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저는 아직... 만들 줄 몰라요. 부끄부끄 ^^;
원래 엄마의 호박만두는 할머니께 배운 솜씨인데요.
저녁 잡숫고 벌써 누우신 할머니께 직접 여쭤봤습니다. ㅎㅎ
인우둥 : 할머니, 호박만두 어떻게 만들어요?
할머니 : 공부한다더니 갑자기 웬 호박만두?
인우둥 : 아.... 누가 알려달라고 전화를 했잖아요, 글쎄. (뜨끔)
할머니 : 어떻게고 저떻게고 만두 만들기가 뭬 어려워서! 알려주고 자시고 할 것도 읎어.
인우둥 : 아~잉, 할머니. 뭐든지 배워야한다고, 저더러도 맨날 음식 배우라고 하셨잖아요.
할머니 : 아, 호박만두야 호박에 양념해서 만든 게 호박만두지.
인우둥 : 글쎄, 그 양념을 어떻게 하냐구요.
할머니 : 양념도 몰라, '파, 마늘' 하는 양념!
인우둥 : 그러니까 파를 얼만큼 마늘을 얼만큼, 또 간은 어떻게 하고... 그런 말씀을 해달라구요.
할머니 : 그런 게 어딨어. 잡히는대로 넣는 거지.
이렇게 해서 알아낸 할머니의 만두 만드는 방법은
호박(둥그렇고 퍼런 조선애호박)을 채친 후, 소금에 살짝 절여 물기를 짜두고
(그러니 너무 곱게 채치면 안되겠죠?)
거기에 고춧가루를 넉넉히, 파, 마늘 다진 것 등의 갖은 양념과
(우리집 특제품인 할머니표 무공해)들기름을 넣어 속을 만든 후에
만두피에 싸서 찌거나 삶아먹는 거래요.
할머니 표현으로는 '얕은 맛'을 내기 위해 돼지개기(고기) 갈은 것을 생강가루 등과 함께 간을 해서 넣으면 좋다고 하시는데 '씹히는 맛'은 '기계에 간 개기보다 칼로 썰거나 다진 개기'라고 하십니다.
그러면서 갑자기 녹두부침개 얘기로 넘어가면서
옛날에는 돼지개기 기름으로 부쳤는데 지금 아무리 맛있다는 걸 넣어봐도 그 맛이 안 난다는 탄식 한 번 해 주시고 ^^ㅋㅋ 녹두전에도 '기계에 간 개기보다 칼로 다진 개기'가 더 '씹는 맛'이 있다고 하시네요.
단, 호박만두를 찌거나 삶을 때는 너무 익히면 호박이 물러지고 호박 단 맛이 빠져나오니
슬쩍 익혀야한다는 말씀도 하시구요.
할머니의 손맛은 '얕은 맛' '얼큰한 맛'을 강조하는 한편
엄마가 할머니께 전수받고나서 새롭게 변형시킨 호박만두는 이렇습니다.
엄마는 고기를 넣은 '얕은 맛'보다는 호박 자체의 들큰하고 담백한 맛을 강조하시는데
굵게 채썬 호박을 살짝 절이거나 또는 절이지 않고 호박만으로 양념을 하는 것까지는 할머니와 비슷하지요. 특히 고춧가루만큼은 듬뿍! 그러나 고기와 기름은 넣지 않으십니다.
엄마의 만두가 할머니 만두의 결정적 차이는 익히는 방법인데요.
할머니 만두는 전천후(?)만두로서
빚을 때 구멍을 낸 만두(피를 반으로 접어서 손으로 꼭꼭 집어줄 때 옆구리에 구멍을 일부러 덜 막는 것이지요)는 국만두용이고 구멍 안 내고 꽉 막은 만두는 찐만두용이라는 차이뿐, 쪄서도 먹고 만두국으로도 먹어요. 만두국 국물은 고기국물로 하시더군요.
그러나 엄마의 호박만두는 물만두라는 겁니다.
만두피를 얇게 밀어 피를 만든 후, 할머니와 같이 손으로 꼭꼭 집어만든 길죽한 만두가 아니라
그냥 반으로 접어 다시 양끝을 말아 붙인 동그란 만두인데요.
(사진없이 말로 설명하려니 힘드네요. 그러니까 할머니 만두는 길쭉 만두, 엄마 만두는 동글 만두!)
만두소의 맛이 담백하므로 국물이 들어가면 '맹맛'이 되기 때문에 그걸 막느라고 그런대요.
이걸 슴슴한 멸치국물에(진한 육수 절대 아님, 간도 하는듯 마는듯) 삶아서
만두만 건진 후에, 겉에 한 번 더 간을 합니다.
다시 말해, 삶은 만두를 넓은 접시에 담고 거기에 고운 소금(또는 맛소금)과 참기름(그런데 저희집은 참기름 안 먹어서 여기에도 들기름 써요)을 아주 조금 뿌리고 접시를 살짝살짝 키질하듯 움직이면
만두 표면에 소금간과 기름이 고루 묻게 되지요.
(그러니 만두피가 더 맛있어집니다)
중국집 물만두처럼 물기와 기름기가 살짝 도는 '물호박만두'입니다.
(부추와 돼지고기로 만드는 물만두도 삶은 만두 건지자마자 만두피에 이렇게 다시 간해서 드셔보시면 한층 업그레이드 된 맛이 된대요.)
만두 삶은 멸치국물은 많이 잡지 마시고 조금씩 삶아내게 조금만 해서
나중에 물만두 먹고 (냉면 먹고 육수 마시듯, 볶음밥 먹고 계란탕 먹듯) 뜨겁게 호로록 마시면 좋습니다.
제 이름이 나와 깜작 놀랐어요.
한창 마음 다잡고 공부하고 있었는뎅...
저 시험 떨어지면 책임지세욧! ^^
자세하게 써드리려고 했는데 정작 분량 같은 것은 알려드릴 수가 없네요.
저 역시 어깨너머로 본 것을 그냥 말로 풀어본 것 뿐이니까요.
서리 오면 호박 언다고 엄청나게 따다가 냉동실 가득 할머니가 만두 빚어놓으셨는데...
(주로 해가 없어 바깥일을 못하시는 새벽에 빚으심 ㅍ.ㅍ- )
제가 맛보기로 보내드리고 싶네요.
언제 마석 오시면 솔내에 들르시던지요...
이렇게 어설픈 답이나마 (전혀 저의 실력과 경험과 노하우는 없네요. 그저 먹어주는 입밖에는...)
할 수 있는 대답 물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즐만두하세요.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인우둥의 호박만두
인우둥 |
조회수 : 5,339 |
추천수 : 16
작성일 : 2003-10-24 23: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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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김혜경
'03.10.24 11:16 PM인우둥님...
이리로 제가 옮겨놨습니다.2. moon
'03.10.24 11:20 PM와.. 이것은 손맛이 있어야 되는 요리!!
인우동님 할머님의 손맛이 레시피의 가장 중요한
양념인것 같은데요.3. jasmine
'03.10.25 12:11 AM앗. 언제 이리로 옮겨졌나요?
제가 궁금해요에 댓글 달았는데....제가 해보고 후기 올릴게요.4. 어설프지만뛰어난척
'03.10.25 2:32 AM인우둥님 할머니랑 울 할머니랑 발음이 똑같아요!!.....
^^....그냥 반가운 맘에.......ㅋㅋㅋ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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