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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나쁘다.

ㅠㅠ 조회수 : 682
작성일 : 2008-09-11 02:20:48
정말이지 결혼하고 나서 제가 얼마나 옹졸하고 치사한 인간인줄 뒤늦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 시어머님 모시고 남편과 행복하게 잘 살줄 알았습니다. 제가 어른을 공경할 줄 아는 기본은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주변의 합가는 안된다는 강력한 만류에도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전 시어른 모시고 살 그릇이 안된다는 사실을 지금에야 깨닫습니다.

어제  점심 식사중에 시어머님께서 저에게 너무나 기분 좋은 표정으로 어제 저희 신랑이 엄마 덕분에 내가 편하게 공부할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 엄마는 내가 책임질테니 아무 걱정 마시라고 했다며 며느리인 저에게 자식 자랑을 늘어 놓았습니다.   사실 저희 신랑 박사까지 마치면서 돈 한번 벌지 않고 공부만 할 수 있었던 것. 저희 시어머님이 역할이 아주 지대합니다. 저희 시아버님은 일찍 돌아가셔서 시어머님이 장사를 하여 많은 자식들 정말이지 잘 키우셨습니다. 특히 맏이인 아들은 30이 넘도록 돈 한벌 벌지 않고 공부만 하여 지금은 그런대로 잘 나가고 있는 편입니다.

울 아들이 예전에는 엄마에게 말도 잘 안걸더니 이제는 이런 소리까지 한다며 아주 싱글벙글 너무나 좋아하시더군요. -남자는 결혼하면 효자된다더니 저희 남편의 경우에는 맞는 말 같습니다. 예전 한 번 부부싸움 중에 제가 왜 부모에 대한 효의 도리를 공평하게 나누지 않고 일방적으로 며느리에게만 의무를 강요하는 건 부당한 처사라며 격하게 싸울 때 제가 결혼하면 효자 된다더니 자기도 그러네라고 발언을 했더니 아주 격노하더군요. 자신은 예전에도 지금도 효자가 아니라면서. 지금도 엄마의 태도나 의식이 자신은 아주 불만인 사람이라면서, 너보다도 더 엄마에게 불만이 많다며....

저희 시어머님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장가간 아들이 엄마에게 저렇게 말을  해준다면 얼마나 기쁘고 좋을까. 나라도 넘 좋았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자게니 저 솔직히 털어 놓습니다. 시어머님이 그 말씀을 하시며 활짝 웃으시는데. 물론 저 표정관리 들어가며 같이 좋아 했습니다. 그러나 전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습니다.  혼자 몰래 낮술도 한 잔했구요,.
제 자신이 이리 쪼잔한 인간인줄 정말이지 몰랐습니다. 전 왜 이정도 밖에 안되는 인간인가. 하는 자책이 들더군요.

딸이라곤 저 하나밖에 없는  불쌍한 저희 친정 부모님 생각이 스쳐지나갔습니다. 물론 오빠 한 분 계시지만 이혼하고 저희 친정 부모님께서 -두 분다 아프심- 어린 손자 둘 키우십니다. 이런 사실까지는 시어머님 모르시고 두분다 편찮으신 건 알고 계십니다. 저희 남편은 다 알고 있고요. 저 저희 친정집 식구들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저도 결혼한 처지라 그닥 예전처럼 맘 편히 도울 수도 없습니다. 솔직히 저희 신랑 많이 야속하고 밉습니다. 제가 보기에 지금의 저희 시어머님 정말이지 아주 복 많은 사람처럼 보입니다. 네 물론 젊은 시절에는 고생도 많이 했지요. 그래 지금 편하게 지내시는 거 보기 좋습니다. 자식들 많아도 한결같이 시어머님께 잘합니다. 용돈도 100만원 정도는 받으시고 생활비 함께 생활하는 저희가 거의 다 대고 친구들이나 이모님들과도 여행도 많이 다니십니다.  항상  주기적으로 병원에 다니며 건강관리하셔서 연세는 있으시지만 아무도 그 연세도 보지 않습니다. 최소 10년 이상은 젊어 보이십니다. 시어머님과 너무도 비교되는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 저희 친정부모님이 상대적으로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을 참 많이 가지고 삽니다.

그러나 저희 신랑에게 부모님은 자신의 어머님만 해당되는 거 같습니다. 우리 친정 부모님은 부모라 생각하지 않는 거 같습니다.  저희 시어머님 며느리의 도리 무진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그 도리를 제대로 이행하냐 하면 그렇지도 못합니다만, 사실 저에게만 도리와 의무를 강요하시는 그 태도에 상처 많이 받았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자면 오늘 밤 새야 할지 몰라 언급은 안하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시어머님보다 남편에게 실망이 더 큽니다. 저희 남편  같이 사는 어머님께 잘해 드리는 게 더 중요한 거 아니냐며,,,,,,이런 사고(나의 친정부모라서 잘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고 좀 더 신경을 써주기를 기대한다.한 수십번은 쏟아내던 발언있었습니다.)를 가지고 있는 저를 원망합니다.  

네, 저역시 이곳의 명언처럼  효도는 셀프다라며 저희 신랑에게 저희 부모님에 대한 효는 맘 접었습니다.내 부모인데 내가 책임져야 할 몫이지 남편이 먼 죄인이라고  그 짐까지 떠맡아야 하나하고요. 그러나 낮에 어머님에게 들었던 그 한마디에 저의 의지는 다시 한 번 무너져버렸습니다.

속으로 외쳤네요. 남편아...불쌍한 울 엄마 아빠 안부 한 번 제대로 챙기지 않던 남편아....나도 너처럼 울 엄마 아빠 책임지고 잘 모실테니 어디 너 혼자 어머님 잘 모시고 잘 살려므나.....  물론 속으로만요. 하지만 정말이지 실행에 옮기고 싶습니다.

저 아주 못된 거 맞나요?    
IP : 211.178.xxx.188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9.11 2:38 AM (115.88.xxx.165)

    못되다니요? 당연히 그럼맘드는게 맞지요...친정부모님때문에 맘아프신거 남편분이 몰라주면..얼마나 속상합니까?
    시어머님과 같이사신다면 더욱더 힘드시겠어요....제맘도 아프네요..
    저는 시부모님과는 따로살고..현재 육아문제때문에...저혼자 친정에 와있습니다만..
    저희부부는 각자 서로부모님께 꼭해야할것만 합니다..아니 거의안하고삽니다
    효도는 셀프란말이 정말 맞아요...전 남편에게 싸울때 대놓고 이야기합니다
    넌 니부모 니가알아서 챙겨라..불쌍한 울엄마아빠 내가알아서 챙길테니..서로 간섭말자.!
    울남편도 울집에 전화잘안하고 저도 시댁에 잘안하고 용돈도 서로 안드립니다..
    참 쌩~한 집분위기입니다만..속은 편합니다...언제까지 갈진모르곘지만요..
    시어머니모시고 사시는데...친정에대한 짠한맘..남편께 이야기해보세요...좋은말로..
    너무 맘이 않좋다고...몸도아프신 부모님 손주까지 맡아키운다니..정말이지 가슴아픕니다..남일같지않고...ㅠ.ㅠ

  • 2. 아주
    '08.9.11 2:47 AM (116.125.xxx.42)

    못된거 아닌데요...시어머니 모시고 사는 것 만으로도 아주 착한 며느리 아닌가요???
    아내가 자기 어머니 모시고 살아주는데...그런 고마운 아내의 부모님께 잘하고 싶은 생각이 왜 안드는 걸까요, 도대체!!!

  • 3. 이뻐요.
    '08.9.11 8:28 AM (58.121.xxx.168)

    아들이 아무리 효자라도 아내가 받쳐주지 않으면 그 효는 참으로 허망한 효입니다.
    그건 효가 아니지요,
    시어머님이 그렇게 좋아하시는 것도
    며늘이 믿음직스러우니 더 기쁘지 않겠어요?

    원글님 부모님을 사회적 약자로 놓고
    잘해주라는 말씀은 너무나 양심적인 (조금은 위선적인?)
    호소입니다.

    아내의 부모인데
    아내가 내 부모에게 하는만큼은 최소한 해야하는 게 맞구요.

    늘 강조하세요,
    부모님께 잘해야 한다.
    내가 당신 어머니께 잘하는 것도 우리 부모때문이다.
    당신이 당신 엄마만 생각하는 거 같아서 무지 싫지만,
    돌아보면 내부모도 있어서
    나도 우리 부모 생각하면 그게 이해가 간다.
    그걸 항상 강조하세요,

    그리고 그건 기본입니다.
    그렇게 훌륭한 따님을 두신 원글님의 부모님을
    잘 모시는 건 당연한 거지요.

    우리는 형편도 넉넉하진 않지만,
    한 달에 한 번씩 친정 부모님 모시고 식사를 합니다.
    남편의 반강요입니다.
    시부모님께는 용돈을 드리구요,
    전화도 장인께는 맨날 한답니다.
    자기를 이해해주고
    인정해주는 장인이 정말 좋은가봅니다.

    원글님, 힘내세요.
    그 가정이 화목한 것은 원글님의 덕분이구요,
    원글님을 그렇게 훌륭하게 키워낸 남편의 장인장모덕분입니다.
    그거 모르면 배은망덕한 사람 되는 거 아시죠?
    남편에게 꼭 이얘기 해주세요.

  • 4. 아침부터
    '08.9.11 8:37 AM (203.247.xxx.172)

    눈물 핑...
    저는 "엄마는 내가 책임질테니..." 이런 말, 에러라고 생각합니다
    그 걸 전하는 시모님도 악의는 없으셨겠지만, 주인 없다고 남의 것 가져가는 행동 같이 느낍니다

    결혼을 했으면 배우자 동의를 구하고 할 일입니다
    그 거 안 할 거면 왜 결혼을 했는데요....

  • 5. ,,
    '08.9.11 9:59 AM (124.54.xxx.148)

    아...님땜에..
    아침부터 술한잔 하고 싶어지네요.
    혼자된 울엄마.
    며느리 눈치에 딸래미 무관심에.
    그래 시집가면 딸은 남이고
    결혼시키면 아들은 남의 남자.
    쐬주대신 커피라도 한잔 끓이러 갑니다.

  • 6. 에효
    '08.9.11 3:45 PM (121.170.xxx.177)

    남편 시어머님 .. 쩝 .. 시어머님께서 아들자랑하실때 며느리덕이라는 말씀을 덧붙였더라면 이렇게 까지 서운하고 한탄스럽진 않았을텐데요.. 이럴땐 그냥 남의식구요 언제나 잘나가고 훌륭한 아는집 아들얘기 들은셈 치자구요 ...
    저희 시어머니도 제가 잘해봐야 아들이 잘한걸로 여기시고 서운한 일은 언제나 며느리가 잘못한일로 생각하세요 그래서 시어머님 옷을 제가 사도 남편한테 당신이 샀다고하고 드려 합니다. 제가 샀다고 하면 흠잡으시거든요 .. 남편이 샀다고하면 자랑에 입이 귀에 걸리셔서 과거지사 남편자랑 재탕하시구요 .. .. 그냥 난 이런 시어머님가 되지 말아야되겠다 한번더 맘에 세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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