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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리틀 샵 오브 호러스

| 조회수 : 915 | 추천수 : 43
작성일 : 2005-06-07 01:41:23
공연을 좋아하시고 관심있으신 82쿡 식구들도 있으실 것 같아서요...

우울한 주제의 괴기하고 엽기스러운 내용이 뮤지컬과 만났는데 신선하고 재미있다면 도대체 말이 되는 걸까요? 그런데 지금 동숭홀에서 공연 중인 '리틀 샵 오브 호러스'는 그랬어요.

1960년대 동명의 영화가 1982년 뮤지컬로 만들어져 브로드웨이에서 인기를 끈 작품이 우리나라에서 공연된다고 했을 때 우려와 기대가 반반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공연 일주일여가 지난 지금 객석의 반응은 대체로 양호한 편이지요. 출연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력, 흥겨운 음악, 재미있는 무대 미술이 어우러지거든요.

(그런데... 오래전에 이 작품은 '오드리'란 이름으로 우리나라에서 공연된 적이 있어요. 지금처럼 뮤지컬 붐이 일기 전이라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지 이번 공연이 '한국 초연'이라는고 소개하는군요. 아마 그 때는 저작권을 무시하고 공연해서인 것 같아요...)

도시 변두리의 꽃집 종업원으로 별 볼일 없이 시시하게 살아가는 청년 시모어는 우연히 작은 화초 하나를 얻게 됩니다. 그가 평소에 짝사랑하는 꽃집 종업원 오드리의 이름을 따서 그 화초를 오드리라고 부르며 열심히 키웁니다. 그 화초 덕분에 꽃집은 큰 돈을 벌게 되고 시모어는 유명인사가 되지요.

그러나 인간의 피를 먹고 성장하는 무서운 식인화초인 오드리는 시모어의 피에 만족하지 않고 급기야 인육을 요구합니다. 자신의 사랑과 명예와 돈을 위해 시모어는 결국 오드리의 애인인 치과의사와 꽃집사장을 차례로 죽입니다. 시모어는 오드리의 사랑을 얻었지만 오드리마저 화초에게 죽임을 당하고 나자 스스로 화초에게 뛰어들어 생을 마감합니다.

줄거리는 으스스하지요? 인간의 욕망에 원초적인 해석을 붙인 이 작품은 그러나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등을 작곡한 앨런 맨킨의 아름답고 친숙한 음악과 그의 콤비 하워드 애쉬맨의 만화적 상상력과 결합해 블랙 코미디의 힘을 보여 줍니다. 순진한 겉모습 속에 숨겨진 인간의 욕심과 어두운 본능을 이런 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니요!

처음 오드리는 사람 손바닥 만한 크기여서 시모어의 손가락으로 조종이 됩니다. 그 다음 등장할 때는 30센티 미터쯤 커져 있어요. 이 때는 시모어의 팔에 안겨서 화분 속으로 손을 넣어 조종한다고 해요. 그 후에는 무대 가운데 버티고 앉아 있지요. 입모양도 시니컬해져서 조명에 따라 웃는 모습이기도 하고 비웃는 모습이기도 해요. 날카로운 이빨도 보입니다. 이 때는 화초가 말도 하는데 동작을 조종하는 배우와 대사와 노래를 맡은 배우 두 사람이 따로 있어요.

커튼콜이 끝나고 불이 꺼질 무렵 무대 가운데의 오드리는 무서운 속도로 커지며 부풀어 올라 객석으로 그 뿌리와 가지를 뻗칩니다. 일어설 준비를 하던 관객은 놀라 소리지르며 다시 한 번 작품 속으로 빠져 들고 그제서야 공연은 진짜 끝납니다. 사실은 풍선이었지만요... 거대한 오드리를 비집고 출구로 향합니다. 이 무서운 식물이 세상에 퍼지면 어찌 될까요...

오드리 애인인 치과의사의 열연이 볼 만합니다. 남이 고통받는 걸 보는 게 즐거워 치과의사가 되었다는 변태적인 인물입니다. 빠르고 경박한 말투와 대머리 헤어스타일이 딱이에요. 죽은 뒤에는 방송국 기자 등으로 다시 무대에 나와 객석은 또 뒤집어집니다. 아무튼 동서를 막론하고 치과치료가 무섭고 고통스럽긴 한가 봅니다. 제가 본 날은 강윤석씨가 그 배역을 했는데요, 더블로 박지일씨가 출연합니다. 연극만 하던 그가 '맘마미아' 이후 뮤지컬에 재미를 붙였나 봐요. 심각한 역을 주로 하던 그가 코믹한 뮤지컬 배우로 탈바꿈하는 것도 지켜볼 만한 재미입니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베지밀비
    '05.6.7 9:20 AM

    언제 보셨어요?? 전 지난 금욜날 봤었는데...공연을 좋아하는 82식구 접니다...^^

  • 2. ms.kelly
    '05.6.7 12:53 PM

    반갑습니다. *^^* 일요일 오후에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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