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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랑 통화만 하고나면 머리가 지끈지끈해요

속상한딸 조회수 : 1,373
작성일 : 2010-03-30 17:58:56
어릴때부터
갈비씨,삐쩍말라서볼품없다는 소릴 많이 들었어요.
엄마아빠한테요!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한테는 그런 소릴 들은적도 없는데.
그래서 서른이 된 지금도 사람들이 '넌 날씬해서 좋겠다'라고 얘기해줘도
[난 예쁘고 늘씬하게 마른게 아니라 볼품없이 골았어..]라고
뭐랄까.. 그렇게 항상 기죽게 됩니다.
어린시절부터 남도 아니고 부모에게 인정받지못하고 자란 사람은 그렇더라구요.

근데! 제가 커서 제 어린시절 사진을 보면
정말이지 삐쩍말랐다는 소릴 들을 모습이아닌거예요.
제 얼굴이 좀 갸름하고 긴 형일뿐..
적당히 통통하고 어쨌든! 보기싫게 마른건 절대 아니었어요.

제 부모님, 특히 엄마는 뭐든지 제탓이라는 전제로 이야기를 해요.
너무너무 많지만 어제오늘 얘기를 해보면

[오늘 oo이-제 두돌박이 아들- 동물원에 데리고 나갔더니 어찌나 신나서 돌아다니는지
잡느라고 oo아빠랑 나랑 힘들었어요]라고 하면
보통은 [하하하 고놈 참 힘이 넘치는구나]라고 하지 않나요?
근데 우리엄만 [게으른 엄마 만나서 맨날 집에 갇혀있다가 나가니 좋아서 그랬나보지]

진짜 뭥미입니다..

그래서 놀러갔던 사진이랑 동영상을 보내드리고 오늘 통화를 했어요
[그래, 할말이 뭔데?] 이게 우리엄마 첫마디입니다. 절대 시어머니가 아니예요.
얼마나 애가 살이 빠졌는지 사진 보다가 말았따,라고 그러십니다.
에미애비 잘못만나서 어린이집 가느라 그 어린게 얼마나 힘들었으면 살이 그렇게 빠졌냐고
--;;;

제가보기에도 좀 빠지긴했지만 그렇게 애처로울정도는 아니예요.
3월초부터 어린이집을 바꿔서 이제 좀 적응했으니 제딴엔 힘들었겠지요.
근데 애들이야 잘먹다가도 안먹기도하고, 살이 빠졌다가도 쉽게 찌기도 하고;;
그런거지 뭘 그런걸가지고.. 제가 어디 제 자식 아니라 우리엄마자식 데려다 위탁모하는것도 아니잖아요?

전 어릴때 하도 살,살,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나중에 커서 그게 우리부모님이 그냥 욕심에 나를 괜히 스트레스준거라 생각하니 더 억울한 생각이들어서
지금도 부모에 대해 억울한 감정이 많아요. 이 게시판에서 말씀하시는 자존감낮은 아이..가 딱 저예요.

제 시어머니도 본인 나오는대로 말씀하시는 스타일이지만 한번 거르세요. 그래도.
그래서 맘먹고 엄마한테 시어머니 욕 비스무레하게(어머니 죄송하지만..) 하면서 돌려말했어요.

엄마 난 나이먹으면 먹을수록 말을 정말 조심해야지
나이들었다고 무슨 벼슬얻은것처럼 입에서 나오는대로 자기하고싶은 말 막 하는거
그거 진짜 들어주기 힘들다고..

그랬더니 너도 나이들어보라며
나이들면 양기가 입으로만 모인다나;; 그러니 그런건 젊은 사람들이 다 이해해야 하는거라네요.

그래서 저도
나이들었다고 다 그러는것도 아니고 점잖게 나이드신분도 많은거보면 그런것도 아닌것같다고
그리고 모르고 그럼 몰라도 본인이 나이들어서 추하게 구는거 알면서도 안고치려고 하는건
그냥 나이든 유세일뿐이라고 그랬습니다.

그랬더니 그냥 그말에 대꾸 안하고 일부러 완전 딴얘기로 화제를 돌립니다.
이거 우리엄마 주특기예요. 불리하면 그냥 딴얘기하는거.
상대방 약올리는 고단수라고 생각해서 그러는건지.. 왜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나중에 기회 노려서
[엄마 대화법은 정말 피곤하고 상대하기 힘들다]고 말씀드리고싶어요.
엄마한테 아들이 없는건 천만다행이라고, 며느리 있었으면 학을 떼고 홧병났을거라고요.
(이말은 차마 못하겠죠)

제가 어딘가에 마음에 상처를 받아서 엄마랍시고 하소연을 하면
절대 그냥 들어주거나 그래 너 속상했겠다,해주는 법이 없어요.
그건 아마 그사람이 그래서 그랬을거야, 니가 이해해. 항상 이런식입니다.
이건 엄마가 긍정적이거나 속이 넓은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매사가 저한테 딴지예요.
남에게 못하는 말 엄마에게 그렇게 할때는 그냥 공감을 원하는거잖아요.
남자도 아니고 여자끼리 왜그럴까요.
그렇게 하면 엄마의 인격이 더 고상해진다고 생각해서일까요?

생각해보면 우리엄마는 내편이었던 적이 한번도 없어요.
학교에서 촌지밝히는 선생님한테 부당한 처우를 받고 어린 맘에 집에 가서 얘기해도
무슨 60년대 소팔아 학교보내던 부모처럼 니가 잘못했으니까 선생님이 그랬지! 이런 식..
장난꾸러기 남자아이에게 맞고 울며 들어와도
다른 엄마들처럼 이성을 잃고 놀이터로 뛰쳐나오지 않더라도 적어도 말로 따끔하게 혼내야하는데
오히려 그 애 편든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그게 아주 꼬마시절부터 저한텐 다 상처로 남았어요.

어디나 엄마가 우선이고,
자식 밟고 막대하면 본인 인격이 더 고상하고 겸손해보인다고 착각하시고..
남 뒷다마할때 서로 말안섞는건 회사사람들끼리나 그러는거 아닌가요?

전 제 아이에게 정말 편안한 휴식같은 엄마가 되어주어야지, 다짐하다가도
내가 듣고보고 배운게 이건데 나라고 별수있겠나싶은 절망같은 감정에 빠지기도 합니다.
제 산후우울증 기간동안 대부분이 이런 생각이었어요.
난 좋은 엄마가 안될지도 몰라. 난 좋은 엄마가 어떤건지 겪어보질 못해으니까. 이런 절망감.

너무 속상해서 주절거렸어요. 나중에 펑할지도 몰라요. ㅜㅜ


IP : 180.66.xxx.95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똑같네요
    '10.3.30 6:31 PM (120.50.xxx.24)

    제가 쓴 글인줄 알았다는... 그래서인지 저도 자존감이 낮아요. 님 엄마처럼 우리 엄마도 항상 상대방편이었고, 난 외로웠고... 의지할 데가 없었다는...커서도 동생들 엄마편들어 같이 언니 무시합니다.은근히...그런데 저도 절대 그런엄마는 되지 말자 하면서도 울 딸에게 가끔 그러고있다는... 딸아 미안하다 이제 안그럴께...T.T

  • 2. eunju
    '10.3.30 6:42 PM (115.138.xxx.21)

    고현정 인터뷰에 이런말을 했더라구요.
    "큰아이가 두 살 때 제가 잘못한 일이 있었어요. 내가 힘들다고. 그런데 한 일 년쯤 지나서 제가 잠을 재워주다가 갑자기 그 일이 생각나서, 아이가 이제 잠들었다고 생각하고 혼잣말로, “해찬아, 예전에 엄마가 이러저러해서 너무 미안하다. 잘못했어.” 그랬더니, 아이가 자면서도 ‘괜찮다’고 그러는 거예요. 그런데 저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면 저도 엄마, 아빠한테 사과를 받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어요. 안 하더라고요. 지금도 그게 화가 나요."

    저도 그랬어요. 어렸을때 오빠랑 저랑 엄마가 대개 차별했었거든요. 모든 심부름은 저만 시키고 뭐하나 잘못하면 정말 개패듯이 때렸었어요. 크니까 어렸을때 일들이 생각이 나면서 가끔 밤에 그 생각으로 울고 잠도 제대로 못자고 그래요. 어렸을때 부모한테 사랑만 받고 자란 사람은 정말 저를 이해못하겠지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자식만 낳는다고 다 부모가 아니에요. 부모도 자격이 있어야 부모라구요. 살기 힘들어서, 돈벌기 바빠서 제대로 못챙겨주는 부모님들, 제발 부탁인데 계획하고 자식 낳았으면 좋겠어요. 애들 절대 혼자크는거 아닙니다.

  • 3. 공감합니다.
    '10.3.30 7:20 PM (118.33.xxx.98)

    전 엄마 아빠 두분다 그랬어요.
    덕분에 자존감 바닥이구요. 주눅이 잘 들고 그래요.
    요즘 읽는 책이 있는데 어렸을적 부모와 애착관계를 어떻게 형성하느냐가
    성인이 되어서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더군요.
    우울증도 올수 있구요.
    아무리 생각해도 전 엄마랑 참 안맞았던거같아요.
    어릴때만 그런게 아니라 지금도 항상 부정적으로 절 보세요.
    그래서 자주 안만납니다.
    만나면 기분이 우울해져서요.
    어머니한테 많은걸 바라진 말구요.
    궁합이 안맞은거라 생각하시고, 거리 두세요.
    단, 내 아이만큼은 나처럼 안되게 많이 편들어주시고, 사랑받는단 느낌
    항상 받게 잘 해주세요^^

  • 4. 맘이 아파요
    '10.3.30 9:45 PM (65.94.xxx.195)

    저도 거의 똑같은 경우에요
    지금은 일종의 정신장애로 치부해버리고 일단 멀리 사니까 좀 나은것 같아요
    속상한 얘기를 가장 가까운(?) 사람과 나눌수없다는게 마음아프죠
    되려 역공이 들어오고 도대체 이번엔 뭘어찌했길래 그랬냐는둥...
    왜 딸인 나보다 다른사람들에게 그리 관대한지..
    써놓고 보니 정말 비슷한 증상들이죠?
    전 딸 하나만 낳았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많은 치유를 받았어요
    심리학을 공부한덕분인지(이것도 아마 다 이유가 있겠죠) 제가 겪은 일을 아이에게 되풀이하는 잘못은 별로 하지않은것 같아요
    우리 모녀관계는 참 좋거든요
    우리딸이 친구의 고민을 제게 얘기해주는데, 바로 제 모습이더군요
    자긴 겪은적이 없는일이라 잘 이해가 안되더래요
    그래서 엄마랑 잘 얘길해봐했더니, 대화를 하려고 하면 먼저 친구를 비난부터하니가 얘기가 처음부터 되질 않는다고하더래요
    얼마나 아이가 답답했을까요?
    정말 부모자격시험을 보고 아이를 낳았으면 하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 5. ..
    '10.3.30 10:36 PM (125.184.xxx.162)

    정말 친정엄마때문에 힘든 사람들이 더러더러 있네요.
    나는 세상에 나같은 경우가 얼마나 있을라나 싶었는데..
    뭐 그렇게 심하게 구박받거나 그런건 아니지만 너무나 자기애가 강한 엄마밑에서 지낸 어린시절을 생각하면 좋은 기억이 별로 없어요.
    맨날 아프다고 누워서 온갖 집안일 다시키고 본인 생리대 빨래도 어린저에게 시키고 ,물론 아프니까 큰딸인 저에게 시킬수박에 없었겠지만 중학교때 여드름이 너무많이나서 고민돼서 죽겠는데 그때 맥반석 비누가 첨 나와서 피부에 좋다길래 좀 쓰자고 했더니 다섯개 한세트짜리를 방안에 숨겨두고 세수할때마다 들고 나와서 혼자만 쓰던걸요.
    그리고 아빠가 아침마다 산에 가서 약수를 떠오셨는데 본인은 이가 안좋다고 이닦을때 수도물 안쓰고 꼭 약수만 쓰대요. 어릴때 (초등고학년대쯤?) 엄마물건중에 천쪼가리같은거 함부로 꺼내고 그런다고 니가 내자리차지하려고 그러냐소리도 들었었죠.허~ㄹ

  • 6. 음..
    '10.3.31 12:02 AM (122.40.xxx.30)

    울 엄마도 그랬어요. 딸아이 키우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되네요.
    유일하게 저보고 노래 못한다고 음치라고 한사람도 울 엄마고.. (합창단이였다는;;)한번도 예쁘다 말 해준적없고.
    동생에게 제가 독하다고 말해서.. 동생과 저..사이 내내 안좋았고...
    하고 싶은말 마구 부어대어서.. 제가 엄마에게 난 목석처럼 보이나 보다 생각했었지요.
    늘 죽고 싶었어요. 남들이 보기엔 귀염만 받고 잘 자란거 처럼 보인다 지만...
    속이 얼마나 썩었는지.. 여전히도 그 생각하면 눈물만..;;
    엄마가 이젠 많이 미안해 하시지만...
    지금도 가끔씩....... 엄마가 생각하는 나는..... 늘 그 상태라 느낄때가 많아요..
    아이키우면서 힘들어 하면.. 아이는 멀쩡한데.. 네가 별나서... 그런다고..
    하나하나 얘기하면.. 참.. 계모가 따로 없다죠.....
    초등2학년때인가.. 아빠가 큰사고를 당하신적이 있었는데.. 내내 제게... 너 때문이라고 하셨었고 열이 펄펄 끓어도 집밖에 서너시간 세워두고... 등등...
    어린시절의 그런 기억은.... 몇십년이 지나도 잊혀지질 않네요...

    울 딸에게 그러지 말아야 하는데... 저도 가끔씩..... 상처 안주는 엄마가 되길 바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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