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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박경리 선생님께서 돌아가셨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 조회수 : 1,740 | 추천수 : 33
작성일 : 2008-05-05 16:57:51
그 기사를 읽으면서부터 눈물이 쉬지 않고 흐르네요...

저는 한번도 박경리 선생님을 직접 뵌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 분의 책 '토지'는 제게 교과서처럼, 삶의 지침서처럼 갖고 있고
수시로 읽어보는 책입니다.

저는 그 책이 좋아서 선생님을 존경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분의 환경운동과 삶의 방식 때문에 흠모하게 되었습니다.

직접 텃밭을 가꾸고 길에서 사는 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주는 모습에서,
작가들을 위해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을 만드시고
사위 김지하씨와 더불어 환경운동을 하시던 모습들로 인해
그 분을 '토지'의 작가를 넘어서 한 스승으로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워낙에 사람을 만나길 꺼려하는 분이라, 한번 찾아뵙고 싶었지만
방해가 될까봐 감히 용기를 못내다가 갑작스런 입원 소식에 전전긍긍했지만
이런 부고 소식을 접하자 황망하고 그저 눈물만 납니다...

그래서 마음이 잡히지 않아 여기에 글을 올리는데 또 눈물이 흐르네요.
제 마음에 영원한 스승 하나를 잃어버린 것입니다.

아직 다 읽지 못한 그 분의 책 '생명의 아픔'을 오늘 꺼내놓으며,
생명과, 환경과, 자연과, 인간에 대한 그 분의 속 아픈 이야기를 다시금
되새겨보려고 합니다.

그 책에서 "청계천은 복원 아닌 개발이었다"라는 부분을 읽어보면
청계천에 대한 그 분의 터지는 속내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 분의 은사 김옥길 선생님의 부고를 접하고 통한으로 쓴 글을 읽으며
어쩜 제가 박경리 선생님 부고를 접한 마음과 이리도 같을까 하며
다시 눈물 흘립니다.

사람은, 한번도 뵙지 못한 사람도 스승으로 삼을 수 있고 멘토로 여길 수 있음을
선생님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언젠가는, 하고 생각했던 것이 너무 어리석었습니다.

선생님은 소설가였지만, 환경운동가이기도 했고 정치인이기도 했습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한가지 모습으로는 살 수 없지요.
우리는 정치인이 되기도 하고,경제인이 되기도 하고,문학가가 되기도 합니다.
내 안에 모든 것이 다 들어있으니까요.
선생님은 제게 그것을 보여주셨습니다.

선생님께 저는 얼굴도, 존재도 알지 못할 수많은 독자 중에 하나일지라도
제게 선생님은 얼굴도, 존재도, 그 위대함도 아는 유일한 삶의 스승이십니다...

요즘같이 혼란한 시기에, 모두의 마음이 뒤집히는 이런 시기에
선생님마저 떠나시니 마음 허전해 둘 곳을 찾지 못하겠습니다...

"선생님. 요즘 사태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십쇼!"하고
매달리고 싶은데... 이제 답해주실 분은 계시지 않습니다.
조금 더 계셔주시지... 원망스럽습니다, 선생님...

선생님...
부디 편히 잠드소서....
매발톱(올빼미) (manwha21)

화초, 주말농장 14년차입니다. 블러그는 "올빼미화원"이고. 저서에는 '도시농부올빼미의 텃밭가이드 1.2.3권'.전자책이 있습니다. kbs 1라디오..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깜찌기 펭
    '08.5.5 8:13 PM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큰별이 떨어졌네요.. ㅠ_ㅠ

  • 2. 우주나라
    '08.5.5 10:42 PM

    지금 서른인 제가..
    고등학교 2학년때...
    토지를 접하고선...
    고등학교 졸업때 까지...토지를 전체 7권까지 봤는것 같네요...
    그리고 김약국의 딸들 단편 읽구요..
    고등때 이 책 붙잡고 있으면 참으로 엄한소리도 듣고..(그시간에 공부하라고...^^;;)
    그때 머리론 수능공부 해야 된다 하면서도 독서실에 앉아서 쪼개고 쪼개서 읽는 토지는 참 좋았습니다...(비록 7권까지 밖에 못 읽었지만.. 토지의 방대한 내용,,, 다양한 인물은 정말 읽으면서 읽으면서 엄청난 감탄이였어요.. )

    그리곤 대학 들어 가면서..
    4년 동안 토지 전편 다 읽기가 목표였는데...
    아이 엄마가 된 지금도 아직 7에서 머물러 있네요...(정말 부끄럽습니다....)
    고딩때는 촉박한 시간이 문제(?)였는데 지금은 넘치고 넘치는게 시간이지만 책이 눈에 안 들어오니....

    그리고 박경리 선생님의 소식을 듣고..
    오늘 가슴이 참 먹먹했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3. 쿨재즈
    '08.5.6 2:18 PM

    저두 맘이 먹먹합니다..좀전에 티비에서 2004년 박경리작가님 인터뷰가 나오네요..어려운살림에 갖고있던 수많은 책들 다 처분해버렸지만...토지전집은...박스에 깨끗하게 보관하고있어요..나중에 울아가크면 읽으라고 줄려구요..세번 네번읽어도 새로운 작품입니다...

  • 4. 미네르바
    '08.5.6 2:18 PM

    중학교 2학년때 도서관에서 읽은 토지
    정말 내 인생의 책으로 남았습니다.
    정말 편히 잠드시기를 바랍니다.

  • 5. evehee
    '08.5.7 5:50 PM

    안타깝습니다....많은 연세에 다시 글을 쓰신다는 내용을 언젠가 접했는데...
    이런 비보를 듣네요....
    왠지....허전한 마음에 토지전집에서 1권을 다시 꺼내어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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