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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색하진 않았지만 의기소침해진 남편....

T.T 조회수 : 1,219
작성일 : 2010-10-18 13:35:49
주말 동창모임에 다녀온 남편에게 좀 미안하기도 하고, 좀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남편은 명문대에, 전문직종 학과를 나왔습니다.
업종이 같으니, 학과 동창모임은 빠지지 않고 나가네요.
-일종의 정보교류 역할도 하는듯. 그런 동창모임은 회사나 그런곳에서 스폰이 크게 들어오기도 하더라구요. 처음엔 좀 놀랐어요. 전 어문계열이라, 동창들 하는 일들도 제각각이고, 그래서 연락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거든요.

졸업한지 10년이 훌쩍 넘어가고,
이야기 들어보니, 사는 모습들이 참 다르더군요.

학교 다닐땐, 그냥 술마시고 공부하고 다 같은 친구들이었겠지만,
졸업하고, 자기 일하고 결혼하니 사는게 어찌나 차이가 나는지요.

저희 남편은 정말, 소위 말하는 '개천용'입니다.
초등학교 밖에 안나오셨지만, 그래도 시댁어른들이 참 좋은 분들이라 결혼을 결심했지요.
배운것과 관계없이 '상식'과 타인을 대하는 '교양'이 참 있으신 분들이셨습니다.
아들 잘 키우셨지만, 또 그것에 집착하진 않으시구요
-자랑스러워는 하십니다.

학과 후배를 만나 결혼하길 바라셨던 모양입니다. 내심, 저에게 티 안내려 하셨지만
그래도 슬쩍 슬쩍 보이는 낌새가 딱 그렇더라구요.

그런거, 뭐 다 그러려니 생각하고 살았는데,
이번 학교 모임 다녀온 남편을 보며 마음이 좀 울적해 지더라구요.

저흰 결혼 할때 받은 2천, 그걸로 시작해
맞벌이에 뭐에, 하여간, 서울외곽에 5억짜리, 아직 대출 안끝난 아파트에서 살고 있어요.
시댁, 친정, 양쪽 어려워서 용돈도 소소히 나가구요.
그래도, 두 부부 건강하고 큰 일 없고, 서로 사랑하고, 인격 훌륭하고 존경할 만한 남편 만난걸 복이라 생각하고 살았는데요..

참, 지난번 개업한 누구는 어떻더라,
누구는 집에서 돈 보태줘서 10억짜리 잠실 아파트를 대출없이 그냥 사 버렸더라..
누구, 차가 무슨 외제차로 바꿨더라, 집에서 사준거 같더라..

남편은 부러움으로 하는 말이 아니고, 저도 아는 친한 친구들 일이니,
근황 전하듯 담담히 이야기 하는데, 전 왜이리 속상한지요. 남편이 그런것에 욕심이 있는 사람이 아닌걸 아는데도요.
-이 사람들 외에도 남편 주변에는, 유독 정말 잘 사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도 그 사람들은 정말 남의 이야기 처럼 들을 수 있었는데, 학부때 부터 절친들의, 저도 자주 보는 그 분들의 그런 이야기들 들으니 남편에게 미안해서 참 속상하더라구요.

얼마전까지 맞벌이를 했지만, 사정상 제가 회사를 그만 두었거든요.
그리고 다른일 준비중이구요. 얼마나 걸려야 제가 '수입'이라는 걸 가져올 지 모르는 일이라, 저도 좀 답답합니다.
돈 생각않고, 정말 하고 싶어 택한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남편에게 너무너무 미안해 지네요.
친정이 잘 사는 것도 아니고, -뭐, 시댁은 좀 더 하긴 하지만..-
제가 능력이 출중한 것도 아니고.-남편 팔자겠지만, 그래도 과 후배랑 결혼했으면 훨 나았을지도 몰랐을거라는 생각이..

아래나 위를 쳐다보고 비교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남편의 낡은 양복을 보며 하나 새로 사줘야 하는데, 그러면서 저축해야 할 돈 액수를 계산하고
수선해 입자던 남편의 얼굴을 떠올리며 또 속상해 집니다.

가끔 남편에게 묻습니다.
쫓아다니던 그 과 후배랑 결혼했으면, 물질적으로도 좀 더 풍요로왔을 거고, 형편도 나았을텐데, 쯧쯧.. 그러면서요.

고맙게도, 남편은
니가 언젠가 대박 처 줄걸 미리 내다보고 결혼한거라고, 껄껄 웃어 넘기네요.

남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끼고, 맛있는거 해 주고, 다리나 주물러주고, 웃어주는것밖에 없네요T.T
물질적으로 무능한 지금 제가 좀 속상하고 그렇습니다.

그냥, 여기 털어 봅니다. 이런 얘기를 아무한테도 못하겠는데, 참 답답하네요..
IP : 118.32.xxx.49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꼭...
    '10.10.18 1:37 PM (122.32.xxx.10)

    옛이야기 하면서 사실 날이 올 거에요. 두 분 모두 착하셔서.... ^^

  • 2. 남편분 대박행운남!
    '10.10.18 1:38 PM (218.154.xxx.136)

    님처럼 따듯하고 마음 착한 와이프 얻은 남편분 인생이 대박이네요.

    뭘 그런 일로 주눅들어 하셔요.

    힘내셔요!

  • 3. 아니요.
    '10.10.18 1:39 PM (222.234.xxx.109)

    님을 만나신 남편분이 복 받으신 거예요.마음씨 착한 여자가 최고 아닌가요?^^

  • 4. 그러게요..
    '10.10.18 1:41 PM (218.186.xxx.237)

    왜 이리 잘 살고, 잘난 사람들이 많은지..
    같은 직장인이라도 부모님이 좀 받쳐주시면 다들 멋지게 살더군요. 저흰 참 궁상인데 말이죠.
    참 생활수준의 차이가 크더라구요.
    속상해도 어쩌겠어요. 나도 내 아이에게 저렇게 빵빵한 부모가 되어주지 못할텐데 누굴 원망하고 부러워 하겠어요.

  • 5. 남편분이
    '10.10.18 2:29 PM (115.139.xxx.30)

    정말 좋은 분이네요.
    신랑복 대박 있다고 생각하시고, 더 이뻐해 드리셔요, ^^
    그래도 두분같은 부부가 서로 자기가 한게 더 크다며 싸우는 부부보다 낫습니다.

  • 6. ㅇㅇ
    '10.10.18 8:14 PM (121.189.xxx.215)

    님을 만나신 남편분이 복 받으신 거예요.마음씨 착한 여자가 최고 아닌가요?^^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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