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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오는 바람소리...

백김치 조회수 : 1,887
작성일 : 2008-03-06 20:19:07
언니 가 둘이 있답니다



큰언니...

그녀는 어렸을 적 나의 우상이었죠.

단정하고 예뻣고 모든 사람의 칭찬을 받았더랬습니다.

부모님 친구들은 은근 사돈맺기를 제의하고

참 참한 처자란 소릴 달고 살았더랬죠..

한번은 언니네 학교 큰 행사가 있어 엄마는 어린 나를 데리고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학교를 갔더랬지요.

들어가는 길목에 언니 담임 선생님을 만났더랬어요.

"어이구...**어머니 ...오셔서 감사합니다...**는 늘 나무랄 대 없는 학생입니다..."

훗날 학교를 다니며 이 말은 내게 엄청 짐이 되었지요...나무랄 대 없는 학생이 되어야한다...

원 택도 없는 기준을~

그래도 그 기준덕에 그렁저렁 학교를 졸업하고

쉬이 직장도 얻고 예까지 오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만~



두째언니...

그녀는 큰언니와는 다르게

멋내기 하나 빼고 모든 것이 부족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언니가 싫다 못해 부끄럽기도 했지요.

그가 하는 처신이나 선택에는 늘 "왜 저러지?"하는 평가를 받기 일쑤였고요.

앞문으로 언니가 버스에 오르는게 보이면 슬그머니 뒷문으로 내리기도 했어요.

당근 사이가 별로 않좋았고 싸운 기억 외에는 공유한 추억도 별로 없었지요.



자  그런 자매들이

모두 장성해서 가정을 꾸렸습니다.



반듯하던 큰 언니는 문제 많은 형부를 만나

허덕이는 가운데 모범생의 한계 안에서  옛모습이 퇴색해만 갔어요.

안타까울 만큼 대처능력은 떨어졌고...

돼지도 처음 나온 놈이 비실거린다더라.....는 말이 모범생에 대체 되어졌지요.

그러다보니 삶의 폭도 자꾸 솔아들고요.

차분함조차도 단순함으로 냉정함으로 매력을 잃어갔습니다.

그런 언니를 보며 많이 안타까웠더랬습니다.

뒤웅박팔자를 피부로 느끼며...어찌해 줄 수도 없는 나의 무력감도

퇴행하는 듯한 언니의 변화와 함께 슬펐지요~



문제많던 작은 언니는

살아갈수록 그 문제를 메꾸어보려고

매사에 도전했고 좋은 평가와 인정을 위해 살림에 혼신을 다했습니다.

집은 늘 모델하우스를 방불케했고 구석구석

사열을 준비하는 군내무반처럼

정리정돈의 명수가 되었죠.

끝임 없이 욕심많은 형부의 채근도 한 몫 했고요.



그리그리

아이들을 길러내고

조금씩 여유를 느끼던 자매들이 스을 슬 뭉치기 시작했죠.

다시 뭉친 자매들이 서로를 대견해 하며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어이구...잘했네...애썼네...자알 하고 있어...글치글치...하며

작년엔 여동생과 엄마까지 여인들만의 제주도여행을 가기도 했구요.

음치여서 노래의 열등감을 갖던 둘째언니와 나는

음치 클리닉을 다녀서 18번도 만들었어요...

둘이 똑같은 노래로...숨어오는 바람소리...

큰언니 왈.....야~ 장족의 발전이다...대박이 여기도 있구나...라며

노래방행을 부축였어요.

우리집에 노래방이 있어 울집에서 모이는 날이면 곧잘

중간테스트를 하러 가곤했죠.



근데 변치 않은 것이 몇 가지 있더군요.

그 중 두째의 늘 아프다는 엄살...

어렸을 때도 그랬기 때메 ...

뭔가 또 실증났구나

하기싫구나로...아프다는 말을 일축하곤 했죠.

양치기 아좀마로 인식된 거죠.



지난 주일

"삼성병원 가면 응급실 많이 기다릴까?"

"그래도 응급실로 가는 것이 휴일 치료로는 젤 빠르지..."

최근 형편이 자고나면 피고 자고나면 불어나는 언니의 포시랍은 엄살이려니 했어요.

월욜 입원을 했다기에 갔더니

어울리지 않은 환의에 온 식구 눈이 벌건 밤탱가 되어 있네요.



암이라네요.

대장암에서 출발했고

많은 곳에 전이... 얼마나 살지.. 모른다며

통칭 이런 경우 병원에선 1년이라 말한다네요.



하루도 집에 붙어있는 날이 없는 여인이었는데요.

예쁜 외모와 다르게 필 꽂히면 추진력도 대단했는데요.

그 힘과 에너지로

우리 잼있게 살아볼랬는데요...

입원전날 토욜엔 담주 월욜부터 니네집에 맨날 놀러갈께...

엄마모시고 양평이랑 우리가 가본 좋은 음식점 순례도 하자..

글케 약속도 했더랬는데요...

이제 피기시작한 풍성함을

나눌 기초공사가 마무리되고 있었는데요!!!



오늘 날씨까지

슬픈 마음에 비바람 치고

아프고 주체할 길 없는 눈물

예서 쏟아 놓습니다...



기쁨을 나누어야하는데

슬픔을 내놓아 미안하네요.



여러분

운동하시고

규칙적인 식사하시고

작은 내몸의 소리에 귀기울이셔요~

내안에 큰 병이 자라고 있을지 몰라요..........





숨어오는 바람소리

불러줄

언니의 기적같은 쾌유를

기원하며...
IP : 125.132.xxx.116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3.6 8:25 PM (122.47.xxx.102)

    원글님
    무슨 말을 어떻게 드려야 할지 모르겠지만, 언니분이 좋아지시길 기원할께요.

    뭔가 멋있는 말을. 따뜻한 말 한마디 해드리고 싶은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냥, 언니분 좋아지실 거라고 저 혼자 생각해봅니다.

  • 2. 믿는대로
    '08.3.6 8:40 PM (220.75.xxx.143)

    된다고 합니다, 종교가 있으신지 모르겠으나, 간절히 기도하고
    그대로 한번 믿어보세요.
    기적이란것도 있구요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수없는 불가사의한 힘으로
    언니분이 벌떡 일어나게 될거라믿어요.,

  • 3. 위로드리면서
    '08.3.6 8:49 PM (210.98.xxx.134)

    그 심정 같이 느껴집니다.
    두해전 저희 형제 중에서도 남의 일로만 알았던 암 으로 인해
    온식구가 들며 나며 얼마나 왈칵왈칵 눈물을 쏟았던지요.
    그러다가
    정신을 차려 살려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마음과 뜻을 뭉쳐 일단 한고비 넘기는 기적을 만들었습니다.

    많이 많이 마음 아리고 대신 해줄수 없음에 그렇게 하염없이 치솟던 눈물들이요.
    하지만 병 을 대신 해줄순 없어도
    충분히 든든한 힘이 되어줄수 있습니다.
    용기와 나을수 있다는 의지로 받쳐줄수있습니다.
    본인 의지가 참 많이 중요합니다.
    기쁨도 아픔도 함께하면서 헤쳐나갈수 있습니다.
    아무리 병원에서 비관적인 결과를 내놓더라도 일단 치료에 전념 해보는겁니다.

    마음으로나마 위로 보내드리면서
    저 마음에 항상 있는 그분께 오늘은 님의 언니를 기억하면서 좀 떼라도 써보겠습니다.

    가족들 식사 잘하시면서 힘내세요.

  • 4. 세 자매
    '08.3.6 8:51 PM (125.134.xxx.189)

    저희 집도 세 자매 입니다. 제 자식들요...
    글 중반부까지 읽다가 우리 딸들도 저리 살았으면 좋겠다.. 흐뭇했는데
    둘째 언니가 암이라니... 마음 아픕니다.
    잘 해 드리세요...

  • 5. 대장암이
    '08.3.6 8:54 PM (211.179.xxx.167)

    자궁, 난소등으로 전이된 아는 사람 지금 건강하게 살고 있어요.
    마음에서 병은 반이 낫는답니다. 병원 치료 잘 하시고 긍정적인 쪽으로
    생각하라 하세요. 야채스프가 도움이 되는데요.
    제가 아는 그 분은 야채스프 많이 끓여 먹었어요.

  • 6. ..
    '08.3.6 8:56 PM (116.120.xxx.130)

    부디건강해지시길 ...
    힘내시고 최선을 다하세요
    분명 기적은 있답니다

  • 7. 저희 친정도 딸
    '08.3.6 9:59 PM (116.93.xxx.56)

    만 넷입니다.

    제가 그중 둘째구요.
    넘 공감가서 써봅니다.

    이말 저말 듣지마시고 한가지 치료에 올인하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더 어려운병도 고쳐서 잘 사시는분 여럿봤습니다.

    언니가 강한분이라 떨치고 일어나실꺼라 확신합니다.
    (둘째들 성향이 집마다 좀 비슷비슷 한거같아요 )
    식구들 마음이 젤 잘 듣는 약이 틀림없구요.
    세째분도 화이팅화세요!!!!!

  • 8. 원글님
    '08.3.6 10:40 PM (121.115.xxx.208)

    글을 참 잘 쓰시네요.
    저도 여동생이 하나 있는데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자주는 못 만나도 늘 생각이 나고 애뜻하고 그렇답니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언니가 꼭 회복하시기 바랍니다....

  • 9. 근데
    '08.3.6 10:52 PM (61.105.xxx.231)

    이런 상황에 이 말씀드리는게 죄송하지만
    숨어우는바람소리 예요~죄송
    요즘 의술이 좋으니 좋은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 10. 근데님..
    '08.3.7 1:04 AM (121.115.xxx.208)

    참 나...
    오타겠죠...
    굳이...

  • 11. 참으로
    '08.3.7 2:42 AM (118.216.xxx.156)

    가슴이 미어집니다....ㅜ.ㅜ
    나쁜 병마 꿋꿋이 이겨내시고
    좋은 결과 있으시길 기도할게요.
    원글님... 힘내시어요....

  • 12. 백김치
    '08.3.7 9:38 AM (125.132.xxx.116)

    모두 감사드려요^^
    화욜 수술일로 잡혔어요.
    대장 직장은 수술을 해야 먹고 배변이라도 할 수 있다네요.
    나머지 전이들은 방사선 치료로 대체하고요~
    부디
    적합한 시술과 기도의 효험이 나타나길 소망합니다.
    같이 기도해 주실거죠?

  • 13. 안타깞네요
    '08.3.7 11:26 AM (211.226.xxx.97)

    안타깝네요.
    이제 세분이서 재미있게 산다는 이야기인줄 알고 웃으면서 읽어내려갔는데...
    부디 잘 치료받고 세분이서 함께 웃을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힘내세요.
    에효... 하나있는 여동생한테 전화한번 해봐야겠어요.
    요즘 좀 냉랭했는데.

  • 14. 자매얘기,
    '08.3.7 11:41 AM (143.248.xxx.67)

    저희두 세자매 예요. 제가 맏이구요. 막내는 아들이라서 못 어울리구요. 이제 다 크니 친구보다는 자매가 더 가깝드라구요. 님 마음이 더 와닿아요.
    언니가 꼭 병마를 이길꺼예요. 기도드릴께요.

  • 15. 넘 맛깔나게 글을
    '08.3.7 12:24 PM (222.239.xxx.165)

    잘 쓰셔서 흐뭇하게 쭉 읽어 내려갔는데 반전이 있었네요. 또 한번의 반전을 기대해 봅니다. 원글님, 넘 많이 우시지 마시고 언니 앞에서 밝은 표정으로 씩씩하게 견뎌 내신다면 언니 꼭 나을거라 믿습니다. 힘 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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