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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는 일에만 허덕이고픈 초등교사가 초등교육전문성에 대하여

초등교사 조회수 : 950
작성일 : 2010-03-13 18:23:47
다른 교사 게시판에서
답답한 마음을 누를 수 없어 글을 쓴 선생님의 글을 읽고
이 곳 82게시판에도 알리고 싶어 허락을 받고 올리는 글입니다.

요즘 대부분의 학교에서
이런 일들로 고민하는 선생님들이 많으시기에 올려 볼 용기를 내었습니다.

--------------------------

저는 전교조도 교총도 아닙니다.

그냥..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모두 내 새끼같이 예쁘고, 함께 일하는 선생님들이 있어 행복한
지극히 평범하고 소심한 무소속 (소속 조사하시는 선생님께서 제가 아무 소속도 아니라니까
'아, 그럼 장선생님은 무소속이네요.' 하셨던 게 생각나네요^^) 교사입니다.

선배 선생님들 일 잘하시는 것 보면서
아! 나도 열심히 해서 나중에 선배되면
후배들 일 덜어주는 멋진 사람이 되어야지.. 생각하고,

좀 별난 교감, 교장 선생님을 만나도...
별 불평없이 마음 헤아려 더 열심히 일하고.

좀 별난 학부모님들, 별난 아이들을 만나도...
그네들의 삶에 상처가 있어 저렇겠거니 싶어 좀 더 따스하게 안아주고 싶어지는

나름대로 '교사'가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18개월된 아들이... 너무 사랑스런 아들이..
퇴근길 차에 시동을 걸면서야 생각나는 (1년여를 휴직하고 복직했는데,
복직하면서 아들 보고싶어 어쩌나 걱정했지요.
하지만..학교에서는 하루 종일 종종거리고 다니느라 아들 생각이 안 나더군요.. )
이 땅, 대한민국을 무지 사랑하는 여러분과 같은 평범한
(아님 여러분보다 조금 모자랄 수도 있습니다.) 교사인 제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잖아... 란 유행어만 떠오릅니다.

공문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수업이 많아서는 더더군다나 아닙니다.

이제 막 2학년이 된 아가들에게
'영어공책에 알파벳 쓰기'를 시키는 테솔 자격증 있는 강사.

영어 교과서를 난생처음 받은 3학년 아이들에게
영어시간에는 영어로만 말해야 한다고 영어로 말하는 강사.

영어를 알아들을 수 없었던 3학년 아이들의 공포스러워하는 눈빛과,
3학년은 한국어로 말하는 부분이 많고,
교실 영어에 차츰 적응하도록 해야 한다며 지도서를 펴고 이야기하는 제게 딱 잘라
'내가 많이 가르쳐 봤는데 어린 아이들일수록 적응을 더 잘한다.'며
시끄럽다는 투로 이야기하는 강사.

영어시간에 바보가 되어버린 것이 너무 속상해
눈물이 그렁그렁한 4학년 남자아이를 보면서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함께 울어버리고 싶었습니다.

저는 <거점형 영어체험실>이 있는 학교에 3,4학년 영어전담교사입니다.
제 업무는
3,4학년 아이들에게 행복하고 즐겁고 유익한 영어시간을 제공하는 것과
영어체험실을 총괄하는 것(외국인 강사2, 한국인 강사(영어회화 강사)1, 업무보조원1)입니다.

하루 종일
이 사람들에 관한 공문을 들고 뛰어다니고
출입국관리사무소에도 가고,
국민연금공단에도 가고,
집도 계약해주고,
인터넷, 전화도 개통해주고
3월 시작해서 2주 동안 계약서도 몇 개씩 만들어 결재 받고 계약했습니다.

괜찮습니다.
제 시간에 퇴근 못해 젖이 퉁퉁 불어도(아직 아기에게 젖을 먹이거든요..)
내 제자들이 영어체험실에서 원어민들과 행복하게 수업하는 것을 보면 흐뭇하니까요.

그런데,
금쪽같은 내 새끼들과 만나는 수업 시간을 강사와 반 나누어 들어가랍니다.

강사에게 한 학년을 다 맡길 수 없다고,
수업만 하게하고
관리는 제가 다 하라고 하는 교장선생님 말씀에도 일리가 있다 싶어
그렇게 했습니다.

그런데 저보다 나이 많은 강사...
저보다 영어도 조금 더 잘 하는 강사.
(저도 영어 잘 합니다. 테솔 자격증.. 앞으로 10년 안에 딸 겁니다.
원어민하고 업무하고 협력 수업하는데 지장 없고,
교실영어 잘 사용합니다.) 그 강사가
자꾸 제 마음을.. 우리 아이들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너무 태연하게 아이들이 자기 수업 방식에 적응할거랍니다.
물론 강사쌤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생소한 곳에,
그것도 반기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 와서 하루를 다 보내고 가는 것도 힘들 것이고
지금까지 자기가 해 오던 방식을 바꾸는 것도 힘들 것이고

바꿀 필요를 느끼지 못하니 더욱 그렇고.
교육과정을 이야기하며
자꾸 자기 수업에 참견하는 나이 어린 영어전담인 제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고..

딱하기도 하고 안되어 보이기도 합니다.

왜 아이들도 딱하고,
본인들도 딱하고,
보고 관리하는 우리들도 딱하게 되었나요???

저도 사대에 다니다가
초등학생들이 더 예뻐 보여 교대 1학년으로 다시 들어갔습니다.

초등교사가 되려면 마땅히 교대를 1학년부터 다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평생 초등교사로 살 건데 조금이라도 덜 배워 모자라면
아이들에게 미안할 것 같더라구요.
그렇다고 편입하신 분들이 부족하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편입생들과 나이가 비슷해 친하게 지냈는데,
다들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주저리..주저리... 자꾸 길어지네요.

줄이겠습니다.

초등교육전문성은
우리끼리 이야기해서 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모든 국민들이 알아야 합니다.

자기 자녀가 전문성 없는 교육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마음 없는 지식이 무엇을 만들어낼지 정말 모르는 걸까요?
인격 없는 지식이 얼마나 무서운지...
다른 사람 짓밟으며 높이 올라갔다가 더 힘센 사람에게 밀려 떨어지는 사람이 아니라.
모두의 박수를 받으며 세상을 두루 품어 안을 수 있는 아이들을 키우고 싶은 우리 마음을
어떻게 전 국민에게 알릴 수 있을까요?

요즘 신규들.. 영어 잘 합니다.
교실영어 어렵지 않습니다.
교실 영어만 잘 사용해도 영어수업에 지장 없습니다.
신규 발령 내면 회화전용강사보다 월급도 적습니다.
도대체 제 머리로는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4년 동안 선생님이 되기 위해 젊음을 불태운 사람들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전문성(초등영어교육) 떨어지는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이유를.

수업시수 한두 시간 줄어든다고 좋아할 일이 아닙니다.
내 정년은 보장되어 있으니 후배들 일은 내 일이 아닌 게 아닙니다.
3,4학년을 강사랑 나눠서 주당 수업시수가 1시간 줄었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습니다.

일도 더 많아지고, 마음은 아프고, 아이들은 혼란스럽고..

"그냥 선생님이 2시간 다 들어오세요."
라고 말하는 아이들에게 미안해 마음이 아픕니다.


----- 오늘도 업무의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노를 젓지만^^

함께 하는 아이들이 있어 행복이란 단어를 만들어 갑니다. ------

IP : 218.153.xxx.178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질문이요
    '10.3.13 6:33 PM (24.152.xxx.241)

    아.. 이제 그 영어전담교사 제도 가 시작된건가요?
    그럼 강사들은 교사자격증 없어도 시험 같은거 합격하면 되는건가요?

  • 2. ...
    '10.3.13 6:39 PM (116.40.xxx.205)

    영어 전담 강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중등의 원어민 교사도 참 문제가 많지요...
    정말 잘하는 원어민 교사도 있지만(이런 교사들의 경우 한국말도 열심히 배웁니다)
    대부분의 원어민 교사들 보면 한국말 하나도 할줄 모르는 상태에서
    수업 들어와서 수업이 거의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더군요...
    영어 교사랑 같이 들어와서 수업하는데 영어선생님들 다들 하는말이
    혼자 수업하는것보다 훨씬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애들 만족도도 많이 떨어지고요...
    근데 웃긴게 원어민 교사는 일반 교사보다 월급이 훨씬 많다죠?
    거기다 수업 말고 잡무나 애들 지도는 하나도 안하는데 말이죠...
    이런식으로 외국인에게 돈 펑펑 쓰고 또 초등학교까지
    영어 배운답시고 온 교육을 영어에 초점을 맞추는데
    다른 나라 언어 배우는데 이정도까지 꼭 투자해야하나
    회의적인 생각이 듭니다...

  • 3. 새옹지마
    '10.3.14 2:58 AM (83.27.xxx.93)

    모두들 고생이 많으시군요
    토닥토닥 슬기롭게 잘 극복하시기를 바랍니다
    저도 한국에 있었다면 혼란스러웠겠지요
    외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고 또 얼마 후 돌아갈 우리나라
    저 외국에 나와서 느낀 바가 큽니다
    교사의 대한 생각은 역시 어딜가나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는 단지 직업으로
    일을 하는 교사가 있다는 점
    영어는 꼭 배워야 할 필수라는 점
    어떻게 배우던 이것 저것 많이 단어를 외워두면 금방 단어를 조합해서 말을 할 수 있다는 점
    과도기
    선생님들의 힘든 점 충분히 인정하구요
    결과적으로는 학교 안에 기본이 되는 전문선생님이 있어야 하고
    여러 곳곳의 전문직들이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가 장단점을 보면서 학교는 조금씩 달라져야합니다
    특히 소외된 지역에 더 많은 교육투자가 되어야합니다
    잘살거나 똑또하거나 하면 개인적으로 충분히 잘 사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소외된 지역의 아이들은 그렇지 못 합니다
    영어 보다는 한국은 동영상, 과외, 뭐 아무턴 아이들이 물질적인 향락문화가 더 큰 문제입니다
    제가 있는 유럽에는 향락문화가 없어서 좋아요
    집 학교 뿐입니다 우리 어릴 때 처럼
    아이들을 가만히 두어도 걱정이 없어요

  • 4. 처음엔
    '10.3.14 10:48 PM (218.153.xxx.178)

    초중등 교원자격증 소지자와
    영어권 국가에서 고등학교,대학교를 다 다닌 사람,
    테솔과정(3년)을 정식으로 밟은 사람 중에서 선발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2차 선발때 자격을 갖춘 인원을 확보하지 못하자
    기준이 확 완화되서
    테솔 130시간 이수하면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주어
    그중에서 경력(기간제)가산점 주고 토익토플텝스 가산점 주고 뽑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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