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이맘때 찍은 사진입니다.
새빨간 우는 얼굴은 세상에 나온지 한 달이 된 둘리양이고, 그 어미는 지금보다 팽팽했었군요.
그 빨간 아기가 이렇게나 자랐어요.
며칠 전에 자전거를 타고 위의 사진을 찍은 연못까지 가서 풍경 사진을 찍어서 제게 문자로 보내줄만큼 자란거죠.
아이들 생일에 예쁜 케익을 먹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꽃같이 예쁜 아이들이 꽃나무처럼 잘 자라는 걸 축하하려면 꽃만큼 예쁜 걸 먹어주어야 하니까요 :-)
저희집 코난군은 부모 조부모가 모두 한국인인데도 가끔씩 부모중 한 사람이 백인이냐는 말을 들어요.
저희 부부 중에 한 쪽만 알고 다른 쪽은 모르는 사람들이 나중에서야 부부 모두 한국인인 것을 알고 놀라기도 하구요.
고려시대 실크로드를 따라 한반도에 찾아왔던 회회아비 한 분이 아마도 저희 조상 중에 계셨던가봅니다 ㅎㅎㅎ
대머리 아기인 것 까지도 알리슨님네 아기 사진과 비슷하지 않은가요?
만물이 소생하는 봄...
푸르게 자라난 밀싹처럼, 날마다 자라고 배우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것이 큰 행복입니다.
이 밀싹은 동유럽 국가 명절인 노부르즈의 장식인데요, 낮과 밤의 길이가 똑같아지는 춘분을 한 해의 시작으로 삼는다고 해요. 그러니까 춘분일인 노부르즈가 그들의 설날인 셈이죠.
불의 땅 이라는 별명을 가진 아제르바이잔 출신 친구로부터 명절 초대를 받았어요.
손님을 초대하면 이정도는 차려줘야 되는 손큰 여자...가 제 친구입니다 :-)
위의 테이블 오른쪽 가장자리의 촛불 장식도 이 명절의 중요한 상징이라고 해요.
가족 숫자만큼 촛불을 켜고 그 불이 저절로 다 타서 꺼질 때까지 켜두는 것이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라고 합니다.
무생물 같은 계란에서 생명을 가진 병아리가 나오는 것처럼 춘분 명절은 생명이 태어나기 시작하는 때이고, 겨우내 먹으려고 말려둔 건과일과 견과류를 먹어치우며 싱싱하게 열릴 풍성한 새 열매를 기원한다고도 하고요.
친구의 어머니는 이렇게나 많은 디저트를 만드셨는데 만두처럼 보이는 셰케부르 속에는 달콤한 견과류가 잔뜩 들어있어요.
이건 또다른 친구집에 초대받아 가서 얻어먹은 거고요...
학기 중에는 제가 해먹는 음식은 사진으로 남길 것이 없는 보잘 것없는 것 뿐이고, 친구들 덕분에 그나마 음식 사진다운 것을 몇 개 남겼습니다.
이건 무슨 노숙자 무료 급식소 같은 모습이냐구요? ㅎㅎㅎ
차린 것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저도 다른 사람들을 초대해서 밥을 먹이기도 했어요.
저 오솔길을 따라 5분만 가면 코난군의 학교와 테니스 코트가 있는데, 어느날 연습을 마치고 우리집으로 오라고 해서 간단하게 햄버거와 핫도그를 구워 먹였어요.
둘리양과 동네 친구도 오빠들 덕분에 얻어먹었구요.
제가 만든 만두와 김치볶음밥도 다들 맛있게 먹어주어서 기뻤어요.
다음번 홈게임이 있는 날 또 한 번 더 바베큐 파티를 하기로 했습니다.
날씨가 포근하니까 집안으로 들어올 필요없이, 땀에 젖은 운동복이나 발냄새에 서로 미안해할 필요없이 밖에서 먹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다들 열심히 운동하는 착하고 성실한 아이들이어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듯 든든한 마음이 되었어요.
그 날 따라 노을빛도 아이들 모습처럼 찬란하고 아름다웠어요.
음식 이야기가 너무 없으면 허전하니까...
살림 경력 20년이 넘어가는 아줌마의 비법 하나를 알려드릴께요 ㅎㅎㅎ
저희 아이들은 아침에 초코칩 팬케익 먹는 것을 좋아해요.
바쁠 때는 냉동 초코칩와플을 사다가 데워먹기도 하지만 주말 아침에는 팬케익 가루로 제가 만들어 먹여요.
크러스티즈 상표 팬케익 가루를 애용하는데, 그 이유는...
대용량에다가 지퍼백의 찍찍이가 아주 넓게 붙어 있어서 보관하기가 좋거든요.
반죽에는 오직 물만 넣습니다.
점도는 반죽을 떨어뜨리면 이 정도로 흘러내릴 정도가 좋아요.
죽 정도의 점도가 아닐까 합니다.
버터나 기름 종류를 전혀 바르지 않고 코팅팬을 잘 달군 다음 반죽을 먼저 붓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초코칩을 떨어뜨려 주어요.
반죽에 초코칩을 미리 섞어버리면 팬 케익 한 개당 칩이 골고루 들어가기 힘들고 팬에서 녹아내려서 모양이 안예뻐요.
초코칩을 반죽 위에 뿌릴 때도 와르륵 뿌리기 보다는 한 톨씩 간격을 살펴가며 떨어뜨려 줍니다.
그리고 반죽이 굳기 전에 젓가락이나 이쑤시개로 초코칩을 눌러서 반죽 속으로 들어가게 해주는 것이 저만의 비법이죠 :-)
이렇게 초코칩을 반죽 속에 다 숨겨놓으면 팬케익을 뒤집어서 익힐 때 초코렛이 녹아 나오지 않아서 후라이팬도 깔끔하고 팬케익의 모양과 맛도 더 좋아요.
우리 아이들만 먹을 때는 즉석에서 한 개씩 구워서 내주지만, 아이 친구들이 슬립오버한 다음 날 아침에는 대용량을 만들어야 하니까, 다 구워진 팬케익을 오븐에 보관해요.
저희집 오븐에는 보온 기능이 있어서 너무 뜨겁지 않고 따뜻함을 유지할 정도의 온도를 정해둘 수 있어요.
아마 대부분의 오븐에 그런 기능이 있을 거에요.
이렇게 오븐에 넣어두면 눅눅하지 않고 따뜻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요.
먹을 때는 취향에 따라 시럽이나 휩크림 과일 같은 것을 얹어서 먹게 해요.
시판 가루로 만드는 팬케익이지만, 그래도 엄마의 정성이 냉동팬케익 보다는 많이 들어간 음식이어서 아이들이 잘 먹어요 :-)
이 세상 모든 예쁜 아이들이 언제나 잘 먹고 잘 자라서 행복한 어른이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