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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정리하다 병 났어요
평소에 게으름의 궁극을 보여주는 사람이에요.
오전엔 기운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하고 오후에나 조금씩 뽀스락대며 청소기 겨우 돌리고
그러고 나서 빨래 돌리고..너는 건 또 저녁 먹고 나서나...
빨래 개는 것도 무지 싫어해서 이건 한밤중에 해피투게더 같은 거 보면서 겨우...
그래도 청소기는 매일 돌리는데 바닥 닦는 건 또 돌아가며 한방씩 닦죠.
오전엔 늘 폭탄이라 소독하러 온다던가 할때 쫌 부끄럽다지요.
하지만 대충 치우고나면 또 사람사는 집처럼 보이고 어쩌다 오전에 누군가 차라도 마시러오게되면
또 후다닥 정리해서 보이는 곳은 잘 치워놓으니까 우리집에 오는 사람들은 내가 게으르고 지저분한지
잘 몰라요. 디게 야무지고 살림잘하게 생겼거든요.
전 시어머니가 울집에 오시는게 귀찮긴하지만 늘 긍정적인 마음으로 받아들여요.
주기적으로 와주셔야 평소에 손길 안닿던 곳도 제 손이 미치니까요.
오면 주무시고 가시니까 기본으로 싱크대청소, 수건 삶기, 냉장고 정리, 이불 빨기 등을 해요.
그러고나면 개운하긴 하죠.
그런 제가 요즘 한 열흘은 집안을 치웠나봐요.
다른 주부들같음 그냥 평소의 일상적인 일들이겠지만 전 아니거든요.
발단은 거실에 책장을 하나 들이면서 시작되었어요.
집안에 책이 포화상태라 빈공간에 길쭉한 책장을 들이면서 책을 정리했는데
그러다 애들방 책장을 정리하게 되고 애들 옷장을 정리하게 되고
열려지지도 않게 엉망인 애들 책상서랍을 정리하더군요.
애들 옷장을 정리하다보니 안방 옷장도 정리하게 되고 서랍장정리..화장대 정리..
모슨 도미노처럼 자꾸만 집안에 거슬리는 곳이 발견되는 겁니다.
거실도 엉망이고 다용도실도 엉망이고 부엌도 엉망이고..
50리터짜리 쓰레기봉투를 다섯장을 사와서 연신 버리고
옷이나 재활용품 애들 장난감 다 버리고 어릴때 입던 옷들도 다 버리고
안쓰는 그릇과 플라스틱 저장용기도 버리고
먼지를 털고털고 또 털고 안쓰는 물건 버리고 또 버리고...
사실 제가 하루에 서너 시간 정도 과외를 합니다.
그러다 보니 교재준비와 수업에 또 신경을 써야 하기때문에
몸과 마음이 굉장히 바쁘고 힘들었어요.
게다가 허약체질이기 때문에 몸을 아껴야 하는데
마치 정리신이 내려온 것처럼 정리가 멈춰지지 않는거예요.
그런 현상은 2년에 한번쯤 있어주는데 하필이면 이 추운 겨울에 수업도 많고
울애들 방학이라 애들도 챙겨야하고 밥도 세끼씩 해대야 하는 시점에서 시작되어서
저도 미치겠더군요.
제 정리의 특징은 집안의 큰 가구도 이리저리 혼자 옮겨놓고 무거운 짐도 혼자 갖다 버리는 것이라
한 열흘 그러고 났더니 그대로 드러누워 버리게 되었답니다.
아직 베란다정리도 남았고 신발장정리도 남았는데
병이 나서 다행인건지..
결국 어제 오늘 수업도 못하고 이 무슨 짓인지...
그래도 한 열흘 온힘을 다해서 집안을 덜어내니까 누워서도 흐뭇하네요.
그치만 앞으로 한 2년은 또 그냥 게으름떨면서 살려구요..
1. ..
'10.1.29 1:02 AM (203.171.xxx.156)부럽네요...
전 언제쯤이나 청소신이 강림하실런지...
애들 다 나가는 3월만 손 꼽아 기다립니다....과연 잘 될지는 의문이지만요...ㅋㅋ2. .
'10.1.29 1:15 AM (59.24.xxx.57)님이야 과외하시니 핑계라도 되지요.
저는 댈 핑계도 없어요. 누가 올까 무서워요.3. 저도
'10.1.29 1:51 AM (116.40.xxx.126)도배장판 하고나서 며칠째 정리중입니다. 그전에 동굴같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ㅜ.ㅠ
4. ㅋㅋㅋ
'10.1.29 3:45 AM (97.113.xxx.143)어느분 블로그에 있는 말처럼
저도 게으름과 완벽주의가 공존하여
괴로운 인생.^^;;;
지금 집에 이사온지 4개월인데
벌써 가구 옮기고 있어요...5. ^^
'10.1.29 8:01 AM (221.159.xxx.93)게으름의 지존은 제가 으뜸일거네요
저는 걍 갑상선 핑계 댑니다 ㅋㅋ
12월달에 이사 가는데 그때나 치우려구요 ㅋㅋ
옆라인 아줌마 차한잔 달라고 문자오면 문자 못본척 ㅎㅎ벨 누르면 집에 없는척 ㅎㅎㅎ
제가 그러고 삽니다요 ㅠ.ㅠ6. 원글님
'10.1.29 9:48 AM (61.38.xxx.69)부럽네요.
저도 3월이오면 하루 50리터씩 버릴거랍니다.
이십년 묵은 살림이라 두어달 버려야 해결 날 듯.7. ..
'10.1.29 10:26 AM (222.118.xxx.25)저도 날씨 땃땃한 봄이 오면 하니씩 정리하려구요.. 지금은 몸도 움추려들고 저질체력이라
힘드네요..8. 원글
'10.1.29 11:20 AM (211.211.xxx.170)ㅋㅋㅋ님 인용처럼 게으름과 완벽주의가 공존하는게 바로 저네요. 완벽주의는 드물게 오긴 하지만 한번 뭔가를 시작하면 또 끝장을 보는...
오늘 조금 살만해져서 자꾸만 벽을 째려보고 있어요. 4년전에 한 꽃무늬 뽀인트 벽지가 맘에 안들어서..
거실벽 한쪽이랑 주방벽에 포인트벽지를 갈아엎고 싶어서 자꾸만 눈길이 가는데 그런 저를 울 남편이 두려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어요.
제가 몇년전에 온집안의 가구와 문짝을 흰색 페인트로 덮어버린 적이 있거든요.
도배는 안해봤는데 조만간 일 치지 싶어요.
에구..평소에 청소나 잘하고 살지...9. .
'10.1.29 11:47 AM (59.24.xxx.57)ㅋㅋㅋ
원글님,,,, 남편분의 눈초리 상상하니 웃겨요.
제 남편하고 비슷하네요. 제일 위에 댓글 단 사람인데 한번 일 쳤다하면 대형으로 쳐서...
저도 이번에 거실하고, 주방벽지 ,복도 벽지 ,tv뒤쪽해서 4가지 벽지로 도배 싹 했어요.
저 혼자 못하니 당연히 남편도 같이.... 힘은 들지만 하고 나니 뿌듯하더라구요.
안방도 하고 싶어서 안방에 들어가서 여기저기 째려보니 옆에 있던 남편이 "뭘 또 고치고 싶어서" 하더라구요. 눈치는 빨라서...
하루는 기분이 좀 다운되서 시큰둥하게 있으니 " 그래, 그래... 안방 벽지 골라봐." 하더라구요.
안방 벽지하고 아이 공부방 장판 다시 깔까 궁리하고 있어요. 3월이 오기전에...
한 번 발동 걸리면 못 말려요.10. ㅋㅋ
'10.1.29 3:03 PM (211.36.xxx.191)제가 쓴 글인줄 알았어요..^^
저도 안 치우다가 한번 발동 걸려야 치우는 편이라..
오늘도 아침부터 쭈욱~인터넷 앞에서 취업사이트도 갔다가 이력서도 수정해 보다가 다시 포기했다가 82에 들어와서 놀다가 이러고 있는데 울 네살박이 둥이는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어지르고 있어요...한번씩 뒤 돌아보며 놀아줘야 하는데...저거 치워야 하는데 이러면서 답글 달고 있어요...어쩜 저리도 잘 어지를까요...순식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