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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 부탁드려요. - 할머니와, 아빠와의 문제

어떻게 해야 할 지 조회수 : 488
작성일 : 2008-12-17 00:06:37
저는 아직 미혼이고 제 친구들은 문제 없이 자라는 친구들만 있는터라 조언을 얻을 곳이 없네요.
밤에 고민하다가 이 게시판에 털어 놓으려 합니다.
조언 부탁드려요.

5년 전에 친할머니가 (높임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죄송하지만 사양할게요. 너무너무 질려서 할머니라는 표현조차 사용하기 싫거든요) 중풍으로 병원에 입원하셨어요.
당시 저는 대학 1학년, 언니는 3학년이었습니다. 참고로 언니는 휴학 상태였어요.(제가 1학년 겨울방학때였어요)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셔서 저와 언니가 병원에서 간호를 했습니다.
한 쪽이 마비가 와서 거동은 물론 밥, 씻기, 화장실 등 다 저희가 했어요.
잠도 병원에서 잤고요. 밥은 기껏 라면 먹을까 말까였어요.
누가 밥 챙겨주는 사람도 없었고 특히 고모는 전화를 했는데 안 받았다하면 환자 놔두고 어디 돌아다니는거냐 타박을 했거든요.
고모들이 있지만 막내고모는 입원 후 2주 정도가 지나서, 다른 고모들은 한 달 정도 지나서 오시더군요.
평소 관계가 나쁜 건 아니었는데 말이에요.
샤워도 하루에 한 번씩 한다고 해서 그렇게 했고 한 달후에 차도가 생겨 걸을 수가 있었는데 본인 편하고자 슬리퍼를 안 신고 다녀서 하루에도 몇 번씩 발을 씻겼습니다.
이렇게 했는데도 병원비는 다 부모님이 계산하셨어요. 아예 낼 생각도 안하더라고요. (참고로 아빠는 받은 것 없는 큰아들입니다.)
그렇게 2달 입원을 하고 1달은 저희 집에 계시니 딱 개강을 했어요.
집에 있을 때도 참 가관이었고요. 말이 길어지니 생략하겠습니다.  
아무도 집에서 돌봐줄 사람이 없으니 큰고모가 데려갔습니다.
거기서 몇 달 살다 다시 본가로 가셨어요. 혼자 사는 게 가능하셨거든요.
그러다 작년 완전히 본가를 팔고 막내고모네 집으로 갔습니다.
고모 아들이 초등학생인데 걔도 돌보고 집안 살림도 하고 그렇게 지내시는 것 같더군요.
(물론 고모 입장에서는 모시고 산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서 이 부분은 전혀 상관하고 싶지 않아요.)

이렇게 약 4년 간의 생활은 정말 말할 수 없이 깁니다.
요약하자면 할머니는 자신에게 잘 해주는 곳을 이리저리 재며 다녔고
저와 언니는 딸조차 돌보지 않는,
몸상태가 가장 안좋았던 3달 간의 병간호와 아무도(심지어 아빠조차) 알아주지 않는(말 한마디 수고한다 건넨 사람은 엄마와 이모뿐이었어요) 생활에다가
할머니는 자신의 몸만 생각하며(정말 저희에게 고맙다는 생각은 눈꼽만치도 없어보였어요.) 저희를 하인 부리듯 하는 생활에 지쳐서
그 이전에도 살가운 관계는 절대 아니었지만 나쁜 관계는 아니었는데 그 당시에는 밥만 챙겨드리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살가운 말이나 한 번 쳐다보지도 않았어요. (집에서 생활하는 한달 동안에요..그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어요) 당시에는 저도 너무 힘들었습니다.

아빠는 이런 저희에게 싸가지 없다고 아픈 사람에게 그렇게 대하냐고 등등 말하셨고
할머니가 큰고모네집, 본가, 막내고모집을 옮겨 다닐 때부터 지금까지 술만 잔뜩 마시면 울부짖으면서(통곡을 하십니다. 정말 주변에 부끄러울 정도로 큰 소리를 지르시면서요)

너희들은 다 필요없다.
너희때문에 내가 어머니랑 못 산다.
할 말이 많은데 너희때문에 못 한다.
나는 평생 너희들 앞에서 이렇게 울다가 죽을 거다.
할머니에게 하루 한통 전화라도 해라. (하루 한 통 전화가 정말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저희아빱니다.)
등등의 말로 제 가슴을 후벼 파시네요.

저는 제 자랑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아빠가 불쌍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어요.
가난한 집에서 게으르고 일만 하려면 싸우는 부모(할머니, 할아머지) 밑에서 못 배우셨지만
지금까지 힘든 일 하시면서 성실하게 살아오신 점 대단하다 생각하거든요.
저희에게 차갑고 무서운 아빠였지만 잘 해드려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아빠는 제 마음의 상처는 전혀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술 마시고 한 소리이니 그냥 이해하기엔 너무 자주, 매번 그러시네요.
제가 할머니에게 차갑게 한 건 사실이지만 전 정말 할머니한테 양말 한 짝 얻어 신은 기억 없고요.
방학 때마다 심심하실 할머니 생각해서 정말 재미없었지만 자진해서 중학교 때까지 갔었습니다.
그 때 온다고 맛있는 음식 한 번 얻어먹은 기억 없어요.
진짜 요즘 대학생 누가 할머니 입원했다고 하루 24시간 병간호 하고, 통원 할 때는 하루 세 끼 다 차리고 그렇게 사는지.....
전 이제 억울하단 생각뿐이에요.
정말 저도 지칩니다. 그냥 아빠가 할머니한테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뭘 그리 잘못했나요. 대학교 1학년 성인이면 성인이지만,, 어린 마음에 할머니, 고모, 친척들에게 상처받고 억울한 마음에 할머니한테 차갑고 냉정하게 대한 것,, 그것이 잘못인데 이젠 그것조차 반성하고 싶지 않아요.

아빠가 말씀하시는 아픈 사람이니까.. 아빠의 엄마니까 너희가 아빠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이해해야지........
등으로 제 마음을 다스리기엔 너무 힘들어요.

오늘도 술을 잔뜩 드시고 와서 한바탕 그러시는데 너무 억울해서 온 몸이 떨리면서 혼자 울었어요.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고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하는지 조언 부탁드릴게요.

덧붙여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IP : 121.186.xxx.168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마도
    '08.12.17 1:37 AM (123.214.xxx.175)

    원글님 어머니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시는 거 아닌가 싶네요.
    친척분들도 마찬가지고...받은게 없는 장남이지만, 장남은 늘 장남의 자리를
    의식하게 마련이고, 장남의 아내는 곧 맏며느리이지요...

    그 서운함이 옳다는게 아니라, 그런 서운함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런 맥락으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세요.

    오래전, 대학 졸업반 때 저 역시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빠한테 따귀를 맞았습니다.
    할머니가 만든 국을 안 먹겠다고 한 탓이지요.
    할머니가 한 반찬에는 늘 머리카락이 들어있었거든요.
    아빠는, 엄마가 할머니를 무시하니까, 그걸 보고 저 역시 할머니를
    무시한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게 어느 순간 폭발한거죠.

    첨엔 너무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었지만, 곰곰 생각해 보니 그렇겠구나..
    싶더라구요. 둘째 며느리인데도 시어머니 모시고 사는 엄마 마음도 이해가 되고,
    그 사이에서 아내에게 한마디도 못하는 아빠 마음도 이해가 되고...그래서
    그 뒤로, 할머니께 더 잘해드렸습니다.

  • 2. 원글이
    '08.12.17 1:50 AM (121.186.xxx.168)

    아마도님 답글 감사드려요.
    어머니에 대한 불만.....
    그럴수도 있겠다..싶어요
    그당시 엄마에게도 막 퍼붓고 그랬었거든요.

    저도 원글님처럼 대학4학년때 까지 국 끓여 주시는 할머니였다면 이렇게까지는 안했을거에요.
    전 고등학생때부터 저희 집 오시면 밥상 차려드렸어요.
    또 원래 노인들은 머리카락이 잘 빠지잖아요.
    저 역시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 음식에는 머리카락이 있었지만 무안하실까 몰래 빼고 먹었어요.
    머리카락 있다고 말하고 안 먹을 정도의 저였다면(원글님을 비난하는 게 아니라 어렸을 적부터 너무 엄하고 제가 바보스러울정도로 억눌려 있어서 그런 건 엄두도 못내요.) 이렇게까지 억울하진 않을거에요.

  • 3. 할머니 막내딸
    '08.12.17 3:20 AM (211.212.xxx.227)

    손녀딸이 방학중이라지만 할머니 병간호한거 너무 너무 장한 일이구요 .
    아빠 이해 할려는 마음이 해결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느껴져 마음이 찡합니다.
    전 엄마가 일찍 돌아가셔서 할머니가 키워주셨어요.
    (지금은 결혼한지 15년이나 되었네요)
    새엄마가 큰며느리역할이 잘 안되니까
    제가 할머니 일 많이 했어요 .
    지금은 할머니가 자리에 누워계시는 데도 참 많이 까다로와서
    작은 숙모님 힘드시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 작은 숙모님 흉보고 할머니 걱정하는 고모에게 완전히 동의 할수 없는 것은
    아마 제가 딸이 아니라 손녀딸이기 때문 일 거예요.
    한치 건너 두치니까요

    원글님 아버지는 시행하지 못한 의무에 대하여 원글님께 투사 하고 계신 듯 합니다.
    술드시고 그러신다면 --평소 음주습관인데 단지 주제가 바뀌신 것은 아닌지..
    중풍후 혈관성 치매가 아니더라도 노환으로 판단력 흐려지신 할머니가
    손녀딸 때문에 큰아들 집에 가기 싫다는 말을 그대로 믿고 탓하고 싶은 건 아닌지..

    여하튼 여러 상황에도 불구하고
    직접 모시지는 못하고
    그렇다고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불완전한 인간으로서, 양가감정을 지닌 할머니 아들로서의 아빠를 이해하시고
    엄마랑 함께 아빠 흉이라도 보시면 어떻까요.-해결책이 변변치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할머니 아빠의 수십년의 애증관계가 얽혀서 쉽게 해결 되지 않습니다.
    완고한 노인이 손녀딸의 진심어린 정성을 이해하고 서로 용서하고 화목해지는 해피엔딩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할머니봉양은 일차적으로 자녀들인 아버지와 고모의 몫입니다.
    며느리 사위의 도움도 필요하겠죠.
    그리고 사회가 국가가 책임져야할 노인 문제 이기도 하구요.

    저나 고모나 할머니 뵈러갈때는
    작은집 사촌여동생학교가고 없을때 얼른 다녀가야합니다.
    할머니 누워계시는 것도 여러사람 들랑거리는 것도 싫어해서요.

    손녀딸땜에 할머니가 큰아들집에 못오고
    딸땜에 어머니 못모시고 산다니요.
    님이 그렇게 집안에서 대단한 결정권을 가지셨나요??

    아버지의 과장된 자기변명입니다.
    내가 멀 잘못했나 억울해 마시고
    아버지가 이해가 안되더라도 그냥 연민으로 대하시구요 .(그나저나 자주 술드시면 안되는데..)

    전 그런 집안 분위기 너무 싫어서 합법적으로 가출하는 방법인 결혼을 했답니다.
    (쩝 ~~이것도 참 신통치 못한 방법이군요.)

    암튼 님은 대단하십니다.
    제 아들이 중1인데 님같은 며늘 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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