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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당쇠의 점심도시락

| 조회수 : 14,624 | 추천수 : 6
작성일 : 2012-10-10 15:27:11

새벽 다섯시 반에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섰는데

농장에 도착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배가 고파집니다.

 

 

달구들 주려던 홍시를 몇개 먹었음에도

걸신이 들었는지 허기는 가시질 않고......

 

 

닭장안에 들어가 휘휘 둘러보는 척 하다가

잽싸게 산란장에서 계란 두알 꺼내다가 쪽쪽 빨아먹고......

그래도 조금 지나면 배가 또 고프고......


결국은 11시가 조금 넘어 도시락을 펼쳤습니다.

참 단촐합니다.

앞으로는 육식을 자제하기로 아내와 합의를 했습니다.

 

 

예전에는 미역국에 소고기가 들어갔었는데

지금은 그냥 장모님표 조선간장으로 간만 맞춘상태......

언젠가부터는 김치에 젓갈도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냥 소금과 고춧가루, 효소로만......

 

 

이렇게 단순하게 조리를 하다보니

이제 음식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가 있어 좋습니다.

 

 

당분간은 계란만으로 단백질보충에 의지해야 합니다.

계란은 우리가 생산한 것이니 믿을 수 있는 것이고

 

 

체력유지를 위해 필수인 육류는

먹어서는 않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까지 그냥 먹어왔는데

앞으로는 반소사라는 농장에서 방목한 돼지고기를

먹느냐 마느냐 아내와 고민중에 있습니다.

 

 

방목을 해서 풀을 많이 먹는데다가 공장사료를 사용하지 않아

우리가 흔히 먹는 육류처럼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 것까지는 좋은데

고기값이 엄청 비싸서리......

1키로에 5만원 ...... ㅠㅠ

 

 

죽음의 문턱에서 채식과 소식으로 벗어난 어떤분은

하루 세끼를 다 먹는 것은 몸을 학대하는 것이다라고까지 했지만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쩔수가 없습니다.

 

 

농장에서의 고된 육체노동을 버텨내기 위해서는

먹지 않으면 않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의사분은 채식을 하면 병이 없어진다고 하는데

야~  나도 해봤거던여~

그건 의자와 궁디 비비며 자빠질른 얘기고

나같이 온몸으로 때우는 사람들은 풀만 먹다가 골병들어여~ 

 

 

농사일을 시작한 이후로

아내와 먹거리에 관해 대충 의견을 교환하곤 하는데

안먹을 수는 없지만

가급적이면 공장을 거친 식품을 피하자는 것......

식품공장출신이나 공장식축산출신들을 웬만하면 먹지 말자는 것......

심지어는 우유까지도......

 

 

왜?  라고는 묻지 마세요.

 

 

어쨌거나 참 선택의 폭이 너무 좁습니다.

저희처럼 텃밭농사라도 하기전에는

먹기 싫어도 먹을 수 밖에 없는

몸에 해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장바구니에 넣어야 하는

참으로 슬픈 세상......

 

 

흥분해서 얘기가 딴데로 샜네요.

먹거리 얘기만 나오면 화가 나는 것이 습관이 되었나봐요. ㅠㅠ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것은

요즘처럼 놀멘놀멘 일을 할때면 더 허기가 진다는 것......

 

 

정신없이 바쁘게 일할때는

배고픈 것도 잊어버리게 되고 식욕도 떨어집니다.

대신 집으로 갈때는 배고파서 손이 떨리는.......

 

 

 

그나저나 10월말이면 달구들 먹일 감도 바닥날텐데

봄까지는 뭘로 간식을 해야할지......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코스모스
    '12.10.10 3:33 PM

    단촐하지만 남편을 위하는 마음이 담긴 도시락으로 보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올가을 아직 밤을 삶아서 먹지 못했네요.
    먹고 싶은 맘이 가~~득.

  • 게으른농부
    '12.10.10 6:39 PM

    에구~ 올해 태풍으로 밤농사를 망쳤습니다.
    수확량이 얼마 않되서 10월1일까지 수확하고 마쳤으니...... 어쩌죠?

  • 2. 굿라이프
    '12.10.10 3:46 PM

    참...육류....안먹을수도 없고요, 고민이네요.
    남자분이 이런 고민을 깊이있게 하시는 것도 보기 좋네요.
    도시락...맛있겠어요^^

  • 게으른농부
    '12.10.10 6:45 PM

    음~ 맛이라기 보담은 그냥 주는 대로 먹고 시키는 대로 ...... ^ ^

    농사를 시작하게 된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먹거리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에 할 수 있는데까지 최대한 자급해보자는 것도 있었거든요.

    원래는 육류가 건강에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게 곡물사료(특히 옥수수)에 화학물질, 호르몬제, 항생제 등등을 섞는 공장사료를 먹이면서부터
    인체에 해를 끼친다고 하네요. ㅠㅠ

  • 3. 내마음의선봉
    '12.10.10 7:58 PM

    소박하지만 아내의 마음이 담겨져있는 도시락이네요^^

  • 게으른농부
    '12.10.11 7:53 AM

    항상 고맙죠. 가족들 건강을 위해 애쓰고 있으니..... ^ ^

  • 4. jjiing
    '12.10.10 11:11 PM

    어려운 결정 하셨네요.
    시중 고기는
    공장식 불결한 축사에서 gmo사료를 먹으며 스트레스 받으며 온갖 항생제에 키워지고 있지요.
    저도 요즘 되도록이면 육식을 배제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침은 단식하도록 노력하고....저는 주부라 오전시간에 많은 육체노동은 없어서 가능한 것 같아요.
    확실히 몸은 훨씬 가벼워지더군요.
    계속 잘 되야 될텐데...
    암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동지를 만난것 같아 반갑네요^^
    서로 서로 화이팅!!

  • 게으른농부
    '12.10.11 7:54 AM

    gmo, 항생제, 호르몬제, 각종 화학물질들......
    가급적 공장축산은 먹지 않을 생각입니다.
    반갑습니다. 동지~ ^ ^

  • 5. 지혜맘
    '12.10.10 11:30 PM

    오늘 농부님의 밥상은 소찬이십니다.ㅎㅎㅎ
    근데요 우리집 남편을 보아도 힘든일 하는 사람들 소식에 채식은 넘 힘든거 갇아요.
    의사샘은 건강을 위해 소식과 채식을 하라고 하시지만 울 남편은 그럼니다.
    일주일에 두번은 고기를 먹어야 일하지 자긴 힘듣 일해서 고기 안먹음 일 못한다고 하네요.
    힘 딸려서 손이 떨리고 속이 울렁거리고 허하다고 하네요.
    농부님도 힘든일 하시지만 저희 남편도 힘든일 하거든요.
    본인도 소식에 채식하면 몸도 가벼워지고 건강도 좋아 진단걸 알지만 몸이 넘 힘들다고.

  • 게으른농부
    '12.10.11 7:56 AM

    맞아요. 육류를 먹지 않으면 이상하게 기운이 딸려서 일이 않되요.
    농장에서 소, 돼지, 염소를 방목할까 생각도 해보았는데
    제가 정들여 키운 놈들을 잡아먹는게...... 그래서 아내와 상의끝에 포기했어여~ ㅠㅠ

  • 6. 맑은물
    '12.10.10 11:30 PM

    취지는 200% 공감합니다만...
    힘든 일을 하거나 성장발육하는 애들은 어케 하는게 좋을까요????

  • 게으른농부
    '12.10.11 7:58 AM

    육류섭취를 줄이면서 계란을 많이 먹일 생각입니다.
    그나마 계란은 저희가 생산하니 100% 신뢰할 수 있거든요.
    고기도 자연축산을 하는 분들의 것을 사먹을까 합니다.
    조금 비싸기는 하지만 조금 덜 먹으면 되니까요. ^ ^

  • 7. 너와나
    '12.10.11 6:29 PM

    우리집도 육식인간들이긴 하지만 꼭 육식이 에너지원 일까요?
    예전엔 모두 육식은 거의 하지않고 살았잖아요.
    제 어릴적 기억도 육식은 어쩌다 하는거였는데 저도 요즘 장볼때 애들이 허전해 할거란 생각으로 육류를 꼭 사게되긴하네요.
    우리집도 육식을 줄여야하는데 장정들만 사는지라 힘들어요 ㅜ.ㅜ
    그나저나 돼지고기값 엄청 비싸네요.
    사실 저 가격이 정상일텐데 어쩌면 현대인은 입에 즐거운 값싼 먹거리와 건강을 바꾸며 사는건지 모르겠어요.

  • 게으른농부
    '12.10.11 8:16 PM

    조금 웃기는 것은 저희가 계란 한알에 750원을 받습니다.
    뭐~ 자연양계라고 하는 저같은 부류들 치고는 싸구려계란이지요. ^ ^

    지금은 저희가 자연순환농업인지 뭔지의 실습기간? 정도거든요.
    근데 아내는 고기를 좀 덜 먹고 반찬값은 같은 그런 것에 망설이더라구요.

    남편이 뭘 어떻게 하는지 보면서도 남을 믿지 못하니......
    이런것이 어찌 ...... ㅠㅠ

    아직도 아내는 고민중에 있습니다. ^ ^

  • 8. 토끼코
    '12.10.12 2:40 AM

    곡류는요? 콩이나 현미 두부 같은데서라도
    단백질을 얻으셔야 할것같은데요..

  • 게으른농부
    '12.10.12 9:17 AM

    그렇잖아도 올해는 서리태를 많이 심었습니다.
    두부도 집에서 자주 해먹는 편이고요.
    뭐 고기도 일주일에 한번은 먹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 ^*

  • 9. 조이k
    '12.10.19 12:03 PM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건 계란도 많이 드시면 안좋아요^^. 하루에 2개 이상 먹을경우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고 합니다
    그리고 채식을 하실시에 비타민보충제를 꼭 드셔주세요. 비타민 B12는 오로지 고기에만 있어요. 몸의 필수 비타민이구요

    어쨌든 응원할께요! 화이팅!^^

  • 게으른농부
    '12.10.19 7:18 PM

    ㅎㅎㅎ 그건 잘 모르셔서 하는 말씀입니다.
    채식을 위주로 하는 가축들에게서 얻어지는 것들은 콜레스테롤수치를 오히려 낮춘답니다.

    그 계란의 콜레스테롤 위험성은 러시아의 과학자가 채식동물인 토끼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거든요. ^ ^

    그리고 우리가 먹는 공장식축산의 결과물들은 사람에게 이로울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한편 그 비타민보충제도 정상적인 식단에서는 문제가 됩니다.
    비타민과잉이 부족한 것보다 더 문제거든요. 어떻게 올바른 음식을 섭취하느냐가 더 중요할 겁니다.

    현대인의 건강에 이상징후가 나타난 근본적인 이유를 살피시려면
    식품법이나 식품첨가물에 관한 책을 한번 읽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10. 조이k
    '12.10.25 9:44 AM

    음.. 지금 하는공부가 그쪽이라서 (약대생이에요) 교수님들도 하루 2개이상 계란 콜레스테롤 수치 높힌다고 말씀하세요. 그래서 미국은 대체계란이 엄청 보편화 되있어요 노른자 뺀 계란 흰자만 포장해서 팔구요. 다시 한번 알아보세요. ^^

  • 게으른농부
    '12.10.31 6:46 PM

    모든 육류가 그렇다네요. 풀을 많이 먹고 자란 것들에서 얻어지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일전에 다큐에 나오더군요. 미국, 프랑스...... 에서 당뇨, 고혈압, 고도비만 환자들을 대상으로
    그런 육류를 계속 섭취하게 했더니 오히려 병이 개선되더라는......
    문제가 되는 것은 지금 우리가 먹는 육류가 공장식으로 생산되면서 가축들이 먹는 사료며 환경인것 같아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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