 진지하게 상담을 원하거나 마음을 담아 쓴 글에
아무런 대답은 없이 리플로 틀린 맞춤법만 달랑 지적하는 일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음을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합니다.
글과 말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글의 내용과 그것이 주는 메시지와 그 안에 담긴 글쓴이의 정신이
맞춤법이라는 규칙보다는 가치가 있음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