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산골동네로 이사온것이 2003년도이니 어느새 9년차가 되었습니다.
남편이 하던일을 그만두게되어 뭔가 새로운 일을 찾아야했던 두려운 시점에서
과감히 시골행을 선택한것이었지요.
시골로 이사오면서 부터는 직접 만든 생활자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도예를 취미로 배우면서 만든것들을 잘 모아두었더니
만든 그릇들이 시골살이하고는 잘 어울리는것 같았습니다.
밥공기,국대접,면기,등은 이런것들을 쓰지요
중간싸이즈의 면기는 여름철 열무국수에 잘 어울립니다.
막걸리잔은 이렇게 망둥이찜 같은 안주에 한잔 할때 어울리구요.
다과그릇이 필요하다 싶을때 이렇게 만들어보았는데 구워보니
썩 깨끗하진 않으나 후뚜루 마뚜루 쓰기 좋았습니다.
종일 비가오던날엔 나뭇잎 몇개 주워다가 찍어내어 빚어본 그릇들은
이리저리 시집가고 겨우 서너개 남아있네요.
손님이나 오셔야 쓰는 대형 접시는 가장 아끼는 그릇이기도 합니다.
만들어 쓰면 그릇마다 사연이 생기고 그릇마다 추억이 있어서
다 마음이 가는것 같아요.
이 접시는 물레 돌리다가 주저앉은 가장자리를 이어붙여 겨우 살려내었는데
구어 놓고 보니 예뻐서 샐러드 접시로 잘 쓰고 있습니다.
최근엔 만들어 쓰는일이 시들해져서 거의 작업에서 손을 떼고 있는데
차츰 <호가나스> 나<스웨디시 그레이스>같은
특별한 문양없이 약간 컬러플한 그릇들에 눈이 가는것이
나이들어가는 이유일까요..?
옷이나 그릇이나 나이들수록 화려한 색상들이 좋아진다고들 하니까요.
요리잘하는 분들처럼 몇종류의 그릇들을 그릇장에 예쁘게 진열해놓고
요리에따라 사람에따라 꺼내쓰는 호사를 가져보는것이 꿈이긴 하지만
쉽게 지를수가 없어 망설이곤 하네요
세상엔 예쁜 그릇들이 너무나 많지만
그래도 어설프게 만들어쓰는 재미를 포기하진 말아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