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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때의 황당한 경험들
선배 엄마 8인이 분만실에서 겪은 재밌고, 부끄러웠던 사건들.
“하늘 노래지기 기다렸다가 큰일 날 뻔했어요”
예정일 아침, 아침부터 이슬이 비치고 배가 아파서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의사는 아직 멀었다며 하늘이 노랗
게 느껴질 때 오라는 것이었다. 많이 움직일수록 좋다는 말도 덧붙였다. 집으로 돌아와 집 안 청소에 빨래까지 했지만 배가 아프긴 해도 도무지 하늘이 노랗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다 저녁 준비를 하려는데 더 이상 서 있을 수 없을 만큼 통증이 느껴졌다. 남편과 부리나케 병원으로 달려가니 의사가 하는 말. “다음에는 좀더 빨리 오세요. 이러다 화장실에서 애 낳겠어요.”세상에! 자궁문이 8㎝ 이상 열려서 아이 머리가 까맣게 보일 정도였던 것이다.
“분만실에 퍼지던 그 향기를 잊을 수 없어요”
분만대기실에 들어가면 일단 관장을 하고 회음 부위를 면도한다. 나 역시 관장을 했는데도 도무지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바로 전날 애 낳으려면 힘을 써야 한다며 시부모님이 삼겹살을 잔뜩 사주셨는데 배가 아픈 건지, 부른 건지도 감이 안 오는 상황이었다. 간호사가 화장실에 가서 힘을 줘보라고 했지만 결국 용변 보기는 실패. 두세 시간 정도 흘렀을까? 배가 서서히 아파오기 시작했다. 난 아무래도 큰일을 봐야 할 것 같으니 화장실에 가야겠다고 말했지만 간호사는 애 낳을 때 느낌이 딱 그렇다며 용변기만 침대 위에 덩그마니 놓고 가버렸다. 그래서 용변기에 앉았는데 웬걸? 결국 내 예감이 맞았다. 분만실 안에 퍼지던 그 냄새 때문에 창피했던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욕까지 하면서 소리 질러 블랙 리스트에 올랐어요”
나는 평소에 아이를 낳을 때 절대 소리를 지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출산 당일, 내 결심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양수가 부족해서 예정일보다 일찍 출산을 하게 된 나. 촉진제를 맞고부터 너무나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울고불고 난리를 치며 간호사에게 무통주사를 놔달라고 했더니, 진통이 최고조에 올랐나 싶을 때 주사를 놔줬다. 그렇지만 약발이 오래가지는 못했다. 30분쯤 지나 다시 진통이 심해지자 또다시 나는 간호사들을 달달 볶았다. 그리고 분만실로 옮겨진 후에도 고성을 멈추지 않았다. ‘수술시켜 달라’, ‘또 애 낳자고 하면 넌 인간이 아니야’, “이 웬수야, 네가 뭔데 날 이렇게 고생시키고 XX이야?” 등등. 나중에 남편이 전해준 이야기를 듣고 보니 다시 듣기 민망할 정도였다. 그 병원 개원 이래 가장 시끄러운 산모 BEST3 중 하나로 지금껏 전해져 내려온단다.
“당황한 남편은 자기가 서 있을 자리도 몰랐어요”
새벽부터 배가 아프더니 아침에 볼일을 볼 때 뭔가 확 쏟아지는 느낌이었다. 별일 아니려니 하고 남편을 출근시키고 병원에 전화했더니 당장 오라고 했다. 병원에서 양수 검사를 했는데 부분 파수라며 촉진제를 맞는 등 분만 준비를 시켰다. 예상보다 빨리 분만대에 올라갔는데 허둥지둥 달려온 남편은 내 옆이 아니라 의사 옆에서 자기가 마치 보조 의사라도 되는 양 나란히 서 있었다. 함께 자궁문을 들여다보질 않나, 왔다갔다하는 간호사의 길을 막지 않나…. 보다 못한 의사가 ‘부인 옆에 있어야지 왜 여기 있느냐’고 타박을 했다. 그제야 내 옆으로 온 남편은 드디어 아이가 태어나자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아무 말도 못했다. 이렇게 감성적이고 철부지인 남편이 신경 쓰여 막상 아이를 낳고 나니 오히려 먼저 ‘수고했어요’라는 말을 할 뻔했다.
“진짜 아이 낳는 체질은 따로 있는 것 같아요”
예정일보다 늦어서 유도분만을 하기로 하고 2박3일 동안 분만대기실에 있는 동안 별별 임신부를 다 봤다. 특히 부럽기도 하고 기가 막혔던 임신부가 한 명 있었다. 대기실에 이틀째 있던 날, 한 임신부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들어왔다. 그래서 나처럼 아직 멀었나 보다 생각했는데, 한 시간쯤 있다가 자궁문이 3㎝ 열렸다며 간호사가 조금만 더 참으라고 했다. 잠시 후 그 임신부는 배가 고프다며 초코파이에 찹쌀떡, 참치김밥까지 먹어치웠는데 진통이 없는지 아프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흘렀을까. 간호사가 오더니 자궁문이 다 열렸다며 그 임신부를 분만실로 싣고 갔는데 10분도 안 돼서 휠체어를 타고 웃으며 나타났다. 아이 낳는 체질이 따로 있다는 말이 맞긴 맞나 보다 싶은 순간이었다.
“소변을 참다 보니 하늘이 노랗게 보이더군요”
제왕절개 수술을 앞두고 분만실로 옮기기 직전, 간호사가 화장실에 갈 거냐고 물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요의를 별로 느끼지 않아서 ‘괜찮다’고 했더니, 아무 설명도 없이 요도에 무슨 호스 같은 것을 연결하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런데 배도 아프고 긴장을 해서인지 갑자기 화장실에 너무 가고 싶어진 것이다. 수술 직전이라 옷은 전부 벗은 채 담요를 덮고 있었고, 운반대를 미는 사람은 남자 간호사라 뭐라고 말도 못한 채 그저 참아야만 했다. 아이를 낳을 때 하늘이 노랗게 보인다던데, 바로 그 순간이 그랬다. 출산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실례를 할까 참을까 조마조마했던 그때를 어찌 잊겠는가. 드디어 수술실 앞, 조금 전의 간호사가 보였다.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고 “소변이 너무 마려운데 어쩌죠?”했더니 간호사 왈, “요도관을 꽂았잖아요. 그냥 누시면 돼요!”, “…….” 아, 왜 말을 안 해준 거야? 그게 요도관인지 뭔지 그 와중에 어떻게 아냐구요….
“실습생들이 자꾸 내진을 해서 정말 괴로웠어요”
아이를 낳을 때 가능하면 종합병원은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첫아이는 집에서 가까운 종합병원에서 낳았는데 실습 대상이 되는 것 같아 불쾌했기 때문이다. 예정일 아침, 분만대기실에 누워 있는데 실습 나온 의대생들인지 앳돼 보이는 남자, 여자들이 내진을 한다며 자궁에 손을 넣는 것이었다. 의사 가운을 입은 한 명이 자궁에 손을 넣더니 5분도 안 돼 다른 사람이 넣어보고, 그 사람이 사라지기가 무섭게 또 다른 사람이, 그리고 또 또…. 나중에는 너무 아프고 짜증이 나서 “조끔 아까도 그렇게 하고 갔단 말이에요!”하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 후에는 더 이상 괴롭히지 않았지만, 가운 입은 행렬을 볼 때마다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나중에 엄마들끼리 출산 경험담을 나누다가 너도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으며 대학병원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얼마나 민망스러웠던지….
“마음 약한 우리 남편 좀 누가 말려줘요”
남편은 원래 비위가 약하다. 조금만 끔찍한 걸 보면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내가 아이 낳을 때 옆에 있어주고 싶지만 자신이 없다는 남편을 간신히 설득해서 탯줄을 자르는 것까지 해주기로 했다. 드디어 출산 당일. 대기실에 있는 동안 자기가 아이를 낳기라도 하는 것처럼 식은땀을 흘리더니 수술실에 들어올 때는 거의 사색이 되어 있었다. 내가 마지막 힘을 주는데 갑자기 옆에서 쿵 소리가 들렸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뭔가 싶어서 돌아보니 남편이 기절했던 것이다. 의사가 탯줄을 자르라고 옆으로 부르니까 엉거주춤하다가 자궁에서 흐르는 피를 보고 그대로 의식을 잃고 말았다. 결국 간호사들이 달려와 남편 깨우랴, 막 태어난 아이 처치하랴 분만실은 그야말로 전쟁터 같았다.
1. 화이트
'07.8.29 1:55 PM (221.164.xxx.23)글 마다마다 20여년전의 일이 생각나 미소짓게 하네요. 그 과정을 겪고 태어난 아들은 머리 다 컸다고 반발도 하고, 자의식대로 행동해 마음 상할 때도 있지만 출산 후 사랑으로 키우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세월이 너무 빨라요. 마지막 기절한 남편 때문에 많이 웃고 갑니다.^^
2. 궁굼
'07.8.29 1:58 PM (61.109.xxx.180)ㅎㅎㅎ
3. ㅋㅋ
'07.8.29 1:59 PM (218.148.xxx.146)옛 추억이 떠오르네요.
전 유도분만
분만대기실(?)에 들어 갔을때 부터 천장이 약간 노랗게 보여서 남편한테 물어봤네요.
"자기야 하늘이 노랗고 별이 보이면 아기 낳는다고 하던데 지금 천장 색깔이 무슨 색이야"4. ㅋㅋㅋ
'07.8.29 2:04 PM (61.33.xxx.66)근데 소변줄 꼽으면 요의가 안느껴지지 않나요? 전 2일이나 꼽고있었는데 언제 요의가 느껴지는지 모르게 나오던데요..^^;;;
5. 사탕별
'07.8.29 2:16 PM (219.254.xxx.167)헝,,,,ㅠㅠ 저 10일 후 제왕절개해야 해요
6. ㅋㅋ
'07.8.29 2:19 PM (222.112.xxx.33)애 낳은지 얼마 안되서 그런지 와닿네여~~ㅋㅋ
7. ^^
'07.8.29 2:25 PM (211.10.xxx.253)오랜만에 잘~~ 웃었네요.
첫째 낳을 때 생각하면서 웃었는데...
곧 둘째도 한달여 있음 .... 출산^^;;;;;;;;;8. 확~
'07.8.29 4:11 PM (211.178.xxx.153)둘째 새벽 분만이라
거의 출산 임박해 근처에 사는 부원장을 호출.. 엎어지면 코 닿을 때 산다는.
근데 주차 때문에 부원장이 좀 늦어지니
분만대 누워있는 나한테 좀 참으란다.
억!! 못 참겠어요. 애 나올 것 같아요.
에이 진짜 욕 나올 뻔 했답니다. 나오려는 애를 참으라니. 에이 참 내!!9. 개골
'07.8.29 4:53 PM (211.192.xxx.210)어머머
확님 저도 비슷한 경험이요
병원온지 1시간만에 다 열려서 담당 샘은 오시지 않고
간호사가 아가 머리를 못나오게 다시 밀고 있더군요
도저히 안되겠길래 선생님 안오시면 ~~~
그랬더니 문앞이라고 좀만 기다리시라고
담당선생님 오셔서 힘주세요란 말에
바로 낳아버렸답니다
ㅎㅎ10. 확~
'07.8.29 6:25 PM (211.178.xxx.153)어머머 개골님 똑같아요,
저도 부원장 오자마자 확~ 낳아버렸어요.
진통보다 나오려는 애 못나오게 힘 주지 말라니 그 고통 말도 못해요.
진짜 확~ 뒤집어 버리고 싶었어요. ㅋㅋㅋ11. 확~
'07.8.29 6:26 PM (211.178.xxx.153)에고 근데 제가 더 열 받는 건요.
전 자정쯤 병원 들어가서 5시간 정도 진통했거든요.
근데 간호사들이 늦게 알린거죠. 의사 더 자라고.
정말 낳기 바로 직전에나 출동해야 의사한테 혼나지 않는 건지.
개인병원이라.