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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수줍은 고추잡채와 맥주

| 조회수 : 8,541 | 추천수 : 2
작성일 : 2013-07-24 00:43:21


제가 해주는 음식을 참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이 있어요. 제겐 그 누구보다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사람이에요. 그래서 종종 도시락을 만들어요. 얼마 전에 키톡에서 본 감자크로켓을 다음 도시락엔 추가해야겠어요. 아무튼, 그 도시락을 쌀 때마다 옆에서 관심을 보였던 이가 있었어요. 바로 동생... 참 신기한 건 저의 그녀도 빵을 만들 때 간을 보지 않는데, 그 얘기를 들으면서 참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저도 음식을 만들 때 간을 잘 안 봐요. 그래서 간보기를 동생에게 시키곤 했어요. 녀석이 며칠 전부터 예전 제가 도시락 만들 때 그 고추잡채가 먹고 싶다 하더라고요. 그리고 오늘 귀가했더니 재료를 사다가 놨더라고요. 사실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하는 게 살짝 귀찮은 구석도 있지만, 이상하게 맛있게 먹어주면 기분이 좋더라고요. 음식 만드는 것도 재미도 있고. 어쨌든 비루한 실력이고 처음 글을 올릴 때처럼 살짝 주눅이 들지만, 이번엔 과정샷까지 한 번 올려볼게요.

 


잡채용 돼지고기 한 팩이에요. 핏기를 제거하려고 키친타올 위에 올려놨어요.

 


이렇게 감싸서 좀 놓아두고,

 


피망이랑 고추, 양파를 씻어서 준비했어요. 도마는 씻기 귀찮아서 저렇게 깔판만 깔고 칼질을 했는데... 이렇게 보니 참 없어 보이네요;;;

 

채소는 최대한 가늘게 썰었어요. 근데 칼질이 서툴러서 그리 가늘지도 균일하지도 않았어요.


핏기를 제거한 고기에 후추랑 소금을 뿌려서 밑간을 하고, 전분(고구마)을 살짝 입힐 거예요. 찾아보니 전분은 고구마 전분 뿐이어서 저걸로 했는데 맞나 모르겠어요.

 


이렇게 옷을 입히고,

 

고추기름이 없어서 당황했으나 고추가루를 식용유에 볶아서 비슷하게 만들었어요. 예전에도 고추기름이 없어서 해봤는데 불을 세게 했는지 금방 타버리더라고요. 그래서 불을 최대한 약하게 하고 볶았어요.

 


먼저 고기를 볶고,

 


준비해둔 채소를 넣었어요. 피망, 고추, 양파 순으로 넣었는데 맞나 모르겠어요. 딱딱하고 잘 익지 않는 것부터 넣으라고 했던 게 생각나서 피망, 고추, 양파 순으로...

 


야채의 숨이 살짝 죽어갈 때쯤 뭔가 걸죽해야 할 거 같아서 전분가루를 물이랑 섞고,

 


뿌렸어요. 걸죽한 느낌이 나긴 했는데 나중에 동생이 걸죽한 게 차라리 없던 게 좋았을 거 같다고... 처음에 했을 때가 더 좋았다고... (하아... 그냥 먹어라... -_-+)

 


접시에 요렇게 담으면 끝.

 

다른 분들처럼 중량도 적고 양념도 계량해서 적고 하고 싶은데 팩은 개봉하고 바로 재활용함으로 버렸고 양념은 눈대중으로 넣어서;;; 쭉 다시 읽어보니 야매 분위기가 물씬 풍기네요. 그래도 맛은 얼추 있어요.

 


열대야에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최고인 거 같아요. 사실 전 다이어트 중이라 맥주만 마셨어요. 실컷 먹고 있는 동생 접시를 뺏어서 사진만 찍고 돌려줬어요. ㅋㅋㅋ 먹을 땐 멍뭉이도 안 건든다나 뭐라나 그래도 꿋꿋하게 사진을 찍었죠.

 

처음에도 그랬지만 사실 조금 떨려요. 어떤 댓글이 달릴까, 접시며 요리며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래서 얼른 잠자리로 도망가야겠어요.

 

p.s> 좋은 글에는 향기가 담겨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그런 글을 읽으면 향기 때문인지 마음이 좋아지죠. 좋은 음식은 말할 것도 없죠. 누군가를 위해 혹은 자신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기쁘게 먹는다는 것, 그게 조금 번거로울 수도 있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게 생활이 아닌 삶으로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요. 가족들을 위해 음식을 하는 누군가는 단순히 밥을 주는 사람이 아닌 가족들을 삶으로 인도하는 거겠죠. 사족이 길었네요. 그럼 평안한 밤 보내세요.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최부인
    '13.7.24 1:11 AM

    부럽습니다,

    깔끔하게,,맛있게,,잘하셨네요~~~

  • vousrevoir
    '13.7.24 4:38 PM

    부끄럽네요. 가족들이 다행히 남기지 않고 다 먹었어요. ㅎㅎㅎ

  • 2. heesun
    '13.7.24 10:35 AM

    에구 ~~ 로그인을 하게 만드셨군여^^*
    고추기름을 저렇게 만드셨군여?? 고추잡채가 생각보다 과정이 복작하지도 않아보이구 요리못하는저두 이거보구 도전해봐야겠네여 감사해여 ~~

  • vousrevoir
    '13.7.24 4:42 PM

    고추기름이 있는줄 알았는데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저렇게 했어요. 과정은 의외로 간단하니 쉽게 하실 수 있어요. 한가지 팁은 채소를 많이 넣으시면 좋을 거 같아요. 이번에 고기랑 채소랑 비율이 안맞아서 좀 아쉬웠어요.

  • 3. 수미
    '13.7.24 3:00 PM

    모니터 앞에 차려 놓고 드셨군요.

  • vousrevoir
    '13.7.24 4:44 PM

    자기 전 간단히 여기저기 둘러보며 맥주 마시는지라 모니터 앞이 딱 좋은 장소에요. 업데이트 된 웹툰도 보고 이것저것;;;

  • 4. 로즈마리
    '13.7.26 3:46 PM

    누군가가 내가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면 다음에 또 만들어주고 싶어지는거 같아요.
    저는 음식을 만들고 맜있다고 느껴지면 전 가족들보고 맛있지? 하고 되물어 본답니다 .ㅎㅎ
    고기를 녹말가루에 안묻히면 안되나요?

  • vousrevoir
    '13.8.3 8:41 PM

    예전에 형수님께 배울 때 녹말가루를 묻히라고 그렇게 배워서;;;
    아무래도 고기를 바로 볶는 거보다 양념도 잘 베이고 그러는 거 같아요.

  • 5.
    '13.7.28 11:07 PM - 삭제된댓글

    아니, 청년분이셨군요! 저보다 더 실력이 좋으신 건 확실해 보입니다. ^^ 고추잡채 먹음직스러운데요? 고추 잡채의 고기에 옷을 입힌다는 사실을 덕분에 처음 알았네요(근데 그게 정석인 게 맞는거죠? ^^)

  • vousrevoir
    '13.8.3 8:43 PM

    정석인지는 모르지만 형수님 스타일이에요~
    청년이라고 하기엔 너무 늙은 거 같아요;;;
    서른을 넘겼으니 청년보다는 아저씨가 어울...

  • 6. 이제는
    '13.7.31 4:51 PM

    와우 진짜 장난아니네요!! 엄청 맛있어보여요

  • vousrevoir
    '13.8.3 8:43 PM

    ㅎㅎㅎ 그냥저냥 먹을만 해요;;;

  • 7. gabe84
    '13.8.1 10:02 AM

    와.. 맛있겠어요.. ㅋㅋ 술안주와도 딱일듯..

  • vousrevoir
    '13.8.3 8:44 PM

    소주와 은근 잘 어울린다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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