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저희 명왕성에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어요. 덕분에 뒷마당 텃밭에 따로 물을 주는 수고는 덜었지만, 햇빛이 모자라서 저희 동네 무농약 블루베리 농장의 작황은 그다지 순조롭지 못했어요. 예년같았으면 6월 중순에 벌써 잘 익은 블루베리를 매일 따먹을 수 있었을텐데, 올해는 농장 개방 자체를 6월 말에야 시작하더군요.
7월 초에 갔는데도, 아직 덜익은 블루베리가 잘 익은 것보다 훨씬 많았고, 맛도 예전에 먹던 맛에 비하면 덜 달더군요.
그래도 밭에서 바로 따먹는 싱싱한 맛은 사먹는 것과 비교할 수 없죠.
요렇게 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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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래 요래 입안에 쏙~ 넣으면 된다고 시범을 보여주는 둘리양...
시퍼런 베리를 한 입 씹다가 뱉어버린 것은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범이었다는 엄마의 변명...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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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 농장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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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각도 블루베리를 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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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도 블루베리를 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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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녀석들이 잘만 익었다면 정말 좋았을 것을...
알이 어찌나 굵은지 제 손가락 보다도 크죠? 거의 자두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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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를 따면서 입에 담는 건 공짜,
바구니에 담은 건 무게로 달아서 돈을 내고 가져오는 시스템입니다.
모두들 줄을 서시오~~ 돈을 내려거든 줄을 서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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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받는 아저씨는 썬글래스 덕분인지 제법 잘생겨 보여요.
아저씨 머리 위로 자세히 보시면 새가 둥지를 짓고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이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일 겁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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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 오빠가 블루베리 값을 계산하려고 줄을 서있는 동안 외삼촌과 외숙모에게 둘러싸여 애정을 독차지 하고 있던 둘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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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명왕성까지 일주일 짧은 일정으로 다니러온 코난군 외숙모는 마침 생일이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이었어요.
결혼하고 첫 생일은 시댁에서 며느리 생일을 챙겨준다는데, 저는 살림에서 은퇴하신 엄마를 대신해서 제가 생일상을 차렸더랬습니다.
올케 생일을 온국민이 축하하고 있다며 너스레를 섞어서 차린 생일상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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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의 비법 양념으로 하룻밤 재워 구운 연어스테이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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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제철음식인 주키니로 만든 그라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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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와인과 마요네즈로 만든 소스에 하룻밤 푹 담궈 만든 브로콜리 샐러드가 올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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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 상차림이긴 하지만, 미역국을 빠트릴 순 없었고, 그래서 밥도 올라가고, 그러자니 짠지 반찬도 조금씩 곁들여야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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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식으로는 독립기념일을 테마로 해서 장식한 초코렛 생크림 케익을 만들었는데, 동생 부부의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날라리인 제가 감히, 프리믹스 반죽을 쓰지 않고, 계란 거품내고 밀가루 체치고, 위에 얹은 생크림도 직접 휩핑하고, 그랬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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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벌써 동생 부부가 돌아갈 날이 다 되었습니다.
며칠 안남은 동안 맛있는 것 더 많이 해먹이고도 싶고, 새식구가 된 올케와 이야기도 많이 하고싶은데, 두 아이들 데리고 그 두 가지를 동시에 다 하기란 미션 임파서블인 것 같아요...
그래도 이런 누나의 마음만은 잘 알아주리라 믿으며...
동생들 보내놓고, 둘리양 어린이집 개학해서 등원시켜놓고, 시간이 나면 또 오겠습니다.
블루베리 막걸리를 만들어 바치면 코난아범이 저를 무척이나 "더" (:-) 예뻐해줄 것 같아서, 통밀로 누룩을 만들어야겠어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