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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가는 전봉준

| 조회수 : 1,496 | 추천수 : 61
작성일 : 2005-05-10 00:45:17
며칠간 읽던 은명기에 관한 소설 읽기가 오늘 끝났습니다.

그리고 나서 우연히 읽게 된 안도현님의 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

눈으로가 아니라 소리내어 한 번  두 번 읽어봅니다.

그 느낌을 담아서 도서관의 홈페이지에 쓴 글인데요

함께 읽어보려고 복사해서 올려 놓습니다.




오늘 드디어 마지막 조선검 은명기를 다 읽었습니다.

이 소설의 배경이 동학혁명의 마지막 시기

일본의 등장으로  동학군의 2차 봉기가  실패로 끝나고

김개남,전봉준을 비롯한 동학의 지도부가  잡히고

손화중은 스스로 자수를 하는 상황에서

손화중의 휘하에 있던 은명기란 무사의 이야기가

중요한 내용이지만

그 안에서 북접과 남접의 갈등

동학을 대하는 민심의 변화

일본군 군대를 따라 들어와서 사무라이로서

무사도를 시험하려는 인물

임진년에 도공으로 끌려간  남원 출신의  후예가

통역으로 왔다가  자신의 고향을 만나는 이야기

백정 출신으로  동학을 만나서 새 세상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들도 만날 수 있지요.

그래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제겐 일본의 무사도와

조선의 무사도가 만나는 현장이었습니다.


그리곤 우연히 책장을 살피다가

한겨레 신문사의 최재봉기자가 쓴  문학 기행이란

책을 꺼내보았는데

첫 이야기로 안도현의 서울로 가는 전봉준을 소개하면서

전라도에서 동학의 흔적을 더듬는 이야기가 나와 있네요.

집에 와서 안도현의 시를 찾아 읽는 중입니다.




서울로 가는 전봉준
 

 
 
 

 
안도현
 

 
 
 

 
 
 

 
눈 내리는 만경들 건너가네
해진 짚신에 상투 하나 떠가네
가는 길 그리운 이 아무도 없네
녹두꽃 자지러지게 피면 돌아올거나
울며 울지 않으며 가는
우리 봉준이
풀잎들이 북향하여 일제히 성긴 머리를 푸네

그 누가 알기나 하리
처음에는 우리 모두 이름 없는 들꽃이었더니
들꽃 중에서도 저 하늘 보기 두려워
그늘 깊은 땅 속으로 젖은 발 내리고 싶어하던
잔뿌리였더니

그대 떠나기 전에 우리는
목 쉰 그대의 칼집도 찾아주지 못하고
조선 호랑이처럼 모여 울어주지도 못하였네
그보다도 더운 국밥 한 그릇 말아주지 못하였네
못다 한 그 사랑 원망이라도 하듯
속절없이 눈발은 그치지 않고
한 자 세 치 눈 쌓이는 소리까지 들려오나니

그 누가 알기나 하리
겨울이라 꽁꽁 숨어 우는 우리나라 풀뿌리들이
입춘 경칩 지나 수군거리며 봄바람 찾아오면
수천 개의 푸른 기상나팔을 불어제낄 것을
지금은 손발 묶인 저 얼음장 강줄기가
옥빛 대님을 홀연 풀어헤치고
서해로 출렁거리며 쳐들어갈 것을

우리 성상(聖上) 계옵신 곳 가까이 가서
녹두알 같은 눈물 흘리며 한 목숨 타오르겠네
봉준이 이 사람아
그대 갈 때 누군가 찍은 한 장 사진 속에서
기억하라고 타는 눈빛으로 건네던 말
오늘 나는 알겠네

들꽃들아
그날이 오면 닭 울 때
흰 무명띠 머리에 두르고 동진강 어귀에 모여
척왜척화 척왜척화 물결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동학에 관한 소설을 막 읽고 나서 읽어보는

이 시 한편의 느낌이

아주 오래 전  그저 시로서 읽었던 바로 그 시라고

하기엔 느낌이 사뭇 다르군요.











소설을 읽다가 만난 인물중에 김인배라는 25살 젊은 나이의 영호대접주가 있습니다.

영호남을 아우른 대접주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그에 관한 책을 이이화 선생님이 공저로 낸 기사를 신문에서 읽었어도

거기까지야 하면서 눈도장만 찍고 말았었는데

소설속에서 그를 다시 만났지요.

그리고 나서 책에 관해 검색해보니  역사속의 인물을 개인사로 복원한 상당히 의미있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 한 번  눈으로 맺은 인연이란 그냥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니로구나

문득 그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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