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것 좀 읽어봐.
뭔데?
새로 산 잡지인데 나윤선에 관한 기사가 있어.
그래서 읽게 된 글에서 만난 사람이 바로 frank woeste인데요
나윤선의 공연에서 피아노 반주를 하는 사람이라고 하네요.
어려서부터 클래식 피아노를 했는데 어느 순간 재즈로 바꾼 사람이고
어느 상황에서도 그에 맞는 반주를 할 수 있는 아주 뛰어난 아티스트라고 소개가 되었는데
제 눈길을 끈 대목은 아마 쇼팽이 지금 살아있다면 이런 식으로 재즈를 연주하지 않았을까라고
물음표를 하면서 소개한 음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화요일의 나들이를 나가면서 먼저 교보문고에 들렀지요.
음반을 구하고 나서 한 번 둘러보니 정수년의 해금 연주곡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래서 그것마저 구하고 나서
책을 둘러보았지요.
그동안 늘 들었다 놓았다 했던 미술의 순간과 새로 나온 미술사 책중에서
중세편을 하나 구했습니다.
기존의 미술사에 비해 다양한 분야를 다 다루면서 시기마다 분권을 해서'
좀더 깊이 있게 다룬 것이 마음에 들어서요.
그림에 관한 책,여행에 관한 책,심리학에 관한 책
이렇게 분야별로 구경하다 보니
인사동에 갈 시간은 이미 지나버렸네요.
그래서 아직 전시 여유가 있으니 다음주에 현대 갤러리의 이대원전 보러 갈 때
함께 가야지 마음을 고쳐먹고 덕수궁쪽으로 걸어갔습니다.
시립미술관에 샤갈전을 보러 간 이후 처음 나들이인데요
바뀐 것이 있더군요.
평일에는 밤 10시까지 미술관을 개방한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제겐 그림의 떡인 시간이지만 그래도 서울 시민들에겐 참 반가운 소식이로구나
이렇게 조금씩 사회가 변하는 것인가 혼자서 좋아하면서
올라가는 길의 설치된 작품들을 보았습니다.
그 중 뱀을 형상화한 작품과 여성의 다리만 있고 빨간 부츠를 신겨놓은 작품이 인상적이더군요.
오늘 미술관의 전시는 전부 생소한 화가들의 전시란 점에서
아주 새로운 기분으로 볼 수 있었고
지금의 젊은 세대 예술가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작업하고 있나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특히 수묵화의 경우 제가 생각하는 수묵화의 범주를 뛰어 넘는 작품들을 만나는 행운이 있었고
비디오 설치 작품들에 대해 늘 좀 뜨악한 기분으로 보곤 했었는데
오늘은 마음에 와 닿는 작품들이 여러 점 있어서
한 발 다가간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시립미술관에는 천경자의 혼이란 타이틀로 방이 하나 따로 있는데
오늘은 상당히 많이 바뀐 작품으로 관객을 맞고 있더군요,
그 전시를 본 것도 좋았습니다.
교보문고에서 만난 화가 사석원의 쿠바 기행문에서 그의 그림을 본 일도 인상적이었는데
두 화가의 그림을 집에 와서 좀 찾아보아야지 하고 마음먹었지요.
우선 천경자님의 그림입니다.


오늘 전시된 작품중에는 여행지에서 본 풍경의 느낌을 그림으로 그려낸 것과
문학작품의 배경이 된 곳을 찾아가서 그린 그림들도 있더군요.
그 중 하나 폭풍의 언덕입니다.


이 작품을 보고 있으려니 교보문고에서 본 한 권의 책이 떠오르네요.
서강대 장영희 교수의 문학의 숲을 거닐다란 책인데요
아마 신문에 연재한 글을 모은 책인 것 같더군요.,
서문에서 그녀는 단 한 사람이라도 이 글을 통해 문학과 손잡기를 바라노라고 썼던데
그 말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사석원님의 책 제목은 화가 사석원의 황홀한 쿠바인데요
여행담도 여행담이지만 그가 직접 그린 그림들이 이야기 중간 중간에 들어있는데
색감이 좋아서 한참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는 그런 그림을 찾을 수는 없네요.
다른 작품들을 보는 중입니다.



그림을 보는 내내 outward를 듣고 있는 중인데요
잡지에서의 글에 홀려서 산 음반이지만 아주 좋습니다.
혼자 듣기 아까워서 많이 소개해야 할 음반이라고 하면 강력한 추천이 될까요?

시립미술관에서 본 작가들의 그림은 시간을 내어 조금씩 찾아보아야 할 것 같아요.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방향을 정해서요.
artmania님과 전시장을 나와서 점심을 함께 먹고 헤어진 다음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읽기 시작한 미술의 순간
저자가 바로 당신의 미술관을 쓴 사람이더군요.
그녀가 서문에서 말합니다.
이건 홀바인이야
이건 렘브란트
이런 식으로 엄마가 자신과 함께 간 미술관에서 설명을 했을 때
아무런 느낌도 없었는데
어린 시절 처음으로 미술과 개인적으로 만난 사건이
바로 렘브란트의 삼손그림이라고 합니다.
그 앞에서 도저히 떠날 수 없어서 한동안 앉아서 바라본 그림

신앙도 마찬가지라고 들었습니다.
가족이 믿어서 함께 간 교회나 성당 혹은 절이 아니라
자신의 깊은 곳에서 마음을 움직이는 체험이 있어야 살아있는 신앙이 가능하다고요.
제겐 십년전쯤 오랑쥬리 미술관에서 만난 모네의 수련이
그런 순간이었다고 할 수 있지요.
그 이후 참으로 줄기차게 그림과 만나온 세월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