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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별거, 그리고 상처

한숨만 조회수 : 1,996
작성일 : 2009-08-14 02:43:25
결혼하고 2년만에 남편이 회사 연상 유부녀와 바람피워 이혼했습니다.
아이문제 때문에 1년뒤 재결합 했구요. 재결합 당시 남편은 지방에 근무 중이었습니다.
곧 서울로 올거라는 말 믿고 기다렸는데
주말에 올라오는 것 뜸해지며 좀 이상하다 싶어 살고 있는 지방 집에 쳐들어 가니
왠 여자 속옷이며 화장품이며.... 한동안 같이 살았던 것 같아요.
이번엔 회사 부하 직원이었구요.

다시 싸움이 시작 되었고
거기다 빚이 1억 가까이 있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잘못했다고 빌더니 어느날은 주말에 올라와서
집 전세금을 빼서 불만 끄자고 하더라구요.
일언지하에 거절하니까 그냥 지방으로 내려가 버리더라구요.

그 후로 연락 안하고 있으니 그 인간도 연락을 안하고,
이상하다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혼도 안된 상태에서
먹고 살아야 하니 바쁘게 몇년이 그냥 흘러 갔습니다.

그사이 전 대출은 많지만 집을 사서 이사도 했구요.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저 모르게 주소를 옮겨 놔서
대출 갚으라는 독촉장이며, 별의별 우편물이 다오구요.
다니던 회사에서 횡령 혐의로 고소한 법원 우편물까지 옵니다.
그인간 주소 말소를 해도 마지막 주소로 계속 온다고 하더라구요.

이런 인간하고 엮여서 내 인생이 꼬인것도 서럽지만
가장 가슴 아픈건
바로 아이 입니다.

너무도 짧은 아빠의 기억만 가지고
아이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놀이공원에 가면
"엄마 여기 아빠랑 왔던 데지?"
예전 남편이 타고 다니던 같은 차를 봐도
"저거 아빠 차다..!"

아빠의 부재로 인해 집이 불안한 곳으로 생각 되었는지
(자기가 엄마를 보호해 줘야 한다는 강박관념)
결국 심리치료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심리치료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아빠와 만나게 해주면 어떠냐는 제안을 하셔서
어렵사리 연락해서
아이와 통화해서 정기적으로 만나라고 부탁했더니만
2번 전화하고는
더이상 연락도 안하더군요.

나중에 아이한테 더 상처가 되어 화가나서 따졌더니
애한테 연락하라고 했는데 안하더라구
내가 중간에 막은거 아니냐는 황당한 얘길 하더라구요.

부자지간의 연도 끊은 인간 말종이라는 걸
알게 된 후
더이상 연락도 안하고,
지금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른체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이한테 이럴수 있는건지
몇년 동안 아이 얼굴 한번 안보고 살수 있는 아빠가 있는 건지..
아이만 보면 가슴이 무너지고 또 무너 집니다.

10살 우리 아이에게
엄마로서 여러모로 노력은 하지만
그래도 아빠의 빈자리가 큰가봐요.
내색하려고 하지 않지만
그런 마음이 순간순간 느껴집니다.

아이가 커 갈수록
이런 걱정이 더 커지네요.

제가 할수 있는건 기도 뿐입니다.
더이상 아이가 상처 받지 않고
저를 위해서 제 맘속의 분노가 사라지길...

* 속상해서 밤 늦게 주절주절 씁니다. 이해 부탁 드려요.....

IP : 122.45.xxx.89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국민학생
    '09.8.14 2:47 AM (119.70.xxx.22)

    아이고.. 어떻게 그런 사람이..
    저도 아이를 위해, 님을 위해 기도를 보탤게요. 힘내셔요.

  • 2. 저도
    '09.8.14 2:58 AM (58.225.xxx.124)

    저도 비슷한 처지가 될 것 같습니다
    글 올리려고 들어왔다가 ...내 아이 이야기 같아서 마음이 아프네요
    힘내세요

  • 3.
    '09.8.14 3:00 AM (125.181.xxx.215)

    저의 아는분 이야기 해드릴께요. 젊을때 남편이 바람나서 가출했고, 그후 여자가 이혼하지 않은 상태로 아들 둘을 키웠습니다. 초등학생이었던 아들들이 지금은 서른이 넘었어요. 지금까지 그 아비라는 사람이 애들 학비라고 땡전한푼 준적도 없고 만난적도 없고 하여간에 애비노롯을 한적이 없는데, 이제 다 늙고 병들어서 아들들한테 연락을 한다네요. 지금 여자분은 나이가 육십이 되어서 아직도 먹고 사느라 일하고 있고, 이제 법적으로 이혼하고 싶다고 하네요. 이말을 하는 이유는, 바람난 남자중에 아비 노릇 일절 안하는 남자.. 언젠가 할거라는 기대 마시라고요. 땡전 한푼 안주고 연락도 없을거라는거..

  • 4. ----
    '09.8.14 4:40 AM (24.118.xxx.72)

    가슴아퍼눈물이...ㅠㅠ
    힘내셔요.
    깜깜한밤이 지나면 안올것같은 아침이 오긴오더라고요.

  • 5. 동경미
    '09.8.14 7:27 AM (98.248.xxx.81)

    힘든 세월을 잘 견디며 살아오셨네요. 혼자서라도 어깨를 두드려주시며 스스로를 칭찬해주세요. 나는 참 대견스러운 엄마다 라고. 부부가 함께 키워도 아이 키우기가 힘든데 경제적인 부분도 다 책임지시면서 아이를 키우시느라고 얼마나 힘드셨겠어요.

    그런데 아이도 정말 힘들었을 것같아요. 많이 혼란스러웠을 거구요. 엄마가 끊임없이 마음고생하는 것 아무리 숨겨도 아이들은 다 안답니다. 그리고...너무 가슴 아픈 얘기가 되겠지만 아무리 엄마와 자신에게 못되게 한 부모라도 아이들은 그 부모를 그리워하는 게 정상이에요. 마음 산 구석에서 엄마 편을 드는 마음에 아버지를 미워하고 싶겠지만 그 마저도 죄책감이 되게 마련이고, 아이가 많이 힘들 것같아 제 마음이 아프네요.

    힘드시겠지만, 아이를 위해서 (절대로 남편을 위해서가 아니고요) 허심탄회하게 아빠 얘기를 나눠보시면 어떨까요. 심리치료를 받는다고 하니 이미 해보셨을 수도 있겠네요. 아삐를 비난하는 얘기가 아이들에게는 참 듣기 힘든 얘기더라구요. 아이에게는 부모가 하늘과 같아서 하늘이 무너지면 정말 갈 곳이 없거든요. 더구나 그 하늘을 반으로 갈라서 어느 편에 서야 할지를 정하는 것 정말 가슴 찢어지는 일입니다. 엄마와 아빠가 서로 꼭같이 잘못해서 결혼이 유지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따로 살고 있는데 너한테 정말 미안하다. 아빠가 다 잘못한 것도 아니고 엄마만의 잘못도 아니다. 엄마 아빠가 둘 다 결혼을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 아빠를 미워하지 말아라. 아빠도 알고보면 참 불쌍한 사람이고 많이 힘들어하고 있을 거다. 지금 너에게 연락하지 못하는 이유도 미안해서일거다. 미안해도 자식을 찾아봐야 하는 건데 사람이 너무 미안하면 사람 도리를 못할 때도 있단다. 우리가 아빠를 이해해주자. 대충 이런 식으로 아이의 마음에 자리할 수 있는 아빠에 대한 그리움, 원망들을 풀어놓아주시면 어떨까요.

    저도 어린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자랐어요. 엄마가 많이 힘드셨고 곁에서 엄마의 고통을 그대로 보면서 아빠를 보고싶다는 말은 커녕 생각도 엄마에게 너무나 미안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그냔 묻고 살았지요. 그런데 부모자식은 천륜이잖아요. 어른이 되고 나도 아이 낳고 키우면서 어느날 문득 예고없이 쏟아져 나오는 그리움에 당황하고 마음의 병도 생기고 그랬어요. 자라면서 줄곧 아빠를 얼마나 보고싶어하고 가슴아파했는지 저 자신도 몰랐거든요. 저희 집의 금기였으니까요. 그리워할 가치도 없는 사람이라는 엄마의 한마디의 제 마음의 문을 닫은 거죠.

    아이가 아빠 애기를 할 때 자연스럽게 받아주세요. '그래, 아빠가 많이 보고싶지. 아빠가 연락해주면 정말 좋을텐데. 그래도 아빠도 네가 많이 보고싶을거야. 보고싶은데도 꾹 참고 연락 못하는 아빠 마음도 정말 슬프고 힘들거야' (물론 남편의 집심은 그게 아니라 할지라도 오직 아이를 위해서 아빠를 다소 미화시키는 거지요) 라고 말해주시면 어떨까요. 아빠 사진도 일부러 못 보게 하시지는 말고요. 억지로 잊혀지는 존재가 아니랍니다. 먼훗날 어른이 되었을 때 그렇게 마음 고생을 했으면서도 내 앞에서 엄마가 아빠를 미워하는 모습 안 보여주려고 애써준 엄마에게 감사할 날이 올 거에요.

    아이들은 한 부모만 정신 똑바로 차려도 망가지지 않습니다. 아이가 망가지려면 꼭 그 아이를 망가지게 하는 양쪽 부모가 뒤에 있지 절대로 한 부모로는 그렇게 되지 않아요. 엄마가 곧은 모습으로 강하게 잘 견뎌오셨기에 아이는 반드시 잘 지나갈 거에요. 힘내세요!!

  • 6. 힘내세요
    '09.8.14 7:36 AM (218.155.xxx.104)

    아이가 상처 받지 않고 건강하게 잘 자라도록...
    원글님의 마음이 분노가 사라지고 평안을 얻기를 함께 기도합니다.
    힘내세요.

  • 7. 큰언니야
    '09.8.14 8:26 AM (165.228.xxx.8)

    원글님.....

    꼬~~옥 안아드릴께요~~~

    저도 기도할께요~~~

  • 8. ..
    '09.8.14 8:42 AM (122.39.xxx.71)

    저도 꼬옥~~ 안아드릴께요.... 힘내시고..마음의 평화가 오기를 빌어요..

    이 시간이 지나면 좋은 시간이 다시 올거예요..

  • 9. 아이고
    '09.8.14 8:42 AM (61.78.xxx.103)

    참.. 억장이 무너지네요. 남일같지 않습니다.
    제 아버지가 바로 님 남편 같은 분이였습니다.

    " 니가 중간에서 못만나게 막는거 아니냐" 이 소리도 똑같네요. 저희 아버지도 엄마한테 그런 말씀을 했었죠.

    저 어렸을때부터 엄청난 정신적 패닉상태에 시달렸습니다.
    그중에 가장 심했던 것이 죄책감이였습니다.

    아무 근거도 없이, 아빠가 가버린것이 내탓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나중에 커서 그와 관련된 심리학 책들을 섭렵하고는, 그런 반응이
    편부모하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공통된, 아주 자연스러운 감정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님, 아이에게 부부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말해본적 없으시죠?
    아이가 너무 어려서 그런 문제를 이해 못할꺼라고 생각하시고 혼자 끙끙 앓으셨죠?

    그 마음 너무 잘 압니다. 저희 엄마가 바로 그러셨어요.

    저 오랫동안 아버지에 대한 원망, 나 자신에 대한 원망, 엄마에 대한 원망으로 힘들었습니다.

    어른이 되서 엄마아빠가 왜 별거를 하고 살았는지 알고나서
    저 자신에 대한 죄책감과 자책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동안 저에게 자세히 이야기 해주시지 않은 엄마가 얼마나 원망스러웠던지요.


    아이는 어리지만 가족 구성원이어요.
    어른들이 말해주지 않고, 자기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 그것을 자기 탓이라고
    생각한답니다. 저만 그런것이 아니라, 그것이 공통적인 반응이라고 하더군요.

    아이에게 진실하게,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한에서 말해주셔야 해요.
    왜 엄마아빠가 별거를 하는지... 님이 말씀해 주실 수 있는 한도내에서 해주셔요.
    잘 알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같이 생각해보자, 혹은
    누구 알만한 사람에게 물어보자고 솔직히 말해주셔요.


    그 다음은 아이의 몫이랍니다.
    아이가 남녀의 문제를 전부 이해는 못해도
    그것이 일단 자기 잘못이 아니라는 것만 알아도 마음이 편해지니까요.

    아이에게 그래도 네 아빠니까 네가 만나겠다면 지지를 해주겠다고 꼭 말해주셔요.
    힘 내시와요. 홧팅 하시고요.

  • 10. 원글님
    '09.8.14 10:32 AM (59.7.xxx.63)

    부모의 불화를 보며 크는 아이보단

    일관성있는교육을 할 수있는

    편부모 밑에서 큰 아이가

    정서에 더 낫다고 합니다

    아이에게 늘 사랑 주시고 밝은 쪽을 보게 하여 주세요

  • 11. 같은 의견
    '09.8.14 3:57 PM (124.51.xxx.199)

    잦은 부부싸움에 아이를 노출시키는 것보다
    한쪽 부모 보호아래
    평화롭게 크는 아이가
    훨씬 바람직하다는 연구 결과 본 적이 있어요
    기운내세요
    사춘기 무렵이 되면 아이는 부모를 객관적으로 보고
    또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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