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에 걸린 월드컵 일본전에 달린댓글을보고 언젠가 자주가는 블로그에서 본글을
복사하여 올립니다 .한번 곱씹어볼만한글인거 같아서 올려요
...............
산골나그네
함석헌
이나라가 뉘 나라냐:月南言論常作品集(三一閣,1970)
매국(賣國) 외교(外交)를 반대한다! -함석헌
이 나라가 뉘 나라냐!
삼천만 민중(民衆)의 나라다. 민중이 나라의 주인이다.
만주 벌판 거친 풀 우거진 버들 숲을 후려내고, 백두산(白頭山) 천지(天池)가에 내리는 하늘 뜻을 받들어, 나라를 세운 것도 이 민중이요, 한반도 얼크러진 골짜기 가시덤불 자갈밭을 고이 고르고, 오대(五大)강 언덕 위에 흐르는 물소리 속에 영원한 이상의 부름을 들어, 금수강산(錦繡江山)의 글월을 짜낸것도 이 민중이요, 동해, 서해의 쉴 날 없이 들이치는 맑고 흐린 물결과 싸우며, 하늬바람 마파람의 끊임없이 오고 가는 부드럽고 사나운 날씨에 시달리어, 오천년 파란곡절(波瀾曲折)의 역사를 지켜온 것도 이 민중이다.
단군(檀君)을 우리가 세웠고, 동명(東明)을 우리가 뽑았으며, 혁거세(赫居世), 왕건(王建)을 우리가 낳았고, 사육신(死六臣), 생육신(生六臣)을 우리가 길렀다.
삼신산(三神山) 불노초를 캐어 신선을 기른 것이 이 씨알의 얼이라면, 삼강오륜(三綱五倫)으로 예의지방(禮儀之邦)을 열어 선비로 하여금 뽐내게 한 것은 이 씨알의 힘이라 할 것이요, 만이천봉 금강 속에 보제(菩提)의 나라를 장엄(莊嚴)시킨 것이 이 씨알의 슬기라면, 삼교포함(三敎包含) 인내천(人乃天)의 주장 아래 제폭구민(除暴救民)의 깃발을 든 것은 이 씨알의 의기라 할 것이다. 내우외환(內憂外患) 동귀서적(東鬼西賊)의 어수선한 날에도 속죄구령(贖罪救靈) 사해동포(四海同胞)의 가르침을 받아 문명개화를 외쳤던 것에 이르러서야, 죽음 속에서도 살아나는 이 씨알이 탈피신생(脫皮新生)을 하려는 신앙이었다 함이 마땅하지 않을까?
그러나, 이 나라가 어찌 이리도 말이 못 됐느냐! 우리가 어찌 이렇게도 살기가 어려우냐?
누가 그렇게 만들었느냐?
저 산을 봐라, 일찍이 신선이 산다던 그 산이 어찌 그리 뼈다구만 앙상하게 말랐느냐? 저 냇물을 봐라, 일찍이 풍악(風樂)이 끊지 않는다면 그 들이 어찌 그리 갯바닥이 드러났느냐? 그 산밑 그 냇가에 서는 초가 삼간을 봐라, 일찍이 군자가 산다던 그 마을이 어찌 그리 무너지고 썩어진 오막사리만 웅크리고 있느냐?
그것이 무엇이냐? 그 사람의 그림 아니냐?
이 민중의 살림은 저 산보다도 더 말라 바스라졌고, 이 민중의 생각은 갯바닥보다 더 마르고 맸으며, 이 민중의 심정은 저 오막사리보다도 더 썩고 문드러지지 않았느냐?
왜 이러냐? 어째서 그렇게 됐느냐?
강산(江山)이 변했느냐? 아니다. 백두산(白頭山), 한라산(漢拏山)이 그대로 서 있고 압록강(鴨綠江), 두만강(豆滿江)이 그대로 흐르는데 강산이 변할리 있느냐? 동해 바다에 해가 뜨지 않고 서해 바다에 달이지지 않음 몰라도, 남쪽 하늘로 제비가 오지 않고 북쪽 하늘로 기러기가 가지 않음 몰라도, 그렇지 않은 바에야 강산이 변했다고 할 수 있느냐?
그럼 민중이 달라 졌느냐?
아니다. 살이 그 살대로 있고 피가 그 피대로 뛰고 있는데 민중이 달라졌을 리 있느냐? 네가 부르는데 내가 대답할 줄을 모르고 내가 찾는데 네가 올 줄을 모름 몰라도, 이 집에 경사가 났는데 저 집서 축하 할 줄을 모르고 저 마을에 환란(患亂)이 왔는데 이 마을이 본체 만체 한담 몰라도 그렇지 않은 바에야 민중이 달라졌다고 할 수 있느냐? 우리 피도, 우리말도, 우리 인정도, 풍속도, 도덕도 그대로 하나다.
그럼 왜냐? 무엇 때문이냐? 땅도 아니요, 사람도 아니람 누구 때문에 망하는 나라냐?
정치 때문이다. 다른 것 아니요, 다만 정치 때문이다. 잘못된 정치가 이 나라를 이렇게 만들었다. 이 강산을 결단내고 이 사람을 못 살게 만든 것은 저들 정치가라는 것들이다.
정치 중에도 가장 틀려먹은 것이 외교(外交)다. 예로부터 그렇다. 그들이 밤낮 우리를 팔아먹었다. 애당초 미운 것이 김춘추였다. 얼 빠진 역사에서 이날껏 그를 태종(太宗) 무열왕(武烈王)이라 해서, 그를 명군(名君)이나 되는 양 우리가 속아왔지만, 우리 나라 일은 그에서부터 잘못되기 시작했다. 그들의 부자(父子)가 당나라에 훌끈거려 드나들며 그 힘을 끌어들여 고구려(高句麗)를 때려부수고 백제(百濟)를 먹어 치우고는 나라의 대부분을 도둑에게 넘겨 주었기 때문에 우리 나라는 쭈구러지기 시작했다. 이름 좋게 삼국통일(三國統一)이라지만 어찌 통일이냐? 잃어 버림이요, 팔아먹음이다. 우리가 만주(滿洲)와 한 반도(半島)에 걸친 옛 나라를 그냥 지킬 수 있었다면 오늘날 너와 내가 이렇게 한숨에 시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 다음 또 더러운 것이 고려(高麗)시대의 김부식 일파였다. 북진주의(北進主義)를 송두리채 뽑아 없앤 것이 그들이요, 그뤄리 속에서 우리 고유한 냄새와 빛깔을 싹 깍아 버린 것이 그들이었다. 거란한테도 수긋, 여진한테도 수긋, 강감찬의 혼이 오늘도 천후산(天喉山) 밑에 울고 있고 윤관(尹灌)의 넋이 지금도 두만강 가에 통곡을 하고 있다. 흑룡이 굼실거리는 부여(扶餘)의 옛터를 다는 몰라도, 때 늦게나마 분을 터쳤던 최영의 말을 들어 남만일대(南蠻一帶)라도 도로 찾았다면 동쪽의 조그만 섬나라인 일본 같은 것이 오늘처럼 우리를 이렇게 업신여기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만고(萬古) 역사 위에 영원히 용서 못할 죄인은 이성계와 그후 오백년 동안의 그의 신하들이다. 주인없는 만주에 국경선을 스스로 압록강 두만강에다 긋고, 조상의 옛터를 아주 내버린 것이 그요 중국을 아주 종주국(宗主國)으로 섬기기로 작정해 민족의 정신적 척수(脊水)를 꺽은 것이 그요, 평안도 함경도를 꽉 눌러 혁명의 기세를 말살(抹殺)하고 다만 백성을 짜먹기만 하는 정치의 전통(傳統)을 세운 것이 그다.
임진왜란(壬辰倭亂), 병자호란(丙子胡亂)의 역사를 읽으며 땅을 치고 책장을 찢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음흉(陰凶) 간악(奸惡)한 도둑들이 정명(征明)의 길 빌리랍시고 드나들 때에 만정(滿廷)의 벼슬아치란 것들이 어쨋던가? 피란(避亂)을 가서는 어쨋던가? 오늘도 부산 가 보면 그 험한 산세를 가지고 전문가 아닌 사람의 보는 바에도 한줌만한 병력만 주면 그 바다로 무엇이 왔거나 족히 못 막아낼 것이 없겠는데, 그것을 못하고 적으로 하여금 무인지경(無人之境)같이 몰아 불과 반월(半月)에 천리 길을 달려 서울을 정복하게 했으니 세상에 이런 정치가 어디 있느냐?
이때에 나라를 건진 것이 민중이었다. 곳곳에서 일어났던 민병이 아니었다면 나라는 명맥(命脈)도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세상에서는 충무공을 내세우기에 급하여 민중의 의분(義憤)의 공을 잊는 일이 종종 있으나 그것은 크게 잘못이다. 충무(忠武)는 물론 위대하다. 그러나 민중 없는 충무가 충무인들 어찌할까? 충무로 충무가 되게 한 것은 양 같은 민중의 가슴속에 있는 나라 사랑하는 정성과 의기(意氣)였다. 그러니 만일 그 민중을 바로 쓸 줄 아는 정치를 하고, 그 힘의 뒷받침을 얻어 외국에 엄했다면 어떠한 결과가 있었을까? 아깝고 아깝구나!
그런데 정치하는 사람들 중에는 그 난리가 지나간 다음에도 하나도 그것을 깨달은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또 병자호란(丙子胡亂)이요, 그 부끄럼을 겪고도 또 없었다. 그래 홍경래난이요, 양란(洋亂)이요, 나중에는 일본에 아주 먹히우는 꼴이다.
그러나 더러운 중에서도 가장 더럽고, 분한 중에서도 가장 분한 것은 이 일본에게 먹히운 일이다. 그 전에 한사군도 있었고, 선탁(鮮卓), 모용(慕容)도 있었고 거란도 있었고 여진도 있었으며, 원(元)도 명(明)도, 청(淸)도 있었으나, 일본에게 같이 이렇게 아주 완전히 이족(異族)에게 종이 돼본 일은 없었다. 여러 외족(外族)이 우리를 압박한 일이 있지만 일본처럼 그렇게 혹독하게, 잔인하게, 악랄(惡辣)하게, 비인도적으로 한 놈은 없었다. 일청(日淸), 일로(日露) 전쟁 역사를 읽어 보라. 해아(海牙)밀사사건, 민비(閔妃)살해사건, 오조약(五條約), 칠조약, 백오인사건, 삼일운동, 독립단토벌(討伐), 동우회사건, 신사참배사건, 한글학회사건, 등대(燈臺)사건, 성서조선사건, 조선어금지령, 성씨(姓氏)개칭(改稱)령, 징병령, 보국대 등등의 역사를 읽어 보라. 일본이 그 어떤 나라요, 그 국민이 그 어떤 성격의 국민임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이렇게 못 살게 된 것은 주로 일본 때문이다. 신라를 늦도록 발전 못하게 한 것이 그들이요, 백제을 속인 것이 그들이요, 고려를 약하게 만든 것도 그들이요, 이씨 조선을 망하게 한 것도 그들이다. 무슨 터무니가 있어 우리에게 침입이요 전쟁이냐? 아무 것도 없다. 일찍이 태고 시대에 평화의 이민을 하여 그들 문화발전의 시초를 잡아 주었을지언정 언제 한번 도둑질해 간 일이 없었고, 글을 가르쳐 주고 기술을 가르쳐 주고 유교를 전하고 불교를 전하여 그들로 하여금 야만(野蠻)의 지경을 면케 했을지언정 터럭만큼이라도 뺏아올 생각을 한 일은 없었다. 그런데 임진란이다. 동서고금의 역사 위에 임진왜란처럼 악독한 죄악의 전쟁은 없다. 우리에게 그 화를 당할 터럭만한 책임인들 있었을까? 거기 비하면 잠자는 양 새끼를 삼키는 이리도 오히려 착하다 할 것이다. 그런데 또 일.청전쟁이다.
6.25 전쟁은 엊그제 일이요, 오늘 우리가 이 비참에 빠진 것도 그 때문인 줄을 모를 사람은 없으나, 그 원인도 사실은 따지고 올라가면 일본에 있다. 38선 아니람 그 전쟁은 없었을 것이요, 일본의 만주침략, 관동군 아니었더라면 삼팔선은 그어질 리 없었을 것이요, 우리가 일찍이 서양 문물을 받아들여 근대 국가로 일어설 수 있었더라면 일본의 식민지가 됐을 리는 없는데, 그 떨어진 까닭은 임진왜란으로 인하여 국력이 여지없이 쇠진(衰盡)한데 있다 약탈(掠奪)도 그런 약탈은 없고 살륙(殺戮)도 그런 살륙(殺戮)은 없다. 생각을 해서 여기 이르면 분하여 옷을 찢고 싶고 후회스러워 살을 깨물고 싶은데 정치가들아, 네가 그것을 모른단 말이냐? 나라를 아니하고 사람질을 아니하면 몰라도, 하려거든 이것을 잊어서는 아니된다.
오늘 우리는 그 운명의 적과 또 맞서게 되었다. 적이란 말이 마땅치 않게 들리나? 우리도 그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 민중을 볼 때 그들은 우리의 친근(親近)해야할 형제요 협조해야 할 이웃이다. 그러나 그 하는 나라로 보고 그 취하는 정책으로 볼 때 그들은 여전히 우리를 먹어치우려는 대적이다. 그들이 제국주의를 버렸느냐? 결단코 아니다. 그들이 한일회담을 내세우는 조건이 이것을 증거하고, 그 정치가들의 말하는 태도가 이것을 보여 주고 그 방약무인(?다漿?한 장사치들의 꼴, 그 모욕적인 신문의 논조가 이것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다만 옛날에는 무기로써 했는데 지금은 돈으로써 하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우리가 6.25의 불길 속에 타며 공산군과 싸우고 있는 때에 그들은 그 덕택으로 베개를 높이해 자녀를 낳아 기를 수 있었고, 우리가 미군의 찌꺼기로 목숨을 이어가는 동안에 그들은 장사를 할 수 있어 돈을 모았다. 이제 그 돈을 가지고 우리에게 임하려 한다. 한국의 사내야 네가 정신이 있느냐? 없느냐? 그 기백(??을 가졌느냐 못 가졌느냐? 얼어 죽어도 겻불은 아니 쬔다는 네 조상의 가르침을 기억하느냐? 못하느냐? 돈과 칼이 무엇이 다르냐? 다 같은 폭력의 표시 아니냐? 돈 뒤에는 반드시 칼이 오고야 마는 것을 모르느냐? 소위 국교정상화가 되는 날 풍신수길(豊臣秀吉)의 삼십만 침략군보다 더한 경제적 침략군이 부산 앞 바다를 뒤덮어 새까맣게 올 것이 네 눈에는 아니 뵈느냐?
말하는 자 있어서 아는 듯이 비난하기를, 이때에 쇠국정치를 하려느냐한다. 아니다. 제 집을 지키자는 것이 어찌 쇠국이냐? 너는 개방을 하면 네 어미, 네 아내의 안방까지 개방할 터냐? 그것이 어찌 개방이냐? 패가방신이지. 여는 것은 지키는 것이 있을 새 하는 말아니냐? 나는 세계국가의 이원이 되기 위해 우리 주권을 지키자는 말이다.
또 지껄이는 자가 있어 말하기를 옛날의 감정은 버려야 할 것 아니냐 한다. 네가 제법 큰 체 도량이 있는 체 하는구나. 그러나 너는 네 아비를 죽여도 헤헤, 네 어미를 강간해도 헤헤 할터냐? 원수를 용서하자는 것은 옳다. 그러나 모욕(侮辱) 침해(侵害)를 모른다는 것은 다른 말이다. 봐라 국민적 성격 없이 나라가 어디 있으며, 민족적 감정 없이 주체성이 어디 있느냐? 그들은 침략욕 모멸(侮蔑)감정도 아니 버리는데 너는 왜 자기수호 자립자존의 감정을 부끄러이 알고 버리려느냐 그러고도 사람이냐?
또 공상하는 자가 있어 떠들기를, 거시적인 태도를 가지고 적극적인 정책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거러지가 북데기 속에서 자며 내가 제왕이다 하면 그것이 잠고대요 과대망상증이지 어찌 거시(巨視)요 적극(積極)이냐? 오는 놈의 손의 돈푼만 보고 그 등 뒤에 감춘 그물은 못 보는 것이 네게는 거시냐? 종살이인지 머슴살이인지 모르고 날뛰기만 하면 적극진취냐? 노예(奴隸)생활이 네게 근성이 됐구나. 너는 세계적인 정책 소리를 하기 전에 주체성부터 찾아라!
또 뼈다귀 빠진 말장이들이 있어 하는 말이, 기정사실(旣定事實)은 인정하고 여기서 살길을 찾아야 하지 않느냐 한다. 이 썩어진 것들아 물러가라. 드골을 가보고 목택동에게 물어 보라. 월남에 다시 침을 흘리고, 한(漢)당(唐) 때의 영토를 다 찾겠다는데, 너만이 어찌 그리 인심좋게 기정사실을 인정해 다 넘겨주려느냐? 네 아들을 잡아가고 네 딸을 타고 앉아도 그저 기정사실이냐? 너는 도둑 맞아도 기정사실이요 종이 돼도 기정사실이냐? 역사가 뭐냐? 진취요. 개척(開拓)이요, 변화요, 개조요, 원대한 이상의 실현 아니냐? 그런데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허락하고 너는 무엇을 얻어먹겠다는 말이냐? 일본의 맹주로 인정하고 네가 얻어먹자는 것은 무엇이냐?
크게 내세우는 말이 경제부흥이지만 이렇게 경제부흥이 되겠느냐? 짐승이라면 모른다. 사람의 일은 정신이요 기백이 아니냐? 경제부흥이 어찌 자금에만 있고 기술에만 있느냐? 죽어도 빌어먹지는 않는다는 기백(??과 정신이 있다면 어떤 악조건에서도 살아날 수가 있으되, 자주자립의 정신이 없고 한낱 구차한 생존만을 생각한다면, 기술을 배워도 기계에 지나지 않고, 돈더미 속에 있어도 종인 줄을 모르냐?
땅을 갈아먹을 대로 다 갈아먹고 광산을 외국놈이 파먹을 대로 다 파먹고, 이제 겨우 남은 것이 앞 바다의 어족(魚族)뿐인데, 이제 그것을 팔아먹겠다느냐? 다소 양보를 하고 자금은 얻어 이 어려운 고비를 극복하면 좋지 않느냐고, 그럴 듯 발라맞춘 말이지만, 정말 양심대로 말해 보아라. 나라 생각해 하는 말이냐? 너의 한 사람, 한 당(黨)을 위하고, 정권유지를 위해 하는 말이냐? 살부욕모(殺父辱母)의 원수의 손에서 몇푼 되는 어업자금을 얻어 오면 너희 한둘은 아마 부자가 될 것이요, 그러면 정치자금은 댈 수 있겠지만 칠십만 어민은 어찌 되느냐? 손바닥만한 배를 가지고 겨우 근해에서 고깃 낱을 잡아 연명을 하는 영세어민이 고등 기술을 가진 일본 어군이 마구 침입해 오면 어찌 될 것을 너도 잘 알지 않느냐? 조약 맺으면 일본 사람이 점잖게 그것을 지키겠나, 도둑 행위로 우리 안뜰까지 들어오지 않겠나는 그들의 과거의 행사를 보면 알 것이다. 비겁한 놈들이 미국, 소련, 중공에 대해서는 신사적으로 자숙(自肅) 양보하면서 우리에게는 일시 환란에 처했다고 위협적인 수단으로 나오는 그 심장이 그것을 증명하지 않느냐?
정부는 이런 따위 매국적인 외교를 집어치워야 한다. 툭하면 한일 회담을 조속히 해야 한다고 서두는 너, 제이의 이완용을 자처하면서 하겠다는 너, 말마다 방정맞게 국운을 걸고라도 하겠다는 너는 정말 이 나라의 정부(政府)냐? 일본의 정부(情婦)냐? 권력을 쥔 네가 하려면 일시를 속일 수 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대에 역사의 죄인됨은 면치 못할 것이다. 민중은 팔아 넘기면 넘어가는 듯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반드시 다시 자기를 해방하고야 만다. 그럴 때 너는 추상같은 심판을 못 면할 것이다. 오늘날 송병준의 짐이 어디 있으며 이완용의 재산이 어디 있으며 이용구의 권력이 어디 있느냐? 그러나 무엇을 다 말고 그것들이 사람 셈에 드느냐?
그러나 정말 미운 것이 누구냐?
민중아, 사천만 씨알아, 너 아니냐?
네가 한번 노하면 천지간에 두려울 것이 없는데 네가 어찌 그리 비겁하냐? 멍청 하느냐? 막을 것을 왜 아니 막느냐?
나는 너를 믿는다. 네가 불사신임을 믿고, 네 마음이 절대 무염체(無染體)임을 믿는다. 그러므로 종당은 네가 일어서고 네가 찾고, 네가 이길 것을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너는 때가 있는 줄 모르느냐? 할 일을 제 때에 하지 않으면 그 후에는 몇 갑절 되는 값을 내고야 물를 수 있는 줄 너는 모르느냐? 역사는 엄혹(嚴酷)한 고리대금업자다. 너는 이조말년에 막아야 할 보호조약 체결(締結)을 못 막고, 몇 놈 매국적(賣國賊)이 하는 대로 내버려두었다가, 후에 그것을 폐기(廢棄)시키기에 얼마나 세월이 들었으며, 네 사랑하는 아들, 딸, 또 네 아들 딸만 아니라, 선한 이웃의 아들, 딸을 얼마나 많이 희생(犧牲)으로 바친 것을 기억치 못하느냐?
그 도둑이 또 온다. 해방으로 다 폐기된 조약을 되살리려 온다. 다시 올 때는 전보다 더 험악하다. 또 도둑을 끌어들이는 손이 네 속에서 나가고 있다. 두 번째 팔아먹는 놈은 더 잔악하다.
너는 총소리를 듣고야 깨려나? 피를 보고야 노하려 하느냐?
「金.大平」회담을 민중아, 어찌 네가 시킨 거냐? 그것이 네 의견이냐? 대표단이란 것은 정말 네가 뽑아 보낸 거냐? 그렇지 않으면 너를 모르게 몇이서 사사로이 한 거냐?
누가 주인이요, 누가 심부름꾼이냐? 「金.大平」회담은 이제 어길 수 없다 하는데, 그것은 뉘게 대한 신의냐? 도둑에 대하여는 그렇게 신의를 지키려는 것들이 정말 주인인 너는 어찌 그리 무시하느냐? 너는 정말 무시당하고 말려느냐?
너는 무엇이 무서우냐? 무엇을 아끼느냐? 네 생명이 동물적인 목숨에 있느냐? 국민적인 정신에 있느냐? 우리와 오고 오는 우리 자손을 짐승으로 팔아 넘기고 한때의 부귀와 권력을 누리려는 간악한 손이 방약무인(?다漿?으로 노는데 너는 그것을 못 막는단 말아냐? 아니 막는단 말이냐? 우리가 무슨 낯으로 조상을 대하고 세계를 대하느냐?
아아, 답답하구나, 슬프구나! (1964년 3월 15일)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일본에대하여
d 조회수 : 440
작성일 : 2010-06-15 22:43:11
IP : 61.83.xxx.197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못
'10.6.15 10:51 PM (218.186.xxx.247)읽겠다...길다...ㅡㅡ
2. 변한게없네요
'10.6.15 11:05 PM (211.176.xxx.86)이리 피토하듯 말씀하셨는데.. 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