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이네에는 일홍이, 이홍이 그리고 다홍이.
이렇게 셋이 오손도손(?) 사이좋게 살고 있습니다.

머리에 큼지막한 붉은 점이 하나 있는애가 일홍이고, 붉은 점이 두개 있는애가 이홍이
그리고 온몸이 붉은 아이가 다홍이랍니다. 다홍이가 가장 덩치가 크고 그 다음이 이홍이, 일홍이는 셋중에서 가장 작았었지요.
이들 셋은 좁지도 크지도 않은 도자기 어항에서 나름대로의 생활 방식대로 살고 있지요.
덕이네를 찾은 많은 사람들,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것이 자신들의
사명임을 아는듯 ...

누가 들여다 보기라도 하면 이렇게 고개를 물 밖으로 내밀며 반갑게 인사를 하곤 한답니다.
사실 아무나 들여다 본다고 늘 이렇게 고개를 내미는것은 아니고, 이놈들도 사람얼굴을 기억하는지
제가 들여다 보거나 손을 내밀기라도 하면 이렇게...

서로 이쁨(?)을 받으려고 아웅다웅 난리지요.
아마, 제가 늘 먹이를 주고 또 때대로 물을 갈아주며 보살펴 주는 사람인줄 아는모양입니다.
셋이서 노는 모습은 보면 아이들과 비슷하더군요.
덩치큰 다홍이놈은 괜히 작은 일홍이를 머리로 툭툭 받기도 하고 그러면 후다닥 도망을 가고...
다홍이와 이홍이가 짝짝꿍이 맞아서 둘이 어울려 놀때 일홍이는 따로 놀곤 했지요.
이 아이들과 이렇게 인연을 맺은것이 벌써 2년이 다 되어갑니다.
처음에 새끼손가락만하던 놈들이 지금은 엄지손가락 만큼 굵으면서 길이는 가운데 손가락
보다도 더 커진듯 합니다.
그런데, 몇일 전.
개구장이 아이들이 한바탕 물장난을 한 후부터 일홍이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먹이를 줘도 예전처럼 활기차게 튀어 올라오지 않고...
아이들은 금붕어의 좋은 친구이자 적입니다.
아이들이 어항 가까이에 있을때는 늘 지켜보곤 했는데 그날은 손님들도 많았고 또 유난히
심한 개구장이들이었는지 화장실에 있는 물 비누를 가져와 어항에 풀면서 장난을 했더군요.
어항의 물을 일부 갈아줬지만 일홍이는 여전히 바닥에서 올라오질 않았습니다.
3일이 지난날 일홍이는 어항의 깊은 바닥에서 올라오긴 왔는데 배를 하늘로 향하고 있더군요.
일홍이를 건져서 정말 죽었는지, 건들여봐도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인공호흡이라도 시켜주고 싶더군요.

그렇게 일홍이는 우리집에 온지 2년만에 죽었습니다.
제 친구가 죽은것도 모르고 저 두 놈들은 여전히 신나게 놀고 있군요.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