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동네를 순찰하시던 경찰아저씨는 내 우상이었다.
멋진 제복을 입고 우리들이 "와~ 경찰아저씨다!"라고 외치며 뛰어가면
늘 반갑게 웃어주셨고, 머리도 쓰다듬어 주시곤 했었다.
그때의 기억들 때문인지 나는... 아적도 경찰 제복을 보면 가슴이 뛰곤 한다.
심지어.. 경찰 옷과 비슷한 우의만 봐도...
나는 경찰에게 호의를 품고 진정으로 경찰을 신뢰하는 사람이었다..
조그만 일도 경찰서만 가면 다 해결될 줄 알았었다.
20대 후반이 되어서도
동네에서 한겨울에 순찰(?)을 도는 의경 애들을 보면
내 동생같고, 후배같고...
추운날 힘들겠다, 안되보인다, 그래도 쟤들 덕분에 이리 맘편히 다니는구나 하는 고마움에
집 앞까지 온 길을 발을 돌려 슈퍼로 가서 따뜻한 캔커피를 사들고 나와
그 아이들 손에 억지로 쥐어주기도 했다.
그러고 돌아서서 그아이들과 꽤 멀어졌을때쯤...
그제서야 용기내어 내 등뒤에 "누나 잘먹을게요. 고맙습니다." 하던
그 아이들의 목소리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경찰은 다 그렇게 좋은 사람들, 고마운 사람들만 있는 줄 알았다.
한때 경찰업무 일부 민간업체 이양하자는 얘기가 솔솔 나왔던 때가 있었다.
그때 나는 무슨소리냐고, 경찰만은 그래선 안된다고 펄쩍 뛰면서 격분했고
그런 나를 보면서 사람들은 집안에 경찰이 많은가보다 할 정도였었다.
하지만 요즘 경찰을 보면서...
이젠 답답하다 못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우리 집의 아기를 위해서라도 돈을 많이 벌어 사설 경호업체를 불러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하곤한다.
한마디로 경찰을 믿을 수가 없다는게 내 본심이겠지.
내가 왜 이렇게 변해버렸을까?
아마도 시국의 한심함이 내 눈을 제대로 뜨게 만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국민의 기본권인 참정권을 행사하겠다는 시민들을
좌파니 빨갱이니 하고 매도하는 경찰이 있질 않나,
여성, 장애인을 때릴땐 들키지 말라고 말하는 경찰이 있지 않나,
그 일이 동영상으로 보여졌을때 조작이니, 초상권 침해니, 명예훼손이니 하는 자기 보신만 생각하고
정작 국민들이 받을 충격은 손톱의 때만큼도 생각지 않는 경찰을 보면서...
저 사람들도 사람이구나. 안됐다와 동시에 드는 배신감...
경찰이 정의의 사도나 슈퍼 히어로가 아니란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최소한 경찰 공무원은 국민을 보호하는데 약간의 사명감 정도는 가지고 있을 줄 알았다.
그저 직장다니는 직장인과는 달리
그래도 경찰은 사명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직업인줄 알았다.
세금을 내면서 경찰 공무원 복지가 형편 없다는 말에는 누구보다 분개하고
경찰이 시위대와 붙을때도 시위대만큼이나 경찰도 다치지 않기를 바랬고
우리 손에 음식이 들려져 있을때면 저 멀리 서있는 경찰에게 따뜻한 온기를 나눠줄수 있기를 바랬었다...
하지만... 오늘 mbc앞에서 진중권 교수가 폭행당할때
경찰들을 보고 있자니
얼마전... 서울대 남학생이 가짜 hid에게 폭행당하고 있을때의 경찰 행태와 다시 오버랩 되면서,
그때 폭행한 사람을 시민이 경찰에 넘기자 경찰이 신병인수거부 하는 모습과 다시 오버랩되서...
이젠... 경찰에 대한 신뢰 자체가 사라지려고 한다.
차라리 이럴거면 세금중에서 경찰로 가는 부분을 전부 제하고 걷어가라고 하고 싶다.
예산편성에서 경찰에게 예산을 주지 말기를 바란다...
민간 경호업체에게 경찰 업무를 맡기면
돈과 직결되서 경찰보다 더 잘해주겠지 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조차 하게 된다.
내 마음에서 민중의 지팡이 경찰이 스스로 무덤을 파고 무덤에 들어가 앉아버렸다.
내 눈앞에서 민중의 지팡이가 정권의 몽둥이로 변신했다.
내 머리속에서 민중의 지팡이는 스스로 부러져 버렸다.
오늘... 진중권 교수 폭행당하는 영상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것 같다.
그럼에도... 아직도... 이런 생각을 하고있고... 마음이 아픈것은...
버리지 못하는 한가닥 희망의 끈 때문일것이다.
"그래... 농심에 대가리 띠어놓고 온 쥐새끼만 사라진다면... 경찰은 다시 변할것이다."
"조선일보 쓰레기만 없앤다면... 많은 사람들이 10년동안 누렸던 언론의 자유를 체감할 수 있을것이다."
라는 한가지 미련때문이다...
오늘 ytn으로 나가겠지만... 사실... 힘은 많이 빠진다.
그래도... 희망이 있다 믿고 나가지만...
내 맘속에서 활활 타오르던 불이 조금씩 꺼져간다...
나 같이 꺼져가는 사람이 또 있을지도 모르지...
그들이 다 꺼져버리고...
자신의 생활에서 이익을 추구하게 된다면... 생각하기도 싫지만...
그리 된다면 하는 생각이 촛불을 든 후 처음으로 들었다....
답답하다... 그러함에도...
촛불을 횃불로 바꾸고 싶어하는 한 사람을 믿고
ytn으로 나가는 겁많은... 아줌마....
아직은 열정이 남아있는 내가... 다행이다...
오늘은... 너무 피곤하고 지치는 날... 그래도 힘을 내야하는 날... 그런 날인가보다.
진중권 교수가 맞는 모습과 경찰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오늘... 좀 심적으로 지칩니다...
나갔다가 희망을 주는 사람들을 보면서 다시 힘내서 오겠습니다.
그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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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푸념입니다...... 푸념요.....
라티 조회수 : 624
작성일 : 2008-06-20 17:23:36
IP : 122.46.xxx.230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8.6.20 5:29 PM (118.128.xxx.109)잘 다녀오세요.
고맙고도 미안합니다....2. ...
'08.6.20 5:29 PM (211.195.xxx.221)그 동영상 때문에 저도 충격 많이 받았어요.
경찰에 대한 배신감도요.
그래도 우리 힘내요.
언젠가 옛말하며 웃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고맙습니다.3. 지방
'08.6.20 5:39 PM (210.219.xxx.150)저희 아들 경찰이 꿈이라는데 말릴 수도 없고 저거 보라고 할 수도 없네요. 으이구! 민주경찰
라티님 그래도 감사하네요. 또 나가시려고 하시니 감사하네요. 여긴 지방이라 인터넷으로 밖에는 볼 수가 없어요. 어쩌겠어요. 지그들도 사람인지라 명령에 복종한다고 하지만 지들 마음도 어지간이 시끄럾지 않겠어요.4. ....
'08.6.20 5:41 PM (121.128.xxx.13)사실.. 그런 것도 있지만 지난번에 중국x들 난동 때도 짜증났죠.. 그 때 부터 줄서기 하는 경찰들 때문에 엄청 열 받았는데 요즘 보면..
경찰들 고생도 다 싸다 생각되요..5. 제갈량
'08.6.20 5:46 PM (58.143.xxx.77)서울대 민영화???
경찰 민영화 해??? 말어???6. 나우
'08.6.20 5:55 PM (59.14.xxx.63)저 그 동영상은 못보겠어요...
너무 마음 아플거같아서 감히 클릭 못하고있네요...ㅠㅠ
원글님, 잘 다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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