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옥수수 들고 도망가기..

^^* 조회수 : 765
작성일 : 2009-04-05 00:52:20
어둠이 내려앉았을때쯤 시장에 가니

시장입구에 장사하시는 할머니께서 집에 가시기 위해 주섬주섬 물건들을
정리하시며 담고 계셨어요.
보니까 많이 남으신것 같았어요.

커다란 배낭에 남은 것들을 담는데
저걸 어떻게 다 지고 가실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찡했어요.

할머니께서 저 보시더니
옥수수 삶은거 하나 줄테니 가져가라고 하십니다.

"할머니 오늘 장사 잘 안되셨나봐요?
왜이리 많이 남으셨어요?"
제 말에 할머니는 그냥 씩~ 웃으십니다.

그리곤 옥수수 한봉지를 저에게 주시면서
"내가 애기엄마한테 너무 미안해서 그러니까 이거 가져가서 먹어~"
제가 할머니께 드실 것 몇번 드렸다고 할머니는 제게 미안해 하시고 계시네요..
절대 미안해 하시지 않으셔도 되는데 말이예요.
제가 좋아서 그랬을뿐인데 말입니다.

할머니께 옥수수 한봉지 더 달라고 말했습니다.
할머니께서 흔쾌히 한봉지 더 주셨습니다.

이때다 싶어 얼른 할머니께 5천원을 쥐어주고서 도망치듯이 왔습니다.

도망치는 제 뒤에서 들려오는 할머니 목소리.....
"에구 내가 미안해서 우짜누~~~ 에구 이러면 안되는데~~~"

길 건너편에서 할머니를 보니 아직도 배낭이 많이 무거워 보이십니다.
한쪽 다리가 많이 아프신지 지팡이에 의지하고서도
걸음이 힘겨워보이십니다.

지친 몸 이끌고 집에가시면 누가 뜨뜻한 밥 차려주실 사람 있을지...
오늘은 그 생각이 머리에 자꾸 맴도네요..

가끔씩 이렇게 옥수수들고 도망치기를 해야겠습니다^^*




IP : 125.131.xxx.229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9.4.5 12:55 AM (218.237.xxx.223)

    늦은 밤 따뜻한 사연에 눈시울 적십니다.
    행복한 밤 되시길....^^

  • 2. ..........
    '09.4.5 12:56 AM (211.211.xxx.83)

    고운 마음을 지니셨네요...저도 그 할머니 옥수수 팔아 드리고 싶어요^^

  • 3. 저도
    '09.4.5 1:05 AM (125.177.xxx.79)

    옥수수들고 달리기 하고싶습니다^^

  • 4. 식목일
    '09.4.5 7:02 AM (124.80.xxx.29)

    예전 삼성플라자 광장에서 웬 날라리같은 남학생들이 좌판 할머님께 은행을 사더라구요.

    속으로 아이들이 은행을? 하고 있었는데 할머님 말씀이 재들이 이 노친네 안쓰러워서 사는거야하시더라구요.

    속이 짠해지던걸요. 그런데 우리딸도 벌써 좌판 할머니 보이면 이럽니다. 엄마 나 콩, 아님 나물, 은행..등등. 평소 입도 안대면서^^

  • 5. 눈물이
    '09.4.5 11:37 AM (58.121.xxx.10)

    나네요.ㅠㅠ 원글님 계속 할머니께 잘해들리길 염치없게 부탁드려요.

  • 6. ^^*
    '09.4.5 12:54 PM (125.131.xxx.229)

    네~ 계속 잘해드릴께요.
    제가 사는곳 바로 가까운데서 장사하시니까
    제가 꼭 시장볼 일 없더라도 수시로 할머니 볼수가 있어요.

  • 7. 혹시
    '09.4.5 11:26 PM (220.71.xxx.79)

    얼마전에 만원으로... 이렇게 글 올리셨던 분 아니신지....
    왠지 맘 씀씀이가 딞으신 분 같네요...

    오늘도 따뜻한 맘으로 잘 잘것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 8. ^^*
    '09.4.7 12:05 AM (125.131.xxx.229)

    ㅎㅎㅎ
    오늘은 할머니께 돌미나리 사고 사과한알 드렸어요.
    할머니께서 숟가락으로 긁어드시더라구요^^
    저 어릴적에 울 할머니도 사과를 숟가락으로 긁어드셨는데~~~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48990 인삼차 안에 인삼은? 2 무식쟁이 2009/04/05 451
448989 남편명의로 된 펀드를 부인이 해약할 수 있을까요?^^ 2 펀드해약때... 2009/04/05 370
448988 故 안재환 유족, “정선희, 의혹 먼저 밝히고 방송 복귀하라” 17 세우실 2009/04/05 2,058
448987 가족행사하는곳있나요 식목일 2009/04/05 248
448986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할까요?? 1 모르겠는엄마.. 2009/04/05 451
448985 Turning point.. 6 오리지널~ 2009/04/05 866
448984 여학생에게 먹일만한 영양제 알려주세요 1 ... 2009/04/05 337
448983 외국으로 시집가는 동생에게 어떤칼을 사주어야할까요? 7 언니 2009/04/05 738
448982 김치 갓 담은후 실온에 얼마나 뒀다가 냉장고에 넣어냐 되나요? 1 바다 2009/04/05 599
448981 미백/화이트닝 에 관해 잘못 알고 있는 몇가지! 마임 2009/04/05 623
448980 속옷에 묻은 생리혈 어떻게 세척해야 잘 닦이나요? 13 zerin 2009/04/05 1,941
448979 아이들 숙제나 대회준비 등등 도와주시나요? 4 엄마 2009/04/05 572
448978 4월4일이 제 결혼기념일인데요... 5 자식땜에 산.. 2009/04/05 752
448977 드럼세탁기에 이불빨래 12 이불빨래 2009/04/05 1,516
448976 쎄타필을 올겨울에 바르고 나서 2 후기 2009/04/05 1,368
448975 아파트 일조량과 기운(?)의 관계가 있을까요? 5 일조량 2009/04/05 1,121
448974 분당삼성플라자 상품권행사하나요? 궁금이 2009/04/05 318
448973 어디로 이사를.... 집찾아삼만리.. 2009/04/05 557
448972 술 마시고 온 남편에게 어떻게 행동하시나요? 11 시큰둥 2009/04/05 1,859
448971 몸이 너무 너무 너무 추워요. 10 추워요. 2009/04/05 1,744
448970 로션 소개해 주세요^^ 5 고민엄마 2009/04/05 755
448969 하루내내 넘 힘들어서 3 고3엄마 2009/04/05 997
448968 등에 난 것이 여드름 13 여드름 고.. 2009/04/05 1,122
448967 애들 소변보고나서 닦아주는거요.. 9 궁금 2009/04/05 1,504
448966 최종 3명 결정났어요. 근데 좀 실망입니다 23 프로젝트런웨.. 2009/04/05 6,521
448965 폴로 구매대행 하는 리치마미에서 확인 좀 부탁 드려요ㅠ.ㅠ 9 쇼핑 2009/04/05 604
448964 옥수수 들고 도망가기.. 8 ^^* 2009/04/05 765
448963 김연아 안티카페? 인터넷에만 10여개 ‘논란’ 外 4 세우실 2009/04/05 1,062
448962 (펌) G-20, 오바마와 MB가 나눈 이야기의 전부는 고작 1분 ? 6 고마워 2009/04/05 680
448961 참 서럽습니다. <-- 이글쓴 원글입니다. 1 감사합니다... 2009/04/05 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