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편에선 사이시옷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 썰을 풀어볼까 합니다. 제가 전문가가 아닌 야매 썰쟁이라서, 거기다 아는 게 딱 수심 1미터까지라 - 그러니 1미터 아래로는 물어보지 마세요. 다칠 수 있습니다.^^ - 엉성한 게 많습니다만, 1m 이내에 한해 성의껏 해보려구요. (야매로 댄스 강습까지 해서 몸이 뻐근하네요.....^^)
좀 길어요. 수심 1미터에 불과한 야매의 엉성함을 다른 것들로 메우려고 하다 보니.
<빌리 엘리어트>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줄거리는 생략할게요. 많은 분들이 보셨을 듯해서.^^) 영국 산 영화인데 시간적 배경이 1984년이에요. 1984년, 그때 영국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냐 하면 탄광노조의 총파업이 있었습니다. 주인공 빌리가 사는 마을이 바로 탄광촌이었죠. 빌리 아빠와 형도 광부였구요. 그런 까닭에 영화에서 파업은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합니다.
1984년, 당시 영국은 대처를 수장으로 하는 보수당이 집권을 하고 있었습니다. ‘해가 지지 않는 제국’까지 건설했던 영국은 쪽팔리게도 1970년대에 선진국으로서는 처음으로 구제 금융 사태를 거치는 수모를 겪게 됩니다. 1979년에 집권을 한 보수당은 영국을 그렇게 만든 주요 원인으로 과도한 복지정책과 과도한 노동자 파업, 공기업의 방만함 등을 꼽았습니다. 따라서 대처는 그러한 것들을 ‘개혁’하여 영국병을 고치겠다며, 흔히 어려운 말로 ‘신자유주의 정책’이라 불리는 일련의 조치들을 취합니다.
복지는 축소하고 노동자들의 파업은 엄정 대처하고 공기업을 막 민영화하기 시작한 거죠. (요즘 누가 신나게 떠들어대는 내용과 참 많이 비슷하죠?^^) 철도, 수도 같은 것들이 그때 다 민영화가 됐는데 그 덕에 좋아져야할 영국 철도가 웬일인지 이후 연착, 고장, 사고 등으로 유명해지게 됐다고 합니다. 또 세계 최초로 철도와 지하철을 만들어낸 나라인데도 극동의 요 작은 나라, 한국도 가지고 있는 고속철도가 아직도 영국에는 없다고 하네요?
어쨌든요, 당시 대처의 ‘개혁’은 승승장구를 합니다. 노동자 파업? 그거에 대해서도 얄짤 없었습니다. 빌리 아빠와 형이 소속돼 있던 탄광노조는 영국의 숱한 노동자단체 중에서도 지존으로 통했습니다. 조직력과 행동력이 제일 뛰어난 곳이었죠. 그때 영국의 탄광노동자들이 얼마 동안 파업을 했냐 하면 무려 52주, 1년이 넘도록 했었답니다. 파업은 왜 했는고 하니 영국 정부가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탄광산업을 팽하려고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평생 광부로 살아왔고, 또한 앞으로도 광부로 살아갈 것이라 믿었던 빌리 아빠한테 그 소식이 어떻게 들렸을지. 예, 그래서 빌리 아빠와 동료들은 파업에 나섰던 것이죠.
하지만 영국 정보는 탄광노조의 파업에 대해 철저히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했습니다. 그 말은 빌리네 집에 1년이 넘도록 수입이 끊겼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빌리 엘리어트>를 보면 겨울에 난방 연료가 떨어지자 빌리 아빠가 피아노를 부셔서 땔감을 만드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대처는 내친 김에 세제 ‘개혁’도 단행합니다. 재산과 소득에 비례해 징수하던 지방세를 쪽수대로 ‘공평하게’ 걷는 쪽으로 선회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거죠. 강남에 빌딩이 있으면서 연봉 5억을 받든 옥탑방에 살면서 연봉 천만 원을 받든 간에 니네 집에 성인 세 명이 있으면 3만 원, 다섯 명이 있으면 5만 원 내라.... 그것이 일명 ‘인두세(pole tax)'라 불리는, 대처 정부가 내놓은 새로운 지방세 형태였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철의 여인’ 대처를 펑펑 울게 만들 줄이야....^^
영국 국민들은 분노합니다. 그렇잖아도 살기 힘들어 죽겠구만, 뭣이라??? 세금을 머릿수대로 걷겠다고? 두둥~! 분노한 영국시민들은 대처와 보수당을 규탄하며 1990년 3월에 런던의 트래팔가 광장으로 모입니다. 모인 사람 수는 물경 20만 명! 처음에 평화로웠던 시위는 기마경찰이 한 여성을 구타하고 짓밟은 것을 계기로 폭동 수준으로 변모합니다. 경찰이 아무리 물대포를 쏘고 소화기 분말을 뿌려대도 성난 시민들은 흩어질 줄 몰랐습니다. 오히려 ‘청와대로!’가 아니라^^ ‘다우닝가로!’를 외치며 총리 관저를 향합니다.
결국 대처는 1990년 11월에 하야하게 됩니다. 대처가 물러나지 않고는 성난 민심을 도저히 달랠 길이 없었기 때문이었죠. 노동자 파업 앞에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던 대처였지만 여왕에게 하야의 뜻을 전하고 나오면서는 펑펑 울었다고 하는군요. ^^ 대처의 뒤를 이어 총리의 자리에 오른 사람은 같은 보수당의 존 메이어였고, 존 메이어는 어쩔 수 없이 ‘그래, 그래. 알았어. 오케바리~’ 하면서 인두세를 없던 것으로 만듭니다. (참, 복당녀가 벤치마킹하고자 하는 사람이 마거릿 대처랍니다.^^)
후우,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제야 사이시옷의 세계로 들어섰네요.^^ 예, 인두세를 언급하기 위해 이렇게 오~~~래 에둘러 온 거랍니다. 왜 인두세냐.... 지금 한 번 ‘인두세’를 소리 내어 발음해 보세요, 어떻게 소리가 나는지. 인둗쎄? 인두세? 아마 대부분이 [인둗쎄]라고 발음하실 겁니다.
[인둗쎄]라고 발음되는 인두세는, 과거에는 ‘인둣세’라고 표기를 했었답니다. 왜냐하면 한 단어 안에서 중간에 된소리되기 현상이 일어나면 사이시옷을 사용해야 하는 게 맞춤법 규칙 중 하나니까요. 자, 한번 볼까요?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 박인환, ‘세월이 가면’ 중에서
저 시에 쓰인 단어 중에서 ‘호숫가’를 발음해보세요. [호숟까]로 소리 나죠? ‘호숫가’는 ‘호수’와 주변을 뜻하는 ‘가’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그런데 합쳐지고 나니 저렇듯 ‘가’의 기역이 뜬금없이 된소리로 발음되어버리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 사실을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요? 그냥 ‘호수가’라고 쓰면 ‘가’가 [까]로 소리 난다는 것을 알 도리가 없겠죠? 그래서 ‘가’ 앞에 사이시옷을 첨가하여 ‘가’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발음된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는 겁니다. (머리 아파도 조금만 참으세요!^^)
그 다음으로 ‘나뭇잎은 떨어지고 / 나뭇잎은 흙이 되고 / 나뭇잎에 덮여서’ 할 때의 ‘나뭇잎’을 봅시다. 이 단어는 [나문닙]이라고 발음됩니다. ‘나무’와 ‘잎’이 결합하여 하나의 단어를 이루자 원래는 없던 자식 하나가 ‘내가 당신 아들이요!’ 하며 발음상에서 스윽, 기어들어온 거죠. 그 자식은 어떤 자식일까요? 예, 그렇습니다. 이 자식입니다.^^ 바로 ‘ㄴ’요. ‘나무[나무]+‘잎[입]’을 보세요. ‘나[문닙]’에서 괄호 속의 ‘ㄴ’은 어디에도 없지 않습니까? 근데 발음을 하는 순간이 되면 ‘아, 내가 당신들 아들이라니깐!’ 하면서 스윽 기어들어와 ‘나[문닙]’으로 바뀐다는 겁니다. 따라서 이 경우도 그냥 ‘나무잎’이라 쓰면 어떻게 될까요? 저렇게 당신 아들이라고 외치는 ‘ㄴ’첨가 현상을 알릴 방법이 없어지겠죠? 그래서 ‘나무’와 ‘잎’ 사이에 사이시옷을 끼워 넣어 발음할 때 니은이 첨가된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는 거랍니다.
많이 복잡했나요? 그렇다면 정리를 함 해보자구요.^^
- 사이시옷은 한 단어 내에서만 쓰입니다. ‘나뭇잎, 호숫가, 뱃사공, 잇몸’에서처럼요.
- 한 단어는 한 단어인데, 그 단어는 원래 두 개의 단어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그런 단어를 복합어라고 해요. 나뭇잎(나무+잎), 호숫가(호수+가), 뱃사공(배+사공), 잇몸(이+몸)이 모두 복합어입니다.
- 그러므로 사이시옷은 복합어가 ‘발음’될 때 1)‘ㄴ’ 첨가 현상이 일어나거나 2)된소리되기 현상이 일어나는 경우에 사용됩니다. 그걸 알릴 목적으로 사용되는 표식인 셈이죠. 기억하세요. 사이시옷은 니은, 된소리와 관계가 있다는 걸.
그렇기 때문에 저 경우에 해당되지 않으면 사이시옷을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뒷풀이를 봅시다. 뒷풀이, 뒷풀이, 뒷풀이... 이건 과연 맞춤법에 맞게 쓴 것일까, 아닐까요? 그걸 알려면 ‘뒤+풀이’가 되는 과정에서 발음상 ‘ㄴ’이 첨가되거나 된소리로 발음되는 게 있나 살펴야 합니다. 있나요? 그렇습니다. 없습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해야 한다구요? 사이시옷을 쓰면 안 됩니다! 그냥 ‘뒤풀이’가 맞는 거예요. 나루터, 코털, 뒤태도 마찬가지. ‘나룻터, 콧털, 뒷태’가 아닙니다.
그럼 이건 어떨까요? 나 뒷끝 있는 여자야~! (이대 나온 여자보다 더 무서운 여자죠.^^)
저기서 ‘뒷끝’을 함 보세요. 저 단어는 ‘뒤’와 ‘끝’이 만나서 하나의 단어가 된 복합어죠? 그럼 그 과정에서 발음상 ‘ㄴ'첨가가 이루어지고 있나요? 아니군요. 그렇다면 이번엔 된소리. 발음상에서 된소리로 발음되는 게 있나요? 예, 있군요! 따라서 요건 ‘뒷끝’이 맞군.......................
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사이시옷은, 외모는 된소리가 아닌데 소리 날 때만 된소리로 바뀌는 단어에만 삽입하는 기호니까요. 원래 외모가 된소리면 다른 기호로 표시해주지 않아도 알아서 된소리로 발음합니다. ‘미꾸라지’를 [미구라지]로 발음하기도 할까요? 뚜껑은 별다른 표시를 해주지 않아도 알아서 [뚜껑]이라고 합니다. 왜? 외모 자체가 문소리, 아니 된소리니까. ‘호수가, 코구멍’처럼 외모가 된소리 아닌 애들이 문제라는 얘깁니다. 얘네들은 따로 표시를 해줘야 발음할 때 된소리로 발음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래서 ‘호숫가, 콧구멍’이라고 하는 거죠.
그러니 ‘뒷끝’은 어떨까요? 외모가 이미 된소리로 되어 있죠? 굳이 사이시옷을 끼워 넣어서 ‘요건 발음할 때 꼭 된소리로 하여라’라고 알려줄 필요가 없습니다. 고로 ‘뒷끝’이 아니라 ‘뒤끝’이라고 해야 합니다. 우린 배운 여자들이자 뒤끝 있는 여자들인 것이죠.^^
분량이 길어진 관계로 이번 편은 여기에서 끝내겠습니다.--; (흑흑 양념쥐와 간수방은 얘기도 못 꺼냈는데..) 나머지는 다음 편에서. 근데 뒤끝 있는 여자다 보니 끝내면서도 그냥은 못 끝내겠네요. 다시 한 번 정리하고 끝낼게요.^^
결론.
- 사이시옷은 한 단어 내에서만 사용됩니다. 머릿 속? 오, 노~ 머릿속.
- 한 단어 내에서도 ‘발음상’ 니은 첨가와 된소리되기 현상이 일어날 때만 사용합니다. 외모가 이미 된소리인 애들은 사이시옷 안 씁니다. 나뭇꾼? 오, 노~ 나무꾼.
- 고로 사이시옷 쓰는 게 헷갈릴 때에는 니은과 된소리를 떠올리세요. 문소리가 아닙니다. 된장녀도 아니에요. 니은과 된소리. 꼭 기억하세요. 사이시옷은 ‘니은과 된소리’와 관련이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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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짬이 맞춤법 교실] 3-1. 아이들 국어시험에도 나오는 양념쥐, 간수방 : 사이시옷의 경우(1)
프리댄서 조회수 : 801
작성일 : 2009-01-11 01:41:05
IP : 219.241.xxx.222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9.1.11 1:58 AM (78.48.xxx.185)프리댄서님 오셨군요. 반가워요.
댄스강습도 하시나봐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프리랜서 님인줄 알고계세요.
일단 댓글먼저 달고 읽어볼랍니다. 고맙습니다.2. 오..
'09.1.11 2:03 AM (58.146.xxx.7)빌리 엘리어트...
그때가 너무 그립네요.. ㅜ.ㅜ3. 은실비
'09.1.11 7:11 AM (122.57.xxx.203)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저도 지금까지 프리랜서님인줄로 알았는데, 프리댄스님이셨군요. ^^4. 호호
'09.1.11 8:02 AM (67.85.xxx.211)이 생도는 염불은 뒷전, 잿밥 (맞슴까? )이 진수성찬이라고 외칩니다. ㅎㅎ
5. 평안과 평화
'09.1.11 9:01 AM (211.109.xxx.18)반갑습니다.
늘 도움을 받고 있네요,
건강하세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다음 얘기를6. 인천한라봉
'09.1.11 10:00 AM (211.179.xxx.43)아항~ 그렇군요..^^;
근데 다음부터 잘 쓸 수 있을지.. 습관이 되어서요.. 감사해요^^7. ^^
'09.1.11 12:49 PM (218.237.xxx.181)영화이야기도 너무 재미있고,
사이시옷에 관련된 글도 기억하기 쉽게 잘 설명해주셨네요.
잘 기억하겠습니다.
다음글도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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