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끼리도 궁합… 잘못 혼용땐 되레 독
권대익기자 dkwon@hk.co.kr
할리우드의 촉망받던 스타 히스 레저는 올해 초 약물 혼합 복용으로 인한 급성 중독으로 사망했다.
한국인만큼 약을 좋아하는 민족도 드물 것이다. 철철이 보약에 보양식은 기본이고 각종 비타민과 영양제까지, 몸에 좋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다 나이가 들어 관절염, 골다공증, 당뇨병 등 이런저런 만성질환까지 앓게 되면 챙겨 먹어야 할 약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좋은 약이라고 다 몸에 좋은 것은 아니다. 약에도 궁합이 있다. 제아무리 효과가 좋은 약이라도 궁합이 맞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가 될 수도 있다.
미국 샌디에이고 소재 캘리포니아대 데이비드 필립 박사팀은 1983~2004년 22년 동안 사망한 미국인 5,000만명을 분석한 결과, 1년에 1만명 꼴인 22만명이 약을 과다 복용하거나 잘못 복용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근 약을 안전하고 바르게 복용하도록, 동시에 처방하거나 복용해서는 안 되는 ‘병용 금지약’을 발표했다. 식약청이 발표한 병용 금지약에는 저용량 아스피린과 소염진통제 등 일반인이 많이 복용하는 약이 포함돼 있다. 함께 먹으면 독이 될 수 있는 약을 알아본다.
■ 저용량 아스피린 +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2005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10명 중 8명이 관절염과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 약을 먹고 있다. 이들이 하루에 먹는 약은 평균 9.2알이다. 1년에 모두 3,285알의 약을 먹는 셈이다. 약만 먹어도 배 부르겠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젊은이도 약을 먹으면 속이 쓰리다고 호소하는 마당에 여러가지 약을 동시에 먹는 노인의 위는 과연 안전할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약 부작용을 경험한 노인의 비율은 전체 성인 환자보다 6배나 높다. 이것은 노화가 진행되면서 체내 대상 기능이 떨어져 나타나는 증상이다.
같이 먹으면 부작용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약으로 저용량 아스피린과 관절염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는 비(非)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가 있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소염과 진통 효과가 크고 종류가 다양하며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어 관절염 환자가 선호한다.
진통제의 대명사 격인 아스피린은 원래 두통과 치통, 생리통 등 통증 치료나 초기 감기에 쓰였지만 요즘은 심장병과 뇌졸중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저용량 아스피린을 더 많이 복용한다. 최근에는 60세 이상 골관절염 환자 10명 중 6명이 복용하고 있을 정도다.
저용량 아스피린과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함께 먹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아도 ‘속 버리는 약’으로 악명높은 관절염 약이 아스피린과 만나면 속쓰림, 위출혈 등 위장관 부작용 위험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두 약을 한꺼번에 먹으면 위장관 부작용 위험이 9배까지 높아진다는 조사결과도 나와 있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가 속쓰림을 일으키는 이유는 이 약이 염증과 통증을 유발하는 효소(COX-2)뿐만 아니라 위를 보호하는 효소(COX-1)도 동시에 억제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골병’고치려다 ‘속병’을 만드는 격이다.
식약청에서 올해 초 아스피린의 허가사항을 변경하도록 지시한 것도 이 두 가지 약을 함께 먹으면 위장 출혈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저용량 아스피린과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의 ‘잘못된 만남’으로 빚어지는 ‘비극’은 이 뿐만 아니다. 저용량 아스피린은 심장병 예방 효과가 있는데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가 아스피린의 항혈전(응고 억제) 작용을 방해해 이 효과를 떨어뜨린다.
따라서 만성 관절염을 앓는 상황에서 꼭 아스피린을 먹어야 한다면 세레브렉스(세레콕시브 제제)처럼 COX-2만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관절염 약을 복용해야 한다. 세레브렉스는 저용량 아스피린과 병용할 수 있는 유일한 관절염 치료제다.
통증과 염증 유발 효소만 억제하므로 저용량 아스피린과 같이 먹어도 속쓰림, 위출혈 등 부작용을 유발할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아스피린의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도 떨어뜨리지 않는다.
■ 협심증 치료제 + 발기부전 치료제
발기부전은 40대 이상 한국 남성의 절반이 경험한다. 대한남성과학회가 2004년 발표한 ‘국내 발기부전 대규모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40대 이상 남성의 49.8%가 발기부전을 경험했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40대 40%, 50대 50%, 60대 60%, 70대 70%로 발기부전 유병률이 증가한다.
발기부전 치료에는 정신과 상담치료와 음경보형물 삽입, 먹는 치료제 복용 등 다양한 방법이 쓰이지만 최근에는 먹는 발기부전 치료제가 널리 쓰이고 있다. 대표적 발기부전 치료제로는 PDE5억제제인 비아그라와 씨알리스, 레비트라, 자이데나 등이 있다.
PDE5억제제는 협심증 치료제인 니트로글리세린 등 질산염 제제와 함께 먹으면 안 된다. 질산염 제제를 복용하는 환자가 PDE5억제제를 함께 복용하면 혈압이 급격히 떨어져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 고지혈증 치료제와 항진균제
고지혈증은 동맥경화증,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의 주요 위험 요인이다.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30세 이상 성인의 고지혈증 여부의 주요 척도인 고콜레스테롤혈증과 고중성지방혈증의 유병률은 각각 평균 8.2%, 17.0%로 나타났다.
고지혈증 환자는 약 복용을 중단하거나 불규칙적으로 먹으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므로 고혈압 약처럼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한다. 대표적 고지혈증 치료제는 스타틴 계열의 아토르바스타틴, 심바스타틴, 로바스타틴 제제 등이다.
이런 고지혈증 치료제는 무좀 치료제로 많이 사용되는 항진균제와 같이 먹으면 안 된다. 두 약을 같이 먹으면 혈장 농도가 높아지고 횡문근융해를 포함해 근육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 먹는 당뇨병약과 종합 비타민
현재 국내 당뇨병 환자는 400만명 정도다.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이 치료를 받고 있으며,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의 대부분은 혈당 강하제를 먹고 있다.
당뇨병 약을 종합 비타민제과 함께 먹으면 좋지 않다. 종합비타민제 안에 함유된 니코틴산이 혈당치를 높여 당뇨병 약의 효과를 내지 못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골다공증 치료제와 칼슘 보충제
우리 나라 골다공증 환자는 200만명으로 추산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2003년 골다공증 환자 진료 건수는 1995년보다 10배 가량 늘었다. 특히 폐경 후 여성 환자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골다공증 치료제로 가장 많이 쓰이는 약은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의 먹는 치료제다. 이런 치료제는 칼슘보충제와 병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골다공증 치료제의 주요 성분인 알렌드로네이트의 흡수율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부득이 같이 먹으려면 최소한 30분 간격을 두고 복용해야 한다.
● 도움말 건국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상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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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끼리도 궁합… 잘못 혼용땐 되레 독
유용한 정보 조회수 : 404
작성일 : 2008-07-31 17:3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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