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려앉았을때쯤 시장에 가니
시장입구에 장사하시는 할머니께서 집에 가시기 위해 주섬주섬 물건들을
정리하시며 담고 계셨어요.
보니까 많이 남으신것 같았어요.
커다란 배낭에 남은 것들을 담는데
저걸 어떻게 다 지고 가실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찡했어요.
할머니께서 저 보시더니
옥수수 삶은거 하나 줄테니 가져가라고 하십니다.
"할머니 오늘 장사 잘 안되셨나봐요?
왜이리 많이 남으셨어요?"
제 말에 할머니는 그냥 씩~ 웃으십니다.
그리곤 옥수수 한봉지를 저에게 주시면서
"내가 애기엄마한테 너무 미안해서 그러니까 이거 가져가서 먹어~"
제가 할머니께 드실 것 몇번 드렸다고 할머니는 제게 미안해 하시고 계시네요..
절대 미안해 하시지 않으셔도 되는데 말이예요.
제가 좋아서 그랬을뿐인데 말입니다.
할머니께 옥수수 한봉지 더 달라고 말했습니다.
할머니께서 흔쾌히 한봉지 더 주셨습니다.
이때다 싶어 얼른 할머니께 5천원을 쥐어주고서 도망치듯이 왔습니다.
도망치는 제 뒤에서 들려오는 할머니 목소리.....
"에구 내가 미안해서 우짜누~~~ 에구 이러면 안되는데~~~"
길 건너편에서 할머니를 보니 아직도 배낭이 많이 무거워 보이십니다.
한쪽 다리가 많이 아프신지 지팡이에 의지하고서도
걸음이 힘겨워보이십니다.
지친 몸 이끌고 집에가시면 누가 뜨뜻한 밥 차려주실 사람 있을지...
오늘은 그 생각이 머리에 자꾸 맴도네요..
가끔씩 이렇게 옥수수들고 도망치기를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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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들고 도망가기..
^^* 조회수 : 765
작성일 : 2009-04-05 00:52:20
IP : 125.131.xxx.229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9.4.5 12:55 AM (218.237.xxx.223)늦은 밤 따뜻한 사연에 눈시울 적십니다.
행복한 밤 되시길....^^2. ..........
'09.4.5 12:56 AM (211.211.xxx.83)고운 마음을 지니셨네요...저도 그 할머니 옥수수 팔아 드리고 싶어요^^
3. 저도
'09.4.5 1:05 AM (125.177.xxx.79)옥수수들고 달리기 하고싶습니다^^
4. 식목일
'09.4.5 7:02 AM (124.80.xxx.29)예전 삼성플라자 광장에서 웬 날라리같은 남학생들이 좌판 할머님께 은행을 사더라구요.
속으로 아이들이 은행을? 하고 있었는데 할머님 말씀이 재들이 이 노친네 안쓰러워서 사는거야하시더라구요.
속이 짠해지던걸요. 그런데 우리딸도 벌써 좌판 할머니 보이면 이럽니다. 엄마 나 콩, 아님 나물, 은행..등등. 평소 입도 안대면서^^5. 눈물이
'09.4.5 11:37 AM (58.121.xxx.10)나네요.ㅠㅠ 원글님 계속 할머니께 잘해들리길 염치없게 부탁드려요.
6. ^^*
'09.4.5 12:54 PM (125.131.xxx.229)네~ 계속 잘해드릴께요.
제가 사는곳 바로 가까운데서 장사하시니까
제가 꼭 시장볼 일 없더라도 수시로 할머니 볼수가 있어요.7. 혹시
'09.4.5 11:26 PM (220.71.xxx.79)얼마전에 만원으로... 이렇게 글 올리셨던 분 아니신지....
왠지 맘 씀씀이가 딞으신 분 같네요...
오늘도 따뜻한 맘으로 잘 잘것같아 기분이 좋습니다...^^8. ^^*
'09.4.7 12:05 AM (125.131.xxx.229)ㅎㅎㅎ
오늘은 할머니께 돌미나리 사고 사과한알 드렸어요.
할머니께서 숟가락으로 긁어드시더라구요^^
저 어릴적에 울 할머니도 사과를 숟가락으로 긁어드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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