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에서 구 씨가 미정이에게 과거의 여자에 대해 고백하는 장면
넷플릭스 번역 어떠세요?
언제 떠날지 모르는데 엄마에게 사귀는거 왜 말했냐고 하면서
뜬금없이 자살절벽 이야기를 꺼내잖아요.
미정이는 영문도 모르고 듣고
그런데 이 부분 넷플릭스 번역이 전 좀 아쉽더라구요?
”그럴 것 같았어
그래서 말해 쥤어
(상담은 2/3 지점까지 떨어지는 거니까)
상담받아보라고
했는데
그냥... 떨어져 죽었어.“
하는 대사가
I thought it would be the same for her
So I told her
And...that she should see a therapist
I told her that
But... she just jumped and died
로 번역 되었더라구요.
그런데 한국어 대본에서는
구씨는 누구에 대한 이야기인지 일부러 밝히지 않고 무턱대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그래서 미정이가 의아스러운 표정으로
”누가?“
라고 물어본 후에야
"같이 살던... 같이 살던 여자가"
라고 어렵게 대답함으로써 친구인지 가족인지 애인인지 모호하던 대화 주인공
구 씨 죄의식의 메인 주인공의 성별과 관계가 드라마에서 처음 드러나죠.
즉 과거 이야기를 주어 없이 어렵게 시작하며
대화의 주인공이 누군지 알아가는
긴장감을 촉발하는
작은 스릴러 같은 대사 구조가 핵심인데
She나 her라는 인칭을 이렇게 수없이 넣어 번역하면
"누가?'
라고 묻는 미정이가 좀 이상해지는 것 같고
의도치 않게 번역이 일종의 스포일러가 되어버린 것 같은 영어 자막 어떻게 생각하세요?
한국말은 주어 없이도 문장이 자연스럽고 영어는 그렇지 못하니 아쉽네요.
만약 she나 her를 빼고 번역하기 힘들면
미정이의 누가?를
Who did? 가 아니라
그녀? 누구? Her? Who?
로 번역하면 어떨까요?
그래도 원래의 한국어 대사가 가진 구 씨의 죄의식, 위악적인 심리가 점점 드러나면서
미정이 입장에서 시청자가 긴장하게 되는 그런 효과는 반감되긴 하지만요.
이 대사를 통한 인물 심리 묘사가 작가의 역량을 여실히 드러내는 명장면이기에
조금 수정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네요.
저는 내년 칸 국제 드라마 페스티발에 초청되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이 드라마를 통해 삶을 성찰하고 같이 즐길 수 있으면 좋겠는데 지금 번역은 좀 아쉽긴 하더라구요.
그래서 마지막에 현진이 형에게 ”환대할게“하는 대사도 웰컴이라는 일상 용어가 아니라 hospitality(데리다의 환대의 철학을 떠올리게 하는)라는 단어로 번역하면 어떨까? 어차피 추앙이라는 단어로 문학과 종교를 아우르는 문어체의 기틀을 마련했으니 말입니다.
드라마 관계자도 아니고 내가 지금 이걸 왜 고민하고 있나 싶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