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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바티칸에서의 흡족한 하루

| 조회수 : 1,116 | 추천수 : 18
작성일 : 2005-12-30 05:41:21


오늘 바티칸 투어에 가려고 약속한 역에 갔습니다.



부슬 부슬 비가 내리는 날,약속장소에 가니 가이드만 나와 있고



사람이 아무도 없네요.



알고 보니 지난 번 로마시내에 함께 한 가이드가  남부환상투어의 일정을 바꾸어주면서



잘 못 알고 목요일에 바티칸 투어가 있다고 약속을 덜컥 잡아준 모양입니다.



신용문제도 있고 해서인지 한국에서 약속을 잡은 사람이 있다면 단 한 명이라도 투어를 진행하는 것이



자신들의 일이라고 이야기를 하더군요,그래도 그것이 제겐 부담이어서



오늘 다른 곳을 다니고 내일로 약속을 바꾸겠다고 하니



그래도 조금 기다리다가 단 한 명이라도 더 오면 그냥 진행하겠다고요.



마침 전화로 가예약을 한 두 사람이 더 와서  투어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지하철에서 내려서 가는 길,이미 길다란 줄이 보입니다.



비는 내리고 우산을 쓴 사람들의 줄을 보고 있으니 마치 총천연색 색의 향연을 보는 느낌입니다.



가이드와 저를 포함한 나머지 두 사람,이렇게 넷이서 서서 이야기를 하는데



그 중 한 사람이 그리스,로마신화라고 해서 자신은 그리스의 수도가 로마인줄 알았다고 해서



정말 재미있게 웃었습니다.



웃다가 생각하니 이것이 웃을 일인가 싶기도 하고요.



이과 출신들의 경우 세계사를 배운다 해도 거의 시험때 암기하면 바로 잊어버리는 수준의



공부이기가 쉬웠다고 하네요.



마침 함께 간 여자분은 직장생활에서 모은 돈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2개월에 갈 수 있는 곳을 다 가보려고



혼자 여행중이라고 합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해서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들어가기 전 바티칸의 역사에 대한 가이드의 설명을 듣던 중



그가 잘 못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잠깐 부연설명을 했더니



그 때부터 아줌마를 대하던 태도에서 선생님을 대하는 태도로 바뀌는 것이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제일 먼저 회화관에 들어가서 만난 그림이 지오토입니다.



가이드의 설명을 어느 정도 들은 다음 일화로 이야기가 바뀌는 싯점을 잡아서



저는 조금 더 자세하게 다른 그림들을 보았지요.



지오토부터 시작하여 바로크 회화까지를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인데



지오토, 페루지노,핀투리키오,카라바지오,기를란다이요,귀도 레니,무리요의 그림이 인상에 남았습니다.



르네상스와 바로크의 차이에 주목해서 그림을 보았지요.



압권은 물론 라파엘로였습니다.



라파엘로의 좀 더 젊은 시절,스승 페루지노의 색감을 그대로 모방한 듯한 그림에서



그가 조금 더 성숙하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영향을 수용한 그림,



마지막 유작으로 시스티나  천장화를 보고 나서의 충격을 흡수한 것이 역력한 작품



이렇게 세 점을 나란히 전시한 관에서



한 인간의 너무 빨리 끝난 생애가 아쉽다는 생각을 했지요.



점심 시간이 되기 전



가이드가 준비한 시스티나 천장화와 최후의 심판에 대한 강의를 한참 들었습니다.



로마에서 가이드가 되기 전에 공부를 많이 했다는 그는



자신이 아는 것에 대해서는 100% 이상 말로 풀 수 있는 재능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참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지요.



각 장면별로 나름대로 설명을 하는 방식이 거의 드라마를 보는 수준이더군요.



점심 시간을 한 시간 자유시간으로 주길래 이탈리아 어 공부하면서 본 판니니란 음식을 하나



주문해서 빨리 먹고 나서  저는 조각관으로 달려갔습니다.



그 곳에서 마침 영어로 설명하는 가이드가 있길래 그 사람을 따라다니면서 설명을 듣게 되었는데



조금 눈치가 보이긴 했지만 그것도 재미있더군요.



예수가 당시 일반 대중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닌 존재였을까에 대한 설명을 아주 실감나게 하는 바람에



그렇구나,고개를 끄덕이면서 보기도 했습니다.



조각관에서 벨베데레의 아폴로, 토르소,그리고 라오콘 군상을 오랫동안 감상을 했습니다.



라오콘 군상은 도판으로 그렇게 자주 본 것인데 실제로 보는 느낌은 아주 다르더군요.



그래서 보고 또 보고 발길을 떼기가 어려웠습니다.



조각관을 지나서 라파엘로의 방이라 이름붙은 곳을 구경했는데 역시 압권은 아테네 학당이지만



그 작품외에도 처음 보는 그림들도 많았고



역사적으로 의의가 있는 작품들,눈을 떼기가 어려운 모자이크화도 있더군요.



제게 참 새롭게 느껴진 곳은 지도의 방이라고 이름붙은 곳이었습니다.



1500년대에 그려졌다는 이탈리아 각 지역의 지도들이 얼마나 생생하던지요.



그 곳을 지나서 시스티나 천장화를 보러 들어갔습니다.



고개를 위로 쳐들고 바라보는 그림,이 그림을 만나기 위해서 여기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바로 그 그림을 보고 있으려니 정말 로마에 왔다는 실감이 났습니다.



조각처럼 처리된 부분들이 정말 생동감이 있어서 조각가가 그린 그림이란 것이 실감이 났습니다.



장면 장면 자세히 설명을 듣고 미리 책 한 권을 사서  다시 보고 난 뒤라 그런지



그림에 대해 연상하는것도 ,그림에 몰입하는 것도 좋았습니다.



한 쪽에서만 보기엔 아쉬워서 자리를 바꾸어가면서 여러 차례 돌아보고 나서



드디어 바티칸 성당으로 갔습니다.



제겐 장엄하다기 보다는 과연 이 곳에 부활한 예수가 오고 싶을까 그런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들 정도로



호화로움의 극치라고 느껴지네요.



안에서 설명을 들으면서 한 번 다 돌아본 다음



가이드가 준비한 책으로 피에타를 보았습니다.



사진작가가 사진을 얼마나 다각도로 찍어 놓았는지 마치 대리석이 살아서



우리에게 말을 거는 듯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역시 제겐 미켈란젤로를 다시 만나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습니다.



캄피돌리오 광장의 계단도 ,광장도,



그리고 피에타와 쿠폴라의 아름다움도.



그래서 내일은 시간을 내어 모세상을 보러 꼭 가보려고 합니다.



다 돌아보고 나서 미사가 시작되는 시간



잠깐 동안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듣고 나서는 서점에 들렀습니다.



책과 달력,그리고 그 곳에서 구할 수 있는 약간 비싸다 싶은 음반 한 장



그렇게 구하고 나서 밖으로 나오니



야경속에서 만나는 베드로 광장이 보입니다.



광장에 얽힌 일화를 듣고 산탄젤로 성에 가 본 다음



그 유명한 테베레 강이 흐르는 모습을 본 다음



지도를 얻으러 인포메이션 센터에 갔는데



그 곳에 있던 이탈리아 남자가 한국인이냐고 유창한 한국말로 물어봅니다.



함께 한  여자분과 저는 놀라서 아니 어떻게 한국말을 그렇게 잘 하느냐고 당연히 물어보았지요.



한국말에 관심이 있어서 부산에서 3개월간 어학연수를 했고



한국사람과 함께 이탈리아에서 살고 있다고요.



한국말을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어서 교보문고에서 회화와 문법책을 구해서 혼자 공부하는 중이라는 그 사람의



유창한 말에 너무 놀래서 이것 저것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가 우리에게 오페라에 관한 정보를 알려줍니다.



내일 라트라비아타 공연이 있다고요.



그래서 이 기회에 보고 싶어서 예매하려고 찾아가보니



이미 다 표가 팔렸다고 하면서 다른 곳을 추천해주네요.



모르던 사람 네 명이서 내일 만나서 가기로 하고 이름만 예약을 한 상태로 돌아왔습니다.



한국 시간으로는 오늘이 제 생일인데



여기서는 로마식으로 내일 생일날 오페라 공연을 볼 수 있는 행운이 찾아왔으니



모르면 묻고 또 물어보리라 생각한 것이 이번 여행에서 얼마나 여러 가지 행운을 가져왔는지



그저 기쁜 마음이네요.



오늘은 그야말로 순간 순간 즐겁고 놀랍고 기쁜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민박집에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도 졸리지 않아서 바로 글을 쓸 수 있는 에너지가 남아있네요.



언젠가 이 곳 로마에 다시 올 수 있다면 바티칸에서 못 보고 지나쳐야 했던 작품들을 찬찬히



혼자서 더 둘러보고 싶습니다.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한걸음
    '05.12.30 2:30 PM

    혼자서 여행하고 계시는 즐거움이
    솔솔 묻어나는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아씨시를 가보시면 좋으실텐데...
    피렌체를 제외하신다는 글을 읽은 것 같아서요
    돌아오셔서 좋은 사진과 그림 많이 보여주시구요
    여행하시는 내내 건강하세요

  • 2. 안나돌리
    '05.12.30 2:52 PM

    먼곳에서 맞이하는 생일을
    축하드립니다...

  • 3. hippo
    '05.12.30 3:20 PM

    바티칸에 계시군요.
    저도 1월달에 바티칸에 있었는데....
    그곳 우체국에서 아들에게 줄 기념주화사느라 시간 약속에 늦어 같이간 일행들에게 안좋은 소리 엄청 들으며...
    그래도 그립네요. 그 추억을 떠올리니...
    다음엔 저도 이렇게 여유있게 다시 한번 가보고 싶어요.
    생신 축하드리고요 ...
    기쁜 새해 행복한 새해 맞으세요.

  • 4. june
    '06.1.1 1:28 AM

    트레블채널에서 해주는 바티칸 특집보다 더 실감나는 글 이었습니다.
    다른 곳들도 마찬가지지만 유럽은 특히나 준비하고 공부한 만큼 얻고 들어오는 곳 인거 같아요.
    늦었지만 생신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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