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re] 막걸리에 대하여

| 조회수 : 1,879 | 추천수 : 79
작성일 : 2004-02-13 18:24:21
외할머니가 술(동동주, 막걸리, 소주 모두 한 형제라는 거 아시지요?) 만드는데 선수셨어요. 요새까지 살아계셨으면, 술의 명인으로 등극할 수 있을 정도로...
할머니는 이스트 없는 시절이니까, 당연히 누룩으로만 술을 담그셨지요.  
밑술과 물과 누룩과 술밥의 비율, 나중에 차조죽을 붓는 비율 등, 이 비율을 적절하게 맞추지 못하면 술이 쉬거나 제대로 발효가 안 되지요. 아울러 황금비율을 잘 맞추고,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 주면 천하제일의 술이 탄생하는 것이고요.
엄마는 할머니 임종무렵에 이 황금비율을 물어보셔서, 그 술맛을 재현하셨답니다(완전재현은 아니에요. 술익히는 환경은 재현할 수 없으니까요). 이승과 작별하는 순간에 말내딸과의 대화가 술만드는 비율이라니... 시트콤같은 이야기지만 그 비율 맞추기가, 좋은 술 만들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지요.
이후, 아빠를 위해 지극정성으로 술을 빚으셨지요. 아빠 돌아가시고는 절대 안 하시지만....  
그런데 엄마는 나이가 드시면서 이 곡주의 이복형제격인 쌀식초 맛(할머니의 식초맛도 경기 제일이였데요)을 그리워하셔요.
왜 최순우 선생님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말미에도 '초맛'이라는 수필도 있잖아요. 선생의 초에 대한 끝없는 애정과 탐닉에 대해 쓴 수필입니다.  " ...초는 기름이나 간장과는 달라서 아마 인류의 식생활 미각에 이것이 받아들여진 후 먹는 즐거움의 폭과 깊이는 아마 급속도로 세련을 가져왔을 것이다. 따라서 요리가 발달한 나라, 예를 들면 프랑스 중국 한국 일본 같은 나라의 요리는 초맛을 잘 가누는데서 그 미각의 폭과 깊이가 늘어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엄마는 "왜 그때 술만드는 것만 물어봤을까, 초만드는 비율도 물어볼껄...  난 술이 시어지면 식초인줄 알았는데..." 아주 애석해 하시지요. 품격있는 맛을 지닌 쌀식초는 나름의 황금비율이 있다는 것을 그때는 왜 몰랐을까 하는 것이지요.
저도 늦기전에 곡주의 황금비율이라도 전수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몰라요.
* 김혜경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2-14 10:49)
회원정보가 없습니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무우꽃
    '04.2.13 7:11 PM

    "이승과 작별하는 순간에 말내딸과의 대화가 술만드는 비율이라니..."
    장면이 떠오르네요.
    대장금 끝나면 이거 드라마로 만들자고 할까요?
    정말 멋있는(뭔가 적절한 표현을 못찾겠음) 기억을 간직하고 계시네요.

  • 2. 여주댁
    '04.2.13 10:38 PM

    여수항에 가면 서대회로 유명한 식당이 있어요 .
    그집 서대회를 처음 맛본 순간 그 독특하고 신선한 맛이 너무 달라서
    주인장께 물었더니 그게 바로 막걸리 식초맛이라네요.
    직접 담근 막걸리 식초라길레 그냥 막걸리 사다 놔두면 되는 줄 알았었는데 그게 아니었군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2987 약식레시피에 감사.. 3 승민,정현맘 2004.02.14 2,916 4
2986 김관련요리 4 버팔로 2004.02.14 2,494 9
2985 김관련요리 4 버팔로 2004.02.14 2,495 18
2984 실속파 럽첸이의 발렌타인데이~^^ 10 러브체인 2004.02.14 3,659 19
2983 [re] 막걸리에 대하여 2 김나현 2004.02.13 1,879 79
2982 막걸리 집에서 만들어 보세요 11 김진아 2004.02.13 2,480 18
2981 채소그라탕 2 꿀벌 2004.02.14 1,968 26
2980 성류맘님께 질문이여... 4 행복한사람 2004.02.14 1,841 85
2979 떡바람에 힘입은 미나의 백일떡...^^ 15 신유현 2004.02.14 2,857 2
2978 정성이 있는 떡 민이 2004.02.14 2,180 19
2977 살짜쿵 소심한마음으로 올려요 5 kkang 2004.02.14 1,956 12
2976 경고 각오하고 올려요~^^;; 6 스쿼시짱마눌 2004.02.14 2,396 10
2975 맥주 안주로 이런 것도 먹어요 ^^; 6 Fermata 2004.02.14 3,001 18
2974 새우로 도시락 반찬 어묵 만드는 거 알려주세요.. 4 달코미 2004.02.14 2,567 8
2973 클래식 쇼콜라 3 쭈야 2004.02.14 1,796 19
2972 하트네개짜리 쵸코케잌 9 쭈야 2004.02.14 2,457 5
2971 남자 아홉명은 양이 얼마나..휴.. 4 초코초코 2004.02.13 2,237 35
2970 간편한 국. 5 문은경 2004.02.13 2,542 7
2969 [발렌타인데이]초콜렛도 좋지만..^^ 4 경이맘 2004.02.13 2,025 10
2968 이런 떡도... 13 꽃게 2004.02.13 3,729 27
2967 불었다 떡바람 16 냠냠주부 2004.02.13 3,759 4
2966 moon식 초밥!? 15 moon 2004.02.13 5,348 7
2965 처음으로 쿠키 만들었어요.. 8 아침편지 2004.02.13 2,020 2
2964 내가 이걸 왜 했지? ㅡ.ㅡa 5 Ellie 2004.02.13 3,052 7
2963 ^^첫인사 드립니다. 5 배정현 2004.02.13 1,776 25
2962 꿀벌님의 초콜렛 아이디어 실습기 6 Chris 2004.02.13 2,153 10
2961 성공적인 포트럭파티... 11 최은진 2004.02.13 4,202 8
2960 드뎌 양갱에 성공했습니다.. 7 현정맘 2004.02.13 2,979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