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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움직이는 거..일까요?

스물일곱 조회수 : 501
작성일 : 2008-07-28 22:02:56
그냥 드라마 얘기구나 했는데 그걸 막상 경험하니, 당혹스럽습니다. 왠지 82의 선배님들 좋은 말씀을 듣고 싶어서.^^

남자친구와 이제 곧 2년째가 됩니다. 처음엔 남자친구가 얼마나 매력있어보였는지요. 자기 일 성실하게 열심히 하고, 남자답고, 헤프지 않고, 이렇게 허세없는 사람은 처음이달 정도로 소탈한 점에 끌렸죠. 장애아이들 시설에서 몇 년째 조용히 봉사를 할만큼 마음이 이쁘다는 것도 좋았고, 부조리에 분노하고 세상바라보는 눈이 저와 비슷한 것도 좋았어요. 어머니가 고등학교 때 돌아가신 충격때문에 남에게 쉽게 마음을 주지 않으려는 게 있었는데, 제가 어느덧 무너뜨려서 완전한 포로(?)로 만들긴 했지만요.. ^^

그러다 사귀다 보니, 역시 콩깍지는 점점 벗겨집니다. 일단 그 친구는 화목한 집에서 부족함없이 자라선지, 원래 성격인지 남을 생활 속에서 배려하는 걸 거의 모릅니다. 저는 무심한 부모님, 새어머니밑에서 자라 좀 애정결핍증, 소심증 증상이 있어요. 울컥하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 배려가 가끔 필요한데... 그걸 어떻게 줘야하는지, 스스로도 답답해하면서도 잘 모릅니다. 자기는 원래 남을 위해 뭐 안하고, 싫으면 떠나고, 이런 성격이었대요. 그 후로도 노력한다고 하는대도, 원체 항상 행복하고 충만한 인간인지라 제가 가끔 외로워하는 걸 전혀 눈치 못 챕니다... (지금 현재 떨어져 있어서 제가 외로운지도 모르지만...)

자존심이 엄청 강하고, 참을성도 없습니다. 그래서 금방 화냅니다. 화내면서 이제 스톱. 계속하면 자긴 더 화나니까 건드리지 말랍니다. 그리고는 다음 날 잊어버립니다. 삐져서 따따따 이건 네 잘못이고 이것때문에 자기가 서운했고... 말하는 거 보면 무슨 놀이터에서 싸우는 애 보는 것 같아서 웃음도 나오고, 그래도 여자친구한테 한번쯤 져주질 못해 그러는 게 서운하기도 하고, 너무 자기만 아는 사람아닌가 걱정스럽고..

저는 두뇌회전이 빠른 편이고, 문학책, 복잡하고 추상적인 얘기도 좋아하는 편입니다. 이 친구는... "미운오리새끼"가 뭔지도 모릅니다.ㅡㅡ;; 부모님이 두 분 다 의사셨지만 집에 가봐도 책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책 얘기가 이 친구에겐 이해어려운 딴세상얘깁니다. 얘기를 하면 좀 쉽게 설명해줘야 합니다... (영화취향은 그나마 잘 맞는 편입니다. )

유머감각이 없어 제가 웃겨줍니다. 저를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사람으로 생각한답니다.ㅡㅡ;

가끔 하는 걸 보면 내가 먹여살려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처리 하는 게 어수룩하고, 속도가 많이 느려요. 창의력이 주로 요구되는 일을 하니까 그러려니.. 하고 생각하고 그 사람의 작품들을 봐도, 창의적이라기보다 그냥 보통입니다. 제가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저는 전문직입니다) 또 둘의 인생은 어쨌든 별개라고 생각하지만 가끔은 답답하기도 하고, 걱정도 됩니다.

남자친구가 언젠가 장난삼아 타로점 잘치는 사람에게 우리 둘에 대해 물어보았다고 합니다. 저를 누군가 쫓아다닐거라고, 제가 흔들릴거라고, 조심하라고 남자친구에게 그랬답니다.

문제는.. 진짜 나타났습니다.  첫 인상만 보고 제가 '지가 최고인줄 아는 왕자병이겠군'하고 지레 판단했던 같은 학교 같은 과 후배입니다. 조금 친해져보니 제 판단이 와르르 부서졌을 정도로 소탈하고 멋진 친구였어요. 이 친구는 저와 비슷한 가정환경을 겪었지만, 굉장히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친구에요. 이 친구가 저에 대해 뭔 환상을 가지고 관심을 가지는 지 모르지만, 좀 더 본질적으로 날 이해해 준다는 느낌이 자꾸 들어요.. 이야기하다보면. 지금 남자친구와 다 비슷한데, 그 친구에게 제가 부족하다 느꼈던 점들을 가지고 있달까요.

제가 남자친구가 있다는 걸 아는지라 그런 쪽으로 진전하려 시도를 하거나는 전혀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전혀 그렇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눈치채게 되는 게 있잖아요... 그 친구가 점점 귀여워지기 시작하다가, 어느 새부턴가 괜스리 민망해 눈 마주치기가 어딘지 꺼려질 정도가 되었네요.  

남자친구도 그 애의 존재는 알고 있습니다. 저는 남자친구를 놀리면서 장난처럼 그 애가 타롯카드의 걔라고 언급합니다. 그게 진짜인 걸 얼마나 배신감느낄까요. 그 순진하고, 누군가에게 맘을 열기까지가 그렇게 어려웠던 우리 남자친구가...

그냥 마음이 변하는 모습이 조금 혼란스러워, 적어봤어요. 마음가는 대로 할 수만은 없을 것 같아요. 당연히 거침없이 마음가는 대로 하는 거라고 늘 생각했는데...

IP : 124.170.xxx.117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7.28 11:27 PM (211.209.xxx.150)

    그 후배랑 사귀다보면.. 현 남자친구와 비슷한 일이 벌어질 듯 합니다.
    그 누구와도 콩깍지가 벗겨지는 순간은 있는 겁니다.

    새로운 사람이 오래된 사람.. 특히 콩깍지가 벗겨져가는 이보다 신선하고 매혹적이겠죠.

    전 왠지 원글님 새로운 그 후배에 환상을 갖기 시작한 듯 보입니다.

  • 2. ..
    '08.7.29 12:11 AM (220.122.xxx.155)

    이런 마음의 혼란기에 오는 사람은 오래 가지 않아요.
    일단 둘다 거리를 두세요. 제기 보기엔 처음 남자친구가 원글님에게 어울리지 않아 보이네요.
    원글님을 감싸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세요.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건 배려심이예요. 내 동생같다면 당장 헤어지라 할 것 같습니다만...

  • 3. 수요일
    '08.7.29 1:03 AM (59.9.xxx.162)

    자기만 아는 사람..아무리 조건 좋아도..오래 못 갑니다.
    자기만 아는 사람한테 맞춰주는 거..
    세상에서 그게 제일 힘들어요.(경험자임)

  • 4. 사귀는 남친
    '08.7.29 4:44 PM (119.64.xxx.39)

    별로예요.
    화목하게 자란 가정에서는 저런짓못합니다. 배려와 사랑이 기본이죠.
    내가 벌어 먹여 살려야할것같은 불안감이 있는 남자는 헤어지심이 좋은듯~ 무슨일이 있더라도 설령 막노동을 해서라도 처자식은 굶기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진 남자와 살아야죠.
    내가 버는한이 있더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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