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에 도서관 홈페이지에 쓴 글입니다.
월요일에 모여서 읽는 터너에 관한 책이 너무 어려워서 힘이 들었지요.
아니,영어를 왜 이렇게 난삽하게 쓰는 것이냐고
공연히 모자라는 실력보다는 책을 쓴 저자의 어려운 영어를 탓하면서
그래도 마지막까지 읽고
내일부터는 피카소 작품을 보게 되는데 마무리하면서 본 터너의 그림들입니다.
지난 번 모네 책을 구하지 못해서
대신 읽기로 한 터너에 관한 책이
영어가 난삽해서 (실력이 모자란 탓이겠지만)
애를 먹었습니다.
그래서 글읽기의 재미보다는 의미파악에 주력하느라
다들 신경이 곤두서서 책읽기의 즐거움이
반감된 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터너에 관해서 새롭게 생각하고
그림을 구석 구석 살피는 시간이 되기도 했으니
언젠가 그에 관한 좀 더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구해서
다시 한 번 읽거나
아니면 일년 쯤 지나고 나서
이 책을 다시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며
지난 월요일 드디어 책읽기를 마쳤습니다.
다음에 읽을 피카소는 그것에 대한 보상이 될만큼 글이
쉽게 읽히는 책이라 편안하게 글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입니다.
시원섭섭하게 보낸 터너
그래서 몸이 회복된 기념으로 새벽에 앉아서 그림을 보고
있는 중입니다.
우선 책에서 여러 번 언급되었지만
그림을 볼 수 없어서 아쉬웠던 핑갈의 동굴인데요
그림이 확대되지 않아서 아쉽군요.
수채화로 그려진 steamboat in a storm입니다.
그가 스위스 여행을 했을 때 그린 달빛에 비치는
호수라고 하네요.
지금 보는 작품들은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움에 소장된
그림들입니다.
그 곳에 가서 터너를 보던 생각이 나는군요.
그 곳은 그림에 대해서는 예의가 모자란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전시가 엉성하다는 느낌이 들었었지요.
이 박물관에는 수채화 작품이 많이 소장되어 있군요.
드디어 몸이 회복되어 가는 모양입니다.
배가 고픈 줄도 모르겠던 몸에서 이제 음식을 달라고
아우성이네요.
아직 입속이 헐어서 말을 하는 일은 어렵지만
그래도 몸이 회복이 되니
마치 딴 세상으로 진입해 들어가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한 번 보는 것으로 터너 책 읽기를 마치는 것은
어렵겠네요.
시간을 내어서 조금 더 찬찬히 보아야 할 모양입니다.
그래도 다시 그림을 보기 시작하니
마치 깊은 잠에서 깨어 일상으로 돌아온 느낌이 드는군요.
참 좋다 소리가 절로 나오는 새벽입니다.
일요일 아침 도서관에 나가기 전 시간을 내어 다시 터너의 그림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노비 장영실이 세종대왕 아래에서 아주 큰 공을 세우면서 다양한 과학기기를 발명했는데
왜 임금이 타는 가마를 잘 못 만들었다는 이유로 곤장 80대를 맞고
관직에서 쫓겨나 그 이후로는 언제 죽었는지도 모르고 일생을 마감하게 되었을까
그 시절에 그 문제로 함께 문제가 된 사람들은 다 복권이 되었는데
유독 장영실만은 그렇게 되었나에 대해 의문을 갖고 공부를 시작했다는 소설가의 의문
저도 그 부분이 미심쩍었었는데 어떻게 접근해야 되는지 몰라서 그저 늘 궁금하기만
했었더랬지요.
어제 읽은 책속에서 많은 의문이 풀렸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죽을 때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 모양입니다.
당시에 조선은 역법을 중국의 역법을 받아서 그대로 쓰고 있었지요.
그러나 서로 다른 땅에서 같은 역법을 쓰니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세종대왕은 장영실을 비롯한 관상감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유학을 보내고
그곳에서 회회력 (아라비아의 역법을 이르는 말입니다)에 관한 책과
그 곳 역법에 관한 기록들과 실제 운용되는 방식을 배워오게 하지요.
결국 그런 노력이 집대성되어 우리식 역법을 만들게 되지만
만약 중국에서 이 사실을 알면 크게 문제가 되는 상황이 되더군요.
국제 관계에서 지금도 한없이 밀리는 우리의 위상이 15세기에도 역시 의식의 자주화를 이루기 어려웠던
상황을 읽으면서 약소국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주체적으로 사는 것이 무엇일까?
과연 하늘의 뜻이란 있는 것일까?
맹자의 성선설만이 받아들여지는 나라에서 그것과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이었나
그러면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살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보는 시간이기도 했지요.
우리가 아는 인간 장영실이란 얼마나 간단하게 정리된 인간상인가
그러니 안다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를 형성한 조건들,조건을 뛰어 넘어 자신의 최대치를 이룬 인간
노비로 일할 때 일자체가 자유가 되도록 자신을 단련하는 과정에서 그의 스승이
그에게 끼친 영향을 생각해봅니다.
외적인 상황을 바꿀 수 없을 때 우리에게 주어진 나머지 길은
바로 내적인 자신을 바꾸는 일이겠지요?
그것을 마지 못해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자유롭게 바꿀 수 있을 때 그곳에
진정한 의미의 해방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오랫동안 생각하면서 살아갈 화두가 생긴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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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 1,354 |
추천수 : 12
작성일 : 2005-05-22 10: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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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blue violet
'05.5.22 11:59 AM요즈음 제가 생각하는 것은요.
단순하게 살면서 물처럼 살아가는 것이예요.
상황에 맞게,사람에 맞게 내가 물처럼 변하는 것.
조금씩 연습하고 있는 데 마음이 편합니다.
터너의 그림 잘 봤어요.
그림을 여러개 올리는 일을 좀 배워야겠어요.2. claire
'05.5.22 2:24 PM아이들 독서때문에 세익스피어 비극을 다시 읽었는데 리어왕이 두 딸에게 쫓기어 태풍을 맞아 가는 모습이 터너의 그림을 보니 더욱 생생해졌어요.
자존심과 고집이 셌던 절대 권력의 왕이 자연의 힘앞에서 굴복하고 세상을 깨달아간다는 의미가 있다는 태풍을 터너도 알았겠지요.
마흔이 넘어 다시 읽는 세익스피어 여느 현대작가의 책을 읽는것처럼 뒤떨어지지 않은 흥미와 감동이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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