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장의 부사장님은 한눈에도 무슨 황태자 같은 느낌을 주는 분이셨어요
같은 양복을 사입어도 어디서 사입는지 금실로 만든 거 같은 뽀대(?)가 나고 지금이야 손수건 꽂는게 유행이 되었지만 제가 부사장님을 처음 봤을 8년전부터 그런 차림으로 항상 다니시곤 했어요
그분의 컨셉에 제가 이름을 붙이자면 유러피안 클래식 정도? 블론디 만화에 나오는 보스의 모습이었어요(블론디 만화는 미국꺼지만 암튼 클래식하고 상류층 스탈이었어요)
집도 어마어마한 부자라서 아버지가 벤츠를 그것도 요즘 같은 고 인건비 시대에 아직 기사를 두고 다니시고 건물도 가지고 있고 자기 본가는 물론 처가도 유명 주상복합에 딱딱 들어가 살고.... 누가 봐도 기득권층이었죠(그러니까 한참 값 올라서 유명해졌을 때 산 게 아니라 분양권을 사서 들어간 걸로 보아 정보력이 기득권층이란 게 제 생각입니다)
유머감각도 남달라서 회식자리에선 모두가 귀를 쫑긋하게 만들고 카리스마도 남달라서 누구든 (뒤에선 욕하는 한이 있어도) 앞에서는 홀린 듯이 그분의 말을 따르게 되고요
그런데 몇번 좀 교만한 말을 들었어요
가령 누가 해고를 당했다 그러면 그 일을 굉장히 쉽게 생각 하시더라구요
쉽게 생각한다는 말은 그러니까 해고 밖에 별 수 있었겠어? 뭐 이런 식으로 말을 해서 듣는 이가 깜짝 놀라는 경우가 몇번 있었어요
그리고 또 한가지 요즘 외제차 끌고 다니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잖아요
회사 내에도 몇몇 임원들이 하나둘씩 외제차를 뽑더라구요(물론 월급생활자에게 과하단 느낌이 들긴 했지만 그들 나름대로 월급 이외의 소득원이 있었겠죠) 아무튼 그런걸 굉장히 고깝게(?) 여기시더라구요
"요즘 기사 딸린 외제차 아니면 뭐~ 남의 꺼 굴리는거야(리스란 얘기죠)"
부분적으로 맞는 말이긴 하지만 고까워 하는거 같아서 좀 교만해서 듣기에 거북했어요
어쨌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잘 나가고 위세 당당하던 그 분이 얼마전 해고통지를 받았단 얘기를 들었어요
너무 놀라운 이야기죠.. 한편으론 말이란 건 정말정말정말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요
무슨 말이든 나에게 되돌아 온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이렇게 익명게시판에 글 쓰는 거 조차 한마디 한마디 신경 쓰게 되네요
다른 부장님 한분이 계셨는데 이 분은 전형적인 능력없고 말빨 안 따라주고 심술만 많고 마트에 가서 포장단위로 뭐가 더 싼지 따져서 젤 싼거 사는거 좋아하는 비호감 인물이었어요
이 분 역시 못된 점이 거래처에 어떤 분이 그만두셨다는 얘길 들으면 설사 그 분의 자의로 다른 일을 하기 위해 그만 둔 걸 수도 있는데 무조건 "짤렸다"고 소문을 내고 다니던 분이 있어요
"그사람 짤린거다" 그 말을 하면서 살짜기 미소를 띄우는 게 제 레이더에 걸리곤 했었는데 정말이지 그때마다 섬뜩했어요
그런데 그 분 역시 짤리다시피 해서 회사를 그만두고 나갔죠 이직할 대책도 안 세워놓고.....
정말이지 말을 굉장히 조심해서 해야 한다는 걸 다시 느껴요
그리고 어떤 상황이든 그게 나에게는 닥치지 않으리란 보장을 아무도 못한다는 걸 또다시 느꼈죠
그게 좋은일이든 나쁜일이든 말이죠
새해 새다짐 하는데 큰 역할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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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새다짐 하는데 큰 역할을 하네요
어떤이 조회수 : 209
작성일 : 2007-12-31 09:31:46
IP : 210.210.xxx.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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