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오늘 유시민의 추모사

저녁숲 조회수 : 1,086
작성일 : 2009-06-22 00:54:39


안녕하십니까. 먼저 고 노무현 대통령님의 유가족을 대신해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오늘 많은 어려움을 무릅쓰고 추모공연 준비하신 연세대, 성공회대 총학생회 감사합니다. 사회를 맡은 권해효 선생, 공연을 함께하는 모든 문화 예술인 감사합니다. 공연장 찾은 시민 여러분, 동영상으로 보는 네티즌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이 훌쩍 떠나신 지 한 달이 다 되었습니다. 수많은 국민들이 상주된 심정으로 함께 상을 치렀습니다. 노무현이란 한 사람에 대해 저마다 특별한 감정을 느꼈을 겁니다. 아직은 고인의 삶과 죽음을 평가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기억을 가다듬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노무현에게 저를 비춰봅니다. 그가 저희 내면에 남기고 간 많은 것들을 조용히 살펴봅니다. 침묵 속에서 바람이 된 그분이 제 마음에 내는 소리를 귀기울여 듣습니다.

내 마음의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님을 떠나보낸 후 저는 제 자신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왜 그를 사랑했는가. 여러분에게도 물어보겠습니다. 왜, 무엇 때문에 인간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을 사랑했습니까. 여러분은 각자 나름의 대답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저도 제 나름의 대답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님은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좋은 사람을 사랑했습니다.


인간 노무현은 반칙하지 않고 성공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자기 자신을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는 정말 반칙하지 않고 성공했습니다. 판사가 되었고, 변호사, 국회의원,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성공한 다음에는 부당한 특권을 누리지 않았습니다. 반칙하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는 사회, 성공한 사람이 부당한 특권을 누리지 않는 나라, 반칙과 특권이 없어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 사람사는 세상, 그는 한 순간도 이 꿈을 잊지 않았습니다. 저는 노무현의 그 꿈을 함께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영광과 좌절 그가 느꼈던 슬픔과 분노, 그의 삶, 그의 죽음까지도 모두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오로지 그것 때문에만 그를 사랑했던 것은 아닙니다. 제가 정말로 그를 사랑했던 것은 그가 작은 허물도 매우 크게 부끄러워하는,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대통령이 된 후에도, 그는 언제나 부끄러움이 많았습니다. 저는 그가 완전무결한 존재라서 또는 반인반신의 위대한 인물이라서 사랑한 것이 아닙니다. 때론 실수도 하고 오판도 하고 잘못도 하는 사람, 그러나 작은 잘못 작은 허물이라도 그것을 깨달았을 때 크게 자책하고 부끄러워하는 사람인 것을 알았기에 저는 그를 사랑했던 것입니다.


어떤 정치 사상이나 이념을 변함없이 따르는 것을, 우리는 신념이라고 부릅니다. 굳은 신념을 지닌 사람은 존경을 받습니다. 그런데 어떤 정치인을 변함없이 사랑하는 것은 정치 사상이나 이념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때론 내가 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믿고 받아들여야 하면, 영광과 명예뿐 아니라 모욕과 질시까지도 함께 감당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이념을 사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일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인간 노무현, 정치인 노무현 그리고 대통령 노무현을 한결같이 사랑하는 데에는 한없는 인내가 필요했습니다. 때론 심한 모욕을 감수하는 용기도 필요했습니다. 저는 이제 더 큰 용기를 내서 말합니다. 우리는 사랑할만한 사람을, 정말 사랑스러운 사람을 사랑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이 훌쩍 이 세상을 떠나신 다음 눈물이 잠시도 그치지 않았던 때 서울역 분향소에서 연세 지긋한 시민 한 분이 저를 이렇게 위로해줬습니다. ‘슬퍼하지 마세요, 노무현 대통령은 죽지 않았습니다. 국민의 마음 속에서 대한민국 역사 안에서 영원히 사실 겁니다.’ 저는 오늘 그 분이 저에게 주었던 위로의 말씀을 여러분 모두에게 전하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여러분, 우리 서로 따뜻한 위로를 나눕시다. 이 가슴에, 여러분의 가슴에 인간 노무현의 기억, 사람사는 세상의 꿈이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임을 굳게 믿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여러분, 바람이 되어 여기 오신 그분을 느끼십니까. 그분을 향해 제가 준비한 마지막 구절을 함께 외치고자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 사랑합니다.
IP : 58.234.xxx.8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사랑스런사람노무현
    '09.6.22 12:57 AM (125.252.xxx.115)

    ..와.. 고맙습니다. 글 올리자마자 이렇게 긴 글을 일일이 타이핑 해주셔 감동이에요.
    콘서트도 이 추도사도 이 글을 올려주신 저녁숲님도 참 따뜻합니다
    행복한 바람이 부는 밤입니다.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 2. 저녁숲
    '09.6.22 12:59 AM (58.234.xxx.8)

    님... 제가 타이핑 한게 아니라, 다른 사이트에서 가져온거예요...^^

    서로 읽으며 따뜻한 맘 나누는 것도 괜찮지 싶으네요.

  • 3. ...
    '09.6.22 1:02 AM (121.140.xxx.230)

    뜨거운 눈물이 흐릅니다.

  • 4. 사랑스런사람노무현
    '09.6.22 1:03 AM (125.252.xxx.115)

    아.. 그랬군요. 펌~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온라인이지만 마음이 나눠짐을 느낍니다.

  • 5. 유시민님
    '09.6.22 1:09 AM (218.52.xxx.8)

    의 말과 글은 언제나 명징하면서도 따뜻한게 마치 시처럼 제마음을 어루만져주네요. 감사합니다.

  • 6. 세우실
    '09.6.22 1:10 AM (210.94.xxx.122)

    "제가 정말로 그를 사랑했던 것은 그가 작은 허물도 매우 크게 부끄러워하는,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와

    "그런데 어떤 정치인을 변함없이 사랑하는 것은 정치 사상이나 이념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이 두가지가 현장에서도 직접 들으면서 가슴에 절절하게 맺혔던 말이지요.

  • 7. 나의 대통령님
    '09.6.22 1:11 AM (124.179.xxx.32)

    우리 대통령님의 주변엔 눈이 맑은분들이 계시고
    월산이명박이 주변엔 눈이 탁한자들이 드글거리네요.

  • 8. 감사합니다
    '09.6.22 4:09 AM (121.190.xxx.210)

    처음으로 사랑한 정치인.... 이제는 더 뜨겁게 사랑하는 정치인...입니다.
    유시민의원님과 그 사랑을 더크게 키우고 싶습니다.

  • 9. 고맙습니다.
    '09.6.22 9:02 AM (118.217.xxx.164)

    퍼서 가슴에 담습니다.

  • 10. 0000
    '09.6.22 9:36 AM (116.40.xxx.125)

    글 간직하겠습니다. ㅠㅠㅠㅠ

  • 11. ..
    '09.6.22 10:46 AM (58.148.xxx.82)

    어제 이 글 들으면서 가슴이 따뜻했었는데...
    한글 파일로 저장했습니다.
    옮겨주신 원글님, 고맙습니다.

  • 12. mimi
    '09.6.22 9:38 PM (61.253.xxx.27)

    사.랑.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68720 빠에야 할때요... 6 빠에야 2009/06/22 432
468719 늦었지만.,,급해서요,,, 질문 2009/06/22 295
468718 왼쪽 엄지발가락에 가시박힌것 같은 통증이 걸을때마다 느껴지는데.. 가시는 없어요. 이런 증.. 3 혹시이런통증.. 2009/06/22 7,334
468717 이명박 재산 헌납 약속 지킬까요? 11 글쎄.. 2009/06/22 671
468716 어느 KBS 여자 아나운서의 미니 홈피에서 6 ........ 2009/06/22 3,929
468715 1년지난 양파효소 사용방법 문의 5 궁금이 2009/06/22 765
468714 후배들이 없는 슬픔 21 늙어가는 3.. 2009/06/22 1,650
468713 싸이에 올린 사진 인화할수 있나요? 6 급해요 2009/06/22 1,271
468712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당신... 재산 헌납 약속부터 좀 지켜보쇼... 4 약속 2009/06/22 318
468711 휴대폰 통화목록을 폰으로 찍으면 흐릿하게만 나오나요? 4 통화목록사진.. 2009/06/22 371
468710 추모콘서트 다녀왔습니다 14 월남치마 2009/06/22 1,431
468709 남편에게 신경질을 좀 부렸는데요.. 4 ... 2009/06/22 754
468708 불면증약 몸에 안 좋나요?? 11 ... 2009/06/22 880
468707 해석 좀 해주세요~~! 2 불어 아시는.. 2009/06/22 258
468706 마음이 단단해 지는 법 4 이런시국에이.. 2009/06/22 705
468705 연세 고시원 5 나의 대통령.. 2009/06/22 661
468704 정의구현 사제단 블로그 주소입니다 5 용감씩씩꿋꿋.. 2009/06/22 602
468703 어머님이 바라시는 것 3 ... 2009/06/22 618
468702 '신부 폭행 사진' 온라인서 논란…경찰 "완력쓰면 제압 당연" 4 세우실 2009/06/22 648
468701 다시 바람이 분다 추모 공연 현장 스케치 8 바람이 분다.. 2009/06/22 1,080
468700 백수인줄 알았던 회사언니의 연하남친... 32 .. 2009/06/22 11,956
468699 오늘 유시민의 추모사 12 저녁숲 2009/06/22 1,086
468698 기적의 도서관, 권양숙 문고 폐쇄 논란 (펌) 3 알아서 기는.. 2009/06/22 477
468697 우리는 사랑할 만한 사람을 정말 사랑스러운 사람을 사랑했습니다. 사랑스런사람.. 2009/06/22 271
468696 가슴으로 부르는 이름 1 . 2009/06/22 353
468695 아버지가 하시는 일이 잘 안되어서 갑자기 수입이 끊기게 생겼어요 2009/06/22 579
468694 국내여행에 캐리어 끌고 가면 이상할까요--; 17 혹시 2009/06/22 1,882
468693 아이 잠옷 만들려면 천이 어느정도 필요할까요? 3 양재 2009/06/22 343
468692 국정쇄신 대신 장악 ‘고삐’…공안통치 강화 우려 2 천성관 2009/06/22 341
468691 DOC안 나왔나요? 9 ........ 2009/06/22 1,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