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닭 알 올린 도시락~~^^
도시락을 아침마다 싸줬심니다. 근데, 오늘은 급식이 없는 토요일이라서 마냥 널부러져서
자고 있다가 7시쯤 "옴마야~~ 이를 우째....@@" 함시롱 벌떡 깨서 도시락을 쌌지예.
아주 간단 버젼으로~~ㅋㅋㅋ^^
사실 울 남정네 입도 짧고 기름기도 잘 안먹고...알고보면 속 디집을 만큼 까다로와 반찬하기
늘 애를 먹는데, 그래도 좋은 점이 있다면 국 절대 안찾고, 김과 김치만 있으면 만사 OK~~!!^^
그래서, 진짜 초 간단 버젼으로 남정네 먹으라고 두가지, 그외는 직원들 먹으라고 대충 싸
봤심니다.
1.김치 2.작은파 겉절이 3.참기름 바른 김구이 4.야채/버섯/고기 두반장 볶음
5.콩나물과 고기넣은 된장찌게 6.후식으로 커피~~ 글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7.닭 알 올린 도시락~~^^
닭 알 올린 도시락 보시니 모두 타임머신을 타고 추억속으로 빠져 드는 듯한...........
예전에 서울에서 국민학교 다닐때 겨울마다 각 교실에 석탄 넣고 불 때던 난로가 있었지예.
길고 굵은 연통을 따라 매캐한 연기를 창문을 통해 교실 밖으로 내 보내곤 했지만, 불이 잘
붙어 석탄이 벌겋게 달기 전까지 그 매캐함에 콜록대면서, 눈도 가끔 따갑고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도시락을 그것고 군데군데 너무 빡빡 문때 씻어서 칠이 벗겨저 허여니 속살이
드러나고 조금은 찌그러진 양은 도시락과 좀 산다 하는 집 아덜은 그때만 해도 대따 비쌌던
스텐도시락에 밥을 싸오곤 안 했심니까.
김치물 찍~ 흘러 벌겋게 색오른 밥이 4/5쯤 되고, 나머진 대충 푹 잘 익은 김치나 고작해야
멸치볶음 정도가 반찬으로 나머지 자릴 차지하곤 했었는데, 고 중에서도 밥 위에 꼭 닭 알을
후라이 해서 덮어 온 친구들이 한 둘 있었지예.
2교시가 마치면 벌겋게 달아오른 난로위에 너도나도 깡깡 얼은 도시락을 꺼내서는 , 4교시가
끝날때 쯤 적당히 김이 모락모락 나기만을 기다리며 올려놨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후후~~^^
그런데, 욕심부리고 맨 아래에 도시락 올려둔 아이들 3교시 반쯤 되면 벌써~ 노릇하다 못해
탄내가 나기 시작했지예.^^ 그러면 요동을 치기 시작하는 배를 더욱 더 자극 해 아예 핸드폰
진동 저리 나가라 하듯 노래를 부르곤 했었심니다.
그러다 찾아 온 점심 시간의 그 행복함과 만족 감이란......
아마 살면서 가장 행복하고 기분 좋았던 기억이 그때가 아닐까 돌이켜 봅니더.
비록 색 벗겨진 양은 도시락에 담겨진 볼품없는 보리밥과 김치 쪼가리 였지만, 따뜻한 점심 밥
하나가 가져다 준 행복을 우린 지금 잊고 살만큼 이젠 너무 편리하게 또 잘 사는데 익숙해 있지
않나 반성도 해 봅니다. 그때의 작은 행복은 이젠 행복이란 가치에 넣을수도 없는 지금의 우리.....
한 아이의 도시락 두껑이 벗겨 지면서 모두 부러움의 탄성이 터졌지예.
"와~~ 겨란님이다~~ 아니 달걀이다.... 맛있겠다.......쩝~~!! ㅠㅠ"
조금 심한 친구는, 벌겋게 색오르고 시큼한 냄새까지 풍기는 꽁보리밥 도시락을 부끄러운 마음에
후다닥~ 닫으며 엄마를 원망하는 눈빛과 부러움의 눈빛을 동시에 보내기도 했고, 어떤 친구는
아예 달걀을 냅다 집어가 복도를 뛰어가면서 먹곤 하던 기억도 납니다.
그러다 복도 바닥에 떨어지면 걍~ 줏어서 소매 끝으로 대충 먼지를 닦는 척 하다가 입으로 가져가,
시큼한 김치와는 달리 달걀이 가져다 주는 그 고소하고 묘한 맛의 행복을 즐기론 했지예.
그게 바로 누구냐고예^^ 저냐고예. 글쎄요.............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원조 "땅 * 거 * 지" 가 아니었을까~~^^
고다음엔 그 친구 나름대로 잔머리를 쓴다고 닭 알을 아예 밥 중간에 끼워서 오더군요.
우린 그친구의 도시락 두껑이 열리기만을 매일 기대하고 침만 삼키곤 했는데, 어느 날인가 우리의
기대를 무참히 져버인 그친구의 하얀 쌀밥이 왜 그리도 원망 스럽고 실망 스럽던지......
"우~~쒸~~(-.-)_!~~" 이러면 다들 제자리로 돌아가 각자의 도시락을 먹을때, 그친구 속으로
뿌듯한 웃음을 날리며 한숟갈 한숟갈 밥사이에 끼워진 닭 알을 맛있게 먹었던것 같네예.^^
물론, 그녀석의 잔머리는 며칠을 못가고 걍~ 들통이나서 아예 그친구의 도시락이 반 전체를
돌아 다니고 말았지만예.^^
오늘은 남정네 도시락의 부실함을 때우고자 덮었던 닭 알을 보면서 문득 그때의 행복한 추억이
떠 올라 또 주저리 주저리 떠들어 봤심니다.
우리모두 아니 나 스스로 그 어렵고 힘들었던 시대에 우리가 누렸던 작은 행복을 가슴 깊이 다시
뭍어 두면서, 언젠가 슬프고 힘들 땐 꼭 다시 꺼내 보리라... 그리곤 나를 추스리리라 하면서....
참~! 중국엔 달걀이나 계란 이라 하지 않고 말 그대로 닭 알 이라고 합니다.
닭 알~~ 좀 거시기 하지예???^^
감싸 드립니데이~~

- [키친토크] (음식/이야기) 뻬다구.. 29 2011-12-06
- [키친토크] 응원전에 함박스떼끼 배.. 11 2010-06-12
- [키친토크] 공사판 10장 보다 국.. 44 2010-06-11
- [키친토크] '궁중떡볶이"로 돌아온.. 64 2009-01-21
1. 분홍공주맘
'05.1.8 11:07 AMㅎㅎㅎ 정말 옛날생각나네요.^^
2. kidult
'05.1.8 11:12 AM맞아요, 저런 겨란님부침을 밥위에 떡하니 올리고
라면끓일 때마다 소중히 접어 둔 라면봉지에 김 싸고
시장에서 빈병 파는 집에서 사온 거버이유식 병에 김치 싸면 최고의 도시락 세트 였죠?3. 메밀꽃
'05.1.8 11:13 AM맞아요..예전에 학교난로에다 도시락 뎁혀지면 마구 흔들어서
친구들이랑 먹던 생각이 나네요^^
정말 추억은 아름다네요.
중국은 계란을 닭알이라고 해요? 맞는말은 맞는 말이네요 ㅎㅎ4. champlain
'05.1.8 11:17 AM저도 가끔 저희 남편 도시락에 저렇게 계란 후라이 해서 올려 주는데..
도시락 반찬에 단백질이 좀 부족하다 싶으면 하나 올려 주죠.^^;;5. Helen
'05.1.8 12:05 PM타임머신 타고 학창시절로 돌아간듯한 분위기^^...
항상 님글보며 참으로 맘이 따뜻한 분이시다 하곤 했는데, 오늘은 한가지 여쭤보고 싶은것이 있어 이렇게 님글에 덧대어 봅니다. 낼모레면 교회점심을 해야하는데 덮밥식으로 마파두부를 해볼까하는데, 집에서 네식구 먹는거하고 어른 20명쯤 먹을거 하는 방법이 .. 글쎄 좀더 다른 아이디어가 있지 않을까 싶어 님께 조언좀 얻고 싶습니다. 님은 급식으로 마파두부를 어찌 만드시는지요 ..(궁금궁금)6. 선화공주
'05.1.8 12:19 PM키덜트님....말씀들으니..정말 잊고 있었던 옛생각이 나네요...^^
곱게 접어 김을 샀던...라면봉지....ㅋㅋㅋ...옛날에는 버릴것이 하나도 없었던것 같아요...^^*7. 김혜진(띠깜)
'05.1.8 1:11 PMHelen님~~! 제가 살기는 중국에 사는데 마파두부를 어캐 만드는지 모르는 한국 토종 이지예.^^
그리고, 급식으로도 울 아덜이나 한국 아덜이나 똑 같이 넘 좋아하는 돈까스, 탕수육, 김치찌개,
..요딴 것들만 만드니...... 죄송합니더~~ 도움이 못돼서.....^^;;;;
맞아예, 그 라면 봉다리~~ 요건 봉지보다 봉다리가 더 어울린다는^^
주황색 삼*라면 봉다리에다가 김 넣어 갔던 기억 납니다.
크크크~~^^ 어떤분이 얘기하시던데, 학교앞 문방구나 그 앞에 쪼그리고 모여 앉아 해먹던,
달고나 그리고 쪽자(흑설탕 녹혀서 소다 넣고 별모양 꽝 찍어 모양대로 침 뭍혀 파억던..^^)도
생각이 나고, 또 쫀드기와 긴 빨대안에 색색이 들어 있던 그 이름이 생각은 잘 안나는데
우째든 이빨로 쭉 당겨서 꺼내먹던 빨대 사탕간은것, 그런 추억의 불량 식품들이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여름이면 팥빙수 아저씨들이 기계에 얼음 손으로 돌려 깎아서 그위에 팥은 눈꼽만큼
올리고 색색이 울긋불긋한 색소 마구 뿌려주면 좋다고 먹었던 기억도 나고예.^^
여하튼 옛 추억이 좋은 나인가 봅니다.~~^^8. 순정만화
'05.1.8 2:04 PM혜진님과 거의 동일한 추억을 가졌어요. 바로 위의 언니쯤.
이런순간 행복합니다.
별 근심걱정 없던 그때가 많이 그리워요.
에구! 내가 언제 나이 먹고싶다 그랬나? 왜 이리 걸리는게 많은지...
그냥 룰루랄라 하고 살까요?9. 가영마미
'05.1.9 1:05 AM파 김치 너무 맛있어 보이네요.
너무 좋아하는 반찬인데..글쎄 신랑이 파를 못 먹어서 결혼 후엔 먹어보질 못하네요
금방 지은 밥에 파김치 한가닥 올려 먹고 싶어요^^ 꿀꺽..10. 김혜경
'05.1.9 5:36 PM저희 어머니...달걀 프라이 도시락에 꼭 하나씩 얹어주셨는데...
번호 | 제목 | 작성자 | 날짜 | 조회 | 추천 |
---|---|---|---|---|---|
9319 | 초코칩 호두 머핀 2 | 초롱누나 | 2005.01.09 | 2,257 | 19 |
9318 | 꽃게님....치즈님...감사해요~^^(사진이없어서..ㅠㅠ) 14 | 빠끄미 | 2005.01.09 | 2,129 | 5 |
9317 | 단호박전 드세요~~~^^* 6 | 런던폐인 | 2005.01.09 | 3,804 | 1 |
9316 | 두루두루 두부두루치기~~ 3 | 밥벌래 | 2005.01.09 | 3,428 | 1 |
9315 | 새벽에 만든 단팥빵 10 | 밤톨이맘 | 2005.01.09 | 2,662 | 4 |
9314 | 동파육 또 성공 4 | 엘리사벳 | 2005.01.09 | 4,977 | 47 |
9313 | 추운 겨울밤에... 24 | 경빈마마 | 2005.01.08 | 4,162 | 2 |
9312 | 남은 사과 처치 1탄 - 애플파이 5 | 샘이 | 2005.01.08 | 3,222 | 1 |
9311 | 촉촉한 쵸코칩 쿠~키 4 | 루시 | 2005.01.08 | 2,218 | 13 |
9310 | 저도 브로컬리 스프 따라 해봤어요 ^^ 1 | 초롱누나 | 2005.01.08 | 2,722 | 32 |
9309 | 소래포구 조개구이 ~~ 6 | 오키 | 2005.01.08 | 4,026 | 2 |
9308 | 감기 든 아이와 고생한 남정네를 위한 저녁 12 | 김혜진(띠깜) | 2005.01.08 | 3,873 | 1 |
9307 | ^^아이들 간식만들기 1 | cosmos | 2005.01.08 | 3,138 | 1 |
9306 | 애플시나몬토스트와 짬뽕 스크램블에그 2 | 홀로살기 | 2005.01.08 | 2,908 | 3 |
9305 | 외식시리즈 3 - 말레이시아 음식- 6 | 토스트 | 2005.01.08 | 2,154 | 2 |
9304 | 토요일 아점.. 스테~키. (드뎌 사진 있음^^) 7 | 방긋방긋 | 2005.01.08 | 3,156 | 7 |
9303 | 식혜만들었어욤~~^^ 2 | 이주연 | 2005.01.08 | 2,231 | 10 |
9302 | 돼지고기 야채볶음~ 6 | heard | 2005.01.08 | 3,235 | 4 |
9301 | 골뱅이무침과 양념병들... 4 | 마음만요리사 | 2005.01.08 | 4,066 | 12 |
9300 | [ 살사 소스 만들기 ] 13 | jasmine | 2005.01.08 | 10,391 | 1 |
9299 | 닭 알 올린 도시락~~^^ 10 | 김혜진(띠깜) | 2005.01.08 | 4,947 | 4 |
9298 | 집들이 2 12 | 레아맘 | 2005.01.08 | 7,251 | 5 |
9297 | 집들이 했어요^^ 1 15 | 레아맘 | 2005.01.08 | 9,178 | 5 |
9296 | Fandant을 이용해 만든 케잌이예요.. 21 | cheesecake | 2005.01.08 | 3,114 | 29 |
9295 | 너무 감동해서~ ㅜ,ㅜ! 9 | 분홍고양이 | 2005.01.08 | 3,317 | 13 |
9294 | 아점으로 초밥 어때요? 9 | 가은(佳誾) | 2005.01.08 | 3,330 | 14 |
9293 | 저희집 크리스마스 디너 구경하시겠어요? ^^ 25 | Joanne | 2005.01.08 | 5,431 | 43 |
9292 | 코렐 허브 양식 그릇 덕분에 키친 데뷔 13 | 성격짱 | 2005.01.08 | 3,851 | 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