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워낙이 성질이 급해서 뭐 푹 삶고 세월아 네월아 기다리는 걸 잘 못 해요.
일단은 살림하면서 다른 거 하느라고 요리하는데 가능한 시간을 절약 해야 했기도 하구요.
그래서 압력솥을 참 잘 활용하고 있어요.
첨에 결혼하고 바로 미국에 유학 올때 커다란 여행가방 세개에 둘이 먹고 살 것들을 다 넣어가지고 와야 했죠.
수저 두개, 냄비하나, 밥 그릇 몇개..등등.(그땐 왜 미국 오면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는지...)
순진하게 그래도 안 굶어 죽을라고...
그 와중에 가득이나 좁은 가방에 목숨걸고 가져온 것이 있었으니 바로 압.력.솥.
한마디로 압력솥이 나의 무쇠들 보다 저랑 더 오랜 친구인 셈이죠.
그때 가져온 압력솥은 다름 아닌 친정엄마가 쓰시던..키친ㅇㅌ에서 나온거죠.
너무나 몇년 고맙게 잘 썼었는데, 남편 곰국 해준다고 들여 놓고 밖에 나가는 바람에 완전 쐐까맣게 태워버렸답니다.
정말 너무 타서 집 다 태우는 줄 았아구요..솥은 고기와 고무 탄 냄새에 완전히 쩔어서 회복이 불가했답니다.
그래도 못 버리고 몇년을 더 가지고 있었다는....
그래서 미국에서 압력솥을 찾아 헤맸어요. 그땐 유명한 독일회사 제품은 아예 몰랐구요. 그냥 인터넷에서 찾아 헤매다가 산 것이 티팔 압력솥이랍니다. 정말 사고 나서 완전 좌절. 짱짱한 한국 압력솥과는 달리 이건 압력이 되는 건지 아닌지..김은 다 새고..그냥 솥에 하는 거 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이더라구요.
그래서 그해 한국에 갔다가 사온 압력솥입니다. 완전 신나게 몇년을 쓰고 있네요. 밥하고, 국하고, 찜하고....
대략 만족이였죠. 그런데 매일 밥을 하면서 다른 것들도 하자니 너무 솥도 저도 지치더라구요.
밥 해 먹기엔 솥이 너무 크기도 하구요.
(사진을 보니 참 꼬질 하네요. 너무 오래 쓰니 광내기도 지쳐서,,,사진 찍기전에 닭한마리 넣고 삶았더니 더 지쳐 보이네요)
이번에 크리스마스 선물로 남푠님(선물 사줄때만)이 사 준 압력솥입니다. 6쿼터와 2.5쿼더가 압력뚜껑 하나에 세트로 되어 있구요. 유리 뚜껑 하나와 찜채반이 같이 딸려 왔네요.
WMF꺼가 좋다고 들었는데 정말 비싸더군요. 대략 두개 값으로 하나를 살 수 있는 정도.. (시엄니께서 쓰시던거 가져다 쓸래 하셨을 때 냉큼 가져올껄...그땐 왜 몰랐을까요??)
사이즈가 너무 고민이 되는 바람에 그냥 휘슬러 블루 포인트 이 제품으로 낙찰.
현재로는 아주 잘 산거 같은 느낌이네요.
첨에 뜯었을때 뚜껑이 헐거워서 리턴을 고민했죠. 티팔의 후회가 생각나서.
그래도 설마..하면서 과감이 오자마자 밥을 해 봤는데 대만족이네요.
일단 요리조리 튼튼해 보이구요. 요리 할때 지금까지 써온 압력솥들 보다 훨씬 조용하구요.
유리뚜껑이 굉장히 생각보다 유용하네요. 투박한 압력뚜껑 대신 덮어 놓거나 간단한 요리할 때 쓰니깐 좋아요.
에라이....크리스마스 선물로 압력솥이라니 (속풀이)
저도 참....울 남푠님도 참....꼭 이래야만 하는가요?
새로 생긴 압력솥 집 만들어 주니라고 부엌 한번 또 뒤집었네요.
이제 더이상은 안돼요 안돼..
그래도 편하게 요리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ㅋㅎㅎ 용서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