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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 조언부탁드려요. (재혼가정에서 아이와의 문제)

현명한 여자 조회수 : 1,109
작성일 : 2011-02-04 08:16:22
그냥 툭 털어낼 곳이 없다보니까 여기에 글을 쓰게 되네요.

가족들이나 친구들한테는 얘기하기가 좀 그래요. 예전부터 이혼에 재혼에 다들 너무 걱정을 해서...

저도 아이가 있고 상대도 아이가 있는데 나이차가 있다보니 아이들 나이도 터울이 꽤 꺼요.

저랑 제 아이는 여자고 남편쪽 아이들은 남자예요.

사실 법적으로 결혼한 상태는 아니고요 1년동안 같이 지내보는 시간을 갖게되었어요.

양가부모님과 가족들 친구들은 다 알고요.

합가하면서 외국으로 오게되서 모두 지낸지 4~5개월쯤 되었네요.

아이들이 크고 여자에 대한 반감이 있다보니까 조심스러운 면도 많고 그래서 약간은 가족이라기보다는

동거인처럼 생활하고 있답니다. 저와 제 딸아이가 같이 방을 쓰고요...

큰아이는 예의도 깍듯하고 말수는 별로 없지만 그냥저냥 생활에 만족하고 잘 지내는것 같고요

근데 작은아이가 절 힘들게하네요. 한국나이로 초6이고요

좀 까탈을 피우고 이기적인 면이 있어요. (본인도 인정함)

특히 음식에 대해서 심한데요. 예를들어서 저녁에 어떤 반찬이 나왔으면 자기가 싫어하는 야채나 부위는

싹 발라내고 (그것도 못먹을것을 만들었다는 듯한 표정으로)

자기 할머니나 고모가 해줬던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꺼냅니다.

아니면 자기가 한국에서 사먹었던 거 뭐 맛있었다는 둥...

이건 평상시에 그래서 그나마 익숙해졌는데요(첨엔 맘 상했음)

어제는 마침 구정이라 떡국을 끓이고 고명을 색색으로 준비하고 갈비찜을 했습니다.

물론 갈비찜 먹을때도 거의 보일락말락한 하얀 기름?힘줄같은거를 손으로 일일이 떼면서 먹어서

아빠한테 지적을 받았고요 밥 다먹고 나서 세배받고 세뱃돈 줘야겠다 이러고 있는데 일이 벌어졌어요.

여기는 초중고등학생 다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데 제가 막 잘싸주진 않아도

나름대로 세개나 아침일찍 일어나서 싸느라 고생스럽기도 하고,

맨날 82쿡이나 네이버 블로거들 찾아다니면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싸주기도 하고 그렇거든요.

근데 아침에 싸준 참치주먹밥을 남겨왔나봅니다. 그것도 모르고 저는 '오늘 도시락 어땠어?'하고 물어보는데

급 찔린 남편이 '아 그거? 맛없어서 남긴게 아니라 다른애가 싸온거를 얻어먹었대' 이러는거예요.

속으로 잉? 이러고 있는데... 아이가 말을 쏟아내기 시작하는데 너무 민망하고 황당하더라고요.

한국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하는 아이가 도시락을 매일 싸오는데 예술이라고...

스시에, 장어초밥에 갖가지 장아찌에 불고기에 갈비에 등등..

그집에서 살고싶답니다. -_-; 그집으로 보내달라고 하더라고요.  너무너무 부럽고 그렇게 먹어보고싶대요.

근데 솔직히 제가 요리솜씨가 영 별로인것도 아니고... 이쪽에 정착이 되면 요리쪽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고요

도시락은 한국스타일로 싸지는 못했어요. 거의 현지인 아이들인데다가 김치나 한국음식냄새(참기름같은거)를

현지인들이 너무 싫어한다고 해서 일주일에 3번정도는 샌드위치나 버거류 두번은 김밥이나 주먹밥 싸줬는데

진짜 너무너무 속상하고 내가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하나? 생각이 들고

나는 이 집에서 그냥 동거하면서 아이들 음식이나 챙겨주는 사람인가? 생각도 들고요

아이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길래 저런 얘기를 하나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홧김이지만 진심으로 남편에게 아침에 당신 아이들껀 당신이 챙겨주라고 했습니다.

진짜 자신이 없어서요. 정성껏 준비해봤자 남겨오고 투덜대기 일쑤고...

별일 아닌것 같아도... 정말 속상하고 맥빠지고 더이상 상처받고싶지않아요. ㅠㅠ

그런데도 현명하게 잘 극복하고싶은 마음도 있고요...

위로와 조언 부탁드려요. 고맙습니다.
IP : 115.188.xxx.144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1.2.4 8:48 AM (72.213.xxx.138)

    우선은 아이가 원글님을 일부러 괴롭히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걸 인정하고 시작하셨으면 해요.
    그 나이때는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기이고, 솔직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임을 인정하셨으면 합니다. 친구가 싸온 맛나는 음식 먹고싶다는 걸 숨기지 않고 표현하는 것이구요, 입맛에 맞지 않은 것은 손을 대기 싫은 것인데, 그건 나쁜게 아니지만 남을 비교하는 것은 좋은 태도가 아니라는 것은 설명해 주세요. 그리고, 아이도 이젠 어리지 않으니 네가 먹고 싶은 것으로 함께 시장을 보고 내가 요리할 수 있을만큼 해보자고 하세요. 여자만 요리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을 지 몰라요. 그부분은 아이의 아빠도 함께 노력해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원글님은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도와주고 잘해주는 데 아이가 그 수고를 몰라줘서 맘이 아프고 힘드실 줄 압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어른들의 선택의 결과에 대하여 발언권이 없이 주어진 환경이라는 것도 인정해 주시구요. 아이라도 부모의 결정에 완전 찬성만을 할 수도 없었을 테구요, 사춘기 답게 발언권도 커지니 내자식 남의 자식이 아니라 시기가 그러하다는 걸 감안하고 대하셨으면 합니다. 아이한테 요리를 도와달라고 해서 잔 심부름이 아니라 요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그래도 여러모로 심적으로 힘든 일이 많을 거에요. 힘내시길...

  • 2. 아이예요~
    '11.2.4 9:56 AM (211.63.xxx.199)

    아직 아이예요. 내 자식이라도 그런일 겪는 사람들 있습니다.
    저도 어제 시집에서 명절보내는데 시누이가 아이의 편식이 너무 심해서 야채를 정말 한점도 안 먹으려한다고 속상해 죽겠다는 하소연 듣고 왔네요.
    속으로 그게 뭐 그리 속상할 일인가 싶더군요. 아이에게 갈비찜에 든 당근을 먹으라하는데 야채 잘 먹는 저도 그건 별로 맛없어서 잘 안 먹거든요.
    아이도 편식이 있지만 엄마(시누이)의 방법이 틀렸다 싶고, 야채 좀 덜 먹으면 어떤가 싶어요.
    과일, 식이섬유 먹이고 비타민을 보충해주면 되지 그일로 자식하고 맘 상하고 갈등하고 대립할 필요 있나 싶더군요.
    제가 시누이에게 한국 사람중에 김치 안 먹는 사람 못봤다, 아이가 지금은 야채를 안먹지만 언젠가는 먹을테니 그 일로 너무 아이와 싸우지 말라고 했네요.
    원글님도 아이 행동에 대해 감정적으로만 발끈하지 말고 그 아이 또래의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보시고 중요한것은 우선 아이를 공감해주어야 합니다.
    야채 참 먹기 싫겠구나, 친구 도시락이 부러웠겠구나..라고 먼저 말해주고 그다음에 하.지.만..이라고 단호하게 원글님 의견을 말하세요.
    내자식이건 남의 자식이건 어린 아이들에게 어른의 모습을 요구하면 둘의 관계 힘들어요.
    그리고 재혼가정이라면 차라리 동거인의 삶이 바람직하다고 전 생각해요.
    저 역시 새어머니 슬하에서 자랐고 이제는 저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에 원글님의 입장도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끝까지 잊지 말아야 할것은 원글님은 성인이고 상대는 아이라는거예요.
    아이를 위해 때로는 엄하게 야단쳐야할떄도 있지만 끝까지 참고 인내해야하는 쪽은 원글님이라는거죠.

  • 3. 제 생각엔
    '11.2.4 1:55 PM (203.130.xxx.183)

    그 아이가 은근히 님이 자기 엄마가 있어야할 자리에 있다는 거부감이 많은 것 같아요
    큰 아이는 상황판단을 할 나이니까 받아들이고 님을 부정적인 존재로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둘째는 나이가 아직 어린 나이임으로 어쩔 수 없는 반응을 하는 것 같아요
    남편과 상의해서 한번 한국인 가정으로 홈스테이 시켜보는 것도 방법인 것 같은데요
    가서 잘 적응하면 차라리 그 아이에게도 님에게도 좋은 일이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막상 집을 떠나 호스테이로 가서 지내다 보면
    그래도 자기 집이 좋다는 걸 알게 될겁니다
    아주 멀리 보내는 것도 아니고 동네에있는 홈스테이로 보내는 건데
    한번 시도해 볼만 하지 않을까요?
    당연히 아이에겐 아빠가,네가 원해서 네가 원하는 대로 홈스테이로 가서 지내보라는 것 이니
    그 부분에 대해 불만을 갖으면 안됀다,라는 걸 확실히 사전에 아이에게 똑바로 알려줘야해요
    그냥 님만 계속해서 인내하며 견딜 만한 일을 아니라고 생각돼고
    둘째도 이제 사춘기에 접어 들었을 텐데
    뭔가 스스로 깨닫게 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아이가 의식적으로 원글님을 괴롭히고 싶은 어린 마음이 있긴 한 것 같아요
    아님,아빠가 한 번 아이에게 아주 따끔히 반찬 투정하고 엄마가 정성스레 싸준 도시락에 대해
    그렇게 말하는 것은 정말 버릇없는 아이의 행동과 생각이다,,를 알게 해 줘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아빠가 우유부단한신건지,아님 어린 아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많으신 건지
    이럴 땐 아빠의 단호함과 아빠의 올바른 훈육이 가장 중요합니다

  • 4. 너무
    '11.2.4 8:23 PM (112.170.xxx.186)

    잘하려 하지 마세요.
    아이 입맛이 고급으로 키워졌던지 늘 외식으로 살았었나보네요.
    이미 그렇게 길들여진 입맛 님이 노력해도 안되요.
    그냥 하시던 대로 하시고 좀더 심한 행동이나 말을 하면 아예 싸주지 마세요.

  • 5. 욕좀 할께요
    '11.2.4 9:18 PM (1.225.xxx.194)

    그집으로 보내달라고 하더라고요. 너무너무 부럽고 그렇게 먹어보고싶대요.
    ...............

    아무리 애새끼지만 진짜 싸가지가 바가지입니다.
    애들이라고 다 그러는거 아니거든요..........친엄마한텐 그래도 오히려 다른사람한텐 못그러는게 맞죠......밥못먹고 죽은 귀신이 붙었나.
    먹는거 가지고 그따위 까탈 부리는 인간치고 인간성 제대로 된 인간 없어요. 그걸 지적질 못하는 아빠도 미안하지만 재고해 보세요. 정말 밥하는 여자하나 제대로 들인거 아닌지...

  • 6. 그런 상황
    '11.2.6 1:59 PM (122.34.xxx.120)

    님 딸한테 매우 안좋을 듯 싶군요. 할 말도 제대로 못하고, 대우도 못 받는 엄마를 매일 봐야 하는 딸을 생각하세요. 그깟 동거 깨도 그만이다 라는 마음가짐으로 당당하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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