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친정집에 다녀왔어요
6월달에 내려간건 몇년만인데
보리수가 한창 익었다기에 겸사 겸사 내려갔지요
몇해전 친정집 보리수 나무에 보리수가 가득 열려서
한봉지 따다가 보리수 잼을 고생스럽게 만들어서
다시 만들 생각을 안했는데
빨갛게 익어 빛나는 보리수를 보니 또...
두바구니 가득 따서 씻어 놓고
원래는 집에 가져와서 천천히 잼을 만들 생각이었어요.
몇해전 보리수잼 만들때 끓이고 씨 걸러내고 끓이고했던
고생스런 기억이 생각나
씨를 좀 간편하게 뺄수 있을까 찾다가
빨대로 씨를 밀어 빼면 잘 빠진다는 어떤 영상을 봤던 기억으로
저녁 먹은 상을 치우고 느즈막히
보리수랑 빨대 준비해놓고 씨빼기 작업을 들어갔어요.
친정엄마는 체에 거르자고 하셨는데 친정집에 있는 체는 망이 큰것과, 작은것
두가지가 전부라 씨가 빠지지 않을 망을 쓰면 과육 빼는게 너무 힘들어
영 마땅찮기에
엄마~ 빨대로 빼면 잘 빠진대~. 하고는
의기양양 자리잡고 빨대로 쇽~...읭?
안빠져요..ㅜ.ㅜ
요령이 없어서의 문제가 아니라 진짜 안빠져요
하나 빼려다 승질만 나겠어요.
이미 손에 뭍힌터라 시작한 바구니 하나만 하기로 하고
친정엄마가 이쑤시게로 과육과 씨를 쑉쑉쑉 찔러서 분리하는게
낫겠다고 하시면서 시범 보이시는데 빨대보다는 낫겠더라고요.
그렇게 고생길이 시작되었죠
괜히 힘드시니까 내가 할테니 하지 마시라 하는데도
친정엄마는 딸혼자 하는 거 보단 그래도 같이 하면 좀 낫지 않냐며
열심히 도와 주시더라고요.
나는 이렇게 익었는지도 몰랐다. 한두개 따먹고 마는걸 잼만들 생각도 다 했냐~
친정엄마의 말씀에 답 하면서 두런 두런 얘기도 하고
한참 열심히 씨를 빼는데
친정엄마가 갑자기 혼자 키득키득 웃으세요.
- 엄마~ 왜?
- 아녀 아녀..ㅋㅋ
- 왜왜~ 뭔데 뭔데?
- 아니 그게 아니고.. 너는 씨도 참 깨끗히 빼서 뭐 붙은게 없는데
내가 뺀거는 씨주변에 살이 많이도 붙어 있어서 보니까 너무 차이가 난게
웃겨가지고...
아닌게 아니라 첨엔 최대한 깔끔하게 씨를 분리하셧셨던 거 같은데
어느순간 씨 주변에 과육이 제법 붙어 있게 빼셨더라고요.ㅋㅋ
친정엄마는 손도 빠르시고 일도 바로 바로 척척, 음식도 후다닥 맛있게
빠른 분이신데 약간 털털 하시다는.
그래서 뭔가를 잘 흘리시고 떨어 뜨리시고 그래요.
그럼 제가 정리하고 닦으면서 잔소리하며 따라가는..ㅋㅋ
역시나 보리수도 엄마가 앉은 자리에 과육이 몇개 떨여져 있더라고요.
장난기 발동하여 바로 한마디 했지요
- 어머~ 아주머니! 일 그렇게 하셔서 어디 일당 받으시겠어요?
- 긍게요~잉.ㅋㅋ
- 어디가서 그렇게 일하시면 혼나요~
오늘 일당 못드리겠네요.
- 그려요. 죄송허네요~ ㅋㅋㅋ
- ㅋㅋㅋ
그날 저녁 무사히 보리수 씨를 고생스럽게 다 빼고
다음날 짐 챙겨 올라오면서
엄마 일당 좀 챙겨드리고 왔어요.ㅋㅋ
6시에 도착하자 마자 짐 풀고 정리하고 세탁기 돌리고 오이소박이 만들고
삶아야 하는 빨래 삶아 널고
밥해서 저녁 먹고
또 보리수 잼 만든다고 냄비에 불켜고 내내 서서 저어주고 ..
잼 만들어 병에 넣어놓고 나니 11시가 넘었더라고요
아...진짜 정말 나도 사서 고생이구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