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삼년은 너무 길구나!

함께 맞는 비 조회수 : 1,236
작성일 : 2009-08-06 23:12:36
입학식날 아들 학교 교장인지 교감인지 나와서 "우리는 (서울대에 한 명도 보내지 못해서) 죄인입니다."하더란다.
그 속죄를 하려고 아들 학교는 입학하던 날부터 밤 10시까지 뺑뺑이를 돌려댔다.

그렇게 속절없이 공부에 시달리는 아들을 보면서 내가 지겨워졌다. 이렇게 고등학교의 교육 목표가 오로지 입시에 있다면 굳이 삼년간 고생 시킬 필요가 있나, 일년 과정으로만 해도 되지 않을까 그런 회의에 사로잡힌 시간이 그렇게 흘러갔는데...

아들도 한계점에 이르렀는가 드디어 반기를 들었다. 그리고, 며칠 전부터 이런 저런 계획들을 얘기하며 서울에 알아보러 가더니 자신의 계획이 벽에 부닥치자 또 고민하더니 전학을 가서 마음을 다시 잡고 싶단다. 그러더니 다시 처음 자신의 계획- 외국에 가서 공부하고 싶다, 로스쿨에 가고 싶다- 등으로 돌아와서 자신의 계획을 얘기한다.

그 얘기의 요지는 외국에 여행을 갔다와서 검정고시를 쳐서 유학을 떠나고 싶단다. 남편은 단호하게 반대를 했다. 고등학교 졸업을 하면 유학을 가라, 자비 유학이라도 보내주겠다고 하니 아들은 지금 하고 싶단다. 중요한 것은 1년 반이라는 시간을 기다리다가 자신감을 잃고 하지 못하게 될게 두렵단다. 그래서 지금 부딪쳐 보고 싶다고 했다.

남편은 남들이 다 가는 길을 가라고 했다. 어린 나이에 외국 가는게 얼마나 위험한가도 이야기하고 그럴거면 학교를 그만 둬라, 차라리 니가 성적이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안된다고 강경하게 얘기했다.

내가 겨울방학 동안 한달간 외국 여행을 떠나면 어떠냐고 얘기했더니 됐다고 그냥 남들처럼 살지 뭐하면서 일어섰다.

딸아이가 중학생이 되어서 애니메이션 고등학교에 가고 싶다 할 때 남편은 지금처럼 펄펄 뛰었다. 길이 좁아진다고 했다. 내가 일반계 고등학교에 가도 길이 좁은건 마찬가지 아니냐고 했더니 아, 대학교 안 보낼거냐고, 일반계라야 대학교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며 반대를 했고, 삼년 지난 지금 딸애는 아주 평범한 아이로 변해 우리의 그런 다툼이 무색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남편은 아들도 그렇게 한때의 방황이나 객기로 끝나리라 믿는지도 모른다.

"오빠는 너무 자만심이 강하고, 아빠는 너무 구세대야."
둘의 싸움을 보고 내린 딸의 비평이다. 그렇기도 하겠지. 아이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생각해보니 아들이 아버지라는 걸림돌을 스스로 뛰어넘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결국 지켜보기로 했다. 그런데 왜 그리 울고 싶어지는지...

어린 시절 내가 처음 연극연습하는 걸 구경하고서는 "내 장래 희망은 연극 배우."했다가 호되게 꾸중을 듣고 그이후 피리를 배우거나 하는 걸 엄마가 막았던 아픈 기억이 살아난다. 그때 엄마는 우리딸은 법대 보내서 판사가 되거나 의대 보내겠다고 꿈에 부풀었다. 내 그 점수는 엄마의 치맛바람으로 얻은 점수였는데... 중고등학생이 되어서 내 실력으로 정당하게 점수를 받고 싶어 열심히 공부하기는 했지만...

지금 우리 어머니는 가끔씩 당신이 내 앞길에 이런저런 개입을 하신 걸 후회하신다. 남편에게도 그렇게 말했다. 당신이 저 아이 인생을 책임 질거냐고... 그런데... 참 상사하고 싸우기보다 가정에서 싸우기가 더 어렵다.
IP : 59.24.xxx.241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selad
    '09.8.6 11:19 PM (194.95.xxx.248)

    아직 한참 어린 아들을 두고도 이리저리 궁리해보고 생각이 많았었는데. 쓰신 글을 읽고 나니 뉘우치게 됩니다. 아이에 대한 제 마음가짐에 큰 공부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2. .
    '09.8.6 11:27 PM (59.24.xxx.117)

    부모가 아무리 뜯어말리고 이끌어줘도 결국엔 지 선택대로 된다는것...
    주위에서 여러 사례들을 많이 보았기에...
    부모가 적어도 자식 앞길을 막지만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요즘 항상 하는 생각입니다.
    부모의 바램이 무언의 압박으로 지금의 나의 작은 아들에게조차도 강요되어지고 눌려진다는것을 아이에게서 느낍니다. 여기서 멈추어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머리로는 하고 있죠.
    제발 내일부터는 아이를 보는 시선을.... 자유롭게 두고 싶습니다.

  • 3. 좀..
    '09.8.6 11:50 PM (211.207.xxx.49)

    원글님의 자녀 교육에 대해 트인 마음이신 건 참 부럽습니다;
    그런데 글에서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어서요.

    아드님이 원하는 건 결국 유학이라는 건가요?
    그런데 남편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가라는 건데
    전 현실적으로 남편분의 의견이 옳다고 봅니다.
    사실 국내 고등학교에서 힘든 아이가 외국유학을 간다는 거 모험입니다.

    아드님이 얼마나 유학에 대해 준비가 되어있는지 이 글로선 판단이 안서네요.
    하지만 원글님이 엄마로서 누구보다 아들에 대해 잘 알테니 남편보다는
    아들의 의견에 동조하시겠지요.

    그렇다면 아들에게 네가 유학가서 잘 할 수 있다는 걸 아버지께 증명해 보이라고 하세요.
    남편과도 미리 의견 조율하시고 2학기 성적을 어느 선까지 끌어올릴 지
    아이가 목표를 정하고 달성하면 보내준다던가 하는 구체적인 약속을 하세요.

    공부가 싫어서 도피하려는 마음이 아니라면 아드님도 그러자고 하겠지요.
    아드님이 원어민처럼 영어가 능통하고, ibt 110점 이상이라면 유학이 그리 나쁘지는 않겠지만
    준비없이 떠나겠다는 건 현실도피라고 생각합니다.

  • 4. 좀..
    '09.8.6 11:58 PM (211.207.xxx.49)

    "내가 겨울방학 동안 한달간 외국 여행을 떠나면 어떠냐고 얘기했더니 됐다고 그냥 남들처럼
    살지 뭐하면서 일어섰다" 는 대목만 봐선 아드님 생각이 아직 어린 것 같습니다.

    사춘기 때 누구나 남과 다르게 살고자 하지만 , 그것은 몽상일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남과 다르게 살기 위한 준비는 전혀 되어있지 않은데 현실만 탓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정말로 남다른 삶을 살고자 한다면 뼈를 깎는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걸 아드님은 알고 있는지요.

    그리고 저도 한 때는 (아니 지금도) 몽상가인데
    남들처럼 산다는 게 사실은 아주 힘든 노력의 결과물이더라구요.
    절대로 저절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거죠.

  • 5. 동감
    '09.8.7 12:11 AM (114.204.xxx.132)

    제가 봐도 아드님의 전학 -> 로스쿨 -> 유학이라는 결론은 결국 도피처라고 생각되는데요...
    세상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국내 뺑뺑이에서 견디지 못하는 고딩 아이가 혼자 유학가서
    얼마나 야무지게 할런지...아드님이 부모님의 경제력은 알고 그러는건가요?

  • 6. 함께 맞는 비
    '09.8.7 7:07 AM (59.24.xxx.241)

    많은 얘기들이 생략되어 있어서 아마 이해 못하시는 부분도 있을 거에요. 아들은 지금 성적이 우수한 편입니다. 학교에서나 남편도 여러 모로 기대하는 아이지요. 그런데, 유학(장학금을 받는)이나 사시를 알아보러 혼자 서울에 가보더니 그 길이 안된다고 하니까 방황하다가 얻은 결론이 몇 달 여행하고 돌아와서 검정고시 쳐서 다시 외국으로 나간다는 거죠. 되도록 집에 손을 벌리지 않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렇게 넉넉한 형편도 아니고요. 중요한 것은 집에 부담을 주냐는 다음 문제이고, 1년 반 동안 자신의 진로나 흥미와는 무관한 공부를 안하고 싶다는 겁니다.

  • 7. 함께 맞는 비
    '09.8.7 7:27 AM (59.24.xxx.241)

    더구나 아들은 과외나 학원 공부도 받지 않고 혼자 공부했습니다. 집중력, 끈기가 강한 편이고, 혼자 깊이 생각하다가 말로 뱉는 형이기 때문에 몽상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입시 위주의 공부가 한계에 부닥친거라 여겨집니다. 이렇게 죽어라 대학 갈 공부만 시킬 바에야 일년 과정만 만들 것이지...

  • 8. ...
    '09.8.7 12:35 PM (115.22.xxx.10)

    삼십년도 아니고,삼년을 못 견디고,,,무엇을 이룰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지.
    경제력도 뒷받침 안된 상태에서,
    게다가 1년 반쯤 지나면 자신감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어린아이를 두고,
    너무 감상에만 치우쳐 동조하는 걸로 보입니다.

  • 9. 이땅에서
    '09.8.7 5:15 PM (61.38.xxx.69)

    발 딛고 사는데는 간판 중요합니다.
    삼년 참아서 간판 따야합니다.

  • 10. 제가,,
    '09.8.8 5:05 AM (119.201.xxx.6)

    보기에도 아드님이 객기부리시는 것 같은데요,,
    그나이때,,,고등학생들 다 힘들어요,,,
    세상에 자기하고싶은일만 하는사람없고,,, 참아내야하는게 있는 법이죠,,
    고등학교 삼년 놔두고 외국만 간다고 새로운 세상이 열릴까요,,
    현실도피로 보여요,

  • 11. ㅇㅇ
    '09.8.10 3:01 PM (147.46.xxx.39)

    어느정도 학업관련된 세상을 겪어본 사람으로서 (s대, 유학,박사등)

    저라면 아버지말씀에 한표입니다.

    그리고 집에 손벌리지 않는다라.... 유학중에 일부 박사유학 제외하면 집에 손안벌리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고 그 규모도 상상하시는것을 초월합니다.

    아이가 계획한 진로에 수억 (그냥 많다는 뜻이 아니라 말그대로 '수억원'을 얘기하는겁니다') 쏟아부으실 자신이나 재력이 없으시면

    다시한번 아버지말에 한표입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79290 시어머님의 우시던 소리가 ... 8 케이규 2009/08/07 1,841
479289 영어유치원(학원) CIS(Canada International School) 어떤가요? 3 질문드려요~.. 2009/08/06 890
479288 내 스타일을 찾고 싶어요-침대 편 3 면의 촉감 2009/08/06 562
479287 계란후라이여~~ 3 ^^ 2009/08/06 561
479286 예전에 이 싸이트를 댓글로 알려주셨는데... 2 꼭 부탁 2009/08/06 526
479285 중학교 들어가기 전에 준비해 두면 좋을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3 무식맘 2009/08/06 462
479284 왜 나만 물까? 7 모기 2009/08/06 532
479283 적금 어디에 드시나요? 1 저금 2009/08/06 351
479282 요즘 sk 보상기변...무료폰 없나요?? 5 011 2009/08/06 1,062
479281 민주당의원들 사퇴얘기 궁금한거 있는데요 2 알바아니에요.. 2009/08/06 197
479280 대구 날씨 춥나요? 납작만두 문의드려요 ^^ 8 날씨 2009/08/06 692
479279 해운대와 국가대표중에서 애들하고 볼려면 14 영화 2009/08/06 914
479278 이 시간에 밥 합니다... 13 에효~ 2009/08/06 1,349
479277 해남 우항리 공룡대축제 ^^ 1 땅끝해남혁현.. 2009/08/06 211
479276 영화제목이 궁금해요 2 아님 내용이.. 2009/08/06 246
479275 나를 좋아하는 오빠에게 그만하자고 했어요. 13 2009/08/06 2,097
479274 어떤 메뉴가 좋을까요? 에고고 2009/08/06 126
479273 http://bbom.org/tools/ 이용료 잇나요?? 1 무시기(??.. 2009/08/06 186
479272 삼년은 너무 길구나! 11 함께 맞는 .. 2009/08/06 1,236
479271 어른들모시고 가는데 스케쥴어떻게 짤까요? 1 제주가좋아 2009/08/06 184
479270 이 슬리퍼를 사도 될까요? 주책일까요? 14 주책인가 2009/08/06 1,537
479269 소아병원 부탁드려요 ( 리플절실) 광주광역시 2009/08/06 167
479268 애같은 남편 14 에휴.. 2009/08/06 1,453
479267 매실을 건졌는데 너무 시큼해요. 8 매실 2009/08/06 792
479266 제이슨 내츄럴 알로에 베라 겔 사용하시는 분 11 제이슨 2009/08/06 1,074
479265 동의보감 세계기록유산등재를 보고- 한의학의 놀라운 효험 체험 경험 2 ... 2009/08/06 351
479264 태백슬리퍼... 구입하고 싶은데요 3 찾아요 2009/08/06 498
479263 꿀, em 아토피에 발랐더니... 55 아토피 2009/08/06 5,938
479262 바람핀걸 알게된 후 소송을 하려면 정해진 기간이 있나요?(추가질문) 5 .. 2009/08/06 845
479261 옥수수 삶을때...물에 옥수수를 잠기게..어떻게 하세요??????????? 5 옥수수 2009/08/06 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