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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갤러리에서 만난 최욱경,그리고..

| 조회수 : 1,842 | 추천수 : 12
작성일 : 2005-06-02 09:27:33
국제 갤러리에 최욱경을 만나러 갔습니다.

새로 알게 되는 화가를 만나는 첫 순간은 조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고 그렇네요.

가기 전에 간단한 이력이나 작품 경향에 대해 읽어본다고 해도

그림을 직접 보기 전에는 그것이 거의 글자로 들어오지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어서

사실은 잘 모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그림을 보러 다니면서 알았습니다.

그녀의 작품 경향은 시기마다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일층보다는 이층의 전시가 더 눈길을 끌었고

추상표현주의에서 자연의 모습을 색으로 표현한 것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읽을 수 있었지요.

일층의 그림들은 대담하다는 느낌이 드는 작품이 여럿 있었고

어떤 그림은 크레용이나 파스텔을 이용한 것도 있었는데

저는 크레용,파스텔의 그림들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앞에서 자꾸 서성대면서 보고 다시 돌아가서 보고

여러 차례 왔다 갔다 하면서 그림과 얼굴을 익히기도 했지요.

돌아서 나오는 길 데스크에 있는 도록을 구경하는데

전시된 작품에 비해서 훨씬 다양한 변화를 보이는 작품들이 많더군요.

물어보니 이번 전시는 유족들이 갖고 있는 소장품들만 전시한 것이라고 하네요.

아,그렇구나

그러면 어디 가서 그녀의 그림을 더 볼 수 있느냐고 하니까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참 무성의한 대답이로군  

전시를 준비하면서 그 정도는 대답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모른다고 하니 더 이상 물어보기도 어렵지요.

오늘 아침 최욱경의 그림을 찾다가

우연히 만난 판화인데요

그렇지 않아도 제 메일로 월간미술에서 보내준 전시 소식에 들어 있어서

놀라운 마음으로 본 카사이 마사히로입니다.












전시회에서 그녀의 그림을 본 다음 집에 와서 다시 읽어보는 글

가기 전에 보았던 글과는 얼마나 다른 느낌으로 읽게 되는지 놀랍습니다.

그래,바로 이런 느낌으로 그림을 보았는데 정말 그랬구나

아니 이런 점은 잘 못 느낀 것인데 글을 읽고 보니 그렇구나

이렇게 글에 반응하면서  읽다가  사람의 눈이 볼 수 있는 것은

아는 범위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네요.






내가 찾아서 도달하려는 것은
설명적인 것이나 읽을 수 있는,
그렇다고 또 상징적인 그림은 아니다.
그것은 감성 본연의 그 자체를 시각적 용어로 환원시키는 것이다.
마치 음악이 갖고 있는 완전 추상성같은 것이며,
이것이 그림을 통해 나로 하여금 새처럼
날 수 있는 자유를 줄 것이다."










그녀의 그림을 모아서 갤러리를 만들어 놓은 것이 없는 바람에

그림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는 것이 유감이네요.

국제 갤러리를 나와서 artmania님과 점심을 함께 하고

한국일보 갤러리로 갔습니다.

독일에서 만든 아트프린트라고 소개받은 그림들은

실제로 인쇄 상태가 좋아서  집에 걸어두고 그림을 보기에 손색이 없을 듯한 작품들이었습니다.

샤갈과 피카소라고 되어 있어서 작품을 두 사람 것만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다른 쪽에 후앙 미로와  모네,그리고 고갱과 딱 한 점의 르네 마그리뜨가 있었습니다.

가장 갖고 싶은 작품은 마그리뜨였는데요

그 앞에서 서성대다가

아직 시간 여유가 있으니 집에 가서도 그림을 잊을 수 없으면 다시 한 번 나와서 구하기로 해야지

그렇게 마음먹고 그냥 나왔습니다.

그 다음에 교보문고에 가서 보고 싶은 책의 목록을 적고

새로 나온 음반,듣고 싶은 음반에 대해서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

절제가 가능해진 제게 스스로 칭찬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화요일에 만난 마그리뜨

그래서 오늘은 아침에 오랫만에 제게 돌아온 음반 양방언의 echoees를 들으면서

마그리뜨를 찾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The aim of Magritte's work was to reveal the 'mystery' of ordinary objects. Unlike most Surrealists artists, he had little interest in dreams and the subconscious mind, but believed everyday objects had a mysterious quality or presence that could be discovered by removing them from their usual context and observing them closely. But he wanted to achieve this without producing work that would be rejected as bizarre.
For every object he tried to find a counterpart to which bore some kind of implicit relationship. Le modèle rouge III shows a pair of bare feet turning into shoes. His aim was to present both objects--feet and shoes--in an intriguing new light.
There are three versions of Le modèle rouge III. Two of those also in size almost identical paintings date from 1935, while on request of his mecenas Edward James Magritte painted the one that is now located in Museum Boijmans Van Beuningen in 1937.





마그리뜨가 그린  정물화인가 하고 보는 순간

접시에 그려진 눈때문에 당황하면서 다시 보게 만드는 그림이지요.



















위의 두 작품은 베니스의 미술관에 있는 것이로군요.

언젠가 그 곳에 가면 볼 수 있을 화가들의 이름 명단이 왼쪽에 다 나와 있어서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보았습니다.




이 작품은 테이트 갤러리에서 본 것인데요

재미있는 것은 바로 나폴레옹의 데쓰 마스크를 본 따서  석고로

그 위에 표현을 한 것이고 이런 작품만 다섯 점을 만들었다고 하네요.

마그리뜨는 이 작품 말고도 다른 화가의 작품에서 소재를 따와서

완전히 새로운 작업을 한 작품이 여러 점 있더군요.
















마음이 너무 단단해져서 아무 것도 자랄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지는 날이면

초현실주의 그림을 봅니다.

그러면 갑자기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요?









이 그림이 바로 마네의 발코니 그림을 뒤집어서 새로 그린 그림이지요.

















여행이 기억이란 제목의  한국일보 갤러리에서 본 바로 그 그림은 찾을 수가 없네요.

그래도 양방언의 음악에 귀기울이면서 그림을 보는 아침

허리가 아파서 뒤척이며 자느라 말끔하지 못한 몸이 서서히 깨는 느낌입니다.


초롱아씨님

음반을 구할 때  양방언의 음악도 한 번 들어보실래요?

큰 음반점에 가면 들을 수 있는 코너가 있거든요.

아마 거의 확실히 후회하지 않을 것 같은 선택이 될 것 같은데요..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우향
    '05.6.2 10:38 AM

    불꽃처럼 살다가 화가 최욱경을 좋아합니다.
    꿈의 벽 저쪽 이라는 소설은 최욱경을 이야기 하고 있죠.
    그녀의 미완성 작품인 멕카우란 새....뜨거운 추상화
    그리고 말러의 교향곡 2번

    쬐그만 여자

    얼음 같기도 하고

    불같은

    장작 같기도 하고

    눈처럼 하늘에서

    매일 내려오는 여자

  • 2. blue violet
    '05.6.2 11:19 AM

    그녀를 보면서 전혜린의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어요.
    열정이 많은 여자라는 것은 그림을 보면서 다시 확인이 되었구요.
    자연을 바라본 그녀의 다양한 시각과 상상력이 놀라웠습니다.
    그녀의 그림을 보러 간 날 다른 곳은 들리지 못했습니다.
    정말 눈처럼 매일 내려오는 여자였을 거 같아요.

  • 3. Harmony
    '05.6.2 12:38 PM

    전체적으로 파란색의 그림이 여름을 알리는 듯 합니다.

    불꽃같은 여자 하면 전혜린.

    이번 독일가서 최대한 전혜린의 느낌이 어떠했었나 느끼려 많이 노력했어요.
    같이 간 여러명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더군요.

    책속에 강하게 느껴지던
    레몬빛 가스등 그리고 아름다운 풀꽃을 그대로 꺽어 국제 소포로 보냈던 불꽃같던 여자.
    조금이라도 그 느낌을 느껴보려 했었죠.

    최욱경화백의
    위 자화상이 아주 여운이 남네요.
    우향님이 말씀하신거 처럼
    쿠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과도 같은 맥락의 느낌인거 같아요.
    작년
    말러 교향곡을 동호회 회원들이랑 들으면서 거의 탈진할 뻔 한 적 있었어요.
    듣는 우리가 그런데
    연주하던 연주자들은 어떤가 싶은게 존경심이 우러나오더군요.
    정말 심오하고도 어려운 곡이라는 느낌이 뇌리에 박혔었거든요.

    지금은 스위스에 계시는데 (이번 3월에 독일 본에서 만나 뵈었어요)
    러시아의 키타엔코님의 지휘로 들었었는데 정말 어렵고도
    나중에는 영혼을 뒤흔다는 표현이 맞을 듯한 감동이었어요.
    그중
    교향곡 2번 '부활'은
    종교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면이 교향곡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며 삶과 죽음의 의미, 인간과 세계의 궁극적인 조건에 대한 그의 모든 생각을 표현하고 있다. 라고 하는데
    동호회 회원전체가
    정말 대단한 곡이라 평하기도 했죠.
    덕분에
    잠시 말러교향곡을 듣던 때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리고
    우향님! 닉네임이 예사롭지 않네요.
    고 김기창화백님의 부인이셨던 박래현 화백님의 호가 우향이셨는데..
    늘 운보 김기창화백하면 바로 우향이 떠 올랐거든요.
    운보님이 살아계실적 우향을 그리워 하던
    떠듬거리듯 한말씀 한 말씀 하시던 모습이 뇌리에 생생합니다.
    아름다운 분들이시죠.

    반갑습니다.

  • 4. blue violet
    '05.6.2 9:28 PM

    저도 뮌헨에 갔을 때 일부러 전혜린을 느끼려 슈바빙 근처에 숙소를 정했습니다.
    하지만 책에서 느꼈던 낭만이 많이 사라진 듯하여 서운했지요.
    어쩌면 저의 감성이 사라진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불꽃처럼 살다간 여자들.
    그 불꽃은 아직도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타고 있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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