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거시기한 4월의 추억
손님 치르느라 다시 며칠을 소홀했더니만
진도 따라잡기 무쟈게 힘들고 있슙니다.
헥헥대며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니다
걍...너스레 본연의 자세로 각 잡았사와요.
바야흐로 꽃피는 춘사월이 왔심다.
4월이면 떠오르는 추억...
잔인했던 그해 4월의 첫.미.링. 야그를 혀볼라구요.
스무살만 되면 남정네들이 첫사랑을 들고 줄서서 대기하는줄만 알았던 철없던 십대.
허벅지 찔러가며 그 한많은 10대를 마감했건만...
기다리는건 그저 눈꼴신 커플들을 보며 침이나 흘리기...
쌔코롬 3월이 지나고 따신 4월이 되어도
멋진 남정네와의 데이또는커녕 미링계에 발도 못들여놓고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즈음,
평소 내통이 없던 사촌오래비한테서 불현듯 전화한통.
소개링이라고라고라?
역쉬 피는 물보다 찐하다더니 오래비가 나에게 첫미링의 기회를?
그러나 호박은 항상 덩쿨로 댕기는 것인지
또 선배언니한테서 불시에 연락이 와서는 불쌍한 후배 구제차원에서 소개링을 시켜준다며
하필 같은날...
첫미링을 두탕으로?
양쪽 다 그날밖에 안된다기에 결국 3시간 간격을 두고 하루에 두탕 결정!!
화사한 4월 초입의 어느 토욜,
처음 뽀샤시 화장도 하고 설레다 터져삘것같은 가슴을 부여잡고
홀연 첫번째 미링 장소에 도착해보니,
오오....
오오....
군대까지 다녀온 복학 4학년 아자씨?!?
나와 어깨를 나란히하는 키...
시커먼 안경...
꾸리한 아자씨 잠바...
심지어 배둘레햄...
더구나 시종 영계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니끼한 시선까지...
거기에 왠 후까시?
뜨아...
혹시 아버님이 아닐까?
아무리 내가 외모를 중히여기지않는다기로서니 현실과 이리 동떨어진 하드웨어를...
그렇다고 성격이 예술이냐하면 것두 아니고...
순진했던 제가 세상을 너무 많이 아는것같은 그 아자씨를 어찌 감당할수 있었겠나이까.
사촌오래비가 꽃다운 동상한테 소개시켜주는 사람이 을매나 킹카이겄냐...
그 킹카와 오붓한 토욜 오후를 내내 보내야하는뒤 하필 또 미링이 잡혀서 우짜나...
심하게 맘에 들면 두번째를 빵구 내야하나...
너무 심하게 뿅가서 이 어린나이에 결혼한다고까지 설치면 부모님이 놀래실텐데 어쩌나...
했던 오만가지의 생각이 얼마나 부질없었던지...
우이씨...도대체 이런 넘을 소개하는 사촌오래비는 무신 심뽈까요??
봄꽃이 만발한 캠퍼스를 둘러보자고 혼자 꿈에 부푼 그 아자씨를 뒤로하고
두번째 미링 장소로 향하니,
오오....
오오....
훤칠한 키...
긴 손가락...
샤프한 눈빛(이부분에 밑줄 쫙 별표 세개!)...
음~좋아좋아 일단 인상 좋아!
허기야 누군들 첫번째 아자씨보다 못하겄나요...
동갑내기였던 그넘과 얘기를 나눠보니
성격도 활달하고 유머감각도 있고 다정다감하기까지...
배우느라 가지고 다닌다며 들고온 기타로 즉석에서 연주까지...
저는 가슴속에서 이글거리는 흥분을 애써 감추며
아싸 봉잡았네 하는 표정이 새지않도록 단속을 하고
은근한 미소로 화답하곤 했지요.
아...드뎌 나에게도 이렇게 첫사랑이 오는구낭...
그넘과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난후
그해 4월은...참으로...길었습니다...
전화하겠다던 그 넘은 전화를 하지 않았습니다.
날마다 집에 일찍 들어와 눈탱이가 벌게질때까지 아무리 전화통을 째려봐도
끝내 전화는 오지않았습니다.
기대가 컸던만큼 실망의 고통이 어찌나 피를 말리든지...
잔인한 4월이었습죠.
나중에 소개시켜준 선배를 통해 들어보니,
제가 너무 순수하고 여려서 때묻은 자기가 도저히 접근할수 없었다나요?
행여나 저한테 상처를 낼까봐...
에라이...그걸 말이라고...
싫으면 걍 싫다고하지 무신 신나락 까먹는 소릴 씨부리고...
그럴거면 사람 뿅가게 후리지나말지...
무쟈게 후회했습니다.
내슝을 너무 심하게 떨었어...
신은 저에게 어찌나 공평하신지
한넘 뺀치놨다고 다른 한넘한테 절 뺀치놓게하더이다.
그리고 그후로도 오랫동안...
첫사랑은 오지않았죠...
우리 세살짜리 큰얼라가 열심히 자판두들기는 절보고 뜬금없이
엄마 제발 공부좀 고만 하랍니다. 컥.
아니 도대체 저런 발상은 우데서 배우는것인지...
언제나처럼 키친토크에 발하나 걸치기위해
(너무 심하게)쪄서 초고추장 찍어먹은 아스파라거스 사진한장 올립니당.
오늘 공부 심하게 길군요.
그럼 이만 공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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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수댁
'04.3.31 3:38 PM정말 맛있어보이구여 정말 공부 많이 하셨어여
2. 꿀벌
'04.3.31 3:41 PMㅋㅋ 밴댕이님 때문에 웃었네요^^
아니 왜 파리지엥들은 글솜씨들도 뛰어나셔서
꿀벌을 두번 죽이시는지^^;;
대학때 두번째 소개팅~ oo과에 킹카라고 안나가려는 나를 꼬셔서 나갔는데
정말 키 나만하고 뻐드렁니에..색색줄무늬 바지라니.....
외모야 그렇다 치고 그 잘난척은....정말 같이 있는 시간내내 괴로웠습니다~
(누가 그 사람과 같이 있는 저를 알아볼까 노심초사 고개도 못들고 ㅋㅋㅋ)
갑자기 옛기억도 나면서 즐거운 오후였습니다^^3. 키세스
'04.3.31 4:27 PM전 군대 간 남자동기가 고참 소개시켜줬어요. ㅜ.ㅜ
말 하는 거 보고 발딱 일어나서 나오고싶었는데... 걔한테 해꼬지 할까봐 나올 수도 없고...4. 구텐탁
'04.3.31 5:35 PM흐흐... 벤뎅이 님의 거시기한 추억을 읽고 있으니
본녀의 부스스한 추억도 새삼 떠오른다는...ㅡㅡ; 노래방에서 목에 핏대 세워가며 쉬즈건을 열창하던 그 넘아.... 지금 어데서 무얼하는지...쩝...
참.. 글고 님의 아이디..벤뎅이가 말이죠.. 사실 예전에 기르던 우리 강아지 이름이었슴돠...헉!5. 카페라떼
'04.3.31 6:17 PMㅋㅋㅋ 남자들은 쉬즈건을 많이들 부르나봐요..
저에게도 쉬즈곤을 불러주던 남정네도 있었는디...
벤뎅이님 땜시 옛추억을 한번 떠올려 보네요..
다들 뭘하고 사는지..6. tiranoss
'04.3.31 6:28 PM공부에 ㅋㅋㅋ무지하게찔리면서 웃었어요
추억... 가끔씩 꺼내보면 내게는 그리움 과 마음 한구석의 뻐근함을 느끼게 하죠7. 복덩이
'04.3.31 6:31 PM저 혹시 구텐탁님과 카페라떼님 쉬즈건 을 부른 그넘이(죄송) 그넘 혹시 아니였을까요 ? 그런생각이 잠시 뇌리를 확~~ 스칩니다. ㅎㅎㅎ
8. 하얀마음
'04.3.31 6:33 PM나에게도 이런 추억이 여러 보따리 있건만.....
요즘은 새내기 딸아이가 이런 저런 만남을 하느라 바쁘네요....9. 레아맘
'04.3.31 7:29 PM하하하..밴댕이 님의 잔인했던 4월의 추억이 저에게는 많은 웃음을 주네요(죄송^^)
요즘 봄이라 그런지.....마음이 싱숭생숭~술렁술렁~
아~ 나도 다시 싸랑하고 싶따!...뭐 이런 이상야리꾸리한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ㅡㅡ;
다시 사랑을 한다기보다는...그 순수했을때 떨리던 그 감정들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은거겠죠.
왠 헛소린지......
엄마 공부좀 그만하라는 아드님이신지 따님이신지...너무 귀엽네요.하하하10. 김혜경
'04.3.31 8:47 PMㅋㅋㅋ...
밴댕이님 죄송합니다..무슨 뜻인줄 아시죠? 그렇지만 조만간은 아니어도 꼭 갈겁니다.11. moon
'04.3.31 9:44 PMㅍㅎㅎㅎㅎ
맞아요. 호박은 항상 덩쿨로 댕겨요.
저도 이제 그만 공.부. 해야겠네요. ^ ^12. 프림커피
'04.4.1 12:02 AM키친토크에 발하나 걸치기..ㅋㅋ
넘 재밌어요.13. 1004
'04.4.1 5:43 AM우하하하하
넘 재미있네요. 우씨~~ 왜 난 쉬지건 불러준 남정네가 없는거지?14. 커피앤드
'04.4.2 9:05 AM뒤늦게 보고 배꼽잡슴다,,,,정말이지 웃음보 터짐다,,,,근데요, 저도 죠인트 동문선배가 군제대했다고 임시소집 시켜놓고, 중국집 룸에서 열댓에 탕슉1접시, 짬뽕 주르륵 시켜놓고 뭐이 그리 한이 맺혔는지 목에 핏줄 세워가며 쉬즈건을 불렀슴다,,,쉬즈건에 대한 아픈 추억은 왠만하면 있는듯 함다,,,으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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