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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과외 학생 가르치기 너무 힘듭니다

과외선생 조회수 : 1,829
작성일 : 2008-07-30 12:12:58
요즘 방학중인 대학원생이라 과외 2개 하고 친구도 만나고 좀 여유롭게 지내고 있어요. 그런데! 몇 달 전에 맡은 고3 학생 때문에 마음 한구석이 늘 찜찜합니다. 뭘 해도 그 아이 생각이 마음 한 구석을 떠나지 않는 것이.

문과 학생이고, 3등급 정도 나온다고 해서 맡았어요. 과외는 꾸준히 해오다가 지금은 수학 단과만 다닌대요. 일단 가서 테스트를 해보니 1학기 모의고사는 대략 80점 가량 나와서, 원하는 대학 가려면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 말하고 시작을 했어요.

그런데, 몇 번 가면서 가만히 보니 참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요.

일단, 자기 머리로 생각을 전혀 안 합니다. 생각을 안 하고 풀어서 어떻게 지금껏 수학을 80점이라도 받았는가 하면, 많이 풀어서 익숙해진 문제 유형을 외우고 있는 겁니다. 내신 볼 때 시험에 출제된다고 하는 문제집 달달 외운거, 학원과 과외 죽 하면서 들어놓은 거, 이걸 벗어나면 머리가 백지가 되는 것 같아요. 풀다가 막히면 이렇게도 풀어보고 저렇게도 생각을 해 보면서 해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걸 안 하고 저만 쳐다봐요 -_-;;
어쩌라구...100일 남았다 친구야!!! 내가 수능 시험장에 따라가주랴?

그리고 매우 덜렁댑니다. 조금만 자신없는 문제가 나오면 계산부터 어이없이 틀리고 들어갑니다. 이건 뭐 저도 할 말이 없는게, 저도 참 계산 많이 틀렸거든요. 하지만 시험장에선 긴장해서 안 틀렸어요. 하지만 얘는 시험 때도 자주 틀린다는게 문제. 도형의 기본이 아주 약해서 도형이 나오는 등비수열의 합이나 로그를 이용한 응용문제는 일단 틀리고 봅니다. 본인은 계산이 빠르다고 자신하는데, 빠르게 풀어서 틀리면 뭐합니까. 덜렁대니까 길이가 긴 증명문제 (꼭 하나씩 나오는 빈칸 채우기) 도 문제를 이해 못 해서 다 틀려요.

게다가 성실하질 않아요. 위 문제들에 대해서는 본인도 이미 인정을 했는데, 고치려는 노력이 아주 적어요. 그리고, 숙제도 잘 안 해옵니다. 당연한 것이, 숙제를 하려면 본인 머리를 써야 하는데, 그게 힘들고 싫거든요. 핑계도 아주 다양합니다. 어딜 다쳐서, 아파서, 몰라서, 까먹어서 ...

이렇게 문제가 많으니, 조금만 생소한 문제가 나오면 성적은 확 떨어지지요. 아이고. 2학기 교평 모의고사도 어려울 것 같은데, 걱정이 심히 됩니다.

원래 주 1회 해주기로 한 걸 지난 달에는 주에 2-3회씩 가서 보강을 해줬는데, 힘빠지게도 엊그제 또 숙제를 거의 안 해왔어요. 확 그만 한다고 하고 회비 돌려드릴까 하다가, 그래도 맡았으면 끝까지 해주기는 해야지 싶어서 꾹꾹 눌러참고 해주고 왔네요.

본인이 공부할 의지가 없으면 세상에 다시없는 과외선생님도 소용 없는데, 괜히 시간만 버리는 거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학생이랑 특히 애타는 어머니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고, 고민 많이 됩니다. 학생 잘 달래서 숙제 꼭 해놓으라고 하고 왔는데, 내일은 또 어떨지 모르겠네요.



IP : 61.102.xxx.153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정답은 없지만
    '08.7.30 12:32 PM (24.197.xxx.219)

    원글님의 마음에 책임감이 느껴져서 참 좋으네요
    요즘 젊은 사람들 같지 않네요
    이런 젊은이 들이 많았으면 좋겠네요

  • 2. 파랑새
    '08.7.30 12:45 PM (121.145.xxx.173)

    요즘 애들 학원에 익숙해져서 그럴겁니다.
    우리 작은애도 그래요 . 학교 등수만 잘 받으면 된다는 사고 방식이 깔려 있고 학원등에서도 몇등했나 ? 에 관심이 있지 이학생이 잘 따라하고 있나 얼마큼 이해하고 있나는 관심이 없다 보니...
    영어 수학을 제법 공부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수준의 약간 난이도가 있는 다른유형의 문제를 풀어보라 했더니 ... 역시나 실망 그 자체네요
    깜짝 놀래서 요즘 집중적으로 영어공부 다시 시키고 있습니다.
    학원에서 배우고 있는건 잘해요 그때 그때 한달만 지나면 다 까먹고... 학교에서도 시험만 치고 나면 다 까먹고.. 다행스러운건 그래도 중3이라 바쁘게 뛰면 되겠다는 희망은 있네요 ^ ^

  • 3. 드 아들 엄마
    '08.7.30 12:53 PM (59.12.xxx.142)

    과외선생님이면 고민이 많이 되는 부분일겁니다.
    선생님의 진정한 능력은 공부를 못하는 학생을 기르칠 때 나타난다고 봅니다.
    공부를 잘 하면 과외가 필요 없겠지요.
    무더운 여름 날 숙제도 해 오지않고, 공부할려는 의욕도 없는 학생, 쳐다보면 한심스럽고
    화도나겠지요. 하지만 방학 끝까지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지나고나면 애타는 엄마의 심정을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저희 큰 아이는 할려고 하는데 좀 끈기가 모자라고, 능력밖으로 선생님께서 가르치니
    선생님도 , 학생도, 엄마도 힘들었지요. 선생님께 사정사정하면서 끝냈는데
    그 당시에는 정말 내가 자식 아니면 언제 누구에게 이리 머리 조아리며 부탁할 까 싶을 정도로 저도 아이도 자존심이 많이 상했습니다. 세월이 지나 울 아들(성인)은 알더군요.
    그 때 어떤 선생님은 기억에 정말 남고 , 어떤 분은 힘들었노라고..
    저도 또 같이 느끼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글에서보니 참 고우신 분입니다.
    이런 고민을 하고있다는 자체로.

  • 4. 일편단심
    '08.7.30 12:54 PM (222.98.xxx.245)

    학생의 목표의식이 적은 것이 아닐까요?
    막연히 공부만 하는 것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하여 공부하는 것.
    자발성에 큰 차이가 있지요.
    꿈이 뭔지 물어보세요..

  • 5. 저도
    '08.7.30 1:02 PM (210.123.xxx.82)

    과외 무지하게 해봤는데요, 저 같으면 그 과외 안하겠어요.

    원글님이 말씀하신 성향의 아이들은 안 고쳐집니다. 성실하지 않고 노력 안 하는 스타일이요.
    그리고 그 아이의 부모님이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해도, 알면서도 인정 안하려 하고 과외 선생이 그래도 어떻게든 해주겠지, 하고 기대하는 마음이 클 겁니다. 인지상정이지요.

    이러한 상황에서 계속 시간이 가고 아이 성적은 안 나오고, 대학 제대로 못 갈 가능성이 큰데 과외선생이 욕은 다 먹게 됩니다. 속된 말로 뒤집어쓰지요,

    저런 아이를 중학교 때 가르친 적이 있는데, 1년 넘게 가르쳐도 안 바뀌더군요. 결국 삼수하고도 대학 못 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100일 안에 바뀔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고 봅니다.

  • 6. 어머나
    '08.7.30 1:28 PM (59.5.xxx.126)

    점 세 개 님은 왜 그 글이 삭제 되길 기다리시나요? 제게는 금과옥조같은 말씀이니다만.

    저두 성실하지 않고 노력 안 하는 학생을 둔 학부모로써 과외교사들의 생각을 여기서 읽게 되는군요.
    1년 내내 잘 하고 있다고 네,네 하더니 고등가서 시험 쳐 보니 아이 실력 제대로 나오더라고요.
    학부모가 돈 들여서 과외교사 붙일때는 정말 어떻게든 해 주겠지라는 마음으로 붙입니다.
    선생님이 우리 아이 특질을 찾아내서 맞춰주겠지, 동기 부여도 시켜주겠지, 아니면 아이가
    빼트려먹는 요점 찾아내서 처방해 주겠지 등등이요.

    과외교사들이 학부모 눈치보느라 아이하고 대충대충 넘어가는일도 비일비재하지 않나요?
    막말로 성실하고 노력하는 아이에게 뭐하러 과외교사를 붙이겠습니까?

  • 7. 저도
    '08.7.30 1:38 PM (210.123.xxx.82)

    윗분은 제게 하신 말씀 같네요.

    저도 지금 아기 낳고 키웁니다. 남의 아이라고 함부로 드리는 말씀이 아니란 겁니다.

    제가 공부를 해보니, 본인이 못하는 동기부여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더군요. 아주 가끔, 뒤늦게 정신차리는 아이들이 있습니다만 시험 3개월 남은 고3이 아직도 숙제도 안해온다면 그 아이가 바뀔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그리고 저는 잘못하는 아이 잘한다고 네, 네 한 적은 없습니다. 가망 없는 아이면 제가 안 맡겠다고 했고, 성적 오를 가능성 없으면 얘기했어요. 그런데 그걸 잘 받아들이는 부모가 드뭅니다. 자기 자식 일이 되면 100% 객관적이기는 힘들지요.

    성실하고 노력하는 아이에게 뭐하러 과외교사를 붙이냐고 하셨는데, 성실하고 노력하는데 성적 안 나올 경우 과외교사 붙이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또는 아이가 몸이 약해서 학원 오가는 것을 힘들어할 경우에도 과외가 낫습니다. (저는 그래서 고등학교 때 학원 못 가고 과외를 받았지요.)

    성실하지 않고 노력 안 하는 아이의 경우에는, 학원보다는 과외가 약간 낫겠습니다만 그냥 책상 앞에 앉혀놓는 데 의미를 찾는 정도일 겁니다. 과외를 받기도 하고 하기도 한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부모나 학교 선생님도 못 고쳐주는 불성실함을 일주일에 두 번 만나는 과외교사가 고쳐줄 것이라는 기대가 과하다고 생각됩니다.

  • 8. 그건 아닐겁니다
    '08.7.30 6:37 PM (121.131.xxx.127)

    전문적으로 한 건 아니지만
    아이들도 가르쳐보고,
    제 아이들도 길러본 엄마입니다만

    학부모 눈치보느라 아이와 대충하고 넘어가는 경우
    없지는 않겠지만
    많기는 어렵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안하는 아이와 대충하기 보다는,
    하는 아이와 열심히 하는게
    실제로 몸이 덜 고달픕니다.


    바로 바로 피드백이 오는 일이라.
    아이가 잘 못따라와도, 반응이 바로 오면 훨씬 덜 힘듭니다.

    정말 힘든 경우는
    아이의 부모님께
    상처받지 않게 돌려말해서 성실함을 지적해도
    부모님이 안 믿어주시는 경우랍니다.

    부모님이 아셔도 아이들이 부모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 걸 아는지라,
    끌탕을 하며 끌고 가는 거지요
    제가 아이를 키워보니 그 끌탕이나 제가 부모로 했던 끌탕이나 비슷하지요^^

    계속 키우는 부모도 동기부여 해주기 어려운데
    일주일에 한두번 만나는 과외교사가 그걸 해주는 건 좀 무리한 바람이신 것 같구요

    제가 가르쳤던 아이들중에
    가장 인상에 남는 아이는
    가정 형편상 전혀 학습이 안된채로 중학교에 갔는데
    하고자 하는 열의는 가득하고, 기초는 완전 전무한 아이였습니다.
    성실하고 노력하는데 잘 안되는 아이지요

    그런 경우는
    교사 입장에서 처음부터 계획했던 진도대로 아이가 따라와주기 때문에
    못해도 훨씬 수월하고 이쁘답니다.

  • 9.
    '08.7.30 8:59 PM (194.80.xxx.10)

    숙제를 안 해오는 학생이라!

    이런 식으로 계속 숙제를 안 해오면

    선생님은 너를 가르칠 수가 없다 라고

    따끔하게 한 마디 하시는 게 어떨까요.

    앞으로 숙제를 안 해오는 일이 생기면

    선생님은 돈 안 받아도 좋으니 그만 둘 것이다.

    공부는 학생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고,

    선생님은 학생의 능력으로 하기 힘든 부분을

    도와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뿐이지요.

    최악의 경우 그만 둘 때에는 부모님께 사실을 알리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진실을 받아드리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알 건 알아야죠.

  • 10. miai
    '08.7.30 11:33 PM (118.36.xxx.234)

    위의위의분 말씀 정말 맞습니다. 아이가 안 따라오면 선생은 다른 아이 3,4명 보는 것보다 더 힘들어요. 게다가 아이의 기질이 꾸준하지 못하면 진짜고쳐지기 어렵더라구요.. 경험상 그런 경우에 부모님께 말씀드려도 안 고쳐지구요.. 이상하게도 그런 경우엔 부모님도 아이를 꾸준히 체크 못하시는 것 같더라구요..그러다보면 저도 민망해져서.. 아이 숙제 안한다고 혼내는게 부모님께 하는 말처럼 들리잖아요....
    정말 특출나진 않아도 성실한 애들은 빛을 보더라구요.. 역시 거북이 정신이 중요해요..노력하는 성격도 타고난 재능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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