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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피돌리오 광장 계단에서 만난 미켈란젤로
intotheself |
조회수 : 1,529 |
추천수 : 37
작성일 : 2005-12-28 15:07:05
지난 터키 여행때 가이드로 함께 한 교수의 설명을 들으면서
다음 여행지는 바르셀로나와 모로코를 묶어서 가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실제로 돌아와서 그 곳에 관한 글을 찾아 읽고
가우디에 관한 책도 구해서 읽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교보문고 외국어 서적부에서 나란히 두 권의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한 권은 천지창조의 각 장면을 크게 보여주면서 하나 하나 일일이 설명하는 책이었고
다른 하나는 미켈란젤로의 전 생애를 다룬 책이었습니다.
물론 그가 살았던 시기의 다른 화가들,건축가들에 대한 설명도 있었고요.
두 책의 책값이 무려 두 배 이상 차이가 나서 (물론 천지창조에 관한 책이 더 비쌌지요)
후자의 책을 구했습니다.
집에 와서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상당한 분량의 책을 일주일도 채 되기 전에 다 읽었는데요
그 책중에서 너무나 인상적인 한 장의 사진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겁니다.
바로 캄피돌리오 광장을 밤에 찍은 사진인데요
파란 빛이 도는 사진속의 문양이 마치 세상을 포용하는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아마 그 때부터일 겁니다.
슬그머니 여행의 목적지를 로마로 바꾼 것은
사실은 로마라기보다 미켈란젤로를 보는 것이었지만.
그리곤 거의 일년동안 고대로마,르네상스에 관한 책을 손에 잡히는 대로 찾아 읽었지요.
미켈란젤로를 만나려면 피렌체를 꼭 넣어야 하지만
고대 로마를 공부하다보니 로마에서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라니 그렇다면 피렌체는 다음 기회로 하고
마음을 바꾸는 일이 참 어려웠던 기억도 나네요.
26일 하루 종일
로마 시내 투어를 했습니다.
간 장소 한 곳 한 곳 다 특색이 있고 좋았지만
그 날 이후 제 마음속을 흔들어 놓은 한 곳만 꼽으라면 저는 단연코
캄피돌리오 광장의 그 문양도 아니고
광장에 올라가는 계단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요?
광장을 올라가기 전에 바라본 계단
그리고 그 옆의 엠마뉴엘레 2세의 기념관옆의 계단
나란히 비교해 보면
미켈란젤로의 계단이 갖는 의미가 확연히 들어옵니다.
그 곳 광장을 세상의 중심으로 만들어달라는 (광장이 아니라 광장의 상징이 로만 카톨릭이 세상의 중심이란 의미겠지요?)
교황의 부탁을 듣고
미켈란젤로가 고심한 흔적은 여기저기 있습니다.
그런데 계단을 아래서 올려다보면
도대체 이런 계단도 있나 싶을 정도로 완만한 경사로
그 옆 건물의 계단은 올라가기도 전에 숨이 가쁘게 느껴지는 반면
이 곳은 올라올 때나 내려올 때나
전혀 힘이 들지 않은 공간으로 오르고 내려오는 그 자체가 일종의 정신적인 여행이 되고 있더라고요.
아,이것이 바로 공간에 대해 천재가 손댈수 있는 힘이로구나
쓸모없는 대리석이라고 버려진 대리석안에서 이미 그 안에 들어있는 형상을 만난다는 그
그가 이 공간에서 창조한 계단을 통해
저는 진정한 예술가는 어떤 존재인가를 소름끼치게 느꼈습니다.
마음속에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없다고 느낄 때마다
이 계단을 생각할 수 있겠구나
이번 여행은 이 한 가지로도 너무나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마음 가득 행복이 넘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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