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로마의 시원,팔라티노 언덕에 서다

| 조회수 : 1,269 | 추천수 : 17
작성일 : 2005-12-29 13:20:23

여행을 해 본 사람들은 누구나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 같아요.



처음 가는 곳을 혼자서 돌아보기엔 어디가 어디인지 잘 몰라서



가이드와 함께 여행을 하게 되지만



가이드가 우리를 인솔해서 가는 여행에서는 보고 싶은 만큼 제대로 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는 것





로마시내투어에서 간 곳들중에서 제가 가장 아쉽게 느낀 것이 바로 포로 로마노를 제대로 못 본 것과



바로 코앞에 두고도 팔라티노 언덕은 볼 것도 없다는 이유로 제외된 것이었습니다.



그 곳은 바로 로마가 시작된 곳이니 여행의 시작이 거기서부터인 셈인데 말이지요.



그래서 수요일 아침



다 보려 하지 말고 일단 출발한 곳에서부터 마음이 끌리는만큼 본다는 원칙을 세우고



8시정도에 민박집을 나섰습니다.



그래도 며칠 있었다고 이제 시내 거리도 조금 익숙해졌고



발걸음도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



신기한 일이지요?



제일 먼저 간 곳은 베네치아 광장이었습니다.



그 곳에서 어제 멀리서만 바라보던 원기둥에 가까이가서 자세히 살펴본 다음



엠마누엘레 2세 기념관 앞을 돌아보았습니다.



어제 비내리던 하늘과는 달리 날씨가 좋아서 하늘도 올려다보고



하늘 사진도 찍었지요.



그 위로 조금 올라가니 캄피돌리오 광장이 나옵니다.



미켈란젤로의 계단을 올라서



마르쿠스 아우엘리우스의 동상을 다각도에서 찍은 다음



아직 박물관에 입장할 시간이 되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라



포로 로마노쪽으로 걸어갔습니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그 공간에 적막한 고요가 흐릅니다.



혼자서,혹은 둘이서 조용히 다니는 사람들속에서



천천히 지난 번에 본 곳들,미처 보지 못하고 넘어간 곳들을 돌아다녔습니다.



다 보고 나서



10유로를 내고 팔라티노 언덕과 콜레세움 내부를 함께 볼 수 있는 표를 끊었습니다.



팔라티노 언덕



제겐 그 곳이 오늘 여행의 하일라이트였습니다.



마치 비밀의 화원속에 걸어들어간 듯한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한무리의 사람들이 모여서 나라의 시초를 열었던 곳



이제 흔적도 없이 그들은 사라졌지만



그들의 살았던 흔적은 페허속에서 여기 저기에 남아있었고



오렌지 나무에 잔뜩 매달린 오렌지



잘 자란 나무들



초록이 무성한 곳곳의 잔디들



상상하던 곳보다 훨씬 넓은 공간에서 그들이 살았던 삶을 생각하고 있으려니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흘러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다 돌아보는데 거의 1시간 30분이 소요되었고



그 곳에서 내려다보는 포로 로마노의 광경도



아래에서 거니는 것과는 사뭇 다르더군요.



터키 여행에서도 가이드는 트로이에 볼 것이 없다고 했지만



그 곳에서 느낀 감동이 컸던 것처럼



팔라티노 언덕도 압권이어서 역시 가이드의 말과 반대로 생각하면 되나 하고 혼자서 속으로 웃었습니다.



지난 번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팔리티노 언덕에서 티투스 개선문을 거쳐 거꾸로



콜로세움 내부로 들어가는 방식을 이용했는데



가보니 사람들의 줄이 한없이 이어져있습니다.



겨우 두 시간 지났다고 이렇게 다르구나 싶어서 놀랍고



여기저기서 만국의 언어가 춤을 추는 느낌이라 귀가 재미있었습니다.



제 앞에 선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지요.,



이탈리아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이후가 다 휴일이냐고.



그랬더니 그 사람왈 휴일은 아니나 자신은 휴가를 얻어 쉬고 있는 중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길게 늘어선 줄과 사람이 적은 줄의 차이에 대해 설명을 해주면서



어디에서 왔는가 묻기도 하더군요.



일단 안으로 들어갔지만 한없이 기다리는 것이 곤란해서 줄서는 곳에서 바라본 내부만 보다가



결단을 내렸습니다.



이 곳을 포기하고 다른 곳을 더 보기로요.



그래서 젊은 학생에게 다가가 표를 구했느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제가 표를 팔려는 사람인줄 알고 자신은 학생이라 더 싼 값에 표를 살 수 있다고



미리 말문을 막습니다.



아니,표를 팔려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없어서 이 곳을 볼 여유가 없어 그냥 표를 주려는 것이라고 했더니



그 사람의 얼굴이 환해지면서 고맙다고 연신 인사를 하네요.



이 표는 양 쪽을 다 볼 수 있는 것이라



아직 용도가 남아있었던 셈이어서 이왕이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표를 주고



다시 티투스 개선문쪽으로 나가는데 단체 여행객,개인적으로 여행을 하는 사람들로



이미 포로 로마노는 생기가 가득하네요.



그 중에서 한국말이 들려오길래 돌아보니 한 가족이 손에 지도를 들고



여기는 ,저기는 하면서 구경하고 있습니다.



카이사르의 신전앞에서 여기가 어딜까 궁금해하고 있길래



저도 한국사람이란 것을 밝히고



이미 한 번 와 본 곳이라 설명해드릴 수 있다면서



몇 군데 소개를 하고 팔라티노 언덕이 좋으니 꼭 구경하고 가시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분들은 이미 콜로세움 표를 샀으니



팔라티노 언덕도 볼 수 있는 것이냐고 물으면서 좋아하네요.



캄피돌리오 광장에 있는 뮤제이 카피톨리니 입장권을 사들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들러본 뮤지움의 책방에 눈길을 끄는 책들이 너무 많아서



이것 저것 들추어보다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을 구하고 자석으로 된 코기토 에르고 숨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라틴어와



벽화장식을 자석으로 만든 것을 샀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면서 과연 오늘 무엇을 볼 것인가 기대가 됩니다.



박물관에 갈 때마다 그 곳이 어느 곳이든 상상하는 것과는 다른 것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크거든요.



와,야,소리가 절로 날 정도로 다양한 전시물들이 많네요.



하나 하나 일일이 설명을 다 읽으면서 보다가는 하루 종일 걸릴 듯해서



작품들만 보다가



정말 관심을 끄는 것들만 설명을 읽으면서 돌아다녔습니다.



플래쉬를 터뜨리는 것이 아니면 사진 촬영도 가능하다고 해서



몇 작품은 사진도 찍었지요.



잘 나올지는 자신할 수 없지만 집에 가서 살펴보고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올려서



함께 보도록 하겠습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동상이 밖에 세워진 것은 모조이고



안에 진품이 있다고 들었는데



채광이 잘 되게 해 놓은 널찍한 공간에 그가 우뚝 서 있습니다.



그 주변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는지



마치 축제에 모인 사람들같네요.



수없이 많은 그리스 도자기들, 깨어진 파편들



모자이크화,종교화,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들의 석상



교황의 전신상들



그렇게 돌아다니다 눈길을 확 끄는 그림 한 점을 만났습니다.



바로 카라바지오였지요.



한참을 돌아다니다 보니 식은 땀이 날 지경입니다.



이 곳에 도착한 이래 계속 새벽 4시 반이면 잠이 깨고



어제는 폼페이에서 비를 맞기도 해서 몸이 반란을 일으키는 모양입니다.



원래는 이 곳을 다 보고 나서 빌라 보르게세를 찾아가려고 했었는데



어찌 해야 하나,일단 무엇이라도 먹고 힘을 내야지 싶어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박물관 문을 나섰습니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멜라니
    '05.12.29 5:31 PM

    하하 심쌤~ 저 서정이에요.
    이탈리아 로마에서 재밌게 지내시나요, 요즘 한국은 날씨가 쌀쌀하답니다.
    로마에서 크리스마스를 지내신 기분이 어떠신지요,,
    재밌게 지내다 오세요~~~

  • 2. 키티
    '05.12.29 6:29 PM

    인사하려고 로그인했습니다~
    님의 글 너무나 잘읽고 있습니다. 이 추운 겨울에 이탈리아 여행을 선택하셨군요~

    마치 제가 로마 거리를 거니는듯한 느낌으로 읽고 있답니다..
    요즘 가고픈 여행도 못가고 많이 우울한 나날이였는데 님의 글을 읽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생기를 되찾게 되네요~

    전 아직 영어도 안되고 용기도 없어서 홀로 떠나는 여행은 경험이 없답니다.
    정말 대단하신 분이라고 생각되네요~ (평소에 동경하던 여행을 실천하고 계시니..^^)

    제가 만약 혼자만의 여행을 감행한다면 식구들도 충격을 받겠지요~(대부분 아이들을 데리고 다녔거든요..근데 이젠 뭔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되네요.이제 며칠후면 40대에 접어든다고 생각하니 생각이 많아집니다)

    남은 여행기간 동안에도 건강하시구요..많이 느끼는 여행 되시길~
    계속 좋은 글 부탁드릴께요~이곳에 님의 글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는거 기억해 주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4502 로마에서 만난 카라바지오,마네 그리고 오페라 갈라 2 intotheself 2005.12.31 1,150 15
4501 아아아~저주받은? 손을 원망하며^^ 6 매드포디쉬 2005.12.30 1,517 18
4500 지난여름 2 엉클티티 2005.12.30 1,260 60
4499 제2차 82디카동호회 모임입니다. 12 안나돌리 2005.12.26 1,707 14
4498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1 도빈엄마 2005.12.30 1,001 56
4497 바베큐그릴 구경하세요 3 지우엄마 2005.12.30 1,965 75
4496 마른 꽃걸린 성벽에 서서 3 안나돌리 2005.12.30 1,016 19
4495 컴퓨터 무료교육하는 곳입니다. 프린스맘 2005.12.30 1,018 21
4494 바티칸에서의 흡족한 하루 4 intotheself 2005.12.30 1,116 18
4493 (펌)민들레 국수집의 성탄절풍경.. 5 라벤더 2005.12.30 2,022 25
4492 로마의 시원,팔라티노 언덕에 서다 2 intotheself 2005.12.29 1,269 17
4491 가을로 가는 연인~~~~~~~~~~~~~~ 도도/道導 2005.12.29 927 29
4490 성해로 가득한 바닷가 풍경이에요 1 지우엄마 2005.12.28 1,195 58
4489 캄피돌리오 광장 계단에서 만난 미켈란젤로 intotheself 2005.12.28 1,529 37
4488 일출보고 싶습니다.... 20 엉클티티 2005.12.28 1,680 44
4487 지안재와 궤적~~~~~~~~~~~~~~~~~~ 1 도도/道導 2005.12.28 921 40
4486 아말피,꿈이었을까? (3) 2 intotheself 2005.12.28 998 15
4485 아말피,꿈이었을까? (2) intotheself 2005.12.28 918 29
4484 아말피 ,꿈이었을까? intotheself 2005.12.28 1,013 33
4483 [자작] 결혼식을 위한 동영상 9 여진이 아빠 2005.12.28 2,663 358
4482 무슨 사연일까요? 1 intotheself 2005.12.27 1,117 29
4481 숨가쁜 한해가 저물어 갑니다~~~~~~~~ 4 도도/道導 2005.12.27 907 32
4480 노른자를 보다가 3 현이둘맘 2005.12.27 1,267 9
4479 너의 정체는? a--a (우리 아들래미예요^^;;;) 10 하나 2005.12.27 1,556 12
4478 크리스마스 밤에 거리에서 미아가 되다 5 intotheself 2005.12.26 1,37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