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다섯시 반에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섰는데
농장에 도착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배가 고파집니다.
달구들 주려던 홍시를 몇개 먹었음에도
걸신이 들었는지 허기는 가시질 않고......
닭장안에 들어가 휘휘 둘러보는 척 하다가
잽싸게 산란장에서 계란 두알 꺼내다가 쪽쪽 빨아먹고......
그래도 조금 지나면 배가 또 고프고......
결국은 11시가 조금 넘어 도시락을 펼쳤습니다.
참 단촐합니다.
앞으로는 육식을 자제하기로 아내와 합의를 했습니다.
예전에는 미역국에 소고기가 들어갔었는데
지금은 그냥 장모님표 조선간장으로 간만 맞춘상태......
언젠가부터는 김치에 젓갈도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냥 소금과 고춧가루, 효소로만......
이렇게 단순하게 조리를 하다보니
이제 음식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가 있어 좋습니다.
당분간은 계란만으로 단백질보충에 의지해야 합니다.
계란은 우리가 생산한 것이니 믿을 수 있는 것이고
체력유지를 위해 필수인 육류는
먹어서는 않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까지 그냥 먹어왔는데
앞으로는 반소사라는 농장에서 방목한 돼지고기를
먹느냐 마느냐 아내와 고민중에 있습니다.
방목을 해서 풀을 많이 먹는데다가 공장사료를 사용하지 않아
우리가 흔히 먹는 육류처럼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 것까지는 좋은데
고기값이 엄청 비싸서리......
1키로에 5만원 ...... ㅠㅠ
죽음의 문턱에서 채식과 소식으로 벗어난 어떤분은
하루 세끼를 다 먹는 것은 몸을 학대하는 것이다라고까지 했지만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쩔수가 없습니다.
농장에서의 고된 육체노동을 버텨내기 위해서는
먹지 않으면 않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의사분은 채식을 하면 병이 없어진다고 하는데
야~ 나도 해봤거던여~
그건 의자와 궁디 비비며 자빠질른 얘기고
나같이 온몸으로 때우는 사람들은 풀만 먹다가 골병들어여~
농사일을 시작한 이후로
아내와 먹거리에 관해 대충 의견을 교환하곤 하는데
안먹을 수는 없지만
가급적이면 공장을 거친 식품을 피하자는 것......
식품공장출신이나 공장식축산출신들을 웬만하면 먹지 말자는 것......
심지어는 우유까지도......
왜? 라고는 묻지 마세요.
어쨌거나 참 선택의 폭이 너무 좁습니다.
저희처럼 텃밭농사라도 하기전에는
먹기 싫어도 먹을 수 밖에 없는
몸에 해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장바구니에 넣어야 하는
참으로 슬픈 세상......
흥분해서 얘기가 딴데로 샜네요.
먹거리 얘기만 나오면 화가 나는 것이 습관이 되었나봐요. ㅠㅠ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것은
요즘처럼 놀멘놀멘 일을 할때면 더 허기가 진다는 것......
정신없이 바쁘게 일할때는
배고픈 것도 잊어버리게 되고 식욕도 떨어집니다.
대신 집으로 갈때는 배고파서 손이 떨리는.......
그나저나 10월말이면 달구들 먹일 감도 바닥날텐데
봄까지는 뭘로 간식을 해야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