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성폭행' 사건, 반장엄마 탓인가
임원 엄마 동원하는 초교 '어머니 폴리스' 안내장을 보고
10.06.22 15:30 ㅣ최종 업데이트 10.06.22 16:00 한진숙 (nasolgae)
직장맘, 조두순, 어머니폴리스, 엄마, 학급임원
초등학교 4학년인 아이가 어느 날 선생님이 줬다며 공지사항을 가져왔습니다. '어머니 폴리스'를 운영한다며 하교시간대에 2시간씩 3일을 엄마들이 학교 순찰을 해주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우리 아이 반의 경우, 임원 엄마 3명에게 이 내용물이 전달되었습니다(학급 인원은 총 4명인데, 한 명 엄마는 학기 초부터 이런 일들(?)에서 제외되었습니다) . 날짜가 정해져 있었고, 만약 그날 순찰을 할 수 없으면 대신 할 수 있는 사람을 물색해 연락을 달라는 친절한(?) 대응방안까지 써 있었습니다.
▲ 아동범죄 예방을 위한 어머니폴리스 회원들이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 석수초등학교에서 안전한 하교길을 위해 학교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 유성호 선부동
저에게 아이의 한 학기가 끝나는 것은 참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날 아이가 학급임원이 되어 돌아왔고, 그 뒤로 한 학기 내내 직장일 틈틈이 이런저런 아이 학급 일들을 신경 쓰느라 정말 눈코 뜰 새 없는 날들을 보냈습니다.
6월 들어 '이제 힘든 시절이 차차 마무리 돼 가는구나' 하고 안도하는 순간, 그렇게 제게 날아온 '어머니 폴리스' 운영방침은 제 가슴 한 켠을 또 다시 먹먹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학급임원' 엄마로 산다는 것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엔 요즘 이른바 '제2의 조두순 사건'이 발생하면서 며칠 새 학교 앞은 물론 골목마다 순찰하는 경찰관들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그러더니 급기야 학부모들한테까지 여파가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하긴 저도 그런 흉악범죄가 인근 동네에서 벌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경찰에 맡길 것이 아니라 부모들이 자율방범대라도 조직해야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들긴 했습니다. 경찰 인력이 모자란다는 얘기는 항상 듣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왜 부모들이 치안문제까지 짐을 덜어 지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더군요. 그것도 순찰을 해야 할 시간이 하교시간대인 오후 1시에서 3시 사이라니, 직장을 다니는 저 같은 엄마들은 어쩌라는 것일까요.
심지어 같은 반 다른 엄마는 사람을 고용해 학교에 보내야 될 것 같다고 한숨까지 쉬더군요. 이런 일을 다른 엄마에게 부탁한다고 흔쾌히 들어줄 이들도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직장맘'들은 슈퍼우먼인가
직장에 매여 있는 아빠들한테 이런 유인물을 들이밀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아마 수많은 항의가 쏟아졌겠죠. 그러니 명칭조차 아예 '어머니 폴리스'라고 정해 보낸 것이죠. 직장 다니는 엄마들은 알아서 해결하란 식인 듯 해 뒷맛이 더 씁쓸합니다.
담임교사에게 항의라도 하고 싶지만 그분도 이런 유인물을 보내면서 흔쾌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고, 교장에게 한마디 한다고 해서 무슨 소용일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우리 아이만 유난한 엄마 뒀다고 뒷소리 들을지도 모르구요.
이런 식의 정책을 과연 누가, 어떤 논의과정을 거쳐 결정했을까요. 어떤 고뇌 속에서 나온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땜질식의 진단과 해결방안으로는 강력범죄를 막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엄마들은 더 근본적인 답을 원한다
아이가 임원으로 선출되면 엄마가 덩달아 임원이 되는 풍토인지라 자의반타의반으로 학교일에 신경을 써왔습니다. 학부모가 금전이 아닌 방법으로 성의껏 학교일에 도움을 준다면 그것도 긍정적이라고 판단했기에 직장에 눈치가 보이면서도 이리저리 시간을 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머니 폴리스' 운영 유인물까지 받고 보니 다시는 학교 일에 마음 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만 듭니다. 문제해결도 되지 않는 땜질식 처방에 동원되려고 엄마들이 있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사건이 벌어지면 무슨 장관회의다, 무슨 관계기관회의다 하는 것이 열립니다. 대통령, 국무총리, 경찰청장, 교육감, 자치단체장, 국회는 더 이상 엄마들에게 자신들이 할 일을 미루지 말았으면 합니다.
출처 : '초등생 성폭행' 사건, 반장엄마 탓인가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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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하네요 조회수 : 1,437
작성일 : 2010-06-23 12: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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