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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어제 아내와 잠깐 유머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애 보느라 정신이 없어서 요즘에는 전처럼 대화를 많이 하
진 못하고 있어요. 주로 제가 쫑알쫑알 이야기를 하면 아내가 많이 들어주고 코멘트를 짧게 해주는 편이지요. 제
가 워낙 나불나불 말이 많은 편이라서요.;;;
예전에 저 어렸을 때 <유머 1번지>라는 프로가 있었어요. 아마 많은 분들이 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변방
의 북소리>라는 코너가 있었지요. 심형래 님을 비롯한 많은 등장인물들이 변방을 지키는 병졸들인데, 심형래 님
이 항상 뭔가 급한 전갈을 가져오고, 바삐 서두르다가 자꾸만 뭔가 실수를 하고 넘어지고, 그러다가 항상 적이 쳐
들어 올 듯 말 듯 하다가 끝나는 코너였던 걸로 기억이 나네요. 아무튼 엄청 웃겼었어요. 주말에 했었던 것 같은
데, 주말마다 무척 웃었었지요. 또 이경규 님이 나오셨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몰래 카메라>도 무척 재밌었어
요. 아직까지도 기억나는 건 이범학 씨이던가요...? "내 사랑 굿바이"인가 하는 노래를 불렀던 가수 분이셨던 것 같
은데. 그 때 대학생들이 나오는 퀴즈 프로였던 <퀴즈 아카데미>에 나오셔서 "달과 6백냥"이란 팀에게 문제를 내는
역할을 이범학 씨가 맡게 되었고, 이범학 씨가 황당한 문제들을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봤었지요. 뭐, 지엔피는 1인
당 국민소득을 말합니다 그러면 새발의 피는 뭘 말하는 것일까요 이런 문제들이었는데요. 그 때는 정말 재밌었어
요. 정말로 웃다가 숨이 막힐 지경이었고, 보면서 물 먹다가 물을 뿜어서 정말 방안에 물이 흥건할 정도였으니까
요.
그래서 몇 년 전에 판도라 티비로 다시 추억의 옛날 프로들을 검색해서 보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다
시 보니 영 재미가 없더라구요. 좀 썰렁하달까...;;;
어제 한겨레 신문을 봤는데, 한승헌 변호사님이 글을 쓰셨더군요. 한승헌 변호사님은 인권변호사로 유명하신 분
이시고, 김대중 정부 때 감사원장도 지내셨을 정도로 사회적으로 명망있는 분이시죠. 그리고 "한국 최고의 유
머"를 가진 변호사라는 평이 있어요. 박원순 변호사님이 쓰신 <역사가 이들을 무죄로 하리라>라는 책을 보면 여
러 인권변호사들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그 중에 당연히 한승헌 변호사님에 대한 부분도 있어요. 거기 보면 "한국
최고의 유머"를 가진 변호사라는 평이 나오면서 일화가 몇 개 나옵니다. 몇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어제 한
겨레 신문에서 한승헌 변호사님이 쓰신 내용을 소개하자면, 어떤 모임에서 한승헌 변호사님을 만난 분이 이렇게
여쭤봤답니다. "항상 바쁘게 사셨는데, 요즘엔 좀 한가하시냐"고요. 한승헌 변호사님이야 항상 일복이 많다고 스
스로도 말씀하실 정도로 일복이 많은 분이셨다니까 이런 질문은 안부인사로서 당연한 것일 수도 있었겠지요. 그
러자 한승헌 변호사님께서 그러셨대요. "저야 원래 한가(韓家) 아닙니까" 그러자 안부인사를 건네신 분을 포함해
서 주변분들이 모두 폭소를 터뜨리셨다고 합니다. <역사가 이들을 무죄로 하리라>에 소개된 사례도 좀 있는데요.
민변 사무국장도 하시고 열심히 시국사건 변론도 도맡아 하신 (80년대 당시) 젊은 변호사이신 백승헌 변호사님께
한 번은 진지하게 이렇게 말씀하셨답니다. "아무래도 자넨 내 사위가 되긴 힘들겠네" 존경하는 선배 변호사님의
갑작스런 말씀에 자신이 뭔가 잘못을 저지른 게 있는지 어리둥절해 있던 백승헌 변호사님께 이렇게 덧붙이셨다
고 해요. "장인이 한승헌인데, 사위가 백승헌이면 되겠나"라고요. 그 말씀에 모두 함박웃음을 지었다고 하더군요.
그 이외에도 70년대 암울한 시기에 "이 사람한테 변론을 맡기면 감옥 안갈 사람도 감옥가고, 다른 사람 변호를 서
주려다가 자신이 구속될 정도의 엉터리 변호사"라고 미국 인권 관련 변호사들에게 농담으로 소개되기도 했던 그
런 일화며 그 분의 유머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일화가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분의 유머와 관련된 일화를 읽을 때면, 참으로 외람된 생각이지만, 항상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냐 뭐야 한국 최고의 유머라더니만... 별로 안웃기잖아. 썰렁한데...;;;
세상이 더 각박해져서 많은 사람들이 웃음을 잃게 된 것인지 아니면 저만 그렇게 각박해진 것인지. 막상 이 글을
쓰면서 다시 그 광경들을 머릿속에 가만히 떠올려 보니 저는 잠깐 미소를 짓게 되네요.^^;;; 아무튼 처음 읽었을
땐 그런 느낌이었이요.;;; 제가 다시 가만히 생각해보니 "썰렁하다"는 표현이 나오면서부터 사람들이 유머에 관해
서 좀 엄격해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아내와도 어제 이야기를 했었지만, 그 전에는 상대방이 농담을 던지려는 의
도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지금 표현으론 좀 "썰렁"해도 좀더 쉽게 웃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유머는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하워드 진이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라는 책에서 그런
말을 했죠. 급진적이고 진지하면서도 교조적이지 않고 또 유머를 잃지 않는 운동가. 그런 사람이 진짜라고. 참 어
려운 것 같아요. 유머를 갖추는 것 말이죠. 하지만, 좀더 웃음에 대해서 너그러운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좀 썰
렁해도 자주 웃는 그런 세상 말이에요.
"박복한 너구리씨" 사건이 댓글에 나오길래 뭔가...하고 "너구리"로 검색해 봤다가 참으로 크게 웃게 되었습니다.
그 글을 읽고서는 유머에 관해서 뭔가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에 잠깐 써봤어요. 요즘엔 82에 글 쓰는 것에 재미를
붙혀서 해야할 공부는 안하고 자꾸 엉뚱한 글만 쓰는군요... 에공...;;
1. 재밌게
'09.1.7 2:15 PM (61.38.xxx.69)읽었어요.
전 모르던 얘기고 확실한 유머 맞는걸요.
소리내서 웃었어요.
감솨~2. ^^
'09.1.7 2:32 PM (218.238.xxx.201)폭소를 터뜨려야만 유머겠어요.
님처럼 잔잔하게 미소짓게 하는 글도 편안한 유머감각이지요.
아아.....
요즘엔 82에 글 쓰는 것에 재미를 붙혀서 해야할 <일>은 안하고 자꾸
엉뚱한 <댓글>만 씁니다, 전.3. 자유
'09.1.7 3:31 PM (211.203.xxx.2)저도 요즘에 82에 재미를 붙여서.
해야 할 일은 안하고 자꾸 엉뚱한 댓글만 씁니다....2222
살면서 보면...재치와 위트가 있는 분들, 참 부럽더라구요.
저는 공연히 너무 진지한 스타일이라...
유머는 참 타고난 재주 같아요. 소중한 재주이고.^^*4. 하늘을 날자
'09.1.7 3:49 PM (124.194.xxx.146)자유님. 제 글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해요. 댓글도 여러 번 달아주시고. 댓글에 다시 응답을 잘 하진 못하지만, 댓글 달아주신 분들 항상 감사하더라구요. ^^;;; (영 맘에 안들고 부끄러운 글이지만, 독후감은 수정 및 완결해서 다시 올렸습니다.;;; 어쨌든 "독자"시니까 밝히지 않을 수 없어서... 에고 머쓱해라...;;;) 처음에 쓰셨던 "아줌마가 아빠가 되어줄게" 글 참 잘 읽었습니다. 존경합니다.
82에는 참 존경스러운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몽이 엄마님, 인천 한라봉님에서부터 시작해서 유명하신 구름이님, 베를린님, 소심님, 그이외 제가 아직 잘 모르는 많은 분들까지. 아무튼 82에 빠져서 헤어나오질 못하네요. ㅋ5. 자유
'09.1.8 12:10 AM (211.203.xxx.23)<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글 완성본 보고 왔습니다. 소감도 간략히 남겼구요.^^
......................
저는 글을 쓰기 시작할 때에는 의욕을 가지고 쓰게 되지만, 매듭 짓기가 참 힘들더라구요.
어떨 때에는 다 쓰고 나서 보면, 내가 쓰고자 한 것이 이건 아닌데 싶어서
길고도 길게 쓴 글을 스르륵~ 삭제도 해 버린다지요.^^::(제가 퍽 소심해서요.)
자신 있게 견해를 피력하시고, 또 바쁘실텐데 매듭지어 책임 지시는 모습 인상적입니다.
전, 하늘을 날자님 글 참 좋아요.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거든요.
앞으로도 좋은 글 남겨주세요. 읽고자 기다리는 독자(팬)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